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부터 열린 메종&오브제 파리를 다녀왔다. 테러와 불황이 겹쳐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파리였지만 박람회장만큼은 20주년을 맞이한 자부심과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1 문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납장 ‘루나’. 2 과감한 홍학 패턴을 선보인 무아쏘니에의 코모도.
13 아름답게 가리기
각종 잡동사니와 소품을 보관하는 수납장 디자인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코에디션을 통해 2개의 슬라이딩 도어가 달린 원형 수납장 ‘루나’ 를 2가지 색상으로 소개했다. 서랍 문을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어서 마치 달이 기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무아쏘니에는 보다 과감한 패턴을 적용한 코모도를 출시했다. 분홍색 홍학과 푸른빛의 배경이 어우러져 고전적인 디자인에 특유의 상큼함을 더했다.
↑ 로로피아나의 뉴 컬렉션 ‘레반테’.
14 지중해의 멋
로로피아나는 파리 시내의 작은 갤러리에서 ‘윈드 로즈’ 컬렉션을 소개했다. 지중해의 에너지를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는 커튼과 장식, 타이백, 밴드, 태슬 등으로 구성된 윈드 로즈 컬렉션은 로로피아나의 전통적인 천연섬유로 제작됐으며 함께 출시한 푸른색 원단을 곁들여 지중해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리넨과 면사 자수가 대비를 이루는 ‘켈리도니오’, 자카드 직기로 생산되는 리넨과 면으로 된 줄무늬 섬유 ‘알리제’, 우아하고 투명한 자수 섬유의 ‘레반테’ 등 지중해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컬렉션이었다.
↑ 팔레 드 도쿄에서 선보인 에르메스 뉴 컬렉션.
15 이카트로의 여행
매해 색다른 장소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에르메스는 팔레 드 도쿄에서 ‘이카트로의 여행’을 소개했다. 휘황찬란한 패브릭을 늘어뜨리고 눈부시게 화려한 식기를 원단과 연출해 마치 인도네시아의 어디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카트는 인도네시아어로 ‘묶다’는 뜻으로 아티스트 세일라 힉스는 전통적인 홀치기염색 기법을 프린트에 적용한 포슬린 테이블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의 세노그라피는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로 전설적인 이름을 남긴 라일라 멘샤리가 맡았는데 9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컬렉션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최고급 브랜드인 에르메스 식기에 염색을 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이국적인 프린트를 입힌 이카트는 동서양의 만남을 영민하게 연결한 컬렉션이었다.
↑ 카르텔이 처음 선보인 홈 프래그런스.
왼) 바오밥의 파이톤 시리즈. 오) 마틸드 엠의 리넨 퍼퓸.
16 실내의 향기
홈 프래그런스 제품이 밀집해 있는 5B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카르텔에서는 처음으로 홈 프래그런스 제품을 발표했는데 향초와 디퓨저, 홈 스프레이 제품을 8가지 향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카르텔 가구처럼 반투명한 용기로 제작된 패키지는 페루치오 라비아니가 디렉팅을 맡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방향제 브랜드 마틸드 엠에서도 향의 농도를 높인 방향제와 리넨 퍼퓸,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드레스 모양의 석고 방향제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국내에서는 5월부터 만나볼 수 있다. 바오밥은 시원한 ‘코시 베이 향’과 파이톤 패키지를 업그레이드해 다가올 여름을 위한 방향제를 선보였다.
1 프티 프리처의 ‘마스크’. 2 수납을 겸할 수 있는 ‘섀시스’. 3 작품 같은 월&데코의 벽지. 4 카림 라시드의 거울 ‘스쿠피’.
17 벽에 붙어요
벽을 장식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벽지, 거울, 조명 등 벽에 생기를 부여할 아이템은 메종&오브제의 단골손님이다. 감각적인 벽지를 선보여온 월&데코는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할 수 있는 예술적인 벽지 신제품을 부스에서 소개했다. 벽에 바로 페인트칠을 하거나 그림 작품을 건 듯한 벽지가 최신 트렌드다. 프티 프리처에서는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영감을 받은 이국적인 거울 ‘마스크’를 소개했고 리플렉트+에서도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거울 ‘스쿱’, ‘스쿠피’와 함께 뒤쪽에 수납공간이 숨어 있는 거울 ‘섀시스’를 선보였다.
1 셀레티의 ‘모레스크’ 조명. 2 구름을 형상화한 보치의 조명 ‘72’. 3 자연적인 소재의 조명을 선보인 아이 일루미네이트.
18 빛의 향연
올해 조명 컬렉션에서는 수작업 또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해 제작한 조명이 눈길을 끌었다. 오직 수작업으로만 조명을 만드는 아이 일루미네이트는 대나무, 사이잘 소재 등을 사용해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조명을 제작한다. 에스닉한 디자인이지만 현대적인 가구나 공간과도 잘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제품. 보치는 녹인 액상 유리를 패브릭과 결합시켜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펜던트 조명 ‘72’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셀레티에서도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 ‘모레스크’를 선보였는데 다양한 사이즈의 원형 세라믹 모듈을 다채롭게 이어붙여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1 엘리자베스 르리슈의 ‘시크릿 다틀리에’. 2 탈렁 알 라 카르트. 3 그린 아이티너리에 선정된 머스케인의 러그.
ETC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올해의 ‘탈렁 알 라 카르트’는 멕시코 디자이너들이 장식했다. 6명의 멕시코 디자이너들은 조명부터 가구, 그릇 등 그동안 갈고닦은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을 맞이했다. 눈길을 끌었던 디자이너는 나무 패널을 이어붙여 펜던트 조명을 만든 폴 로코와 멕시코에서 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펄라 발티에라.
또 메종&오브제에서는 2011년부터 그린 아이티너리 캠페인을 매년 두 번씩 진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선보인 제품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캠페인으로 올해도 총 9개의 제품이 선정됐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정해 버려지는 디자인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그린 아이티너리 캠페인은 올 9월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메종&오브제 20주년을 맞이해 엘리자베스 르리슈는 목수, 도예가, 패브릭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의 아틀리에 ‘시크릿 다틀리에’를 선보였는데 비밀스럽게 자리한 각 부스마다 각각의 아틀리에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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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