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만족을 위한 예쁜 인테리어가 아닌 육아에 도움이 되는 공간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온전히 아이만을 위한 방을 만들어주기 위해 육아 전문가, 디자이너, 건축가가 조언을 건넸다.
Q 소심하고 내성적이거나 호기롭고 잘 싸우는 등 아이의 성격을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과 부모가 생각지 못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잠재력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환경에서 가장 잘 발휘되므로 부모는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내성적인 아이는 혼자 책 읽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책상을 배치해 스스로 책을 선택하도록 도와준다. 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훈련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숙명여대 아동심리치료 박사,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
Q 아이에게 좋은 공간은 어떤 곳인가?
누구나 어렸을 때 책상 밑이나 벽장 또는 다락방에서 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혼자만의 비밀 장소에서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따라서 아이에게 좋은 공간이라고 하면 그 크기나 모양이 한눈에 짐작되지 않고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닥이나 천장의 높낮이가 다르고 창문도 여러 크기가 있어 각각의 창에서 보는 풍경이 다양하면 아이에게는 더없이 흥미롭고 편안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이삼유치원 설계, 디자인23건축사사무소 김재영 소장
↑ 이삼유치원 내부.
Q 책상에 컴퓨터를 함께 놓으니 아이가 자꾸 게임을 하려고 한다.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연령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아이에게 컴퓨터가 있는 책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상에 컴퓨터를 놓게 되면 시각적 사고력만 발달하는 ‘스크린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스크린 증후군이 생기면 보는 것에는 익숙해지지만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아의 책상에 컴퓨터를 함께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만 5세의 경우 아이들의 집중력은 20분 정도다. 집중한 후에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거나 보상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공부방을 아무리 좋게 꾸며주어도 부모가 관심을 갖고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을 해야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화성에서 온 엄마 금성에서 온 아이> 저자, 자녀 교육 전문가 이미화
Q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아직 어려서 같이 방을 쓰고 있다. 언제부터 따로 지내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남매의 나이 차이가 몇 살이냐에 따라서 다르다. 예를 들어 오빠가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여동생이 저학년이라면 따로 지내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반대로 누나가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남동생이 저학년이라면 남매의 의견을 들어본 후 결정하도록 한다. 이 기준이 꼭 맞다고 할 수 없지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의 정체성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3년 미만의 터울인 아이들이 한 방에서 지내게 되면 서로 의견 차이가 발생해 자주 싸운다. 또 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남매가 한 방을 사용하는 것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남매와 의견을 조율해 따로 방을 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성에서 온 엄마 금성에서 온 아이> 저자, 자녀 교육 전문가 이미화
Q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벽에 낙서를 하지 말라고 마냥 금지할 수만은 없다. 대안이 있을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벽에 낙서를 하는 것이 옳다고 가르칠 수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낙서를 금지하는 것이 맞다. 대안책이 있다면 한쪽 공간에 전지 크기의 큰 종이를 붙여 이곳에서만 낙서를 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도 갖게 되고 아이가 원하는 낙서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이나 낙서장을 곳곳에 두어 아이가 어디서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면 더욱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화성에서 온 엄마 금성에서 온 아이> 저자, 자녀 교육 전문가 이미화
↑ 아이들이 마음껏 색칠하기 좋은 일러스트는 챕터원에서 판매.
Q 아이 방에 벽지나 바닥재를 시공할 때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벽지 시공 시 포르말린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은 천연 도배풀을 사용하면 아토피나 곰팡이 발생을 예방하기 때문에 민감한 아이의 피부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바닥재는 마루의 경우 전면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반면 장판의 경우 시공 면적의 테두리 부분에만 접착제를 사용하므로 접착제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적다. 단 어떤 접착제를 사용하는지가 관건인데 제품은 친환경 장판을 선택하고 상업용 접착제를 잘못 사용하면 냄새나 유해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친환경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 홍다영
왼쪽 LG하우시스 소리잠 바닥재를 시공한 아이 방
오른쪽 LG하우시스 지아벽지를 시공한 방
Q 아이 방에 취침용 조명이 필요할까?
이제 막 혼자 방을 쓰기 시작한 5~8세의 미취학 아동은 혼자 잠드는 것을 지나치게 무서워하거나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그려진 조명을 곁에 두고 숙면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은은하게 조도를 유지하면 취침 시 스트레스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난히 잠을 설치거나 생활 패턴이 불규칙한 아이라면 잠잘 시간에 적절한 조도 조절을 통해 최상의 수면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한다. 최소한 취침 1시간 전에는 기본 조명을 모두 소등하고 간접조명만 켜서 아이에게 잠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필립스 조명사업부 마케팅팀 박소영
Q 아이 방에 적당한 조도는?
평소에는 150룩스(lux) 이하로 방 전체를 밝혀주는 조명을 사용하되 침대 옆이나 방 모서리 등에 150에서 300룩스 정도의 간접조명을 설치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자는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아 깊이 잠들기 어렵고 성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되어 성 조숙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책상에는 색 온도 6500캘빈(K)의 주광색 조명을 선택하며 밝기는 1000룩스 정도가 적당하다. 또 백열전구보다는 눈부심과 빛의 깜박임 현상이 없고 광량이 고른 LED 램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필립스 조명사업부 마케팅팀 박소영
↑ 필립스 조명의 키즈플레이스 제품.
Q 아이 가구를 고를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안정성과 내구성을 따져봐야 하며 아이의 성장에 맞는 가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앉는 자세와 몸의 균형, 움직임 등 신체 발달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해야 하며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제품이 좋은 어린이 가구라고 볼 수 있다. 성장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은 구조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틀 안에서 어느 정도 약간만 조절이 가능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유아 가구 브랜드 티톳 디렉터, 산업디자이너 최중호
↑ 티톳의 의자와 테이블.
Q 아이 방을 꾸며줄 때 유용한 아이템을 추천한다면?
자석 칠판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력을 자극하기 좋은 제품이다. 한 벽을 채울 수 있는 크기면 더욱 좋겠지만 작은 크기의 칠판이라도 상관 없다. 또 4인 이상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은 아이가 친구, 선생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유대감을 쌓기에 좋다. 한번 구입해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많은 용품을 세련되게 수납할 수 있는 비트라의 유텐실로를 추천한다. 다양한 컬러의 바스켓은 종류별로 장난감을 분류할 때 유용하며 아이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울 수 있어 좋다. 짐블랑 김은희 대표
↑ 다양한 물건을 수납하기 좋은 유텐실로는 비트라 제품
Q 예민한 사춘기 아이를 위한 방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춘기 시기는 성인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시작점으로 신체적 변화에 따른 정신적 변화 또한 나타나게 된다. 이때는 아이의 돌발 행동도 아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입장에서 보고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관심을 표현하며 대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춘기 시기의 아이에게 어느 정도 책임감을 부여하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고 그 공간에 대한 책임을 일러주면서 아이가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숙명여대 아동심리치료 박사, 한국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
↑ 수납 바구니는 챕터원
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어시스턴트 이현재 | 포토그래퍼 조용기
출처 〈MAISON〉 2014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