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트위크, 놓치면 후회할 예술 현장 48선 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

프리즈와 키아프, 그리고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나잇 프로그램 등 대형 전시부터 실험적 퍼포먼스까지,
서울 전역이 예술로 물드는 9월. 메종 기자와 아트 메신저들이 추천하는 전시와 공간을 소개한다.

‘폭풍이 몰려온다’, 2025.

‘떠오르다’, 2019.

9월, 서울은 다시 예술로 물든다. 프리즈 서울(9월 3~6일)과 키아프(9월 3~7일)를 기점으로 도시 전역에서 전시, 프로젝트, 공연, 건축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촘촘히 펼쳐진다. 전시장 바깥에서 펼쳐지는 ‘프리즈 위크 서울’은 주요 갤러리의 오프닝, 작가 주도형 프로젝트, 미술관 기획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다. 특히 을지로 나잇(9월 1일), 한남 나잇(9월 2일), 청담 나잇(9월 3일), 삼청 나잇(9월 4일)에서 열리는 야간 프로그램은 지역별 예술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형 갤러리의 개인전부터 신진 작가의 실험적 설치와 퍼포먼스,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대안 공간 등 서울의 예술은 형식과 장소를 가로지르며 확장 중이다. 갤러리 디렉터, 큐레이터, 저널리스트 등 아트 인사이더들의 시선과 함께, 가장 예술적인 9월의 서울을 경험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 바라며 동시대 예술 현장 48선을 모았다.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 2019.© Mark Bradford / Hauser&Wirth

<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 8.1.~2026.1.25.
드디어 마크 브래드포드다. 거리의 전단지와 도시의 흔적을 긁어내고 찢으며 시대의 균열을 기록해온 이 거장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 <타임 Time>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아트리뷰 ‘Power 100’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브래드포드는 ‘사회적 추상화’라는 독자적 언어로 도시와 인종,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미술관 공간에 맞춰 제작된 신작 ‘폭풍이 몰려온다 Here Comes the Hurricane’(2025)부터, 관람객이 실제로 거닐 수 있도록 설계된 ‘떠오르다 Float’(2019) 등 회화, 영상, 설치를 아우르는 작품 40여 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함부르크반호프 미술관의 순회전 일환으로, 9월 2일 아티스트 토크도 예정돼 있다.

지호장 박갑순, 금속공예가 이윤정 합작품.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
재단법인 예올 8.21.~10.11.
전통과 공예의 미래를 잇는 프로젝트가 돌아왔다. 재단법인 예올과 샤넬이 4년째 함께하는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전시가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을 주제로 열린다. 전시 기획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100대 디자이너 양태오가 맡았고, 작품 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지호장 박갑순은 버려진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호공예로 동식물 형태의 기물을 선보인다. 젊은 공예인 금속공예가 이윤정은 녹은 금속의 유연성을 탐구한 주석 가구 시리즈를 출품한다. 서로 다른 두 물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은 치유와 순환과 생명에 대한 공예적 사유를 담아낸다.

 

 

 

에메랄드 & 에나멜 솔리테르 링. 르네상스 에나멜 사티로스 펜던트 목걸이.

레정뤼미뉘르 Les Enluminures
프리즈 서울은 현대미술 외에 중세부터 근대 초까지의 뿌리를 조망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한다. 특히 서울은 런던 외 유일한 프리즈 마스터스 개최 도시다. 프리즈 서울의 격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년 큰 인기를 누려온 레정뤼미뉘르(프리즈 마스터스 부스 M18)는 중세 필사본과 역사적 주얼리를 소개하는 세계적 갤러리로, 설립자 산드라 하인드만 박사는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등과 협업해온 권위자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 출품하는 대표작은 중세 유럽 필사본 문학 중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로망 드
라 로즈 Roman de la Rose>(약 8억2000만원)로, 현재 전 세계에 필사본이 총 348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개인 소장품은 극히 드물어 이번 출품 소식은 컬렉터와 학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주얼리 쪽에서는 ‘르네상스 에나멜 사티로스 펜던트 목걸이’(약 3억8000만원)가 출품되는데, 모두 개인 맞춤 제작의 유일한 유물로 금박, 천연 안료, 고온 유리 에나멜 등 섬세한 공예 기술이 특징이다. 크기가 작아 직접 부스에서 가까이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피오나 배 커뮤니케이션 컨설던트 피오나 배 Ltd 파운더 & CEO

장종완 ‘Fantasy Farm’, 2025.

