Yacht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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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가 설계한 바다 위의 집.

45m 길이의 전통 피니시 요트 셀레스티아. 수공예로 제작된 갑판 위로 인도네시아 군도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오너 스위트에 마련된 프라이빗 테라스. 수평선 위의 바람과 햇살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다.

항해를 마친 돛의 우아한 실루엣이 돋보인다. © Ayub Ardiyono

카라라 대리석과 브라스 하드웨어로 마감된 욕실. © Ayub Ardiyono

덕스에그 블루, 라탄, 리넨이 어우러진 마스터 침실.

오리엔트의 낭만, 디어드리 레니어스 스튜디오
정박하지 않는 집, 그리고 수평선으로 향하는 항해. 셀레스티아 Celestia는 2023년 5월 인도네시아 바다 위에서 출항을 알린 45m 길이의 피니시 요트다. 라자 암팟, 코모도, 스파이스 제도 등 인도네시아 군도의 가장 경이로운 수역을 항해하기 위해 태어난 이 선박은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전통 방식으로 수작업 제작되었으며, 디자인 역시 그 유산에 감각을 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인테리어는 싱가포르 기반의 스튜디오 디어드리 레니어 Deirdre Renniers와 해양 엔지니어 트레스노 시어리 Tresno Seery가 인도네시아 뿌리를 기반으로, 뉴욕과 자카르타에서 받은 영감, 그리고 고전적 미감을 담아 완성했다. 전체 팔레트는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인도네시아 자연에서 착안했다. 덕스에그 블루(연청록), 화이트 리넨, 브라스 하드웨어, 카라라 대리석, 그리고 현지 제작 라탄과 세라믹이 조화를 이룬다. 각 스위트에는 데이베드가 놓인 프라이빗 테라스와 탁 트인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넓은 책상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천문학, 시, 패션, 비즈니스 등 오너의 취향에 따라 큐레이션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어, 시를 읽거나 라운지 체어에 앉아 독서를 즐기기에도 좋다. 프라이빗 전세 전용으로 운항되는 셀레스티아는 문명의 경계에 잠시 머무는 듯한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라운지 공간. 목재 데크와 곡선형 가구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 Eric Laignel

주앙 만쿠 특유의 유기적 흐름이 외관에도 반영됐다. © Giuliano Sargentini

상공에서 내려다본 켄쇼의 전경. © Eric Laignel

떠다니는 삶의 건축, 주앙 만쿠 스튜디오
바다 위에 집을 짓는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과 산짓 만쿠는 이 질문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이탈리아 비아레조의 애드미럴 조선소에서 완성된 요트 켄쇼 Kensh 는 전통적인 해양 건축의 위계를 거부하고, 유기적인 흐름과 감각적 디테일로 ‘바다 위에서의 주거’를 재정의한다. 일본어로 ‘통찰’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이 요트는 야심 찬 비전을 가진 한 오너로부터 의뢰를 받아 시작되었다. 그는 기능에 치우친 요트의 전형에서 벗어나 예술, 건축, 기술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요트를 원했다. 주앙 만쿠 스튜디오는 이를 위해 공간 간 구획을 흐트러뜨리고, 천장고를 최소 2.7m 이상 높였으며, 조타실은 시야를 고려해 낮게 배치했다. 마스터 스위트는 4개 공간으로 나뉘며, 사용에 따라 유연하게 연결되고 또 독립된다. 내부는 조형적인 욕실, 황동 파티나 도어, 산호 모티프의 맞춤형 핸들, 티크 마루와 스모키한 코냑 컬러 가죽,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패널로 감싼 벽면 등 다채로운 감각이 레이어링되어 있다. 태양과 파도의 이미지를 반영한 백라이트 글라스 패널은 일본 전통 종이 건축을 연상케 하는 오너의 거실을 완성하며, 복도와 침실 헤드보드, 욕실 등에는 이국적인 새와 꽃을 연상시키는 예술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목재를 굽히고, 실크를 엮고, 유리를 불고 주조하며, 진줏빛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시간과 감각을 포괄하는 하나의 ‘움직이는 시퀀스’로 존재한다.

파도처럼 흐르는 천장의 패턴이 인상적인 메인 라운지. © Eric Laignel

벽을 감싸는 커브형 소파와 아트워크 선반, 조명과 조형미가 어우러진다. © Eric Laignel

낮게 배치된 조타실은 전방 시야를 고려해 설계한 것. © Eric Laignel

회화적인 벽과 창밖의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살롱 공간. © Eric Laignel

일본 병풍화에서 영감을 받은 벽화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Eric Laignel

태양과 구름, 바다를 모티프로 한 백라이트 아트 패널. © Eric Laignel

저녁 햇살과 함께 머무는 외부 라운지. 유기적 곡선이 휴식의 밀도를 더한다.

