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1700여 개의 아파트 중 유난히 높이 솟은 마천루, 런던 테라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마커스 헤이는 이곳에 입주함으로써 간절히 바랐던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거실 한쪽에는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이 디자인한 안락의자 ‘움 Womb’이 있고 벤치 위에는 그레타 마그누손 그로스만 Greta Magnusson Grossman이 디자인한 테이블 조명 ‘코브라 Cobra’를 올려놓았다. 벽에는 이다 펠레이 Ida Pellei가 그린 일러스트 작품과 세라믹 타일, 토끼 두상을 함께 걸어놓았다.
<리얼 심플 Real Simple>, <굿 하우스키핑 Good Housekeeping> 등의 잡지와 미국의 대표적인 리빙숍 포터리반 PotteryBarn 등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국식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고객들과 일해온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마커스 헤이 Marcus Hay.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물건 정리라는 난제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직업상 많은 물품을 끊임없이 수집해온 탓에 25㎡ 넓이의 예전 아파트로는 수납을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벽장이 삐걱거릴 만큼 꽉 찼죠”라며 마커스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 이사가 불가피했던 그는 맨해튼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인 런던 테라스 London Terrace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같은 건물 1층에 자신의 사무실이 있어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는 운이 좋게도 사무실보다 몇 층 위에 있는 곳에 입주할 수 있었다. 70㎡ 넓이에 방이 2개인 아파트로 이사한 후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첼시의 수많은 아파트 중 자신의 집을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었다. “저는 다양한 색에 둘러싸여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회색과 다양한 색조를 조화시키죠. 그래서 초록색과 파란색도 회색빛이 섞인 것으로 선택했죠.”
집 안에 색을 입히기 시작한 그는 청록색을 주인공 삼아 집 안을 꾸몄다. 부엌의 벽을 칠할 때는 청록색 칠판 페인트를 활용했고 미국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매력적인 청록색의 안락의자 ‘움’ 등 가구와 소품, 식기류를 고를 때도 청록색을 중심으로 골랐다. 마커스는 전보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시도를 공간 곳곳에 녹여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영화 포스터와 엽서 컬렉션을 붙이거나 루이 15세 시대의 안락의자, 샌프란시스코에서 찾은 아톰 모양의 조각상, 뉴햄프셔에서 수집한 천장 등과 미니애폴리스에서 구입한 벽 조명을 곳곳에 두어 개성이 넘치는 실내 공간으로 완성시킨 것. “뉴욕 같은 대도시에 살고 있으면서도 좁은 집에 지내기 때문에 좋아하는 물건을 그냥 지나쳐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했죠.” 초소형 스튜디오에서 몇 년을 지냈던 그는 45㎡의 넓어진 이 공간에서 지내는 지금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왼) 금속 펜던트 조명은 뉴햄프셔에서 찾아낸 것으로 1950년 조지 넬슨 George Nelson이 디자인한 식탁 ‘X-레그’ 위에 달아놓았다. 식탁 주위로 찰스&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베니어합판 의자를 두었다. 안쪽 벽에는 루이지 케루비니 Luigi Cherubini가 작곡한 오페라 <메데 Médée>의 포스터를 걸었다. 오) 주방 벽 한 켠을 칠판 페인트로 칠해 메모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앞에는 찰스&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CKR 와이어’ 의자를 두었고 오른쪽 벽에 달아놓은 선반에는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아라비아 핀란드 société finlandaise Arabia의 세라믹 오브제 수집품이 진열돼 있다.
왼) 소파는 노르만 플러스 쿠에느 Norman+Quaine 제품으로 마커스가 2005년에 모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뉴욕으로 이사할 때 가져온 가구 중 하나다. 뒤쪽에는 미국 디자이너 존 스튜어트 John Stuart가 디자인한 서랍장이 있고 그 위에 로젠탈 Rosenthal 도자기 화병 컬렉션이 놓여 있다. 소파 앞에 있는 낮은 탁자 ‘튤립’은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것. 오_상단) 시비2 CB2에서 구입한 침대 옆 수납장 위에 1964년에 나온 영화 <판토마 Fantômas>의 포스터를 올려놓았다. 파란색 말 오브제는 1960년대 이탈리아 세라믹 브랜드 비토시 Bitossi에서 제작한 것이며 새는 노르웨이산 빈티지 도자기이다. 러그는 마들린 바인리브 Madeline Weinrib가 디자인한 것. 오_하단) 마커스는 오스트레일리아 달력, 리본 견본들,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한 가구 데생들이 인쇄된 엽서를 빼곡히 붙여놓아 자신의 영감이 숨 쉬는 벽으로 만들었다. 책상은 크레이트 앤 배럴 Crate and Barrel 제품이고 스탠드 조명은 웨스트 엘름 West Elm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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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안 필립스 Ian Phillips | 포토그래퍼 스테판 줄리어드 Stephan Julli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