장종완 ‘Empire’, 2025.

추미림 ‘Sweet Section’, 2020.

<자아들의 앙상블: 네 명의 작가와 그 너머>
라니서울 8.29.~9.28.
지난해부터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고즈넉한 한쪽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라니서울은 지속적으로 국내외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리즈 서울 시즌을 맞이하여 여름 내내 ‘라니서울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한 프랑스 작가 앙투앙 카르본 Antoine Carbonne과 소피 바린 Sophie Varin의 완성작과 함께 장종완, 추미림 작가의 주요 작업을 <자아들의 앙상블: 네 명의 작가와 그 너머>라는 이름의 전시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두 쌍의 커플 작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데, 프랑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공상과학적인 장종완, 유쾌한 기하학을 보여주는 추미림 작가의 각각 기묘하고 독특한 매력이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된다. 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디렉터

한지형 ‘Marvelous is Your Name’, 2025.

김정욱 ‘Untitled’, 2023.

<Nude, Flesh, and Love>
제이슨함 갤러리 8.30.~10.25.
누드를 둘러싼 시선과 감정의 결이 다층적으로 교차하는 전시. 제이슨함 신관에서 열리는 <Nude, Flesh, and Love>는 국내외 작가 16인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신체 형상과 감각을 탐색한다. 김정욱, 김지혜, 아만다 볼드윈 Amanda Baldwin, 우르스 피셔 Urs Fischer 등 세대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작가들은 욕망, 정체성, 소멸, 기술적 재현 등 신체를 둘러싼 다양한 층위를 회화, 조각 등 각기 다른 언어로 풀어낸다. 단순한 누드 이미지의 소비를 넘어 신체가 감정과 시간, 사회적 맥락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 섬세하게 되묻는 자리다.

‘Free Improvisation I’, 2025. © 홍영인 / PKM Gallery

<서투른 작곡가>
PKM 갤러리 8.20.~9.27.
소리를 수집해 색, 이미지, 물성으로 편곡한 전시가 열린다. PKM 갤러리는 홍영인의 개인전 <서투른 작곡가>를 통해 조각, 자수, 드로잉, 소품 등 신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새의 울음, 이방의 바람, 사적인 여정을 따라 채집한 소리는 실과 로프, 세라믹으로 시각화되어 3D 악보 또는 악기 조각이 된다. 규정된 서사를 수평으로 해체하고 낯선 공감을 엮어온 홍영인의 철학은 완성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퍼포먼스와 조각, 음악이 한데 얽힌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개막일에는 조각 스코어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1인 바이올린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스페이스K 건축 외관.

스페이스K
2~3개월 간격으로 전시가 바뀌며,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를 발빠르게 소개하는 곳. 한국 최고 수준의 컬렉터 감각으로 선별된 작가를 집중도 있게 보여주는 전시 구성이 매력적이다. 현재는 작가 배윤환의 개인전 <딥다이버 Deep Diver>가 열리고 있는데 빛과 어둠, 감각과 사유의 층위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회화, 설치, 영상 작품이 인상적이다. 전시장은 중형 규모지만 동선이 좋고, 2층에서 내려다보는 뷰나 옥상 정원도 즐길 만하다. 마곡까지 가기에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LG아트센터 공연도 함께 방문하는 것을 추천. 전시회가 없더라도 스페이스K는 조민석, LG아트센터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어서 건축을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특히 ‘서울 아트 위크’ 같은 행사가 있을 때에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회도 열리니 일정을 체크해보면 좋겠다. 지난봄 전시를 크게 연 겸재정선 미술관도 주변에 있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태양 그림자’, 2025.© Gallery Baton