요트 앞머리에 위치한 데이베드 공간. 책을 읽고 햇살을 즐기기에 완벽한 자리다.

지붕 아래 펼쳐진 원형 테이블과 티크 의자.

메인 살롱 공간. 이동 가능한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베이지와 블루 톤이 어우러진 오너 스위트.

파도 위의 구조,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초대받은 손님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하루. 바다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육지보다 느리고 깊다. 이탈리아 럭셔리 요트 브랜드 산로렌조 San Lorenzo의 SD90은 그러한 리듬을 위한 구조다. 2022년 칸 요팅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이 요트는 세미 디스플레이스먼트 구조로 제작되었으며, 전체 길이 약 28m의 선체 안에 건축, 기술, 감성이 균형을 이룬다. 디자인은 바다를 이해하는 이들 간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외관은 주콘 인터내셔널 프로젝트가, 선체 설계는 필립 브리앙이, 내부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맡았다. 우르퀴올라는 이 안에서 고정된 ‘방’의 개념을 해체하고, 움직이는 삶에 맞춘 유연한 구조를 짜넣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메인 데크의 살롱.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과 편안한 소파 등 대형 요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적용되었으며, 하부 데크의 라운지는 필요에 따라 프라이빗 침실로 전환된다. 고정 창과 완전 개방이 가능한 대형 창, 비스듬한 슬랫이 깔린 비대칭 마루 바닥은 살롱과 조종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천장에는 어망 패턴에서 착안한 마이크로 디테일이 반사광을 따라 물결처럼 흐른다.

알루미늄 선체로 완성된 SL44. © Guillaume Plisson

선체를 가로지르는 수평 창과 미니멀한 데크가 실내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셀라돈 그린 톤과 실버 패널이 어우러진 라운지. 은은한 조도 속 절제된 우아함이 흐른다.

360도 시야를 확보한 중앙 라운지. 프러시안 블루와 어두운 목재가 깊이를 만든다.

삼단 구조의 데크는 낮과 밤, 모두를 위한 조형적 구성이 돋보인다. © Guillaume Plisson

유혹의 선상, 기욤 롤랑
프랑스 가구 브랜드 리에거가 디자인한 SL44는 정박하지 않는 욕망의 공간이다. 전체 길이 44.5m, 전면 알루미늄 구조로 제작된 이 슈퍼 요트는 바다를 사랑하는 오너가 아시아적 미감과 프렌치 감성을 담은 프로젝트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리에거의 요트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기욤 롤랑이 맡았다. 날카로운 각 없이 곡선과 둥근 선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 오너 스위트는 총 3개 층으로 나뉘며, 실내외를 오가며 경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제한된 소재를 선택해 일관된 미감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목재, 석재, 가죽이 주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다크 & 라이트 우드 톤을 중심으로 조종실에는 프러시안 블루, 다이닝에는 가넷 컬러 가죽, 스모킹 라운지에서는 셀라돈 그린과 그린 오닉스 바가 조화를 이룬다. 아시아적 미감과 프랑스식 우아함의 조우는 문틀의 너비 변화와 같은 미묘한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거실의 크리스털 테라리움 안에는 분재에서 영감을 받은 나무가 배치되어 있으며, 사용된 목재는 아시아의 간결함과 프랑스 18세기 목공예 전통을 연상시킨다. 바니시 처리된 유칼립투스와 밝은 엘름 소재가 그예다. 낮에는 밝고 경쾌한 공간이, 밤에는 어두운 조명 아래 파티가 가능한 공간으로 전환되며 선베드, 수영장, 바다와 맞닿은 비치 클럽까지, 이 슈퍼 요트는 진정한 ‘휴식’과 ‘삶의 예술’을 구현한다.

곡선을 따라 흐르는 유기적 계단.

원목으로 통일감을 준 주방과 욕실.

데크 끝에 마련된 반원형 라운지. 바다와 완벽히 수평을 이룬다.

SL44의 전체적 형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항공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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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예술적 쉼터

샤넬의 예술적 쉼터

샤넬의 예술적 쉼터

가브리엘 샤넬의 미학과 20세기 예술가들의 기억이 교차하는 리비에라의 라 파우자 저택. 예술계 집단적 상상력의
거점이자 피난처였던 곳이 피터 마리노의 건축적 해석 아래 새롭게 태어났다.

1930년대 당시 형태와 비슷하게 재현한 라 파우자의 드로잉 룸.

고풍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인 서재.

건축가 로버트 스트라이츠가 1929년 설계한 라 파우자의 북쪽 입면도.

