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 브루노, 그녀의 낙원

바네사 브루노, 그녀의 낙원

바네사 브루노, 그녀의 낙원

패션 디자이너 바네사 브루노는 딸과 함께 파리 마레 지구의 유서 깊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1650년에 세워진 건물로 원래 루이 14세의 전용 호텔이었던 이곳은 보헤미안의 자유로움과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다. 그녀의 패션에서 돋보이는 파스텔 색상과 여성스러움이 공존하는 그녀의 낙원으로 들어갔다.

1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오래된 구스타브풍의 벤치가 손님들을 환영한다. 바네사는 이 벤치를 생투앙의 벼룩시장에서 찾아냈다. 과거의 연한 초록색 실크가 그대로 살아 있다. 커다란 현관에 달린 커튼은 연보랏빛 벨벳 소재다. 2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네사 브루노. 3 핀란드의 예술가 마리 사나 Marie Sanaa의 작품 아래로 소나무로 만든 협탁이 자리 잡고 있다. 진한 보랏빛 튤립이 하얀 벽과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4 하얀 선반 위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담긴 현대적이면서 고풍스러운 액자가 놓여 있다. 작은 수첩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록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화병에 꽂혀 있는 알리움이 직선을 이루는 다른 소품들과 적절한 대조를 이룬다.
최근 뉴욕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네사 브루노는 숨 고를 틈 없이 도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도쿄에 바네사 브루노 숍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사무실이 있는 11구역에서 집으로 막 돌아온 그녀. 흰 청바지에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캐주얼한 차림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라 뒤레 Ladurée의 마카롱과 홍차를 앞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바네사 브루노는 덴마크 출신의 어머니와 이탈리아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줄곧 프랑스 파리에서 자랐다. 바네사 브루노의 어머니는 1960년대에 파리에서 모델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프랑스 남부로 거처를 옮겼다. 아버지는 임마누엘 칸과 카사렐 Emmanuel-Kahn and Cacharel의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는 데 참여한 인물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패션을 가까이 두고 성장한 바네사 브루노는 캐나다 여행에서 큰 영감을 얻어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숍을 열고 뒤이어 프랑스 파리의 백화점 봉 마르셰에 컬렉션을 선보이며 그녀는 가파르게 성장해 나갔다. 이어서 그녀는 비엘르 뒤 탕플 Vielle du Temple 거리에 숍을 하나 더 열었다.
바네사 브루노가 마레 지구에 마련한 아파트는 크기가 753스퀘어피트(약 21평)에 불과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파리 시내와 국립도서관이 한눈에 보이는 경관을 자랑한다. 바네사에게 행운이 따랐는지 그녀가 아파트를 계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층에 살던 이웃이 이사를 가면서 자신의 아파트를 사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바네사는 파리에서는 드물게 한 층 전부를 누리고 사는 소유주가 됐다.

1 유리문을 지나가면 딸 룬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룬의 전용 화장실과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는 방이 있다. 오래된 의자는 19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투앙에서 발견했다. 청동으로 만든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시트 부분은 분홍색 실크로 천갈이를 했다. 2 얇은 천 소재의 커튼이 달린 서쪽 창문을 통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소파 뒤 벽에는 이탈리아의 예술가 파올라 피바의 빨간 진주로 만든 작품이 걸려 있다. 왼쪽 천장에 매달아놓은 전등은 바네사의 아이디어다. 한지로 만들어진 전등갓 3개를 이어 붙였다. 3 연보랏빛 카펫 위에 바네사 브루노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구두가 댄스 파티에 초대되기를 기다리며 놓여 있다.
바네사는 아파트 벽을 허물어 동선을 넓힌 뒤 그 자리에 부엌과 거실 그리고 복도를 새로 만들었다.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은 키 낮은 가구들로 채워서 공간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쉽게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바네사는 양초 애호가이기도 하다. “양초는 덴마크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이죠. 덴마크의 겨울은 어둡고 기니까요.” 양초든 전등이든 모든 불빛은 바네사에게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바네사의 집에는 수많은 종류의 전등이 탁자 위 또는 벽이나 천장에 있는데 각각의 전등은 방의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연출한다. 콘크리트로 마감한 부엌은 다른 곳과 자연스럽게 경계를 이루며 나무에 옻칠을 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 나머지 공간의 바닥 마감과 대조를 이룬다. 부엌은 스테인리스 소재의 가전제품과 부드러운 연보랏빛 페인트로 칠한 수납장이 조화를 이루었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식탁과 소파 밑에 깐 연보랏빛 모 소재 카펫과의 조화도 훌륭하다. 바깥으로 드러난 어두운 빛깔의 대들보는 하얀 벽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다. 바네사의 아파트는 안방과 딸 룬의 방, 거실, 두 개의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과의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녀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는데 탁 트인 부엌에서 손수 준비한 음식을 대접한다.