‘색 그림자’, 2025.© Gallery Baton

‘눈’, 2025.© Gallery Baton

<백 개의 태양 A HUNDRED SUNS>
갤러리바톤 8.19.~9.20.
망막에 맺히고 사라지는 빛의 잔향을 물감으로 옮긴다.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최지목의 개인전은 보색 잔상을 회화로 아카이빙한 작가의 ‘지각적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년간 몰입해온 ‘잔상’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신작 18점을 공개하며, 괴테의 색채론에서 출발한 감각 기반의 회화 실험을 한층 밀도 있게 풀어낸다. 에어브러시와 붓의 병행 사용으로 흐르는 색과 고착된 이미지의 경계를 조율하며, “나는 눈 속의 세계를 그린다”는 고백을 물성 위에 펼쳐낸다. 전시 기간 중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도 함께 진행한다.

전시장 입구에 연출한 건축실험미로.© 김재경

<미로를 걷다>전 전경.© 김재경

‘일월오봉도’, 2025.© 김재경

<미로를 걷다 Walking Labyrinth>
두손갤러리 7.22.~9.6.
장윤규의 개인전 <미로를 걷다>는 건축, 예술, 인간의 내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인간을 ‘풍경 속에서 길을 묻는 존재’로 바라본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조형물로 구성된 ‘건축실험미로’를 걷게 되는데, 관람자는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출구’를 마주하게 된다. 건축가이자 예술가 장윤규는 ‘인간산수’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 속에 인간 정체성을 비추어오며, 이번 전시에서 미로를 통해 감정과 기억, 상실과 희망이 얽힌 내면의 지형을 탐색한다. 6m에 이르는 대작 〈일월오봉도〉는 전통 산수화 형식을 빌리면서도 인간을 물, 산, 달 등 자연과 우주의 구성 요소로 표현하며, 그 안에는 현대 도시에서 인간 관계의 복잡한 구조가 은유적으로 스며 있다. 건축과 예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관계성을 사유하는 깊이 있는 전시다. 김지인 두손갤러리 이사

‘Crash’, 2025.

‘Crash James’, 2025.

<Kernel Panic>
갤러리 띠오 8.7.~9.7.
서울과 자카르타를 기반으로 감각적인 시각 실험을 전개해온 갤러리 띠오 THEO가 함성주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이미지 오류, 감각의 혼란, 기술과 욕망의 충돌을 ‘그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회화적으로 되짚는다. 알고리듬 Algorithm, 모아레, 렉 같은 디지털 현상은 회화의 표면 위에 어긋난 잔상으로 재현되고, 작가는 의식의 빈틈에서 튀어나온 이미지를 우직하게 반복하며 쫓는다. 불완전하고 어긋난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변형하는 함성주의 작업은 회화의 재현적 기능을 과감히 비틀며, 오류 자체를 감각의 새로운 진입점으로 제안한다. 은 안정된 형상이나 서사에서 이탈한 회화가 어떻게 감각을 되살리고, 시각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전시다.

원남교당 내부.

원남교당
원남교당은 키아프나 프리즈 시즌이면 창덕궁 인근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들과 함께 들러볼 만한, 건축적으로도 특별한 공간이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 감성을 담은 원불교 교당으로서, 종교 시설이지만 빛과 선의 추상적 아름다움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조민석의 건축과 김봉렬의 한옥이 어우러져 건축 비엔날레 시즌에는 해외 건축가들의 방문도 잦다. 폐쇄적이지 않고 동네에 열린 구조로, 천장에 올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면 서울의 다양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복궁, 종묘, 율곡로 산책까지 연결되는 동선도 매력적이며, 대법당과 함께 아래층 영모실 관람도 추천한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2027년 완공 예정인 라인문화재단.

렌더링 이미지.