가브리엘 샤넬의 패션 세계가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면, 그의 예술적 영감은 프랑스 남부의 리비에라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의 코트다쥐르는 문화 예술의 격동기, 집단적 상상력의 거점이자 피난처였다. 샤넬의 라 파우자 La Pausa 또한 역사적 맥락 속에 뿌리내린 장소로서, 유럽 예술계의 가장 예민하고 창의적인 시기가 축적된 지형적 기억을 갖추고 있다. 1928년, 가브리엘 샤넬은 이 언덕 위에 자신만의 별장을 짓고, 예술가들을 위한 환대의 장을 만들었다. ‘잠시 멈춤’을 뜻하는 스페인어 이름 그대로, 라 파우자는 샤넬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지식과 예술, 영감과 사유를 나누는 은밀한 쉼터가 되어주었다. 예술가 레지던시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지만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시대를 이끈 창작자들이 이곳에서 머물며 새로운 작업을 탄생시켰다. <끝없는 수수께끼>를 비롯한 달리의 주요 회화 11점 또한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1938년 촬영한 드로잉 룸과 서재.

 

1930년경, 라 파우자의 정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촬영한 가브리엘 샤넬.

당시 이미 패션계의 중심에 있었던 샤넬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집을 설계했다는 사실은 라 파우자가 단순한 별장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곳은 그가 건축가 로버트 스트라이츠 Robert Streitz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한 유일한 공간으로서, 기능과 장식의 관계, 그리고 삶과 예술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고도의 실험장이었다. 흑백사진으로 기록된 1930년대 라 파우자에는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나무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한 채 웃고 있는 샤넬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무도회와 스포츠, 창의적인 대화가 오가는 저녁 식사 시간이 매일 저택을 채웠고, 그런 일상은 1953년 연인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샤넬의 침대 머리맡에는 빛나는 별 장식을 더해 그녀의 취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2025년 복각한 샤넬의 침실과 1938년 당시의 침실 사진.

화장실도 놀라울 정도로 기존과 비슷하게 재현했다.

새롭게 태어난 라 파우자의 회랑.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특징을 살려 재현한 다이닝 공간.

1938년 라 파우자에서 연 만찬. 오드리 제임스 필드, 베티나 윌슨, 프랑수아 위고 등이 함께했다.

라 파우자의 회랑에 있는 올리브나무. 위에서부터 프랑수아 위고, 마리아 루스폴리- 위고, 가브리엘 샤넬, 오드리 필드, 피에르 콜.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샹들리에 장식이 특징인 2025년의 그레이트 홀.

당시 그레이트 홀에서는 예술가들의 지적인 대화가 활발히 오갔다.

선인장 장식까지 그대로 재현한 그레이트 홀의 내부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그레이트 홀.

이곳은 그가 건축가 로버트 스트라이츠 Robert Streitz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한 유일한 공간으로서, 기능과 장식의 관계, 그리고 삶과 예술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고도의 실험장이었다. 흑백사진으로 기록된 1930년대 라 파우자에는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나무 위에 올라 포즈를 취한 채 웃고 있는 샤넬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무도회와 스포츠, 창의적인 대화가 오가는 저녁 식사 시간이 매일 저택을 채웠고, 그런 일상은 1953년 연인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흐른 지금, 라 파우자는 피터 마리노 Peter Marino의 손을 거쳐 다시 깨어났다. 샤넬과 3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그는 복원 과정에서 시간을 과거 회상의 대상이 아닌, 기억의 물성으로 다루었다. 수백 장의 아카이브 사진은 물론, 가브리엘 샤넬의 생애와 시각적 세계관을 철저히 분석했다. 수백 장의 아카이브 사진과 샤넬의 생애, 시각적 세계관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마치 마드모아젤 샤넬이 방금까지 이곳에 머물었던 것처럼’ 그 시대의 숨결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 복원은 재현보다는 재활성화에 가까웠다. 배관, 환기, 전기 시스템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모두 숨긴 세심한 구조 속에, 샤넬이 유년기를 보낸 오바진 Aubazine 수녀원에서 영감을 받은 석재 아치와 계단, 그리고 16~17세기 스페인 양식의 인테리어가 겹쳐진다. 조각된 목재 가구, 스페인과 페르시아 카펫은 순백의 공간에 따뜻한 결을 더하며, 공간의 온도를 조율한다. 거실의 피아노, 별 장식이 더해진 침대 헤드보드, 리비에라 자연을 품은 정원까지. 꿈의 공간으로 회자되던 라 파우자의 본질은 그대로 되살아났다.