1 앤티크풍 의자 왼쪽에는 바네사가 디자인한 사랑스러운 살굿빛 면 소재 백이 놓여 있다. 2 바네사가 연출한 수많은 ‘그림 같은 장면’ 중 하나. 오래된 거울 앞에 커다란 조개껍데기를 놓고 그 위에 목욕 스펀지를 올렸다. 화병에 담긴 꽃은 수국이다. 3 부엌 싱크대 아래쪽 선반은 오닉스 소재고 위쪽 선반은 브루노가 직접 색을 섞어 만든 연보랏빛 페인트로 칠했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마감해 거실과 경계를 주었다. 4 튼튼해 보이는 소나무 재질의 식탁에 2가지 타입의 의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나는 메탈 소재에 검은 가죽 시트고 다른 하나는 메탈과 하얀 플라스틱 소재다. 모두 1960년대풍의 의자로 파리의 고가구숍에서 들여왔다. 식탁 위에는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든 1950년대풍 전등 3개를 설치했다. 집주인의 매력적인 연출 덕분에 멋진 다이닝 공간이 연출되었다.
바네사의 아파트는 동서 방향으로 모두 해가 들어온다. 오전에는 딸 룬의 방을 통해 해가 들어오고 오후가 되면 탁 트인 거실을 환하게 비춰준다. 바네사는 햇살을 막지 않기 위해 거실 창문에 하얀 커튼을 달았다. 곳곳에 프랑스와 덴마크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소품들로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함을 잃지 않은 공간으로 꾸몄고 남성적인 메탈 소재와 여성스러운 파스텔 컬러의 패브릭을 적절하게 섞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듯 아파트 벽에는 진주로 만든 빨간 조형물이 걸려 있다. 이탈리아의 예술가 파올라 피바 Paola Piva의 작품이다. “저는 집 근처에 있는 갤러리를 즐겨 찾곤 해요.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정말 기분이 좋죠.” 바네사의 아파트는 전체적으로 분홍색과 초록색, 연보라색의 파스텔풍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분홍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 중에 하나예요. 정말 다양한 명암을 가지고 있는 색이죠.” 스칸디나비아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라는 바네사의 독특한 성장 배경은 그녀의 생활방식뿐 아니라 그녀가 좋아하는 색에서도 드러난다. 유럽 남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르딕풍의 은은한 색조와 강력한 색조가 어우러져 있다. “여러 문화를 성장 배경으로 지닌 탓에 다양한 방법으로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바네사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휴식과 공상을 즐기는 한편 좋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딸 룬은 휴가 때마다 사촌과 함께 이탈리아와 덴마크를 방문하며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체험한다. 바네사는 빠듯한 일정에도 잠시 짬을 내어 딸과 여행하곤 한다. 바네사의 어머니도 덴마크 여행에 동행하곤 하는데 손녀와 딸과 함께 코펜하겐에서 쇼핑을 즐긴다. “덴마크의 새로운 트렌드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덴마크 여행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할머니의 고향에서 3대가 함께 일몰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줄리아 밍카를리 Julia Mincarelli | 포토그래퍼 비르짓타 울프강 드레저 Birgitta Wolfgang Drej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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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욕실

갖고 싶은 욕실

갖고 싶은 욕실

욕실에 드나드는 일이 가장 많아지는 여름. 건식과 습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욕실부터 절수형 제품까지 쾌적한 욕실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모았다.