라인문화재단
라인문화재단이 준비 중인 새로운 미술관도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삼성동에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개관한 바 있고, 2027년 봄이면 성북동에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연다. 고원석 디렉터가 이끄는 라인문화재단의 새 미술관은 성북동이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수용함으로써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이 완공되면 성북동 예술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함윤철 제이슨함 갤러리 대표

‘sechsundzwanzigsterjulizweitausendfünfundzwanzig’, 2025.© Ugo Rondinone / Gladstone Gallery

‘einundzwanzigsterjulizweitausendfünfundzwanzig’, 2025.© Ugo Rondinone / Gladstone Gallery

<in beauty bright>
글래드스톤 서울 8.29.~10.18.
지난해 뮤지엄 산에서 열린 대형 개인전 이 연장 전시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우고 론디노네가 드디어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이번 전시 를 통해 론디노네의 ‘Lake Paintings’ 신작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이 깃든 스위스 루체른 호수에서 출발한 이 회화 시리즈는 장소에 대한 감각적 기억과 회화적 사유가 만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Home’, 2025 © Hyun Nahm, Whistle

<필드 안의 둥지>
갤러리 휘슬 8.30.~10.18.
2017년 이태원에 문을 연 전시 공간 휘슬은 작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의 감각적 실험을 담아내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새롭게 확장된 공간에서 열리는 현남의 개인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와 테크놀로지의 불가시적 작용에 주목한다. 강한 자기장에 의해 굳어진 철가루 조각, 전기분해를 통해 형성된 금속 크리스털 드로잉, 폐광 속 전파 음영 지대를 탐색하는 영상 등, 이번 전시는 ‘전자파과민증’이라는 현대적 증후를 매개 삼아 실체 없는 불안이 물질화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초연결 사회 속 비가시적
신호와 신체의 감응 사이, 작가는 테크놀로지의 흔적이 감각과 물질을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구축한다.

‘Womba Loom’, 2017.© Steven Shearer

‘Figurine Peddler’, 2025.© Steven Shearer

<양모와 현상들>
에바 프레젠후버 9.2.~9.27.
스티븐 시어러의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이다. 세련된 골동품들이 괴기스러운 고물과 함께 배치되어 있거나, 외모의 대비가 극명한 인물들이 한 프레임 안에 담겨 있다. 갤러리스트 에바 프레젠후버와 P21 최수연 대표의 협업으로 열리는 <양모와 현상들>은 그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반영한 제목이다. 전시를 구성한 행상과 조각상 사이의 모호한 관계, 페티시화된 형상들로 구성된 아카이브의 모자이크, 조각상 같은 머리를 그린 드로잉은 서로 교차하며 정체성, 표현,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가 흐릿한 상태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과거 음악 하위문화와 미술사적 양식을 융합해 다양한 미술 사조를 재해석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민하 ‘Ghost Anatomy 유령 해부학’ 설치 전경.

<두번째 삶 The Second Life>
아뜰리에 에르메스 7.25~10.5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10월 5일까지 삶과 예술의 접점에 대해 사유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 <두 번째 삶>을 개최한다. 매순간 삶의 추적자이자 적응자이기도 한 작가들이 새로운 만남과 충돌을 맞이하며 삶의 국면을 어떻게 변화, 전환, 확장하는지 그들의 고유한 예술언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백현진(회화), 이요나(설치), 한&모나(설치), 김보경(조각/설치), 박민하(영상)는 그들이 추구하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져 동시대 한국 미술의 한편을 드러낸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Still image of Éclipser, 2025. The works appearing in the film are: Theresa Hak Kyung Cha: Art Practice – Untitled ~ Sketchbook – Drawings, Correspondence, Notes, Poems, Journal – 1974., 1974; A Strathmore Shelburne sketchbook with 11 loose sheets of paper with typewritten and handwritten text. The sketchbook is spiral bound, 78 pages.; 12 x 10 in.;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Gift of the Theresa Hak Kyung Cha Memorial Foundation

