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남서부,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 Bwindi Impenetrable National Park.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운틴고릴라의 50% 정도가 서식하는 고릴라의 천국이다. 멸종위기 직전의 이 희귀 동물을 찾아 트레킹에 나섰다. 광활한 원시림과 물줄기가 눈앞에 펼쳐졌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과 새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는 밀림 속에서 한 무리의 고릴라를 발견하는 경이로운 순간.

정글 속의 냇가에서 서로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릴라 가족. 마운틴고릴라는 보통 무리를 지어서 생활한다. ⒸMaisonkorea

깊은 정글 속에 흐르는 시냇물은 마운틴고릴라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Maisonkorea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에는 기묘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Maisonkorea

아프리카에서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보다 울창한 밀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숲속을 걷다 보면 금방이라도 타잔이 튀어나올 것 같다. ⒸMaisonkorea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있는 아기 고릴라. ⒸMaisonkorea

시냇물에 얼굴을 묻고 물을 마시고 있는 마운틴고릴라의 모습이 사람과 닮았다. ⒸMaisonkorea
아프리카에는 <타잔>, <야생의 엘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생명력 넘치는 대초원이 있고, 그 속에 살아가는 동물들이 뿜어내는 생명의 에너지가 있다. 수만 마리의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초원위의 파노라마는 야생의 생기로 넘쳐난다. 석양에 붉게 물드는 초원의 황홀함과 지평선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한 무리의 동물들은 자연의 경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끊임없이 종족번식으로 자연의 영원한 친구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 하늘과 구름, 붉은 태양, 풀 한 포기까지 아프리카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지냈던 것과는 또 다른 세상을 펼쳐낸다. 아프리카에서 여행자들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곳은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다. 동물들의 개체 수에서 세렝게티를 능가하는 국립공원은 없다. 사바나 대초원과 피비린내 나는 약육강식의 처참한 현장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대다수의 동물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개체 수가 많다고 능사는 아니며 그 희귀성으로 가치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운틴고릴라다. 멸종 위기를 넘어 멸종 직전 동물로 분류되는 마운틴고릴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650~700여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간다와 르완다, 콩고 접경 지역에 위치한 비룽가 산맥에 350여 마리, 그리고 그곳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에 32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야말로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곧 멸종에 이를 동물이다.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렸다가 빵과 삶은 계란 등을 팔고 있는 사람들. ⒸMaisonkorea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과 접해 있는 부호마 마을의 길거리 시장. ⒸMaisonkorea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 관람의 전초기지인 부호마 마을. ⒸMaisonkorea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 앞의 평화로운 거리 모습. 길바닥에 널어놓은 빨래가 이채롭다. ⒸMaisonkorea

논농사를 짓고 있는 우간다의 농민.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정도로 땅이 풍요로워 논과 밭농사가 모두 가능하다. ⒸMaisonkorea