오는 11월, 라 파우자에서는 첫 번째 작가 레지던시가 시작된다. 샤넬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예술가들이 이곳에 머물며 창작의 리듬을 찾고, 자신만의 시간을 축적해가는 것이다. ‘역사 속 자수성가한 여성’이란 주제로 여는 첫 레지던시는 논픽션 프로젝트에 몰두할 작가 네 명이 참여하며, 아트 컬처 & 헤리티지 보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라 파우자는 가브리엘 샤넬이 추구한 삶의 방식을 집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현한 가장 집약적인 공간이었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던 샤넬의 ‘아르 드비브르 Art de Vivre’는 이 집 안에서 비로소 구체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오늘날 다시 열리는 이 공간은 샤넬이 지닌 미학적 유산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예술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시대와 호흡하고 있다는 증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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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유물

일상 속 유물

일상 속 유물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물과 일상, 감각과 실용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굼바포터리의 도자기.

굼바포터리만의 개성이 깃든 백자 시리즈 오브제와 컵.

마치 오랜 시간을 품은 유물 같은 굼바포터리의 도자기. 하지만 그 유물은 장식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토분에서 식기, 오브제까지 삶의 다양한 풍경 속에서 존재한다. 투박하고 매트한 질감 위에 단순한 선이 얹히고, 이국적인 패턴은 과거와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경계를 유영한다. 이 낯익으면서도 낯선 조형물을 만드는 이들은 남매 도예가 박금주, 박동훈. 2021년부터 굼바포터리를 함께 이끌고 있다. 누나는 도자와 텍스타일을 전공해 도자 디자인과 패턴 작업에 능했고, 동생은 영상 기획과 가구 제작을 경험해 구조적인 형태감과 콘텐츠 기획력에 강점을 지닌다. 서로 다른 두 배경은 작업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도자기 안팎을 매만지는 방식에도 각자의 리듬이 스며든다. 손으로 흙을 다루는 물레 성형과 분장 장식은 박금주 작가가, 정형과 소성, 유약 작업은 박동훈 작가가 이어받아 작업을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시선과 취향은 교차하며 굼바포터리만의 유니크한 조형 언어를 만든다. 굼바포터리의 작업은 아프리칸 스타일에서 출발한다. 고대 유물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미학을 단순히 전통적인 재현보다는 유럽이나 프랑스에서 재해석된 공예품으로 다가간다. 이국적인 무늬와 형태, 동시에 도회적이고 정제된 실루엣. 그 안에는 정교한 패턴과 그림이 담겨 있는데, 이집트 벽화 같지만 알고 보면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이라든지, 빈티지 카툰에서 영감을 얻은 곰의 모습 등에서 굼바포터리만의 유머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박금주 작가는 일상이나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자연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라든지,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의 선에서 궤적을 따라 도식화된 패턴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해요.” 그녀가 자주 쓰는 문양 중 물고기와 새는, 조선 분청사기나 민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아요. 고려청자같이 오래된 유물에 꽂히면 그것을 모티프랑 시리즈를 만들기도 해요. 전통 문양을 그대로 따오기보다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리려고 해요. 도자기마다 조금씩 다르고, 그게 또 우리 작업의 재미 같아요.” 최근에는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본래는 흙물을 직접 짜서 선을 만드는 트레일러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안료를 직접 붓으로 칠하는 회화적인 기법으로 확장하고 있다. 더 섬세하고, 더 직관적인 표현을 위한 시도다.

작업을 위한 다양한 패턴 드로잉으로 가득찬 작업실 벽면.

초벌 후 건조 중인 작업대 선반. 전통 분청에 빈티지 카툰의 상상력을 더한 신작 시리즈다.

식물을 좋아해 토분 제작으로 작업을 시작한 굼바포터리. 작업실 안은 크고 작은 식물들로 가득하다.

굼바포터리에서 함께 작업하는 남매 도예가 박금주, 박동훈.

초기에는 식물을 위한 토분 제작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컵과 그릇 등 식기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조명, 패브릭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그 확장은 무분별한 외연 넓히기가 아니라, ‘완성도’라는 기준 안에서 천천히 만들어가는 진화에 가깝다. “식물을 좋아해서 토분을 만들었고, 쓰임이 넓어지면서 컵이나 그릇 등 식기 작업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과거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패브릭 작업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아니라, 오래 보고 쓸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 문명의 기억이 겹쳐진 하나의 토기처럼, 굼바포터리의 도자기는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비워낸 자리에 천천히 채워지는 시간, 그 속에서 도자기는 삶과 나란히 놓이는 조용한 조각이 된다.

SPECIAL GIFT
박금주, 박동훈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 상백 선케어 라인. 12시간 동안 촉촉함이 지속되는 수분 밀착 선크림으로, 강력한 5중 방어막이 피부 밖에서는 유해 환경을 차단하고, 피부 속은 하루 종일 촉촉하게 유지해 매일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상백선플루이드 50mL 6만원, 상백톤업선크림 50mL 9만원, 상백선크림 50mL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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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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