한때 주부들 사이에서 서양식 주택에서나 볼 법한 건식 욕실에 대한 열망이 크게 일었다. 건식 욕실은 화장대를 놓아 파우더룸을 겸하거나 텔레비전 등을 설치해 목욕하면서 영상을 감상하는 등 개성에 맞는 욕실 인테리어를 찾는 이들에게는 로망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샤워 시설과 세면,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우리의 주거 환경상 욕실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기 힘든 작은 평수의 집이 많은 것이 현실. 또 물청소에 익숙한 욕실 문화로 인해 건식 욕실에 대한 욕구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 그렇다면 건식 욕실은 정말 포기할 수밖에 없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욕실은 반드시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식과 습식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습식은 모르타르나 백시멘트를 바른 후 전면을 세라믹 타일로 붙이며, 건식은 방수판과 벽판을 끼워 넣어 페인트칠이나 도배를 할 수 있게 만든 것 정도다. 또 습식은 배수구를 바닥에 하나만 설치하지만 건식은 세면대와 욕조, 샤워 부스에만 배수구를 연결해 바닥에 물이 흐르지 않도록 한다. 여기에 더욱 건식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욕실 바닥에 보일러 공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건식 욕실로 바꾸기 위해 욕실을 전부 뜯어 고쳐야 하는 건 아니다. 한샘에서 출시한 건식 시스템 욕실 ‘하이바스 Hi-Bath’는 평균 일주일 정도 걸리는 욕실 공사를 하루로 단축시킨 패키지로 벽체와 바닥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는 시공만 하는 것이 비결이다. 벽과 바닥을 특수 패널로 제작하기 때문에 타일 틈새에 생기는 물때나 곰팡이 걱정 없이 위생적인 욕실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대림바스 논현점의 이누리 플래너는 “건식과 습식을 적절히 혼용한 하이브리드 욕실이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욕실은 욕조와 세면대 등 반드시 물을 사용해야 하는 곳과 양변기 구역을 칸막이로 구분하는 방식이며 이때 칸막이는 강화유리나 파티클 보드를 이용한 경량 벽체 등을 사용한다.
또 샤워 부스를 설치한 자리는 살짝 높이를 낮춰 단 차이를 주면 물이 바깥으로 새나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요즘은 선반 위에 세면대를 놓거나 하부장을 두는 것이 추세다. 이는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저분한 배관을 가릴 수 있기 때문. 인조대리석 등 물에 강한 상판 위에 세면대를 올리면 여유 공간을 파우더룸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세면대 밑으로 장을 둘 때는 물에 강한 금속 재질의 다리가 있거나 다리가 없이 벽에 완전히 붙이는 제품을 선택하면 물로 바닥 청소를 할 때도 문제 없다. 욕조와 수전의 디자인도 바뀌었다. 일반 욕조보다 깊게 만들거나 욕조에 별도의 문을 설치해 물이 튀지 않도록 한 제품이 등장했으며 바닥에 물이 튀지 않도록 투수구가 넓은 수전과 낙수에서 모티프를 얻은 수전도 출시되었다. 물받이와 분리 되어 있던 기존 양변기도 상하부 도기가 일체로 된 원피스형 양변기로 바뀌었다. 이러한 원피스형 양변기는 마른걸레로 닦는 등 물 없이도 청소가 용이해 위생적인 욕실을 유지하는 데 한몫한다. 로얄앤컴퍼니의 마케팅팀 이혜영 대리는 “절수형 샤워기나 비데도 욕실에서 물 사용을 최소화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을 적용해 리모컨과 버튼으로 물을 조절하는 로얄컴바스 R3 제품은 온도, 사용량을 알맞게 사용할 수 있으며 매립형 디자인이라 더욱 깔끔하고 세련된 욕실로 연출할 수 있다.

1 로얄컴바스 세면기 모듈
세면기 앞에 서면 인체 감지 센서가 작동해 설정한 온도와 물의 양이 표시되며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세면기 세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버튼을 누르면 10초간 세정용 물이 발생되어 깨끗하게 세척해준다.

2 로얄컴바스 샤워기 모듈
터치식 스위치로 간편하게 샤워를 시작하고 마칠 수 있으며, 일정 시간(10분)이 지나서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물이 멈추어 실수로 물을 잠그지 않아도 걱정없다.

3 대림바스 모던타임즈
심플하고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욕실로 밝은 베이지와 브라운 톤의 컬러감이 편안한 분위기를 준다. 다양한 기능과 이동성을 갖춘 액세서리로 공간 활용도와 실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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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Home(4)

Making Home(4)

Making Home(4)

평범한 아파트에서부터 빌라에 이르기까지 부부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은 여덟 곳의 신혼집. 신혼집에 입성하기까지의 다이어리와 직접 써보고 추천한 쇼핑 아이템을 소개한다.