우간다의 평화로운 전원 풍경. ⒸMaisonkorea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 고릴라 트레킹
마운틴고릴라는 영화 <킹콩>의 모델이 된 동물로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랜드 고릴라 Lowland Gorilla와는 다르다. 로랜드 고릴라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의 저지대에 20만 마리 정도가 살고 있어서 마운틴고릴라에 비해 그 희소성이 많이 떨어진다. 모습도 달라서 마운틴고릴라는 산악지대의 냉기를 막기 위해 길고 두꺼운 털과 커다란 가슴, 넓은 턱을 갖고 있다. 마운틴고릴라를 찾아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우간다의 수도인 캄팔라를 출발한 버스는 비포장도로와 험준한 산악지를 굽이돌아 하염없이 달린다. 창밖으로 평화로운 들판과 초라한 산간마을, 울퉁불퉁한 산길이 쉼없이 펼쳐졌으며 바나나 숲과 수풀이 우거진 고원지대도 수시로 나타난다. ‘아프리카의 스위스’라는 우간다의 명성이 명불허전임을 알 수 있는 풍경들…,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까지는 약 13시간이 걸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 공원에는 100여종이 넘는 양치류와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며 세상에서 둘도 없는 화려한 볼거리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공원의 아이콘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마운틴고릴라이다. 세계 각국에서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바로 마운틴고릴라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마운틴고릴라는 아프리카 여행자중에서도 1% 남짓한 사람들만 볼 수 있다. 돈과 시간은 물론 체력과 운이 뒤따라야만 볼 수 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진귀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다 떨어진 타이어 하나로도 즐겁게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게 보인다. ⒸMaisonkorea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는 마운틴고릴라. 영화 <킹콩>에서 난폭한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마운틴고릴라는 주로 풀을 먹고 사는 온순한 동물이다. ⒸMaisonkorea
밀림 속에서 마운틴고릴라를 만나다
마운틴고릴라는 한 장소에서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고릴라 무리의 이동에 맞춰 밀림 속을 찾아다니며 야생에서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관찰하기 때문에 고릴라 투어가 아니라 트레킹이라 부른다. 이른 아침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등록한 후, 가이드, 무장 가드와 더불어 트레킹에 나섰다. 고릴라 트레킹에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반드시 소총으로 무장한 카드가 동행한다. 오솔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자 바로 울창한 나무와 덩굴, 숲이 우거진 열대우림이 나타났다. 금방이라도 타잔이 ‘아아아~’ 라고 외치며 나타날 것 같은 생생한 정글이다. 가이드가 정글 칼로 나뭇가지와 넝쿨을 쳐내며 길을 터준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앞서간 일행을 놓칠 정도로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온몸에 긴장감이 몰려온다. 아프리카라 하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매마른 사막이나, 켜켜이 말아 올라간 열대우림의 행렬에 하늘조차 바라볼 수 없는 정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아프리카에서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과 같은 정글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밀림 속을 헤맨 지 1시간이 지날 무렵 가이드의 무전기가 정글의 정적을 깨며 소란스럽게 울린다. 고릴라를 발견했다는 반가운 신호였다. 고릴라와 마주쳐도 7m 이내로는 접근하지 말고,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한가득 전한 후, 숲을 헤쳐 나가던 가이드가 “쉿” 소리와 함께 멈쳐 섰다. 가이드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을 따라 눈을 돌더니 한 무리의 고릴라가 보였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찾던 마운틴고릴라인 루셔구라(Rushegura) 그룹의 고릴라 무리였다. 18마리가 무리 생활을 하는 루셔구라 그룹은 숲 속의 냇가에서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실버백(Silverback) 고릴라는 명상에 잠긴 듯 의연하게 앉아 있었고, 어린 고릴라들은 레슬링을 하듯 뒤엉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때로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되레 주의 깊게 관찰하기도 했다. 두 팔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시고 있는 고릴라에게서는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어미의 품에 안겨 젖을 빨고 있는 아기 고릴라를 보면 엄마 품에서 재롱을 떠는 아기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인간과 고릴라의 유전자가 97% 동일하다고는 하나 사람과 너무나 흡사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마운틴고릴라는 행동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습성마저도 사람과 비슷하다. 그 어떤 유인원보다 결속력이 강하고 집단의 우두머리가 먹을 장소와 이동, 보금자리 등을 결정하는 철저한 위계질서와 가부장공동체 생활을 유지한다. 도시화되면서 바꿔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우리가 유지해왔던 가족 형태와 다를 것이 전혀 없는 모습에서 우리네 따뜻한 옛 정서가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둥글게 꼬여 있는 나무를 바로보고 있는 마운틴고릴라 관광객.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에는 이처럼 특이한 나무들이 많다. ⒸMaisonkorea

우간다의 수도인 캄팔라 전경. 오토바이와 미니버스가 뒤엉켜 있는 캄팔라 시내는 언제나 복잡하다. ⒸMaisonkorea
Travel Information
How to Get There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카타르항공이나 에미레이트항공 등을 이용해서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간 후, 그곳에서 우간다항공이나 케냐항공을 이용해서 우간다의 수도인 캄팔라까지 가야 한다. 캄팔라에서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까지는 580km 정도 떨어져 있으나 도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버스로 13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캄팔라의 뉴 버스 파크(New Bus Park)에서 매일(일요일 제외)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부토고타(Butogota)행 게이트웨이(Gateway) 버스를 타면 저녁 8시경에 부토고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시 픽업택시를 타고 17km 떨어진 부호마(Buhoma)까지 가면 된다.
Travel Permit
개인적으로는 고릴라 트레킹을 할 수 없다. 먼저 캄팔라에 있는 우간다 야생동물 보호국(Uganda Wildlife authority)에서 별도의 트레킹 허가를 받은 후, 투어에 합류해야 한다. 브윈디 국립공원에는 모두 여섯 그룹의 야생 고릴라들이 살고 있는데, 그룹별로 하루에 8명까지만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500달러이다. 허가 비용은 반드시 현금으로만 내야 하며 신용카드는 이용할 수 없다. 미국 달러로 결제할 때는 1997년 이후에 발행된 돈만 이용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트레킹 허가 비용에는 가이드와 무장 가드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교통과 숙박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우간다 야생동물 보호국 웹사이트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Permit Limits
고릴라는 바이러스에 약하기 때문에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트레킹에 참가할 수 없다. 트레킹 허가를 받았다하더라도 고릴라를 1시간밖에 볼 수 없으며, 플래시를 이용한 사진촬영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