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켜는 스위치

마음을 켜는 스위치

마음을 켜는 스위치

한국을 방문한 스페인의 스위치 전문 브랜드 폰티니(Fontini)사의 마케팅 디렉터 요셉 라미레즈(josep Ramirez)에게 던진 몇 가지 질문.

스위치 전문 브랜드 폰티니(Fontini)에 대해 설명해달라.
1950년에 창립해 올해로 64년째를 맞이하며, 3대 CEO 로저 폰트(Roger Font)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스위치를 개발, 생산하는 기업으로 프로젝트별로 맞춤 스위치를 생산해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러시아, 동구권 등 세계 60여 국에 진출해 있다.

60여 년을 이어온 브랜드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폰티니사의 슬로건은 ‘Turn on Emotion’이다. 사람들의 감정을 일깨운다는 의미로 그만큼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스위치와 미니멀한 디자인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전통은 고수하되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오랜 세월 브랜드를 이끌어온 원동력인 것 같다.

폰티니사에서는 어떤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가?
‘폰티니(Fontini)’와 ‘폰트 바로셀로나(Font Barcelona)’, 이렇게 두 라인으로 나뉜다. 폰티니에서는 ‘가비(Garby) 컬렉션’과 ‘1950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낡은 듯 하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폰트 바로셀로나는 5.1컬렉션이 대표적인 라인으로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유럽에서의 인기에 반해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그간 간헐적으로 한국의 인테리어 회사나 소비자들에게 직접 주문이 들어와 판매한 적이 있다. 우리의 디자인을 찾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이들이 많아 놀라기도 했다. 이번 방한은 한국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디자인을 조사하고 배급처를 찾기 위해서다. 한국의 건축 설계사무소와 인테리어 회사, 전기와 조명을 판매하는 회사를 몇 군데 방문했는데 디자인을 보는 감각이나 세부적인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독일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은 준비되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폰트 바로셀로나 라인의 모던한 스위치.
아래 클래식한 디자인의 1950 컬렉션.

아날로그 스타일의 포슬린 스위치가 특히 인기 있다고 들었다.
포슬린 스위치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인기 있지만 특히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 시간이 느껴지는 디자인 때문에 오래된 성이나 호텔, 낡은 농가 주택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슬로베니아의 벤더 어번 호텔과 프랑스의 레지나 호텔, 불가리아의 슬라카니카 호텔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13년 레드닷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고 들었다. 어떤 제품인가?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5.1컬렉션’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유명 디자이너 오리올 기메라(Oriol Guimera)와 협업한 디자인이다. 일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가?
회사에 디자인 팀이 있다. 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전도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를 영입해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에는 과거의 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품의 단가 때문에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폰티니사의 경우는 어떤가?
바로셀로나에서 40km쯤 떨어진 산타페르페투아 데 모고다에 위치한 공장에서 디자인과 품질 관리를 거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를 비롯해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이제 아시아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하는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건축+자재(Architecture+Construction Material) 박람회’와 4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월 벡스(Wall Bex) 전시회’에 참여한다.

↑ 폰티니사의 인기 아이템인 가비 컬렉션의 포슬린 스위치.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고대은 | 촬영협조 스페인 무역 진흥청 · 메이드 오브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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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빛, 옻칠

천년의 빛, 옻칠

천년의 빛, 옻칠

<메종>은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매달 연재합니다. 그 여덟 번째 보따리. 옻칠 장인 김용겸 칠기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액자, 접시, 보석함, 클러치백까지 다채로운 작업을 한다.

김용겸 장인이 운명 같은 칠기를 만난 건 1980년, 그가 열여섯 되던 해다. 모래네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아주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칠기는 지난 30여 년간 그와 함께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칠기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결하게 한마디로 정리하는 김용겸 장인. 그저 소리 없는 울림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위해 노력해온 그는 10년 전 리움문화재단과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그들과 작업을 해왔다. 디자인 능력이나 영업력이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전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명감과 후배들에게 빨리 전수해 칠기에 대한 더 큰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책임감도 크다.

