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 좋아>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낸 책 <신경옥이 사는 법>을 출간한 1세대 리빙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작은 집이 좋아> 이후 4년 만에 <신경옥이 사는 법>을 출간하셨어요. 벌써 2쇄를 찍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책에서도 말했듯이 원래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누가 나이 든 나 같은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궁금해하겠나 싶었거든요. 출판사 식구들의 끈질긴 요청과 꾸밈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잔 얘기에 솔깃해서 책을 내고 말았네요.
책을 내면서 힘든 점이 있으셨나요?
이렇게 다 보여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사는 이야기, 집, 생활의 흔적을 나들이하듯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신경옥이란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겉치레 없는 모습을 책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제 훌쩍 큰 딸 한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책에서도 활약이 돋보이던데요?
딸이 크니 참 좋더군요. 책을 내기까지 딸의 힘이 컸어요. 서로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크면서 뭔가 만드는 것을 즐기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나를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할 때도 딸의 의견을 물어보곤 해요. 이제 그만큼 의지가 된다는 뜻이겠지요.
집의 모습이 계속 바뀌고 있나요? <작은 집이 좋아> 이후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메종>에서 촬영을 했었죠? 변화무쌍한 한나의 방은 물론이고 작업하는 방을 포함해 집이 또 바뀌었어요. 또 다른 가구가 생기기도 했고 구조도 달라졌죠. 딸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좀더 늘다 보니 공간에도 변화가 생기더군요.
사람마다 집에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다르죠. 집착하는 아이템도 다를 테고요. 집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나요?
글쎄요. 이젠 내 집이 제일 편해요. 욕심나는 물건도 별로 없고요. 나는 비싼 물건을 들여놓고 어쩔 줄 몰라하며 사는 것에 반대해요. 비싼 소파를 사놓고 때가 탈까봐 앉지도 못하는 것처럼요.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는 편이기도 해요. 이건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요.
↑ <메종> 2013년 4월호에 소개된 리빙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집.
그래서 누가 갖고 싶다고 하면 흔쾌히 주시는 경우가 많은가 봐요.
그러게요.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은 당장 내일이라도 버릴 수 있는 것들이에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물건에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아요.
오래된 물건들을 찾아 황학동 풍물시장이나 답십리 고미술상 등을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좋은 물건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책이든 영상이든 관심이 있다면 무엇이든 많이 봐야 해요. 그다음엔 실제로 시장에 나가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서툴 수 있지만 꾸준히 다니다 보면 내 취향에 맞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와요. 또 언제 시장에 가면 좋은 물건이 들어오는지도 알게 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알아보는 눈도 생기고요. 별다른 팁이 없어요. 아, 보존 상태와 만들어진 연대를 체크해봐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지금까지 집을 포함해 카페나 식당 등 많은 공간을 작업하셨는데요, 어떤 기준을 갖고 공간을 디자인하시나요?
요즘 카페에 가보면 앉고 싶은 자리가 없어요. ‘아, 저기 앉아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곳이 드물더군요. 그래서 누구든지 와서 앉고 싶은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서 머물다 가고 또 시간이 지나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요.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가족들의 응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겠죠?
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충실한 엄마와 아내는 아니었어요. 책에도 썼지만 수험생인 딸에게 모임에 나갈 옷을 봐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남편에게도 아침밥을 챙겨주고 출근을 봐주는 살가운 아내가 되진 못했죠. 하지만 식구들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줬어요. 고마울 따름이죠.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레스토랑 작업도 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서울에 오픈하는 이성당 빵집 프로젝트도 있어요. 한나가 개인 비서처럼 함께 다니며 도와주고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본인도 배울게 많다며 즐거워해서 다행이고요. 미팅도 많이 해야 하고 준비 기간도 긴 편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고대은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