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클래식 연가

7인의 클래식 연가

7인의 클래식 연가

간결하며 기능적인 모던 디자인, 동화적이고 사랑스러운 북유럽 디자인의 거센 유행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오랫동안 건재했고 앞으로도 건재할 클래식의 가치는 유행과 멀리 떨어져서 더욱 빛난다.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즐기는 7명이 들려주는 클래식 연가.

클래식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조각 Carve을 말하고 싶다. 클래식한 조각들은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섬세하지만 질리지 않는 독창적인 문양과 기법으로 시대를 지나왔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사랑한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을 살펴보면 클래식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천장과 그림, 가구, 침대는 당대 최고의 화가 샤를 르 브룅의 작품이며, 방을 장식한 조각들은 지금까지도 클래식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차가운 직선보다 따뜻한 곡선이 주는 편안한 조각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클래식의 매력이 아닐까?
퀸즈 앤틱 김영철 대표

단순, 간결한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화려한 클래식 아이템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클래식만의 정교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화려한 장식이 아름다운 샹들리에는 머리 위 천장의 표정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크리스털과 빛이 만나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독보적인 존재감은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그 영롱한 자태를 보고 황홀함에 빠지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클래식은 이렇게 남녀노소,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지녔다. 그 힘으로 과거를 지나왔고 앞으로도 주욱 사랑받을 것이다.
힐로 라이팅 김유경 대표

‘클래식’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비싸고, 조금은 먼지 낀 듯 빛바랜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에는 유구한 역사와 오랜 세월을 견뎌온 수공예의 생명력이 있다. 요즘 우리가 접하는 명품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많은 부분을 과거의 영광에서 차용해왔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앤티크와 서양의 테이블웨어를 수집하다 보니 기쁨과 감동뿐 아니라 이런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250년 전통을 가진 프랑스 바카라사의 크리스털 디캔터는 1800년대의 것과 요즘의 디자인이 너무나 닮아서 신기할 정도다. 아르데코 시대의 상아 손잡이로 장식된 커피포트의 심플한 라인은 100년 가까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의 테이블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다. 앤티크는 그 자체의 독보적인 희귀성으로 인해 그것을 소장하는 기쁨이 각별하다. 단지 그것을 소장하는 기쁨을 넘어 소중한 가족과 지인들과 더불어 직접 사용할 때 그 기쁨은 오롯이 배가된다.
이고갤러리 백정림 대표

나는 클래식 가구와 소품에 대한 매력을 믹스매치에서 발견한다. 리빙 스타일링과 관련한 일을 시작했던 1990년 초, 필립 스탁이 클래식과 모던을 조화시킨 디자인을 선보이며 유행을 선도했는데 이 스타일이 무척 인상적으로 각인되면서 나의 클래식 가구와 소품에 대한 사랑이 시작됐다. 형태는 클래식하지만 블랙, 화이트, 그레이 또는 원색적인 색상이 조화를 이룬 공간은 상상만 해도 설레는 디자인이다. 클래식 그 자체로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공간이 있다면 프랑스 파리의 포시즌 호텔을 꼽겠다. 하지만 이곳도 플로리스트 제프 레섬의 파워풀한 모던 플라워 디자인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더욱 멋스러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리빙 스타일리스트 권은순

클래식은 인간에게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미의 탄생이다.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클래식은 모든 분야에서 우리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창조의 플랫폼이다. 우리는 프랑스만 가도 행복하지 않은가! 파리지엔들은 오래된 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그들이 열광하는 앤티크는 장식적인 의미가 강한 트렌드라기보다는 그저 일상일 뿐이다. 프랑스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 ‘아르 드 비브르 Art de Vivre’라는 말이 있다. 예술이 곧 일상이 된다는 뜻으로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전통 방식이나 소재, 디자인 컨셉트를 그대로 고수하며 전통 속에서 조심스럽게 진보를 찾는다. 모든 사물의 영감의 원천이 클래식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아쏘니에 최덕환 대표

