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의 로워 나인스 구역.
브래드 피트가 진두지휘하는 메이크 잇 라이트 재단과 그와 뜻을 같이한 건축가들은 각자의 재능과 명성을 모아 미시시피 강 일대의 풍경을 다시 그리고 있다.
↑ 최근 좋은 평가를 받는 메이크 잇 라이트 재단에서 건설한 주택. 둑이 붕괴되어 물에 잠겼던 로워 나인스 Lower 9 구역에 들어섰다. 동양 건축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일본 건축가 히토시 아베 팀의 작품으로 색다르면서도 지역 분위기와 잘어우러진다.
1 남부 연합파의 영혼인 아치 바이런 Archie Byron의 조각상 ‘노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은 오그던 Ogdan 남부예술박물관의 블루스관에 전시돼있다. 3 프랑스에 대한 향수와 격렬한 바이올린 연주. 바카날 와인 Bacchanal Wine 뜰 앞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헬렌 질레트 Helen Gillett와 바조조 Wazozo 오케스트라가 협연하고 있다.
최근 메이크 잇 라이트 Make It Right 재단의 활동은 진정성있는 재능 기부의 본보기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름만 내세운 얼굴마담의 역할이었다면 이토록 긍정적인 반향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메이크 잇 라이트 재단은 태풍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자리에 수몰된 로워 나인스L ower 9th 구역을 새롭게 마름질한 주역이다. 명망 있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멋진 집들은 현재까지 100여 채, 앞으로 150채가 들어설 예상으로 이 집들은 잔디밭과 놀이터를 사이에 두고 일정한 간격으로 멋지게 늘어서 있다. 200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카트리나의 상흔은 너무나 오랫동안 깊게 남아 있다. 깊고 어두웠던 시간을 지나 주민들은 메이크 잇 라이트 재단의 보조금 덕분에 갱생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재단은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데 필요한 25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지원한 것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도시는 마치 성형 수술 전후의 사진을 보는 것만큼 드라마틱하다. 한편으로는 비아냥과 질투의 목소리도 들린다. 혜택을 받지 못한 이웃 주민들은 건축비용에 대해 트집을 잡는가 하면 건축자재가 주변의 습기를 견디지 못할 거라며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전 미국 건축가협회 회장이었던 마셀 위즈니아 Marcel Wiznia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태풍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온 것은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풍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는 재난 앞에서 몸을 사리는 반면, 태풍 재해에 투입된 연방기금 덕에 이 도시는 오히려 경기 호재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툴레인 tulane 대학의 젊은 건축학교수 아마르 엘루에이니 Amar Eloueini는 ‘숏건 하우스shotgun house(모든 방이 한 줄로 길게 연결된 집)’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래주택을 설계했다. 이 주택은 건물이 직선으로 돼 있고, 미시시피강에 가깝게 접해 있다. 시속 250k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철근 구조물을 사용했으며, 철골을 이용하거나 베란다를 만드는 등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 사라토가 빌딩 Saratoga Building. 1956년 화강암과 금색 알루미늄으로 지은 근대적 건물로 각 층과 로비에 있는 예술 작품이 신선함을 더한다. 로비에는 건축가 알렉스 포데스타 Alex Podesta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마리 사육제 토끼 인형이 있다.
1 장밋빛 페인트칠을 한 벽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석상. 프랭크 게리가 메이크 잇 라이트 재단과 함께 주문을 받아 건축한 집으로, 이곳 거주자들 중에는 집이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2 레스토랑 겸 바 ‘쉐즈 부티스 Chez Booty’s’. 바이워터 구역에 있는 간단한 식사 겸 칵테일 전문점. 크리스 파드로 디자인 Chris Padro Design 사는 산업화 시대 이후의 미니멀리즘 방식으로 이 레스토랑을 디자인했다. 3 대형 할인매장의 창고(아트 디스트릭트로 이름이 바뀐)는 1905년 골조만 남긴 채 건물 내부를 비웠다. 현대예술센터가 된 이곳에서는 예술가들의 공연이 자주 열린다.
그리고 2008년부터 능력 있는 활동가와 기업가들은 이 도시의 나태함을 불식시키며 잠재해 있던 개척자 정신을 일깨웠다.재해로 인해 미시시피 강의 진창 속에 묻혀 있던,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유서 깊은 도시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식민지 태생의 백인과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카리브 해 연안국의 후손들이 거주하는 이 항구도시를 살리는 데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특히나 극심한 피해 지역으로 방송 매체에서 자주 볼수 있었던 흑인 거주 지역 트림 Treme은 많은 노력 끝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거리는 깨끗하게 새로 단장됐고, 교회와 술집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콩고 공원과 암스트롱 공원에서는 부두교 신자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허름한 선술집이 사라지고 19세기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가든 디스트릭트에는 다시 삶의 기쁨이 넘치고 있다. 강가 산업 지대에서는 목화와 쌀을 저장했던 창고를 새롭게 일꾼들의 손놀림이 바쁘고 화가들은 아름다운 주택의 나무 꽃 장식에 파스텔 톤을 입히고 있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 바이오 에 가스트로 bio et gastro가 이곳의 정취를 한층 더해준다. 작은 공원의 흰 담벼락엔 자전거가 늘어서 있다. 크고 작은 정비 작업과 미화 작업을 통해 뉴올리언스는 예전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되찾았다.
↑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논란이 된 주택. 로워 나인스 구역에 있는 이 집의 하이테크 차양은 햇빛을 가리고 빗물을 모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에디터 장-파스칼 비요드 Jean-Pascal Billaud | 포토그래퍼 셀린느 아나야-고티에
Céline Anaya-Gaut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