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천상의 정원

프랑스 망통 고지대 위 1만5000㎡ 규모의 계단식 부지에 자리한 발 라메 식물원.
수많은 멸종위기 식물을 품은 이곳이 올해로 150주년을 맞았다.

1926년 퍼시 래드클리프 경이 심은 카나리아제도 종려나무 12그루가 늘어선 오솔길. 래드클리프 경은 20세기 초에 이곳을 구입해 ‘발 라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의미는 글자 그대로 ‘고요의 골짜기’.

바다가 보이는 빌라 테라스에는 화려한 ‘극락조화’가 피어 있다. 평균 16℃ 기온, 서리와 영하 기온이 없는 기후 덕분에, 이 정원에서는 대담한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

1970년대에 3m 높이의 메탈 기둥 14개를 세워 만든 정자는 2009년 덩굴식물이 기어오르도록 테라코타로 다시 지어졌다.

우리가 잘 아는 동백꽃 여인에 비해, 독말풀 여인의 이야기는 낯설다.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한 독성을 지닌 남아메리카산 가지과 식물을 사랑한 한 여인 덕분에 발 라메 정원은 코트다쥐르의 보석 같은 존재가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소유가 되었다. 1966년 이탈리아 국경 가까이 있는 작은 천국 같은 마을에 부동산 개발의 포크레인이 다가오자, 식물학을 전공한 부유한 영국인 미스 캠벨은 자신의 아름다운 작품이 콘크리트 아래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녀는 과감히 정원을 국가에 기증했고, 국가는 곧 이를 대중에 개방했다. 자연이 만든 원형극장 같은 지형에 바다를 마주하고 자리한 이 ‘주목할 만한 정원’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산맥이 막아주어 겨울엔 온화하고, 여름엔 습한 미기후를 지닌다. 그 덕분에 이곳은 특별한 식물군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지중해성 식물과 열대, 아열대 식물 1800여 종이 자라며, 그중에는 아라비아 커피나무, 칠레 야자수, 자바 삼나무, 카나리아제도 대추야자, 그리고 야생에서 이미 사라진 ‘천사들의 나팔꽃(독말풀)’도 있다. 발 라메의 식물은 박물관의 종자 목록을 꾸준히 채워 희귀종 보존에 기여하고, 전 세계 여러 기관과 종자를 교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을 진정한 살아 있는 성소로 만드는 것은 다채로운 색과 향기, 그리고 숨 막힐 듯한 풍성함이다.

발 라메는 자연 서식지에서 희귀종을 적응시키고 보존하는 정원으로서, 좀 더 전통적인 식물에도 자리를 내주고 있다. 다육식물과 양치식물 위로 솟은 100년 된 올리브나무가 보인다.

다양한 종려나무와 한 그루의 멋진 남양삼나무가 오솔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나 좀 더 특별한 산책을 즐기게 해준다.

파피루스가 자라는 연못에는 한 그루의 사이프러스가 자리한다. 이 나무의 전설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6월부터 9월까지 거대한 수련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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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쉬에 Bruno S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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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변화하는 아시아 미술의 힘

아시아 미술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들이 도시 중심, 자국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서울과 도쿄가 나란히 글로벌 무대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오는 2026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 곧 키아프, 프리즈 아트 페어가 공동 개최된다. 프리즈 아트 페어의 경우, 지난해 110개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그 수가 늘어났고, 해외 갤러리 참여 비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주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갤러리들의 참여는 다소 낮아지고, 아시아 갤러리의 비중은 약 48%에서 64%로 높아졌다.

아트 바젤 홍콩에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장자로 선정된 신민 작가.