<지미 로버트: 에클립세 ÉCLIPSER>
바라캇 컨템포러리 8.28.~10.26.
퀴어 신체, 인종화된 몸, 그리고 ‘보는 것’의 권력을 해체하는 퍼포먼스가 열린다.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지미 로버트는 움직임과 제스처, 종이와 영상, 목소리 등 다층적 매체를 통해 가시성과 재현의 구조를 전복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과 더불어 신작 영상, 퍼포먼스 (9월 4일 오후 6시, 8시)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미국 버클리의 BAMPFA 미술관에 보관된 시인 차학경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그녀의 언어와 감각 세계를 오늘날의 신체와 예술로 다시 풀어낸다. 특히 사회 속에서 잘 보이지 않거나 언어화되지 못한 존재의 감정과 기억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움직임과 목소리로 표현하며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현대미술 책읽기 행사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서울리딩룸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2025>
더북소사이어티 버드콜 9.4
프리즈 서울 1회째부터 삼청 나잇 일정에 맞춰 꾸준히 열어온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은 경복궁 근처 예술 공간과 서점의 협업으로 진행되어온 ‘현대미술 책읽기 행사’다. 주최자들이 “초대장이나 입장료가 필요 없고, 화려한 파티와는 거리가 멀고, 한국 미술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사”라고 일컫는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2025’는 도파민이 폭발하는 아트 페어 시즌에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날 제공되는 책은 국내 미술계 전문가의 추천으로 구성되는데, 나 역시 올해 양효실 비평가의 책 <대화 비평>을 추천 및 기증하며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9월 초, 소셜라이징에 지친 내향인들을 위한 최적의 쉼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디렉터

이인진 작가의 도예 작품.

<Collecting&Piling(집적)>
까사 로에베 서울 9.4~9.14
로에베가 세계적인 현대 도예가 이인진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23년 로에베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장작 가마 소성 등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깊이 있는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인진 작가가 로에베를 위해 직접 큐레이션한 작품들로 구성되며, 바구니 형태의 철 프레임 안에 그릇을 층층이 쌓는 식으로 형태의 상호작용을 실험한 작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9월 3일에는 로에베재단 공예상 전문가 패널이자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인 세계적인 큐레이터 겸 컨설턴트 조혜영 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프라이빗 아트 토크와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예정돼 있으며, 프리즈 위크 서울의 프로그램인 ‘청담 나잇’에도 함께 참여한다. 현대 도예의 물성과 볼륨이 섬세하게 축조된 전시로,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박서보재단 전시실 전경

박서보재단 도슨트 투어
키아프 VIP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내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예술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비공개이던 작업실과 작품 전시 공간, 수장고를 한정 개방해 작가의 창작 과정과 철학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고요한 환경 속에서 한국 단색화의 본질과 농밀한 미감을 한층 선명하게 체험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워크인 방문은 어려우니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안수연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갤러리박영 대표

오상민 ‘빛: 자연과 선(線)의 틈에서’, 2025.

<DMZ OPEN: 언두 디엠지>
DMZ 일대(갤러리그리브스, 통일촌 마을 일대, 임진각 평화누리) 8.11.~11.5.
세계 각지의 미술 관계자가 서울로 모여 축제를 벌이는 키아프리즈 기간에는 어느 전시를 가도 인파에 휩쓸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아트 위크의 본질인 ‘미술’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전시가 몰린 서울 도심을 잠시 벗어나 보길 추천한다. 파주 DMZ 일대에서 열리는 <언두 디엠지>는 ‘되돌리다, 열다, 풀다’라는 뜻의 ‘언두(Undo)’를 키워드 삼아,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DMZ를 새롭게 상상한다. 작가들은 고립 속에 되살아난 자연을 마냥 낭만화하려는 시선에서 물러나, 장기간의 자료 조사와 현장에 직접 머물며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이 생태계가 지닌 잠재력과 미래를 짚어본다. 철조망과 군사적 흔적 사이 씩씩하게 버텨온 생태가 전하는 애틋함, 그래서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박지민 미술계정 크락티(@crakti) 운영자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 전경.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국립현대미술관 5.1.~2026.5.3.
국립현대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설전이라는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다. 1960~2010년대의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 90여 점이 전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관객들은 한국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전개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숙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두루아트스페이스 대표

