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크리스마스

숲 속의 크리스마스

숲 속의 크리스마스

파리 근교에 있는 도시 사르트르에 살고 있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실내장식가인 아돌프 베나르가 매력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을 제안한다.

↑ 삼베로 짠 식탁보 위에 하나의 숲길을 완성했다. 초록색 이끼와 빈티지한 꽃병에 담긴 꽃다발이 저녁 식사에 초대된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식탁 뒤쪽에는 작은 조명과 반짝거리는 오브제를 단 나뭇가지를 꽂아 멋스럽다.

1 아돌프가 애완견과 함께 고풍스런 회색빛 장식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쪽에 놓인 암체어 위에 커다란 조개, 이끼와 산호 그리고 트리 장식용 볼을 가득 올려놓았다.
2 아마 섬유와 커튼 줄로 꾸민 대형 유니콘 장식. 프랑스 극작가인 콕토 Cocteau가 좋아할 만한 몽환적인 스타일로 이 집을 수호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3 정원용 테이블 위에 있는 백조 모형이 반짝이는 은색 쿠션과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집주인의 손재주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다른 시선
오래전부터 아돌프 베나르 Adolphe Besnard는 골동품 상점과 헌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았기에 박제품과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조형물 등 특이하거나 오래된 물건을 수집했다. 사람들이 방치한 물건에 대한 그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오브제를 접목시켜 독특하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로 연출한다. 아돌프의 집은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공존하기에 현실과 허상이 뒤섞인 연극 무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색다른 유머 감각을 가미하는데 이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판타지적 요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아이템을 조합해 예술적인 분위기의 공간을 연출한다.

1 따뜻한 온실처럼 꾸민 거실로 들어온 아들 구스타브 Gustave가 선물을 열고 있다. 트리 주변에는 합성수지 소재로 제작한 양 모형과 아돌프가 정성을 다해 만든 선물 상자들이 놓여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가짜 나무이지만 언뜻 보면 진짜처럼 보인다!
2 이렇게 풍성한 장식이 또 있을까! 빈티지풍 꽃병에 산호와 크리스마스 장식품들로 한껏 멋을 냈다.

↑ 파티를 준비하면서 유칼립투스와 인동덩굴로 높은 컵걸이를 탑처럼 꾸몄다. 투명한 샴페인 잔들이 무수히 꽂혀 있어 주방을 더욱 화사하게 만든다.

비범한 골동품 수집가
아돌프는 자신이 귀중하게 생각하는 보물로 가득 채운 이 집을 옛날 집주인이 살던 모습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벼룩시장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파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까지 찾아가 특이한 제품,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소한 물건들을 찾아다녔다. 다채로움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 때문에 여러 시대의 스타일이 혼재된 디자인이 많다. 옛날 스타일의 주방에는 검정 타일을 깔아 현대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여기에 세련된 테이블을 놓아 반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 복고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절충하는 감각을 발휘하는 것이 그의 특기다. 아돌프는 집 안을 채운 모든 오브제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꾸미길 원했던 것. 모든 디자인 컨셉트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가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이어져 있는 듯하다.

에디터 카미유 술래이롤 Camille Soulayrol│포토그래퍼 루이 가이라드 Louis Gaillard

CREDIT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앤티크에서 모던 빈티지 가구, 첨단 기술을 입은 현대적인 가구로 진화 중인
프레델시아를 알면 덴마크 가구의 역사가 보인다.

↑ 보르게 모겐센이 1963년에 디자인한 소파 ‘2209’.

1911년에 설립된 프레델시아 Fredericia는 고전적인 앤티크 가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1930년대 후반까지 프레델시아는 성장세를 이어갔고 스칸디나비아 국가 전체로 수출을 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본이 부족해지고 가구에 대한 수요가 점차 감소하면서 불황을 겪었다. 전쟁이 지나자 간결한 형태의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유행이 바뀐 것도 회사가 쇠퇴하는 데 한몫했다. 1955년에는 급기야 파산 직전에 이르러 단 3명의 직원만 남게 되었고 사업가인 안드레아스 가베센 Andreas Graversen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프레델시아를 인수하게 되었다.

↑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한 흔들의자 ‘J16’.

그는 기존의 앤티크 가구 라인을 폐기하고 당시 젊은 건축가였던 보르게 모겐센 Borge Mogensen을 영입하는 개혁을 감행했다. 보르게는 제품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용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가구를 선보였다. 1962년에 선보인 보르게의 대표작 2213 소파는 간결한 형태와 선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지금까지도 덴마크 곳곳의 관공서와 대사관저, 임원실, 주택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프레델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J39 의자는 1947년에 출시된 것으로 구조가 아름답고 편안해 다이닝 체어의 표본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일본 디자이너 신 아즈미의 ‘나라 시리즈 Nara Series’ 중 코트 스탠드. 2 유려한 곡선이 특징인 ‘트리니다드’ 의자. 3 난나 디트젤이 프레델시아를 위해 처음으로 디자인한 작품 ‘두 개의 벤치’. 4 덴마크 빌룬드 공항을 위해 디자인한 ‘난나 Nanna 벤치 3540’.

1995년 안드레아스의 아들인 토마스 가베센 Thomas Graversen이 회사를 물려받고 난 뒤 프레델시아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나갔다. 토마스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독단적으로 생각했던 아버지와 달리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조합을 통해 좋은 가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가능하다 Anything is possible’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유연한 설계 방법과 생산 방식을 도입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회사를 이끌었다. 또 보르게의 훌륭한 작품을 계속해서 생산할 뿐 아니라 덴마크의 여성 디자이너 난나 디트젤 Nanna Ditzel과 같은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 가오리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흔들의자 ‘스팅레이 Stingray’.