한국 갤러리는 지난해 약 10곳이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2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아시아 갤러리 77개 중 24곳은 일본 갤러리로 서울을 통해 국제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일본 미술시장은 국제적인 국가로 발돋움한 국가의 위상에 비해 보수적이고 내수 중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현대미술 작가는 많지만, 현대미술보다는 도자기 등의 공예품과 동양화 등 전통 미술이 미술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로 남아 있어 현대미술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한국의 미술시장과는 대조적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에도 새로운 현대미술 중심의 글로벌 아트 페어가 시작되었으니 바로 겐다이 아트 페어다. 2024년 약 73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올해는 3회를 맞아 7월에서 9월로, 서울 아트 위크 바로 다음 주로 날짜를 옮겼다. 사디 콜 같은 갤러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였으나 올해는 서울 대신 겐다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도쿄가 일주일 사이로 국제 아트 페어를 개최하며 경쟁하게 된 셈이다. 마치 일주일 차이로 런던에서는 프리즈, 파리에서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아트 바젤 홍콩이 힘을 잃은 후 계속 여러 도시를 떠돌며 미래의 정착지를 모색하는 중이다. 2019년 시작된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 페어는 지난 5월 참여 갤러리가 51개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하며 2026년 한시적 휴회를 예고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시작한 ART021은 2024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고,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겼다. 베이징 당다이 아트 페어는 2018년부터 개최된 행사로 Art021이 시기를 맞춰 위성 아트 페어로 동시에 개최하며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당다이(당대, 현재라는 뜻)’라는 같은 표현을 쓰지만 타이페이의 당다이 아트 페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기관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아시아를 세계 2위의 미술시장으로 만든 중국 컬렉터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행정부 때 통상적인 미술품 무관세 정책 중 중국에서 수입되는 미술 작품에 관해서만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2025년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가를 막론하고, 디자인 오브제와 골동품, 목재나 금속 등의 혼합 소재가 사용된 작품 등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은 갤러리 입장에서나 작품을 사오려는 컬렉터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트 마켓의 흐름은 마치 국제 정치 경제가 그러한 것처럼,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각의 도시에서 그 도시의 갤러리 중심으로 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도리어 새로운 아트 페어들이 스타트업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아트 위크(4월), 도하의 아트 바젤 도하(2026년 2월 최초 개최 예정)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경제적 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잉태되고 있는 예술 창작의 꽃씨는 곧 만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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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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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트위크, 놓치면 후회할 예술 현장 48선 I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I

메종이 추천하는 2025 프리즈 키아프 전시 총정리 II

프리즈와 키아프, 그리고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나잇 프로그램 등 대형 전시부터 실험적 퍼포먼스까지,
서울 전역이 예술로 물드는 9월. 메종 기자와 아트 메신저들이 추천하는 전시와 공간을 소개한다.

 

‘Maman’(2019) 설치 전경.©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호암미술관 8.30.~2026.1.4.
서울 곳곳이 예술적 사건들로 활기를 띠는 가운데, 한없이 내밀하고 영성적인 작가들의 작품 세계로 숨어들 수 있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8월 30일부터 호암미술관에서 개치되는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은 한국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부르주아는 80여 년간 회화, 조각, 직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원초적 트라우마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며 강렬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아버지의 죽음 후 정신분석 치료를 시작한 작가는 40여 년간 방대한 양의 기록을 남겼으며, 이런 기록은 그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전시 제목처럼, 평생 양면성의 긴장감에 몰두한 부르주아의 정신분석학적 텍스트를 배경으로 110점의 작품이 해석의 밀도를 더할 예정이다. 안동선 아트 칼럼니스트

홍진훤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2025.

장영혜중공업 ‘침묵의 쿠데타’, 2025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8.14.~11.2.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분열된 순간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주목한다. 예술은 어떻게 사회 현상에 개입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장영혜중공업이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라는 주제의 영상 설치 작업으로 이를 풀어낸다면, 홍진훤은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건과 재난 너머의 이야기를 전할 사진의 힘을 탐구한다. 정치 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전시명 <중간 지대는 없다>는 직접 민주주의 이념을 반영하는 문장으로서, 다양한 주체와 삶의 의식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정치적 복수체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Choir(Study of Opulence)’, 2025.

<A Chorus>
실린더2 8.30.~10.5.
제니퍼 카발호 Jennifer Carvalho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가 시간을 관통하며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15~16세기 유럽 회화, 중세 자료, 고대 유물 등에서 모티프를 끌어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기도하는 손, 눈물 자국이 흐른 얼굴, 보석 장식이 달린 옷깃, 수놓인 소매 같은 제스처와 세부 요소를 분리한다. 이는 곧 숭배, 권력, 장식이 어떻게 이미지로 구현돼왔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지 고찰한다. 전시 속 최신작은 성화의 프레델라 패널을 연상시키는 구획된 형식을 취하고, 르네상스 회화의 액자 장치를 참조하거나 영화적 크롭 기법을 활용한다. 전시 전반에 걸쳐 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와 부드러운 초점은 작품들을 인용과 창작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시켜, 익숙한 형상이 새롭게 인식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노두용 실린더 갤러리 대표

‘프리즈 하우스 서울’ 렌더링 이미지.

