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국, 김치말이국수, 자루소바 그리고 빙수까지.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침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여름 별미를 15분 만에 후다닥 만들어 먹는 노하우. ‘얼려라 그러면 더위를 잊을 것이다.
더위가 엄습해 입맛이 없어지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바로 ‘냉면’이다. 톡 쏘는 겨자와 식초가 어우러진 시원한 국물은 생각만 해도, 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냉면 맛집의 트레이드마크는 빙수처럼 면을 소복이 덮고 있는 살엄음 육수! 가정에서도 육수를 얼려놓으면 무더위에 땀범벅이 되어 집에 들어 온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시원한 냉국이나 김치말이국수를 후다닥 만들어줄 수 있다. 더군다나 여름에는 뜨거운 가스레인지 앞에서 조리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니 한꺼번에 육수를 만들어놓으면 앞에 서야 하는 횟수가 준다. 먼저 한여름 식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냉국을 정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부터 마스터해보자.
냉국은 집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맛내기가 은근히 어려운 메뉴. 하지만 필요한 재료도 많지 않고 조리 단계도 간단해서 자주 찾게 되는데 맹물로 국물을 만들면 뭔가 허전하다. 이럴 때 미리 다시마 국물을 만들어 얼려놓으면 좋다. 우선 냄비에 10x10cm의 다시마 1장과 생수 3컵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중간 불에서 거품을 걷어내며 5분 정도 끓인 후 식힌다. 아이스큐브에 이 다시마 국물을 얼려 보관한다. 냉국을 만들 때 이 다시마 국물 얼음을 꺼내 블렌더에 넣고 휘리릭 간다. 그런 다음 식초 4큰술에 설탕 2큰술을 넣고 잘 섞어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소금 1 1/2큰술을 넣어 간한 것을 다시마 국물과 섞으면 끝! 이렇게 하면 냉국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거나 시원하게 먹기 위해 얼음을 넣어도 냉국이 싱거워질 염려가 없다. 여기에 불린 미역과 오이를 곁들이면 오이 미역 냉국, 우무를 가늘게 썰어 넣으면 우무 냉국, 남은 콩나물 무침을 넣으면 콩나물 냉국을 만들 수 있다.
김치말이국수와 묵밥은 멸치 육수로 만든다.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길고 납작하며 등 쪽이 파랗다 하여 ‘디포리’로 불리는 밴댕이가 있다면 더 좋다. 우선 멸치나 디포리를 마른 팬을 뜨겁게 달구어 태우듯이 볶다가 생수 8컵을 붓고 10x10cm의 다시마 2장을 넣어 은근하게 우린다. 끓기 직전에 다시마는 건지고 약한 불에서 30분~1시간 정도 끓인 뒤 면포에 거른다. 이 국물 역시 식힌 후 아이스큐브에 담아 얼린다. 양념을 대충 턴 김치를 잘게 썰어 간장,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얼린 멸치 육수를 꺼내 블랜더에 갈아 삶은 국수나 채 썬 묵과 곁들이면 여름밤 별미 완성. 겨울에 담근 동치미 국물도 따로 얼려두었다가 김치말이 국수에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냉면과 함께 여름 별미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자루소바도 집에서 만들 수 있다. 토톰하고 흰 분이 많은 다시마를 구해 젖은 행주로 겉면을 살짝 닦은 후 냄비에 넣고 생수 8컵을 부어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기 직전에 다시마를 건져내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찬물을 조금 넣어 온도를 내린 뒤 가츠오부시 한 줌을 분량대로 넣고 다시 한 번 끓이지 말고 잠깐 끓여 불을 끈 뒤 물을 식히면서 우려내야 시원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간장 4큰술, 설탕 1큰술, 맛술 3큰술을 넣고 다시 끓기 시작하면 국물을 식혀 같은 방법으로 얼린다. 자루소바가 먹고 싶을 때 얼음 육수를 갈고 삶은 메밀면, 강판에 간 무, 송송 썬 실파, 가늘게 썬 김, 고추냉이만 준비하면 식당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다.
빙수도 1만원을 호가하는 카페 빙수 못지않게 만들 수 있다. 맹물 대신 과일이나 우유, 커피 등을 얼려두었다가 갈기만 하면 끝. 옛날빙수나 팥빙수는 다양한 토핑이 있어야 제맛이 나는데 먹고 남은 과일이나 우유를 얼려놓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여름 디저트가 완성된다. 대신 모든 재료의 어느 점이 다르기 때문에 설탕, 소금, 등 다른 물질이 들어간 액체는 얼리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한 와인과 같은 알코올 등은 한 번 끓여 알코올을 날린 후 얼려야 단단하게 얼릴 수 있다. 토마토는 열십자로 칼집을 낸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수박은 포크로 씨를 제거해 블렌더에 곱게 갈아 아이스큐브에 담아 얼린다. 우유는 흰우유뿐 아니라 딸기우유,초코우유, 녹차우유를 아이스큐브나 밀폐용기에 넣어 얼린 후 먹을 때 연유나 단팥, 시리얼 등을 곁들인다. 커피믹스는 뜨거운 물 3컵에 2봉지를 넣고 잘 녹인 후 얼린다. 그냥 갈아 먹어도 맛있지만 초콜릿을 잘게 부숴 토핑하면 좋다. 레드와인은 냄비에 넣고 끓어오르면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인 후 식혀 얼리는데 와인, 설탕, 물엿을 끓인 와인 시럽을 곁들인 후 껍질을 깐 포도를 토핑하면 맛도 멋도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