클래식을 ‘옛것’, ‘고전’이란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골동품, 빈티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과거에 집착하는 보수 혹은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지 못하는 센스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런데 클래식이야말로 당대의 트렌드를 대표하다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영속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즉, 클래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대들보의 한 종류인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가구들은 대부분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수제 가구 중에는 귀족들이 애용한 정교하고 값비싼 소재의 고가 가구와 서민들을 위한 소박한 가구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계층을 떠나 클래식 가구는 인간이 ‘수공’이라는 고유하고도 한정적인 자원으로 탄생시킨, 모든 기술과 아이디어가 집약된 마스터피스다. 그래서 나는 클래식을 사랑한다.
매스티지 데코 김지수 대표

나에게 클래식 가구는 변치 않는 친구 같다. 항상 그 자리에서 단아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려주고 다정하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나는 루이 15세 스타일을 좋아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의 우아함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풍스럽고 정교한 핸드메이드 가구를 보는 순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되살아난다. 시간을 초월해 18세기 초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의 안목으로 나의 공간을 꾸민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내가 좋아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장대는 작은 요정이라 불렸던 아름다운 그녀를 연상시킨다. 보는 것만으로도 화려하고 고풍스런 그녀의 드레스 자락이 어딘가에서 바스락거리는 듯하다. 모네의 그림 속 풍경처럼 풀밭에서 식사를 할 수는 없지만 왠지 클래식한 디자인의 원목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 행복해진다. 클래식 가구는 언제나 내 삶을 아름답게, 단정하게 일으켜 세운다.
그랑지 김수현 대표

에디터 박명주·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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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ging House

Well Aging House

Well Aging House

현대미술 작품이 공간 곳곳에 주인처럼 자리한 20년 된 아파트 이야기. 132㎡ 넓이의 작은 갤러리로 초대한다.

↑ 아늑한 갤러리와 같은 거실에는 양혜규 작가의 설치 조명과 이기봉 작가가 먹으로 나무를 그린 그림, 이영학 작가의 물확 작품으로 공간을 꾸몄다.

창문 밖으로 생생한 초록이 그림처럼 걸려 있는 집을 찾았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작은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공간 곳곳에 오랜 주인처럼 놓여 있다. 이곳은 삼청동에 위치한 에이비엔비 A.bnb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정환 대표의 집. 15년 전 이사하면서 레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한 이후,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함께 나이 들어온 흔적이 정겹다. 사람도, 집도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과 아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집에 오고, 딸아이는 영국에서 유학 중이에요. 가족들이 곳곳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셈이죠. 이 집을 지키는 사람은 오롯이 저밖에 없어서 아이들이나 남편에게는 이 집이 변하지 않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세상 모든 것이 변화를 향한 속도전에 열을 올리지만 궁극의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공간, 집만은 항상 같은 표정으로 두 팔 벌려 가족들을 맞이한다.

↑ 작은 소파 사이에는 니키 드 상 팔의 조각 작품과 히로시 고바야시의 작품을 걸어 동화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그러나 혼자 지내온 시간이 많은 탓에 집은 가족 구성원의 색깔보다는 그녀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들로 채워졌다. 132㎡의 아파트 곳곳에는 쿠사마 야요이, 줄리언 오피, 히로시 고바야시, 아야코 코카쿠, 양혜규, 민병헌 작가의 작품들이 존재감을 밝히고 있다. 상업 공간이나 갤러리가 아니고서야 좀처럼 가정집에 들이기로 결정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미술 전공자도 아닌 그녀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딸 세희 씨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전공한 딸과 함께 미술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대미술이 주는 신선함에 매력을 느꼈고 그때부터 마음이 가는 작품을 하나 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컬렉터라기 보다는 그냥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애호가 수준인걸요.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씩 집 안에 들여놓다 보니 작은 집이라 금세 갤러리처럼 바뀌었어요.” 프랑스와 영국 등지를 여행할 때도 미술 작품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2008년 우연히 파리 오페라 갤러리를 지나다가 바스키아의 그림을 입은 마리네티 줄리언의 강아지 작품을 구입했는데, 몇 년 뒤 국내 오페라 갤러리에서도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역시 요즘 시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김정환 대표. “처음엔 미술 작품의 재태크적인 측면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현대미술 작품이 주는 신선한 자극이 좋아서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만 구입하게 되었어요.”

