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er & Shape 2025

Matter & Shape 2025

Matter & Shape 2025

건축, 디자인, 패션이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살롱 매터앤쉐이프.
확장된 공간과 다층적인 감각적 경험을 통해, 이번 에디션은 디자인의 미래를 탐색하는 장으로 변신했다.

© Celia Spenard-Ko

파리 튈르리 정원에 두 문을 활짝연 디자인 살롱, 매터앤쉐이프. 거울로 뒤덮인 전시장이 파리의 노을빛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 Celia Spenard-Ko

지난해 첫 번째 에디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매터앤쉐이프는 3월 7일부터 10일까지 두 번째 에디션으로 다시 한 번 파리 튈르리 정원에 돌아왔다. 올해 행사는 공간의 확장과 더불어 디자인과 패션, 건축이 융합하는 현대적 살롱의 개념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특히 1925년 국제 현대 장식 및 산업 예술 박람회 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 et Industriels Modernes의 100주년을 기념하며, 디자인의 역사적 흐름과 현대적 해석을 한데 모았다. 거울로 둘러싸인 두 개의 파빌리온이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며,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기능했다. 50여 개 브랜드 및 디자이너가  참여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디자인적 접근을 선보였으며, 미식과 리테일 경험까지 아우르며 감각적인 디자인 체험을 극대화했다. 공간 디자인과 주요 전시, 감각적 경험의 요소를 중심으로 매터앤쉐이프 2025가 던지는 메시지를 살펴봤다.

프랑스 기반의 레이블 언타이틀드 19의 부스. 키치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접시 인스톨레이션이 인상적이다. © Tom Dagnas

매터앤쉐이프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전시장 입구 디스플레이. © Celia Spenard-Ko

매터앤쉐이프의 공동 디렉터 단 트왈리와 메튜 피넷. © Mickaël Llorca

로브 마이어와 고하르 월드가 협업해 연출한 크리스털 유리 컬렉션 부스. © Tom Dagnas

자연과 건축이 만나는 파빌리온
올해 매터앤쉐이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각적 특징은 LA 기반의 페론-뢰팅거 Perron-Roettinger 스튜디오를 이끄는 캐나다 출신 건축가 윌로 페론 Willo Perron이 설계한 미러 파빌리온이었다. 튈르리 이스트 Tuileries East와 콩코르드 웨스트 Concorde West의 두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은 거울로 둘러싸여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하며, 건축과 자연이 융합하는 듯한 공간을 만들었다. 내부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개방적인 전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이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간 연출은 1925년 박람회의 파빌리온 드 에스프리누보 Pavillon de l’ Esprit Nouveau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당시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박람회를 위해 특별히 설계한 급진적 모듈형 생활 공간이다. 윌로 페론은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공간 개념을 이번 매터앤쉐이프의 전시장에서 구현해냈다.