프리즈 하우스 서울
컬렉터의 시선으로 본 프리즈 하우스 서울. 컬렉터로서 올해 아트 위크 때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공간은 ‘프리즈 하우스 서울’이다. 약수동의 1988년 주택을 리노베이션한 4층 공간에서는 서울 특유의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같다. 프리즈는 이미 런던 No.9 Cork Street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했기에, 그곳에서 느낀 발견의 순간을 서울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에 거점이 없던 해외 갤러리들이 선보일 작품과 서울 아티스트들의 만남은 컬렉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9월 오픈 예정. 이소영 미술교육인 겸 작가, 컬렉터

‘상상의 종말 VI’, 2024.© Adrián Villar Rojas, Photo by Jörg Baumann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아트선재센터 9.3.~2026.2.1.
아트선재센터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변한다. 옛 미술관 터에서 처음 개최된 전시 <싹>의 30주년을 기념한 전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전시장과 복도, 계단, 화장실까지 그리고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관에 걸쳐 펼쳐진다.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조각이자 시공간을 유영하는 실험의 무대가 된 셈이다. 전시 기간에는 화이트큐브를 상징하던 흰 가벽이 철거되고, 기존 출입구는 흙더미로 봉쇄됨은 물론, 전시장의 온도 및 습도 제어 장치 또한 의도적으로 중지된다. 이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흙, 불, 식물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 요소를 끌어들여 미술관 내부와 외부, 제도적 공간과 지구 생태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Sen Takahashi, ‘Triangulation-The earth, Myself, Someone #1’, 2022.

Kiaf SEOUL 2025 특별전 코엑스
<Reverse Cabinet>
A, B 홀, 그랜드볼룸 9.3.~9.7.
키아프 서울의 특별전 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을 응원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의 미술 시장에 알리고 소통하는 플랫폼의 역할에 중점을 둔 기획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진열’이라는 미술의 고전적 문법에 주목한다. 올해로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으며 양국의 현대미술 담론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숙 키아프 사무국 홍보이사, 두루아트스페이스 대표

권병준 ‘오묘한 진리의 숲 2’, 2018.

박민하 ‘Forecasting Dark Corners’, 2024.

<PANORAMA>
송은 8.22~10.16
올여름, 청담의 송은에서 열린 그룹전 는 다양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작가 지원과 해외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 형식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주제나 형식에 제한 없이 8개 팀의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권병준,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최고은 등 각기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으로 ‘외부 세계와 나 사이의 간극’을 풀어낸다. 9월 3일에는 ‘청담 나잇’ 특별 야간 개장이 열려 밤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니, 늦은 여름밤 산책 삼아 들러보면 좋겠다.

두 마리 제비’, 1981.

<우관중: 흑과 백 사이>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7.25.~10.19.
전통 수묵화의 감성과 서양 모더니즘의 표현 기법을 융합한 독창적인 화풍을 지닌 우관중은 중국은 물론 세계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전시는 예술을 통해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든 그의 대표작 17점으로 구성되었다. 현대 기술을 접목한 ‘우관중 예술 후원 교차 학문 시리즈: 우관중×장한겸 정’의 작품 또한 전시장을 장식한다. 홍콩 아티스트 장한겸 정이 제작한 몰입형 설치작품 <감성의 연못 – 서울판>은 인공지능을 통해 관람객 각자의 고유한 회화 작품을 실시간 생성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우관중의 작품 세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접점을 제시할 것이다.

‘Flame Thrower(화염방사기)’, 2025.