그의 작업 영역은 장롱이나 문갑, 궤, 탁자, 보석함뿐만이 아니라 접시, 쟁반, 숟가락, 포크, 연필, 액자를 비롯해 패션 아이템인 클러치백까지 다채롭다. 자개 클러치백으로 그는 패션계에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처음 방문하겠다는 전화 통화에서 “참으로 누추한데 괜찮으세요?”라고 반문하며 보탰던 말 중 “칠기 작품을 명품화시켜서 다음 세대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던 말씀이 마음속에 파고든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다. 디자인에 항상 아쉬움이 있다 말씀하시지만 그 뒤엔 자신감과 강인함이 묻어난다. 중국으로 진출할 기회도 있었지만 우리 전통은 우리나라에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없는 솜씨로 작품을 보여준다. 김용겸 장인이 13년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작업한 용이 승천하는 문양의 큰상을 보았을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 용이 살아 움직여 뛰쳐나올 법한 모습에 장인의 내공이 숨어 있음이 느껴졌다.

↑ 김용겸 칠기장의 모습

옻칠은 옻나무의 천연 수지를 정제하여 만든 착색(유성) 도료의 일종으로 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미얀마, 베트남에서 사용하는 특유한 도료이다. 칠공예의 장식 기법의 하나인 나전은 얇게 간 조개, 소라, 전복의 껍데기 안쪽을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어 기물의 표면에 감입시켜 꾸미는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나전의 ‘나’ 자는 한문으로 소라 라(螺) 자를 써 조개껍데기를 의미하며 ‘전’의 비녀 전(鈿)은 장식을 의미한다. 나전이라는 말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한자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라는 고유어를 써왔다. 따라서 만드는 일은 ‘자개박이’ 또는 ‘자개 박는다’라고 일컫는다. 옻칠한 농짝이나 나무 그릇에 진줏빛이 나는 자개 조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박아 붙여서 장식한 공예품, 자개 그릇, 옷장, 궤, 밥상, 탁자가 있으며 특히 경상남도 통영에서 나는 것이 유명하다. 옻칠한 목기는 나무 침투력이 강해 벗겨지지 않고 새까맣지만 시간이 흐르면 은은하게 변하면서 윤기가 나고 살균, 살충, 방수 효과가 있어 좀처럼 좀을 먹지 않는다. 항암 효과 또한 뛰어나며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밥을 담아놓으면 밥이 쉽게 상하지 않아 옻칠한 목기는 천년을 간다는 말을 증명한다. 이렇듯 그 쓰임과 기능이 오래가니 기본 15단계의 옻칠 과정은 이미 명품이다.

그리운 전통을 되새김질해주는 칠기 공예품들은 추억의 안방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느 집에나 있던 안방의 자개 장롱은 크기나 문양에 따라 부의 척도였다. 어릴 적의 사진 속엔 항상 칠기 공예품들이 숨어 있었고 집의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레 스며드는 소품들이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가치를 몰랐다가 어른이 되어서 보석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칠기는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늘 익숙하다. 근대화상회에서 판매도 할거라 했더니 “거 얼마에 판다고 저한텐 조금만 줘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충청도 논산 아저씨의 소박한 모습과 구수한 말투에 칠기 쟁반처럼 심장이 둥그레진다.

왼쪽 정밀한 작업인 만큼 집중력을 요한다.
오른쪽 보석의 빛보다 아름다운 자개함.

*김용겸 장인의 옻칠 제품은 근대화상회(02-3676-2231)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 | 에디터 박명주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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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의 즐거움

50년간의 즐거움

50년간의 즐거움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이탈리아의 개성 있는 브랜드 셀레티. 이탈리아의 여유로움과 위트가 담긴 디자인에는 발전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배어 있다.

