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2)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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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천국, 친구 집 혹은 가구숍, 열정의 포르나세티

미식가의 천국
마레 지구에 위치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암브로아지에의 셰프 마테오 파코가 파리 16구에 또 하나의 레스토랑 헥사곤 Hexagone을 열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던 프렌치를 선보이는 이곳은 300여 평의 넓은 공간에 칵테일 바와 레스토랑이 있으며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 벤자망 로페가 엄선한 50여 종의 프랑스산 와인을 코스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바에서는 파리의 유명 바텐더인 토마스 지로의 레시피로 완성된 10여 종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주소 85 avenue Kleber 75116 Paris
문의 +33-(0)1-42-25-98-85 www.hexagone-paris.fr

친구 집 혹은 가구숍
마레 지구에 오픈한 가구숍 레드 에디션은 간판 하나 없이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친구의 집을 방문하듯 이곳에 들르면 방대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가구 컬렉션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950년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주로 선보이는 레드 에디션은 소파, 의자, 테이블, 식탁 등 다양한 가구를 구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가구 배치와 소재 선택 등 인테리어 전반에 관한 전문가의 컨설팅도 제공한다. 방문객 누구에게나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며 저녁에는 때때로 식전주나 와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레드 에디션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것에도 열정적이다.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홋킨슨이 디자인한 옷장과 작은 탁자를 비롯해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제이슨의 램프, 나카밀 슈발리에가 디자인하고 네팔에서 수공으로 만든 슈발리에 태피스트리 에디션 등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제품 또한 선보인다.
주소 8 rue des Blancs Manteauz 75004 Paris
문의 +33-(0)1-43-37-02-87

열정의 포르나세티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피에로 포르나세티, 열정적인 실천 Piero Fornasetti, La folie pratique>전이 개최된다. 1988년에 생을 마감한 실내장식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에로 포르나세티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가 생전에 작업한 1000여 점의 오브제, 가구 등을 통한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고대 로마,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을 접목시킨 포르나세티 특유의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으며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저택과 카지노, 요트 등의 제작 과정을 각종 자료와 동영상을 통해 세세하게 알려준다. 피에로 포르나세티를 유명하게 만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의 향초병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디자인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주소 107 rue de Rivoli 75001 Paris
문의 +33-(0)1-44-55-57-50 www.lesartsdecoratifs.fr
글&사진 정기범(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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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1)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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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직시하는 예술, 별들의 전쟁, 밴드보다 레스토랑

세상을 직시하는 예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백인 중심의 인종차별과 예술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검열에 반기를 들고 1976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활동해온 작가 마를렌 뒤마의 대형 개인전이 지난 2월 5일 테이트 모던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마를렌 뒤마의 초기작부터 이제껏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까지 총 100여 점의 페인팅 작품을 선보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인 주제부터 사랑, 죽음, 성 등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의 작품을 시대별, 주제별로 총 14개에 이르는 전시실에 나누어 전시하며 마를렌 뒤마 특유의 기괴한 화법의 초상화를 통해 세상 속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주소 Bankside, London SE1 9TG
문의 +44-(0)20-7887-8888 www.tate.org.uk

별들의 전쟁
영국 출신의 배우 데미안 루이스와 연기파 배우 존 굿맨 그리고 시에나 밀러의 남편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톰 스터리지가 함께 출연하는 연극 <아메리칸 버팔로>가 런던의 윈드햄 시어터에서 4월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공연된다. 데이비드 마메트의 각본으로 197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96년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시카고 교외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돈 Don과 직원인 밥 Bob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게에서 우연히 20세기 초에 제작된 5센트짜리 니켈 동전인 아메리칸 버팔로(앞면에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두상이, 뒷면에는 미국 들소의 그림이 새겨진 이유로 ‘아메리칸 버팔로’라 이름 붙여졌다)가 발견돼 이것을 팔았다가 다시 훔치는 흥미진진한 내용과 각 인물들 간의 대립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소 Charing Cross Road, London, WC2H 0DA
문의 +44-(0)844-482-5120