<POOMSAE>
지갤러리 8.27.~9.27.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 곳곳이 예술로 빛나는 ‘Neighbourhood Nights’가 돌아온다.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 각 지역의 갤러리와 기관이 매일 밤 저마다의 색으로 도심 전역을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지갤러리도 소속 작가 우한나 작가의 첫 개인전 로 ‘청담 나잇’에 합류한다. 우한나 작가가 지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인 만큼, 작가가 그동안 구축해온 신체적 변이와 감정적 균형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9월 3일 청담 나잇에는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고, 1층 갤러리 야외 공간에서는 한국적인 야식 메뉴와 드링크가 준비된다. 정승진 지갤러리 대표

하이너 괴벨스 ‘겐코-안 03062’, MMCA 서울.

MMCA ×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아가몬 대백과: 외부유출본> 전시 전경

<MMCA x LG OLED 시리즈 2025-추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8.1.~2026.2.1.
세계 미술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9월 미술축제 기간에 어디를 갈지 망설여진다면 일단 국립현대미술관을 들러보자. 서울관에서는 한국 대표 현대미술가 김창열의 대규모 회고전과 LG OLED가 협업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4인의 작가가 선보이는 <올해의 작가상 2025> 등 다채로운 전시가 기다린다. 이와 함께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근현대 풍경화 전시 <향수, 고향을 그리다>(덕수궁관), 이건희컬렉션을 포함한 <한국근현대미술 I, II>(과천관)가 한국미술 100년사를 펼쳐 보인다. 하이라이트 기간인 9월 3일과 4일은 서울관에서 교토실험예술축제와 협업하는 <MMCA다원예술 쇼케이스=””>와 <MMCA마켓>, <MMCA나잇>이 열리니 미술문화를 만끽하는 모두의 미술축제 9월이 되길!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

(Pigment Compund>전시 전경.© 양이언

<Pigment Compund>
P21 8.9.~9.20.
<Pigment Compund>는 뷰티 산업과 소비 문화가 신체, 자아, 감정에 어떻게 침투해왔는지 탐구하는 전시다. 총 10인의 작가(최하늘, 실비 플뢰리, 사이먼 후지와라, 산야 이베코비치, 김주영, 안나 멍크, 박성소영, 파멜라 로젠크란츠, 다이앤 세버린 응우옌, 유해나)가 참여했고, 40년에 걸쳐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익숙한 물질들을 통해 화장품이 단지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대와 이데올로기, 욕망의 집약체임을 드러낸다. 메이크업의 표면 아래 도사린 ‘정서적 강도’와 ‘화학적 자기계발’의 은유는 우리가 믿어온 미의 기준을 교란하며, 피부를 새로운 감정의 전장으로 호출한다. 전시는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의 조건들을, 제품이 아닌 그 제품들이 자극하는 감각의 정치를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뷰티는 더 이상 룩이 아니라, 일상화된 의식, 반복되는 수행, 그리고 은밀한 폭력이다. 예술과 뷰티가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는 우리가 아름다움에 기대고 있는 욕망과 그 이면의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예페 우겔비그 큐레이터

사라 제 ‘Sleepers

모나 하툼 ‘Remains to be Seen’.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포도뮤지엄 8.9.~2026.8.8.
1990년 보이저 1호가 찍은 광활한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사진 속 지구처럼 우리 존재는 작고 연약하다’. 포도뮤지엄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싹트는 이해와 연민을 탐색한다. 모나 하툼, 제니 홀저 등 동시대 거장과 국내외 작가 13인이 참여해 연약한 인간 존재를 위한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장 안팎으로 이어진 스토리텔링을 따라 걷다보면, 작품 하나하나가 내 마음과 맞닿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야외 공간도 놓치지 말자. 앞뜰과 뒷뜰의 잔디 마당, 호젓하게 이어지는 산책로, 야외 공연장과 소나무 숲 속 그네, 그리고 로버트 몽고메리, 우고 론디노네, 김홍석의 조각 작품까지 전시를 즐기며 자연 속 산책도 만끽할 수 있다.

헨릭 울달렌 ‘Fall’, 2025.

카롤린 드네르보 ‘There is only the dance’, 2025.