왼쪽 꽃잎이 벌어진 듯한 디자인의 실리콘 소재 조명 ‘카펠로(Cappello)’.
오른쪽 짚과 지푸라기로 만든 꽃 모양의 테이블 매트 ‘플로리그라피 (Florigraphie)’

2013년 국제가구박람회를 위해 밀라노를 찾았을 때 숍 로산나 오를란디를 방문했다. 오를란디의 안목으로 고른 컬렉션 중에서도 셀레티(Seletti) 부스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토일릿 페이퍼(Toilet Paper)’란 이름도 재미있었지만 접시에 그려진 손, 머그에 그려진 인체의 장기 등 자칫 괴기스러울 수 있는 패턴을 셀레티만의 유쾌함으로 풀어낸 위트 있는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셀레티의 제품이 매력적인 것은 디자인이나 컨셉트도 독특하지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셀레티는 1964년 로마노&마리아 셀레티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다. 로마노는 파트너와 함께 중국을 여행하면서 국제적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에 눈에 비친 중국은 흥미로운 나라였다. 때문에 초창기 셀레티는 중국의 전통적인 테이블웨어나 패브릭, 대나무로 만든 제품들을 수출했다. 그에게 극동 지역은 가능성이 무한한 노다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로마노의 아들과 딸인 스테파노와 미리아 셀레티가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이 되면서 셀레티는 지금보다 좀더 이탈리아의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량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며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아트&크래프트뿐만 아니라 메탈, 글라스, 도자기류 제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셀레티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된 고급 도자기 소재의 테이블웨어인 ‘에스테티코 쿠오티디아노(Estetico Quotidiano)’가 그 시발점이 된 컬렉션으로 오브제처럼 보이지만 접시, 저그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라인이다.

1, 4 2014년의 뉴 컬렉션인 픽&닉(Pin&Nic)의 야외용 의자와 샤워기.
2 글래머러스한 손잡이가 특징인 ‘아이 웨어(I Ware)’ 컬렉션의 도자기 슈거볼.
3 2가지 접시를 반쪽씩 이어붙인 하이브리드(Hybrid) 컬렉션.
7 카드 모양의 패넬을 조립해 사용하는 ‘아 라 카르테(A La Carte)’ 테이블.

스테파노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장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긴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겠지만 셀레티 역시 새로운 것,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에 늘 목말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푸라기와 짚으로 만든 테이블 매트와 냄비 받침 ‘플로리그라피(Florigraphie)’, 압축된 종이로 만든 조명 ‘에그 오브 콜럼버스(Egg of Columbus)’, 패턴과 모양이 다른 접시, 컵, 볼의 반쪽을 하나로 붙여서 완제품으로 만든 ‘하이브리드(Hybrid)’ 컬렉션, 꽃과 우산을 모두 꽂을 수 있는 도자기 소재의 ‘레인부츠(Rain Boots)’, 동물 모양의 수납장인 ‘센딩 애니멀스(Sending animals)’ 등 셀레티만의 유머와 개성이 담긴 제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셀레티의 시작이 중국이었던 영향 때문에 동양적인 패턴이나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질감을 줄이는 요소다.

대량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해온 셀레티는 이제 엄선된 디자인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아메리카와 중국에 셀레티의 해외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컨테이너 타워로 유명한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의 치코나라(Cicognara)에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새로운 쇼룸과 창고도 지었다. 지금 셀레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올해 메종&오브제에서는 5관과 8관 두 곳에 부스를 설치하며 브랜드의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스테파노는 인터뷰에서도, 홈페이지나 자료에서도 셀레티의 모토를 ‘(r)evolution is the only solution’이라고 밝혀왔다. 진화와 혁명만이 브랜드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믿는 셀레티의 행보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 셀레티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에스테티코 쿠오티디아노’의 테이블웨어.

에디터 신진수│자료제공 셀레티(Seletti)
출처 〈MAISON〉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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