포근한 패브릭의 힘
2년 전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패브릭 디자이너 남보라 씨. 홈 드레싱만으로 공간에 강약을 준 그녀의 따스한 신혼집.

↑ 창가의 풍경이 좋아 거실에 둔 식탁

1 캔들과 자주 읽는 책을 올려둔 트롤리. 2 철제 캐비닛을 활용한 작업실.

↑ 빈티지숍에서 구입한 식탁 의자와 직접 만든 리넨 식탁보

1 버려진 전통장을 활용한 수납장. 2 조리대로 사용하고 있는 주방 테이블.

↑ 세심하게 신경 써서 제작한 소파와 에스닉한 러그
공사 대신 홈 드레싱만으로 공간을 단장했네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몇 가지 마감재 가운데 선택할 수 있어요. 가장 심플한 스타일을 고르고, 시공이 완료된 상태를 확인하러 왔죠. 입주 3개월 전 전반적인 마감재의 톤&매너를 체크하고, 실측해 커튼과 가구를 미리 발주했어요. 입주 일자에 맞춰 큰 가구를 한번에 세팅할 수 있었죠. 소가구나 소품은 싱글일 때 사용하던 것과 2년 동안 꾸준히 모은 제품들이에요.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어떤 그림을 그리며 공간을 꾸몄나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해요. 공간 자체가 밝은 우드와 화이트 색상이기 때문에 베이지, 그레이 색상 위주로 제품을 찾았어요. 거기에 저만의 스타일을 더하기 위해 클래식하고 에스닉한 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고요. 신혼집이라고 해서 러블리한 느낌을 강조할 필요는 없잖아요. 철제 가구의 거칠고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해서 블랙 철제 가구나 소품으로 공간을 분할하면서도 힘이 있도록 배치했어요. 우리 부부는 형광등을 켜는 걸 싫어해요. 좀 어둡게 살자는 주의여서 스탠드나 작은 조명을 곳곳에 배치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거실 창가요. 창을 통해 보이는 산과 작은 집들, 성당이 밀집된 동네 풍경이 아름다워 이 집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래서 식탁도 창가에 놓았고요. 세덱에서 구입한 익스텐션 테이블은 어두운 색상과 클래식한 디자인이어서 거실을 안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줘요. 식탁 의자는 이태원, 분당 등을 다니며 빈티지숍을 통해 하나씩 구입했어요.신경 써 고른 제품이 있다면요?
소파요. 거실 크기에 맞춰 2400mm 소파를 디자인해 제작을 의뢰했어요. 유일하게 남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데, 누웠을 때 편안하도록 폭을 넓게 하고 팔걸이를 조금 높일 것, 목을 뒤로 젖혔을 때 받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에 맞춰 디자인했어요. 크바드랏 원단을 좋아해서 고가이지만 과감하게 투자했어요. 내장재는 일반 메모리폼을 사용해 3백만원의 비용이 들었고요. 시중에 판매되는 소파보다 폭이 넓어 쿠션을 잔뜩 쌓아둘 수 있어서 계절마다 쿠션 컬러로 변화를 주는 재미가 있어요. 전문가로서 신혼집을 꾸미는 팁을 전한다면요?
전셋집이라면 이사 갈 것을 고려해 꼭 필요한 가구만 구입하세요. 저는 침대, 식탁, 소파를 제외하고는 큰 가구를 들이지 않았어요. 티 테이블 대신 스툴을 여러 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소파에선 차만 마시는 정도라 스툴이면 충분해요. 소가구는 다음 집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납장 위주로 구입했고요. 패브릭 소파는 쉽게 더러워질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은 가죽도 마찬가지예요. 거실에 포근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패브릭 소파가 좀더 효과적이에요. 톡톡한 소재를 사용해야 마모가 덜하고, 보풀 등이 걱정된다면 저희 집처럼 토퍼를 제작해 올리는 것도 방법이죠. 베딩처럼 자주 세탁해야 하는 패브릭 제품은 비싼 제품을 골라도 금방 소재가 상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국산 리넨으로 제작해 자주 세탁하고, 낡으면 교체하고 있어요. 거실과 침실에 큼직한 식물을 놓아 공간이 한결 시원해 보여요.
이 집은 일조량과 통풍이 좋아 식물이 잘 자라요. 천고가 높은 편이라 화훼단지에서 키 큰 식물과 큼직한 화분을 골랐어요. 거실에 놓은 식물은 떡갈나무고 침실에는 켄챠 야자를 놓았어요. 한결 싱싱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1 단순한 구조와 형태로 조립이 쉽고, 모서리가 부드럽게 마감된 ‘랜드스케이프’ 테이블. 2 각도 조절이 쉽고, 우아한 디자인과 기능에 충실한 톨로메오 조명. 3 필요한 곳에 옮겨다니며 미니 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는 하우스닥터 스툴.프리랜서 에디터 이은경ㅣ포토그래퍼 이과용