윌로 페론과 노 가 스튜디오가 연출한 부스. © Tom Dagnas

제레미 맥스웰 윈트레버트의 화려한 샹들리에 작품. © Tom Dagnas

미래적인 공간을 연출한 바이레도 부스. © Tom Dagnas

리빙 룸의 모습을 캐주얼하게 풀어낸 프라마 부스. © Tom Dagnas

글로벌 브랜드와 독립 크레이에터가 공존하는 장
매터앤쉐이프 2025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의적인 작품들이 돋보였다. 오스트리아 빈 공방의 전통 유리공예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브마이어 Lobmeyr × 고하르 월드 Gohar World의 크리스털 유리 컬렉션은 역사와 현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예시였다. 또한 제레미 맥스웰 윈트레버트 Jeremy Maxwell Wintrebert는 2m 높이의 블로운 글라스 샹들리에를 통해 귀족적 장식을 현대적 조형물로 변환하며, 전통적인 기술과 실험적 접근의 조화를 보여주었다. 재료 실험 또한 중요한 화두였다. 윌로 페론과 노 가 NO GA의 협업으로 탄생한 모듈형 테이블과 거울은 조각적 디자인을 실용성과 접목시키며, 공간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조화를 제시했다. 한편, 나탈리아 크리아도 Natalia Criado는 콜롬비아 전통 금속공예와 기하학적 디자인이 결합된 테이블웨어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바이레도, 포르마판타스마 × 플로스, 프라마 등 국제적인 브랜드들이 참여한 가운데, 젊고 실험적인 크리에이터들도 동등한 무대에서 주목 받을 기회를 가졌다. 특히, 콜렉터블 파빌리온 Collectible Pavilion과 더 글라스 룸 The Glass Room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실험적 접근을 강조하며, 기존 디자인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시도들을 조명했다. 이는 매터앤쉐이프가 단순히 비즈니스 중심의 박람회가 아닌, 창작자와 브랜드 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공간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파격적 팝업 레스토랑을 연출한 위 아 오나. 올해는 셰프 이모젠 콱과 함께 감각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 WeAreOna

패션 브랜드 사카이와 셰프 리차드 에케버스가 협업해 만든 베이커리. © Celia Spenard-Ko

각종 서적을 만나볼 수 있었던 매터앤쉐이프 숍. © Celia Spenard-Ko

자라 홈과 협업한 드리밍 만 카페. © Celia Spenard-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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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무대가 된 갤러리

역사가 무대가 된 갤러리

역사가 무대가 된 갤러리

다채로운 석재와 앤티크 가구가 완성하는 극적인 공간.

이브 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파리 아파트에서 영감을 받은 중앙 공간. 일라나 구어 Ilana Goor의 빈티지 체어와 피셔의 스툴, 화분 오브제가 놓여 있다. © Stephen Kent Johnson

강을 따라 이어지는 유서 깊은 항구 지역 시포트 Seaport에 오브제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매튜 피셔 Matthew Fisher가 그의 첫 번째 갤러리 ‘엠 피셔 M. Fisher’를 열었다. 자신의 작업을 한데 모아 전시할 공간을 직접 구상하며, 어린 시절 발레 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화이트 큐브 대신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부드러운 원목의 앤티크 가구와 맞춤 제작된 조명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크게 세 개의 방으로 나뉘지만, 마치 연극 한 편의 막이 오르내리듯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시야가 탁 트인 첫 번째 공간이 펼쳐진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원목 캐비닛이 벽을 따라 자리하고,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 위로 다양한 고급 석제 촛대, 화분, 그릇, 조명 등의 오브제가 전시된다. 그 너머 중앙의 원형 홀은 이브 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함께 거주했던 파리 아파트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이다. 아늑한 조명이 드리운 둥근 테이블 위에는 원재료의 결을 살려 다듬어진 대리석 볼들이 놓여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무대의 막이 내려진 듯 메탈릭한 실 커튼을 드리우고, 붉은 벨벳 소파와 천연 석재로 만든 스툴이 어우러져 극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창문 너머로는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은 안뜰이 모습을 드러낸다.

팔레 가르니에의 화려한 무대 커튼에서 영감을 받은 안쪽 공간. 붉은 벨벳 소파와 석재 스툴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Stephen Kent Johnson

피셔의 대리석 콘솔 위에 배치된 아이비스 화이트 오닉스 조명과 유리, 석재 오브제. © Stephen Kent Johnson

브라질산 스톤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록수가 녹음을 더하는 안뜰. © Stephen Kent Johnson

고대 건축과 19~20세기 유럽 장식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피셔는 석재의 견고함에 유려한 움직임을 더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우연성과 시간성을 존중한다. 클래식한 비앙코 카라라, 선명한 결이 돋보이는 파오나조 대리석, 깊은 푸른빛을 띠는 빅토리아 블루 화강암, 은은한 초록빛이 감도는 링 베르,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문스톤 오닉스까지. 전 세계 채석장에서 엄선된 희귀한 돌들은 그의 손을 거쳐 균열이 스며든 표면과 손때 묻은 질감을 간직한 채 조명, 트레이, 화분, 스툴,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 무대 위 소품처럼 공간 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ADD 106 South St, New York, NY 10038 WEB www.mfisher.com (온라인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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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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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지 않는 미술관

불타지 않는 미술관

불타지 않는 미술관

대화재에도 흔들리지 않은 LA 게티 미술관. 철저한 방화 시스템과 혁신적 설계로 예술품을 보호하며, 문화 유산을 지키는
모범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예술을 보존하고 나누는 게티의 역할이 더욱 빛난다.

