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팬트리는 빵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도산공원 인근, 이름만큼 유쾌한 베이커리 띠띠빵빵 Titi PainPain. 이곳에선 매일 아침 수십 겹의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고소한 향을 피워낸다. 이 모든 풍경을 총지휘하는 이는 오너 셰프 막심 로제토 Maxime Rossetto . 프랑스를 시작으로 북유럽, 아프리카, 한국까지 다양한 문화를 체득한 그는 여행에서 얻은 감각을 고스란히 반죽에 녹여내는 베테랑 파티시에다. 파리 라뒤레, 조엘 로부숑 런던, 리츠 파리 등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17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 이제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렌치 베이커리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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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로제토 파티시에가 선보이는 페이스트리는 클래식한 프랑스식 기법을 바탕으로 이국적인 향신료와 독특한 재료, 그리고 섬세한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자두, 복숭아, 살구처럼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때로는 유명 셰프들과 콜라보를 더하기도 한다. 그의 팬트리는 그래서 빵만큼이나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의 팬트리에는 간장과 피쉬소스가 자리를 차지한다. 샘표 진간장과 스퀴드 피쉬소스를 비롯해 프랑스산 뷰포 Beaufor 화이트 와인 비네거와 페르슈롱 프레르 Percheron Frères 셰리 비네거를 사용한다. 터키산 유기농 카다멈은 직접 공급받았다.
팬트리에서 가장 아끼는 향신료는 카다멈 Cardamom. 북유럽에서는 커피에 곁들여 마시는 향신료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재료다. 하지만 로제토는 이 카다멈을 버터, 설탕, 커피와 함께 조합해 독창적인 풍미를 만들어 낸다. “예전엔 프랑스에서는 제빵에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펜하겐에서 베이커리를 경험한 후 생각이 바뀌었죠. 지금 저희 매장에는 카다멈이 없는 날이 없습니다.” 사용 전에 반드시 직접 빻는다. “갈아 두면 향이 쉽게 날아가요. 마시기 직전에 원두를 가는 커피처럼 사용 직전에 빻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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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애착 재료는 단연 버터다. 좋은 페이스트리는 결국 좋은 버터에서 완성된다는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 그는 프랑스 샤랑트 푸아투 지역의 ‘레스큐어 Lescure’ 버터를 고집한다. “얇게 펴지되 부서지지 않아야 하죠. 기술적인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풍미는 깊고 향은 크리미한 우유맛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 버터는 그의 비밀 레시피 중 하나인 브라운 버터로도 재탄생한다. 거의 태울 듯 끓여낸 버터는 캐러멜과 토피 Toffee 사이 어딘가의 향을 품고 반죽과 다시 섞인다. 그 결과 페이스트리에는 겉뿐 아니라 속까지 고소함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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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또 다른 무기는 이탈리아식 천연 발효종 ‘사포레 리골레토 사워도우’. 파네토네와 콜롬바 같은 전통 발효빵에 쓰이는 이 스타터는 산미가 거의 없어 섬세한 도우에도 무리 없이 녹아든다. 인공 이스트 대신 천연 효모와 유산균만으로 발효시켜 빵의 풍미와 식감을 깊이 있게 만든다.
팬트리 한편엔 간장과 피쉬소스가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의 피쉬소스는 시즈닝에 깊이를 더해주고 한국의 간장은 달거나 짠맛을 넘어 감칠맛과 함께 독특한 풍미를 더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건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바닐라 플랑을 만들 때 이만한 재료가 없어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정말 매혹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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