옥탑방에 날아든 행복
결혼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째인 신혼부부의 집. 남편 김성수 씨가 10년 넘게 살아온 옥탑방을 부인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조했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두 사람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가득하다.

↑ 주방과 옷장이 마주하는 좁은 통로

↑ 기존 다락방을 없애고 구조를 변경해서 생긴 복층

1 단촐하게 꾸민 주방. 2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 침대 발치에 테이블을 설치해 작업 공간으로 활용

1,2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폭이 넓은 계단.
옥탑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바로 아래층에 부모님이 살고 계세요. 덕분에 큰 짐이 필요 없었고 대부분의 식사는 아래층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부엌 공간이 좁아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결혼 후 1~2년은 가족이 함께 살면서 정이 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공간을 개조하는 것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이득이었고요. 처음부터 2천만원으로 금액을 정하고 예산에 맞춰 공사를 진행했어요. 천장형 에어컨을 설치하며 3백만원이 추가됐고요. 가구나 수납공간 모두 제작한 것이라 추가로 구입한 건 매트리스, TV, 냉장고와 몇 가지 소품 정도죠. 작은 공간이지만 알찬 레이아웃이 눈에 띄네요.
기존에는 방 한 칸에 다락방이 있는 구조였어요. 신혼집으로 결정하고 가온 건축에 의뢰해 레노베이션을 진행했죠. 다락방을 없애니 천고가 꽤 높아졌고 복층 공간을 만들 수 있었어요.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옷장, 화장실을 배치했고 복층에는 침대와 책상을 배치했어요. 가장 큰 공사는 복층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것과 화장실 배수로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간결하면서도 선을 강조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네요.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가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구조 변경과 디자인과 관련한 사항은 모두 가온 건축에 맡겼어요. 첫 도안이 마음에 들었고, 작은 것을 결정할 때도 많은 대화와 조언이 있었기에 더욱 믿음이 갔죠. 워낙 좁은 공간을 쪼개 쓰다 보니 컬러를 최소화하고, 대신 계단 프레임과 큼직한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신혼집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기 위해 주방을 분리하는 미닫이문과 상단 수납장에만 칠판 페인트로 도장했어요. 부부가 생활하기에 좁다고 느끼지는 않나요?
집 안에 있는 시간은 퇴근 후 간식을 먹고, 잠을 자는 정도예요. 작아도 있을 건 다 갖췄기 때문에 불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좁은 만큼 포근함이 강해요. 화장실을 포함해 집 안을 청소하는 시간이 30분이면 충분해서 좋아요. 우리 부부는 결혼 전에도 1년에 한 번씩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옷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 습관을 유지해 짐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에요.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요?
거실이요. 부부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눌 소통의 공간을 꼭 마련하라는 소장님의 조언을 따랐어요. 막상 살아보니 보강하고 싶다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원목 자재에 좀더 신경을 썼을 것 같아요. 계단이나 테이블 상판, 미닫이문 등 우드 제품을 모두 MDF로 제작했거든요. 그래도 상상 이상의 공간이 연출돼 만족도가 높아요. 수납공간도 부족하지 않아 의자나 소품 정도만 이케아에서 구입했어요. 전부 합쳐도 10만원을 넘지 않아요.(웃음) 합리적인 소비를 원했던 우리 부부의 바람이 그대로 적용되었죠.

1 핸디형이라 이동이 편하고 힘이 좋은 다이슨 무선 청소기. 2 빈티지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쌓을 수 있어서 수납이 편한 휘슬러 머그. 3 유연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푹신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이케아 접이식 의자.프리랜서 에디터 이은경 ㅣ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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