<LOST/FOUND>, <Still Moving>
화이트스톤 갤러리 8.30.~10.19.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헨릭 울달렌의 한국 첫 개인전 는 한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따라가는 깊은 내적 여정을 보여준다. 흐릿한 시선의 인물들은 외로움과 단절, 존재의 불안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부드러운 공감과 몰입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선보이는 스위스 출신 카롤린 드네르보의 개인전 도 선보인다. 회화, 퍼포먼스, 영상이 한데 어우러진 독창적인 작업으로서 리듬과 시, 몸의 감각적 움직임에서 시작한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두 작가가 화이트스톤 갤러리 공간 속에서 펼치는 내면과 몸의 이야기는 천천히 걸으며 음미할수록 마음속 깊이 스며들 것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 ‘No.1’, 1915.© 힐마아프클린트재단

<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8.26.~11.23.
힐마 아프 클린트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의 전환기에 스웨덴에서 활동한 화가다. 그는 신지학적 신념에 따라 심령회에서 만난 고차원적 존재의 계시에 따라 그림을 그렸다. 자연의 형상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믿음을 추상 표현으로 풀어낸 작가의 선구적인 작품은 21세기 현대미술사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은 8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에서 조명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자본주의 근대성의 가속주의적, 합리주의적 논리에 대항하며, 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적 ‘기술’로서 영적 세계와의 교류를 탐구한다. 특히 심령회를 주요 주제로 내세우며, 예술 창작에서 영적 세계와의 만남이 어떻게 언어와 방법을 변화시켜왔는지 조지아나 하우튼, 엠마 쿤츠 등 매개자 역할을 자처해온 예술가들의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이다. 안동선 아트 칼럼니스트

‘지층의 바다 1’ .

<지층의 바다>
리만머핀 서울 8.27.~10.25.
10여 년 만에 서울을 찾은 뉴욕 기반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가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 <지층의 바다>를 연다. 유약을 입힌 세라믹 벽면 설치와 조형적 회화 패널 신작을 통해, 작가는 땅속 깊은 지층과 바닷속 심해를 오가며 풍경을 확장시킨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풍경을 심리적, 정치적, 문화적 공간으로 바라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늘과 땅, 거침과 매혹, 물질성과 비물질성 같은 상반된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장소와 땅, 풍경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번 전시는 마치 한 겹 한 겹 지층을 들여다보듯 깊고 느린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Untitled,’ 2025.© the artist and Perrotin

‘Untitled,’ 2025.© the artist and Perrotin

<IZUMI KATO>
페로탕 서울 8.26.~10.25.
페로탕 서울이 일본 현대미술 작가 이즈미 카토의 개인전을 연다. 2018년 첫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자리다. 이즈미 카토는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인간과 흡사한 독특한 생명체를 그려왔다. 과장된 머리와 눈, 모호한 팔과 다리 끝을 지닌 인물들, 이러한 형상은 외계 생명체나 자연에 깃든 정령을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에게 신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류애적 감수성을 탐구하는 카토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예술의 근원적 힘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Here’, 2024© the artist, Photograph by Stephen White & Co.

‘Retreat: Slump’, 2022© the artist, Photograph by Stephen White & Co.

<불가분적 관계>
타데우스 로팍 9.2.~11.8. / 화이트 큐브, 9.2.~10.18.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화이트 큐브 서울과 함께 안토니 곰리의 첫 서울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두 갤러리 공간에서 공동 개최한다. 미술관급 규모와 심화된 기획으로 곰리의 대표작들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그의 예술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는지 경험할 수 있다. 9월 2일 ‘한남 나잇’에서는 곰리의 작업을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이 밖에도 9월 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톰 삭스의 대규모 개인전 ,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데이비드 살레의 회고전 , 그리고 8월 22일부터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형상 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 전시 속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대형 회화 등, 서울 곳곳에서 다채로운 전시들이 관람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서울 총괄 디렉터

‘NV8944’, 2018.

DVR8084’, 2015.