밴드보다 레스토랑
글래스고 출신의 인디 밴드 샷 디스코 Shot Disco의 창단 멤버인 잰 리 Jan Lee가 소호를 관통하는 그릭 스트리트에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보 드레이크 Bo Drake를 오픈했다. 중국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을 드나들며 요리에 대한 관심과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또한 글래스고 아트스쿨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 세계 전역으로 순회 공연을 다니며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경험했으며 밴드를 떠난 뒤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2월 중순에 오픈한 보 드레이크는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으며 ‘달콤한 버번 소스를 곁들인 갈비’, ‘쌈장과 김치를 곁들인 보쌈’, ‘배를 곁들인 한국식 양고기 튀김’ 등의 메인 요리와 함께 소주로 만든 칵테일과 슬러시를 판매한다.
주소 6 Greek Street, Soho, London W1D 4DE
문의 www.bodrake.co.uk글&사진 정지은(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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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집

기억 속의 집

기억 속의 집

우리가 사는 집의 원형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태어나 경험한 첫 번째 집, 말하자면 자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키슬러의 엔드리스 하우스 전경.

인류가 최초로 경험한 집은 아마도 10개월간 머물렀던 어머니의 자궁이 아닐까 싶다. 이 첫 번째 집에 대한 기억은 태내에서부터 몸에 밴 습관, 일종의 요나 콤플렉스 Jonah Complex에서 찾을 수 있다. 자궁 속 태반에 머물 때 그 내밀함과 따뜻함의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여전히 그 기준에 의존한다.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도 집의 실내, 구석, 장롱 서랍 등 집이 가지는 모든 장소는 내밀함의 총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듯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유형의 집에는 자궁의 원형이 곳곳에 남아 있다. 원시 인류가 거주를 하기 위해 발견한 동굴이나 수렵과 채집을 위해 이동하며 가설적으로 사용하였던 임시 주거인 움막도 마찬가지다. 이 움막의 평면은 보통 원형 또는 편자 모양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자궁을 닮아 있어 모든 것을 품고 보호해주는 느낌을 준다. 초기의 벌집형 움막은 지붕과 벽의 구분의 없는 단순한 은신처였다가 벽과 지붕을 각각 다른 재료로 사용하면서 분리가 이루어졌다. 움막은 이동식 주거이긴 하나 땅 위에 처음으로 시도한 건축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집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바위 동굴처럼 부드러운 화산암 지역에 인공적으로 굴을 파내어 도시를 형성한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연 동굴들은 비와 바람, 야생동물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장소로서 사용되었다. 그들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 같은 동굴의 어두움 속에서 궁극의 안정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동굴 집. 아래 아돌프 로스의 뮬러 주택.

문화의 진화란 일상에서 장식을 배제해가는 과정과 같다는 주장을 통해 ‘장식은 죄악이다’라고 말한 유명 건축가 아돌프 로스는 그의 주택 작품인 ‘뮬러 주택’을 동굴로 표현하였다. 그는 건축을 동굴로 간주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닌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뮬러 주택의 파사드는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입면으로 구성했고 계단과 슬로프의 높이를 다양하게 두어 내부 공간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각 방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적용해 동굴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오스트리아 건축가인 프레드릭 키슬러는 동굴의 공간 구성과 흡사한 평면 구성으로 재현한 ‘엔드리스 하우스 Endless House’를 통해 이것이 바로 ‘어떠한 부조리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공간’이라 이야기했다. 자궁이나 동굴 등의 원초적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안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한 바 있는 그는 주거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거주인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할 엔드리스 하우스를 암컷의 건축이라 했다. 이렇게 태초에 인간이 처음으로 거주했던 동굴은 현재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고 있으며 그 뿌리는 자궁에 원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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