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크리스마스

두 가지 크리스마스

두 가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도전해볼 만한 테이블 센터피스와 최근 유행하는 간결한 리스를 만들었다. 취향에 맞게 꽃의 종류와 방식을 응용해서 연말 집 안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들어보자.

재료 오아시스, 모네 로즈, 실국화, 가스펠 로즈, 심비디움, 반다, 솔방울, 비즈 장식, 초

초이문 최문정 대표
고전 명화 같은 클래식 센터피스

“크리스마스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붉은 리본과 꽃을 사용한 센터피스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충실한 센터피스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캐럴을 들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집으로 초대한 날의 저녁 식탁을 떠올리며 금색을 많이 사용해 서양의 고전 명화와 같은 클래식한 느낌의 센터피스를 만들었습니다. 모네 로즈와 가느다란 실국화, 가스펠 로즈, 심비디움, 반다 등 붉은 계열의 꽃을 꽂아 화려하게 연출했고 집에 있는 앤티크 쟁반을 센터피스 받침대로 사용해 정면에서 보면 센터피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액자 속 정물화 같은 느낌입니다. 센터피스를 만들 때는 앞사람과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높이로 꽃을 꽂는 것이 좋습니다. 또 주방에서 사용하는 컵, 트리에 장식하는 비즈나 금색으로 칠한 솔방울 등을 곁들이면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비즈 장식을 와인잔에 넣거나 센터피스 주변으로 흩뿌리면 반짝이는 효과 때문에 센터피스가 더욱 화려하게 돋보인답니다.”

재료 곱수버들, 목화 열매, 다육식물, 찔레 열매, 스키미아, 로즈마리, 수염 틸란시아

콤마 정희연 대표
평온함을 주는 내추럴 리스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 열풍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장식도 간결하고 자연적인 녹색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리스의는 기본 틀인 고수버들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에어 플랜트로 만든 리스는 풍성한 잎과 꽃으로 만든 리스와는 다른 소박하고 평온한 매력이 있습니다. 문에 걸어두거나 끈을 연결에 창가에 매달면 경건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죠.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뻗은 고수버들의 가지를 그대로 살려 원형 틀로 제작하고 솜이 열리기 전의 목화 열매와 다육식물, 찔레 열매, 스키미아, 로즈마리 등을 섞어서 새로운 리스를 만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종종 다육식물과 절화한 꽃을 섞어서 연출하기도 하는데 국내에서 다육식물을 어레인지먼트에 사용하는 예는 많지 않아서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고수버들로 리스 틀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꽃시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리스 틀을 구입하면 초보자도 쉽게 장식할 수 있답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종환

아주 특별한 미술관

아주 특별한 미술관

아주 특별한 미술관

네임리스 건축 나은중 · 유소래 소장의 아주 특별한 미술관

2012년 5월경, 나오시마 섬으로 건축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미술관을 구경한 후 나오시마 섬 옆 테시마 섬에 새로 지은 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류에 니시자와 Ryue Nishizawa가 설계한 테시마 아트 뮤지엄은 일본 예술가 레이 나이토 Rei Naito의 작품 ‘모형’ 단 하나만이 설치되어 있는 독특한 장소다.

섬의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닷가 근처 나지막한 언덕에 하얀색 콘크리트 셸 형태를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커다란 물방울이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술관 안에 설치된 작품은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방울들이다. 바닥에서 조금씩 솟아나는 물방울은 이리저리 이동하며 다시 바닥 밑으로 떨어지거나 한데 모이기를 반복한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미묘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색할 수 있는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장소이기에 입장 시 몇 가지 제약을 받는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며 소리를 내지 말고 자연의 소리를 경청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이다. 건물에 난 두 개의 커다란 개구부를 통해 건물 안에서도 빛, 바람, 새 소리 등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건축물,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은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 이곳이야말로 자연과 인공이 하나임을 깨달을 수 있는 진짜 뮤지엄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최고은 | 사진 네임리스 건축 |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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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솜 꽃, 목화

순결한 솜 꽃, 목화

순결한 솜 꽃, 목화

시간과 노력으로 물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장인의 이야기.
이번 달은 열여섯 번째 이야기로 나주 샛골에서 무명을 짜는 노진남 장인을 소개한다.

↑ 목화솜을 타서 뽑아낸 실.

‘뒤 터에는 목화 심어 송이송이 따 벌 적에 좋은 송이 따로 모아 부모 옷에 많이 두고 서리맞이 마고 따서 우리 옷에 놓아 입자’. 예부터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하얗게 벌어진 목화 열매를 따면서 부르던 민요에는 부모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과 따뜻한 목화의 감촉이 그대로 담겨 있다. 목화는 고려 말 문익점이 중국에서 붓 뚜껑에 몰래 감추고 들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목화를 원료로 한 무명을 입은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으로 불렸으며 목화가 들어오기 전까지 상류층은 명주나 모피를, 서민들은 삼베를 입었다. 무명 옷감은 튼튼하고 땀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서민들이 애용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삼베 대신 무명이 화폐 가치를 지니면서 급속히 보급되었다. 근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산업이 방직이라면 그 출발은 목화였다. 목화의 본고장은 기후가 온화한 전라도 지방에서도 나주의 샛골나이가 대표적인 곳이다.

↑ 전통 방식으로 실을 짜서 옷감을 만드는 과정.

‘샛골’은 동당리 마을을 가리키며 ‘나이’는 길쌈을 뜻한다. 지방에 따라 삼베와 모시를 재래 방법으로 짜기도 하지만 요즘 무명을 짜는 곳은 거의 없다. 나주 샛골에서도 베틀이 남아 있는 곳은 김만애 할머니의 집이 유일했다.
1990년, 보유자 인정을 위한 조사가 실시되면서 당시 김만애 할머니의 며느리이자 보유자 후보였던 노진남 장인(중요무형문화재 제28호)이 시어머니와 함께 같은 번호의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 노진남 장인은 함평에서 태어나 시집 오기 전까지 머슴을 두고 살 정도로 넉넉한 집에서 살았다.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혼기가 꽉 찬 20세가 되던 해 2월, 신랑의 얼굴도 모른 채 시집을 오게 되었다는 노진남 장인. 친정에서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본격적으로 무명을 짜기 시작한 것은 시집을 오면서부터였다.

↑ 전통 방식으로 실을 짜서 옷감을 만드는 과정.

목화는 오래전부터 귀한 존재였다. 농촌에서 목화를 많이 심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딸을 시집 보내기 전, 제일 먼저 준비하는 혼수품이 목화솜을 넣은 누비 이불이었다. 그래서 딸이 많은 집은 목화를 더 심었고 어머니들은 직접 이부자리도 만들고 사돈의 옷감을 만들기도 했다.

↑ 솜털처럼 보송한 목화솜.

무명의 제작 과정은 재배와 수확, 씨앗기와 솜타기, 고치말기, 실잣기, 무명날기, 베매기, 무명짜기 순으로 이루어진다. 목화솜을 타서 실을 뽑고 실을 짜서 옷감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는 모두 기계화되었지만 노진남 장인은 자신의 숭고한 작업을 끝까지 보존할 것이라는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 노진남 장인의 모습.

지금은 특별한 주문이 없으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전에 출품하기 위한 무명을 2필 정도 제작한다. “아 글씨 뭐 있어. 전통을 잇기 위해 일허제, 우리 며느리도 4대째 시방 혀요” 정겹게 웃으시는 미소가 솜사탕처럼 달달했다.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 | 에디터 박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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