난나는 새로운 재료를 실험해 색다른 제조 방법을 찾는 디자이너로 1989년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의 ‘두 개의 벤치 Bench for Two’를 프레델시아와 함께 선보였고 1995년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트리니다드 Trinidad 의자를 제작했다. 전통 뇌문 세공 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트리니다드는 부채 모양으로 조각한 시트와 등받이가 특징으로 독특한 디자인과 안락한 구조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각 가정을 비롯한 상업 공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 보르게 모겐센이 1955년에 디자인한 ‘No.1’ 소파.

덴마크 본사에 적혀 있는 ‘Simply Said, We Trust Our Guts(간단히 말해 우리는 우리의 직관을 믿습니다)’라는 문구처럼 프레델시아는 대중의 취향에 맞추거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 특정한 디자인에 편중하지 않고 디자이너들을 최우선으로 신뢰하며 그들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사항은 모르겐이 늘 강조했던 ‘인간’과 ‘기능’이다. 일상에서 유용하며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을 만한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품질에 대한 헌신이 담긴 가구를 제작하는 프레델시아가 있기에 덴마크는 여전히 디자인 강국으로서 건재한지도 모르겠다.

↑ 다양한 크기로 선보인 커피 테이블 ‘아이시클 Icicle’.

에디터 최고은 | 자료협조 덴스크 · 프레델시아

CREDIT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소리는 노래 되고 빛은 조명 되어

북유럽에서는 겨울 동안 강렬하고 온화한 햇빛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트와 모겐스 부부는 볕이 잘 드는 지역을 찾아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코펜하겐 부둣가의 옛 공장을 개조한 이곳이 바로 그들의 안식처다.

↑ 편안한 거실의 휴식 공간. 플래그 핼야드 체어는 한스 베그너가 PP 뫼블러를 통해 선보인 것으로 삼으로 엮은 좌판과 양가죽으로 제작된 헤드 레스트가 특징. 진회색 양털로 짠 카펫은 카스탈 Kasthall의 제품이다. 미켈레 데 루키 Michele de Lucchi와 지안카를로 파시나 Giancarlo Fassina가 디자인한 램프 톨로메오는 아르테미데 제품.

34개의 창문에 유리창이 400여 개나 뚫려 있다. 침실과 욕실을 구분하는 벽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는 산업 지역에 위치한 그들의 아파트는 정말이지 광활하다는 점이 유일한 미덕이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는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코펜하겐 강 왼쪽 지대에 나란히 선 로프트 중 아마도 평수가 넓은 집일 터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출신인 모겐스 달 Morgens Dahl은 직업적인 특성상 공간의 음향에 매우 민감했다. 그리고 아내 제트 에겔룬트 Jette Egelund는 인테리어 제품 회사인 비프 Vipp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빛에 민감했다. 그래서 실내의 가구와 소품을 햇빛의 이동 경로에 따라 배치했다. 덴마크의 특성상 특히 겨울에는 일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햇빛을 최대한 많이 쬐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이렇다 보니 부부는 동향에 자리한 침실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햇빛은 서서히 손님방 쪽으로 이동한 다음, 남향에 위치한 거실을 비추게 된다.

↑ 화이트 & 블랙 톤의 욕실은 산업디자인 스타일을 고수하며 매우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바닥과 세면대의 일부는 블랙 스톤으로 연출했으며 세면대의 수도꼭지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볼라 Vola를 위해 디자인한 모델이다. 욕실 있는 휴지통, 빨래통, 선반, 빗, 비누 받침대, 칫솔통은 모두 비프 제품이다.

이 집은 가족 모두를 위한 식당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열린 주방으로 설계되었다. 그 대신 여러 톤의 베이지 컬러로 연출하여 해 질 무렵에는 일몰이 연출하는 장관과 은은하게 조화를 이룬다. 제트와 모겐스는 한스 베그너뿐만 아니라 장 푸르베, 소리 야나기,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디자인계의 녹슬지 않는 명품 디자이너의 작품을 수집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을 여러 개 소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두 사람은 현대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예술품의 위치를 때때로 바꾸기도 한다. 마치 햇빛이 이 로프트의 여러 공간을 떠도는 것처럼 예술품은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자리를 바꾸며 존재하는 듯하다.

↑ 메탈 프레임에 나무 상판을 올린 테이블 위에 놓인 세라믹 제품은 모두 비프에서 제작한 것이다. 과거의 비프는 휴지통을 크기별로 제작하는 사업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테이블 양 옆에는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천장에 설치한 조명등은 카스텔라니&스미스 Castellani & Smith 제품.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은 피터 보넨 Peter Bonnen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영국 출신의 익명의 작가가 그린 것이다.

↑ 작은 사각 유리로 된 34개 창문이 로프트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거실에는 한네스 베트슈타인 Hannes Wettstein이 에릭 요르겐센 Erik Jørgensen을 위해 디자인한 소파 ‘델피 Delphi’가 중성적이고 차분한 거실과 어우러진다. PP 뫼블러의 로 테이블은 세라믹 소재로 만든 비프 제품이다. 한쪽에 있는 양 인형은 글러럽스 Glerups의 제품이며 소리 야나기의 스툴 겸 발받침인 ‘버터 플라이’가 카펫 위에 놓여 있다.

에디터 카트린 코르니 Catherine Cornille | 포토그래퍼 로망 리카르 Romain Ricard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