게티 미술관 전경.

로버트 어윈이 디자인한 게티 미술관의 센트럴 가든.

전 세계인 모두를 안타깝게 한 지난 LA 지역 산불 모습.

지난 1월 초, 미국 LA 지역에 일어난 거대한 산불은 세계인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건물 1만2000여 채가 파괴되었고,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해야 했다. 사망자가 24명이나 발생하는 등 약 한 달 동안 지속된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불길이 번져가면서 사람들이 걱정한 또 하나의 요충지는 바로 LA 게티 미술관이다. 부지 면적 약 46만8377㎡(14만 평)에 6개 건물과 가든으로 이루어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미술관이자 가장 큰 미술도서관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약 13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반 고흐의 아이리스, 렘브란트의 자화상 등이 있으며, 로마 및 에트루리아의 유물에서부터 현대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다행히 화재는 게티 미술관 인접 2km 부근에서 멈췄다고 한다. 그러나 화재에 대비해 소장품을 옮길 필요는 없었다. 1974년 리처드 마이어 설계로 미술관을 계획할 때부터 철저히 방화 시스템을 갖춰 지어졌고, 관리도 철저했기 때문이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13년이 걸려 1997년 개관한 미술관은 철저한 방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의 첫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하얀 베이지 톤의 돌 건물이 바로 내화성 석회암 재료인 트래버틴이며, 지붕은 잘게 자른 돌로 덮어 불씨가 붙지 못한다. 주변 조경도 내화성이 뛰어난 관목으로 조성했다. 빨리 타지 않는 참나무, 물을 많이 함유하는 아카시아 등을 선택하고, 상시 잡초를 제거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지하에는 약 380만L의 물이 저장된 물탱크가 있고, 파이프에는 스프링쿨러가 연결되어 있다. 단, 미술 작품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건물 내부의 스프링쿨러는 최후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각 전시실은 독립형 구조로서, 건물 안에 또 다른 작은 박스가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 시 자동 방화문이 닫혀 불길 번짐을 막아주고 연기를 차단하는 특수 공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번 화재는 게티 미술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였다. 게티 미술관은 지진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언론이 게티 미술관의 철저한 화재 대비 시스템을 분석하며, 문화 기관의 모범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미술품 창고에서 화재가 일어나 큰 손실을 보았다는 뉴스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영국 런던의 모마트 미술품 창고의 화재로 유명 컬렉터 찰스 사치의 소장품이 불타버린 사건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고, 지난 2월 초에는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공사 중 화재로 인해 일부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LA  재로 예술가 또는 컬렉터의 집이나 창고에 있는 작품들도 상당수 손실되었을 것이다.

적극적인 구호 활동을 펼친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게티 미술관에서는 ‘LA 아트 커뮤니티 화재 구호 기금’을 긴급 발족시켜, 예술가와 예술 종사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주요 미술관과 재단이 기금 모음에 협력할 뿐 아니라, 게티 미술관 홈페이지 메인에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서 누구나 전자 결제를 통해 소액 지원금을 즉시 건넬 수 있게 한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피해를 입은 예술가와 예술 종사자는 즉시 긴급 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다. 프리즈 아트 페어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문을 열어 구호 활동과 적극 연대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화재로 인해 아트 페어에 참여하지 못한 갤러리를 위해 부스 한쪽에 작품 전시 공간을 내주거나, LA 거주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적극 소개하고 판매 수익금을 기증하는 등이다. 뜻밖의 화재였지만, 이로 인해 LA 아트 커뮤니티의 결속력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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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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