1 에스닉한 느낌으로 꾸민 세희 씨 방. 2 영국에서 미술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세희 씨의 작품이 걸려 있는 복도. 3 콜앤선의 벽지로 포인트를 준 주방. 테이블에는 찰스&레이 임스의 빈티지 에펠 체어를 배치했다.

그림에서부터 조명, 설치 작품까지 그녀의 관심 영역은 폭넓다. 여느 아파트와 달라 보이는 이유는 요즘 보기 드문 좁고 기다란 창문 덕분이기도 하지만 틀을 깨는 작품 선택도 한몫한다. 부실별로 꼭 필요한 가구만 두었는데 거실에는 오래전 롤프 벤츠에서 구입한 소파 뒤로 김창렬 작가의 드롭 시리즈와 히로시 고바야시의 작품이 전부다. 고재로 만든 부엌 테이블 주변에는 찰스&레이 임스의 빈티지 에펠 체어를 배치했고, 벽에는 박승훈의 사진 작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에스닉한 분위기의 딸 방에서는 줄리언 오피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 김정환 대표와 딸 세희 씨, 애완견 딸구의 모습.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삶의 자극제 같은 미술 작품들. 김정환 대표에게 오래된 친구처럼 정겨운 집과 개인의 취향에 충실한 작품들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처럼 소중한 일상의 동반자다. 카브에서 시간을 인내하며 제맛을 찾아가는 와인처럼 공간과 공간의 주인은 서로를 조응하며 그렇게 익어가고 익숙해지고 있었다.

↑ 오래전 인도네시아에서 구입한 빈티지 원목 테이블 위의 벽에 박승훈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에디터 박명주ㅣ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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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아틀리에

나만의 아틀리에

나만의 아틀리에

77m²의 집을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원목 가구로 채운 명사리나 씨. 푸르른 식물과 직접 그린 그림으로 싱그러움을 더한 집을 <메종>에 공개했다.

↑ “소파와 티테이블은 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 있어서 큰 사이즈로 구입했어요. 특히 티테이블은 상판이 넓직해서 식사를 하거나 책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죠.”

중학교 보건 교사인 명사리나 씨는 3년 전 결혼을 하고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안양으로 이사를 왔다. 안양시 평촌동에 위치한 77㎡ 아파트에 집을 마련했는데 그간 인테리어 매거진이나 블로그에서 본 이미지를 시안 삼아 시공 업자에게 의뢰를 하고 페인트, 문고리 교체 등 세세한 부분은 부부가 직접 마무리했다. 마룻바닥과 가구는 짙은 오크색으로 통일해 차분하게 하고, 벽과 창을 가리는 블라인드는 모두 흰색으로 선택해 화사함을 더했다. 삭막하고 답답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식물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떡갈잎고무나무나 주필란다스 같은 관엽식물은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고 발육이 더뎌 실내에서 기르기 아주 좋아요.” 식물과 함께 집 안 곳곳을 장식한 그림은 모두 그녀가 취미 삼아 그린 것이다. 그림이 필요한 장소가 보이면 가구와 어우러지도록 캔버스 크기와 컬러를 고른다. “완성한 그림을 걸어놓았을 때의 뿌듯함, 이런 게 삶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1 침실 “한쪽 벽면만 푸른 계열 페인트로 칠해서 포인트를 주었어요. 톤 다운된 색을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했죠. 침대와 서랍장은 짙은 오크 톤으로, 커튼은 베이지 톤으로 맞춰서 포근하고 안락하게 꾸몄어요.”

2 작업실 “건축 회사를 다니는 남편이 도면을 그리고 책을 볼 수 있도록 ㄱ자로 붙박이 책상을 만들었어요. 그 반대편에는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 “저와 남편이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아일랜드 식탁 한 켠에 커피를 만들기 좋은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동안 수집한 도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놨는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1 “견고해서 가구용으로 많이 쓰이는 하드우드로 조리대와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었어요. 아일랜드 식탁 위에 있는 천장에도 나무로 장식을 해서 거실과 부엌이 분리되도록 연출했습니다.”

2 “거실에 있는 떡갈잎고무나무를 보고 그린 그림을 식탁 위 벽면에 걸었어요. 창가에 둔 식물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매우 마음에 들어요.”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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