<메종> ×예화랑이 함께하는 삼청 나잇
청담 나잇, 한남 나잇과 달리, 삼청 나잇은 삼청동의 고즈넉한 골목길 속에서 예술을 한모금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밤이다. 예화랑은 조선의 비밀 정원이었던 창덕궁 후원의 풍경을 품은 갤러리로, 고요한 아름다움이 깃든 공간이다. 이곳에 김우영 작가의 개인전이 더해지면, 비원의 정적과 사막의 황량함이 교차하는 말 그대로 ‘두 세계가 만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9월 4일 열리는 삼청 나잇에는 <메종>과 예화랑이 아트 컬렉터를 위한 오픈 라운지와 미공개 작품 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미술평론가 안현정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가 큐레이션한 최여완 보컬, 더블베이스 이원술, 기타 정수옥의 연주가 곁들여지는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 프리미엄 시럽 ‘모닌’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의 전시 지원으로 하이볼도 제공되니 함께 특별한 시간을 만끽해 보시길. 박명주 메종 마리끌레르 편집장

(Be Like Water) 전시 전경.

<Be Like Water>
파운드리 서울 8.23.~10.4.
파운드리 서울에서 미란다 포레스터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친밀함과 경계가 공존하는 ‘물(Bodies of Water)’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흑인 퀴어 여성이라는 작가의 특별한 시선은 가족과 집, 일상의 내밀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캔버스를 통해 피부 너머를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회화의 표면은 안과 밖, 물질과 신체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여성성, 젠더, 섹슈얼리티의 복잡한 내러티브를 느끼며, 섬세한 시선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전시다.

박선호 ‘조율된 입자’, 2025.

<패치워크!>
더 윌로 8.28.~9.28.
조각난 이미지와 단어들이 만나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될까? 더 윌로에서 열리는 전시 <패치워크!>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빙 이미지와 문학적 텍스트를 엮어, 파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의 신진 작가 사토 토모코와 아오야기 나츠미를 비롯해 박선호, 임지지 등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네 명이 참여한다. 미디어와 퍼포먼스로 구성된 신작 5점과 구작 1점이 선보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언어의 파편을 꿰매어 복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단순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의 시대에 <패치워크!>는 오히려 느리고 다층적인 읽기를 제안한다. 전시장을 거닐다보면, 당신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읽어내는’ 경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동철 ‘Light 91-11’, 1991.

<vvgg: Art for Soul,
Art for Living>
그라운드서울 vvgg 4.24.~9.7
인사동에 자리한 그라운드서울이 새롭게 개관한 vvgg 갤러리는 감각적인 아트 스페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vvgg: Art for Soul, Art for Living> 전시는 한국 공예와 현대미술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층별로 공예, 아트퍼니처,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동시대 미감을 담아내고 있다. 요즘 미술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전시는 오는 9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메시지와 깊이 있는 조형 언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웅철 웅갤러리 관장

페즈 외관.

페즈
전시를 보러 한남동을 방문한다면, 지난해 말 한남동에 문을 연 페즈 Fezh를 추천한다. 태국 방콕의 커뮤니티 몰 ‘더 커먼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복합 공간이다. 재즈바,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져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BLUE CAT’은 파란 고양이 그림 문 안에 위치한 재즈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운영한 재즈카페 Peter Ca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름은 재즈의 상징 컬러이자 재즈와 블루스에서 자주 쓰이는 ‘블루 노트’ 코드에서 따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매주 금, 토요일에는 재즈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건물 야외 공간에서도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얼마 남지 않은 여름 밤, 재즈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리만머핀 서울에서 선보이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스 개인전도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손엠마 리만머핀 파트너

전시 전경.

<NOWON>
디스위켄드룸 7.30.~9.6.
프리즈 서울 기간, 디스위켄드룸은 김한샘 개인전 을 선보인다. 서울의 실제 지역인 노원과 영어 구절 ‘No One Wins’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 타이틀은 어린 시절 추억과 끝없이 반복되는 게임 속 승리 없는 상황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자체 제작한 레트로 게임 트레일러, 디지털 드로잉, 3D 프린트 조각이 어우러진 입체 작업을 통해 디지털 시대 회화의 물질성과 작가만의 독창적 조형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갤러리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함께 성장해온 국내외 아티스트의 리미티드 에디션 판화와 드로잉 작품을 깜짝 공개하는 원데이 팝업 전시를 운영할 예정이다. 9월 2일 한남 나잇에 맞추어 열리는 프라이빗 행사에서는 감각적인 케이터링과 함께 갤러리 전속 작가들의 미공개 작품들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유진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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