캔디스 린 ‘순수의 형태들’, 2025.© 캔디스 린 / Francois Ghebaly, 갤러리현대 제공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갤러리현대 8.27.~10.5.
이강승, 캔디스 린의 작가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이란 전시 제목은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 D.H. 로렌스의 시 ‘헤쳐 나온 자의 노래’의 한 구절에서 착안했다. 바람을 통해 억압되어온 역사와 기억이 다시 숨쉬고 순환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배제되고, 역사 속에서 지워진 이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두 작가의 작업관과 맞닿아 있다. 퀴어 예술가 및 인권운동가 기리는 작업을 진행해온 이강승은 본 전시에서 변화와 기억의 층위를 기록하는 아카이브로서 ‘피부’에 주목했다. 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 젠더, 인종에 얽힌 복합적인 권력 구조를 탐구해온 캔디스 린은 인간과 동물 간의 경계에 초점을 맞춘다.

‘32 Green Yellow Blocks(805/3)’, 2025 © Ann Veronica Janssens / Esther Schipper. Photo by Andrea Rossetti

<September in Seoul>
에스더쉬퍼 9.3.~10.25
빛, 자연적인 광학 현상, 유리 등을 매개로 신체적인 감각과 몸에 대한 인지에 중점을 둔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국내 개인전이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린다. 2020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선보인 <CONNECT, BTS-Green, Yellow and Pick> 이후 5년 만이다. 유리 블록 조각 연작, 다양한 빛을 조합한 다이크로익 Dichroic 조각 및 옵티컬 글라스 조각 등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 얼핏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작품들은 세심하게 제작되어 생동감 넘치는 시각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각을 더욱 자각하게 한다.

‘Baron, Why be you when you can be me’, 2019. © Petra Collins

<페트라 콜린스: fangirl>
대림미술관 8.29.~12.31.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비주얼 아티스트 페트라 콜린스의 국내 첫 전시가 열린다. 여성의 주체적 자기 표현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35mm 아날로그 필름의 파스텔 톤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은 사진, 영상, 설치, 매거진, 아카이브 등 50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제니부터 빌리 아일리시, 애플, 젠틀몬스터 등 전 세계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그 자체로 셀러브리티가 된 페트라 콜린스의 작업 세계는 오늘날 멀티 크리에이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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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따라 떠나는 비엔나 여행

예술 따라 떠나는 비엔나 여행

예술 따라 떠나는 비엔나 여행

올가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대표 미술관 세 곳이 특별한 전시로 관람객을 맞는다. 신고전주의 건축미로도 유명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은 17세기 여성 화가 미카엘리나 워티에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대표작 <바카날>을 비롯해 현존하는 전 작품이 유럽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과 더불어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 세잔, 모네, 르누아르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이 예정돼 있다. 빛과 색채, 순간의 감각을 탐구한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레오폴트 미술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소장한 비엔나 모더니즘을 이해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히든 모더니즘: 오컬트에 매료된 1900년대> 전시가 열린다.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는 물론 뭉크, 스트린드베리까지 신비주의가 예술에 남긴 흔적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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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 담은 바람의 서사

백지에 담은 바람의 서사

백지에 담은 바람의 서사

한지가헌에서 이어지는 연간 기획전 〈백지의 서사: 산세, 바람, 대지〉가 두 번째 장을 연다. 이번 챕터 ‘바람의 기운’은 전주 한지를 매개로 바람과 풍류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스튜디오 포는 한지와 대나무로 부채 작품 <미선 微善>을 선보인다. 선비의 도포자락 같은 형상과 은은하게 퍼지는 선한 기운을 담아냈으며, 양쪽 선지(덧댄 종이)를 길게 내리고 중앙에 둥근 금속 못 장식을 더해 갓끈 장식을 떠올리게 했다. 곽철안은 디지털 설계로 전통 풍경의 도상을 추상적으로 확장해 공간에 유영하는 리듬을 만들었다. 계절의 리듬을 실내로 불러들이며 직물이 공간의 호흡을 조율해온 방식을 오늘의 감각으로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9월 21일까지 한지가헌에서 만날 수 있다.
WEB kcdf.or.kr/ha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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