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우주

내 작은 우주

내 작은 우주

빈티지 제품을 하나, 둘 모으며 살림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는 김현정 씨. 아들과 남편까지 세 식구가 오손도손 살고 있는 아파트를 <메종>이 찾아갔다.

아이방
“하늘색으로 한쪽 벽면에 포인트를 주고 아이가 마음껏 책을 꺼낼 수 있게 낮은 책장을 뒀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도 걸어놓았습니다. 아이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보물 창고이니만큼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두툼한 놀이 매트를 깔아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미니 텐트를 두었죠.”

9년 차 주부 김현정 씨와 남편, 4살 난 아들 우주까지 세 식구는 광명시의 112㎡ 넓이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결혼하고 네 번째 집이다 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비용 때문에 꼭 필요한 주방 공사와 벽지만 새로 시공하고 이사를 왔다는 그녀.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가 출산을 계기로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는데 한동안은 답답하고 무기력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라비아 핀란드의 1960년대 찻잔을 구입했고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되었다.
그 뒤 루이스폴센 조명, 모벨랩 가구 등 빈티지 제품으로 집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로 사서 모으는 것만 좋아하는 쇼핑 중독은 아니었다. 신혼 때 구입한 가구와 시계 등의 소품을 지금까지도 고이 잘 사용하는 김현정 씨는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달았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었어요.”

침실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한 비트라의 조명이 침실의 포인트예요. 빛이 은은해서 안방용으로 제격이죠. 벽면에는 선반을 달아 좋아하는 물건을 진열했어요.”
“침실 문 앞의 수납장에는 찻잔과 그릇을 보관하고 있어요. 혹시 아이가 무심결에 열었다가 다치지 않도록 투명한 고무 끈으로 문고리를 묶어놓았습니다.”

↑ 왼) 거실
“가죽 소파 옆에는 모벨랩에서 구입한 캐비닛을 두었어요. 좋은 가구 하나만 놓아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부터 빈티지 가구나 멋진 소품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어요.”

오) 서재
“패턴 벽지를 포인트로 바르고 선반을 달았어요. 저는 계절마다 선반의 소품을 바꾸는 것을 즐기는데 작은 소품만 달리해도 데코 효과가 커서 만족스러워요.”

주방
“신혼 때부터 쓰던 6인용 식탁을 두자니 통로가 좁아져서 고민하다가 본래 냉장고를 두던 주방 벽 일부를 텄어요. 그 자리가 지저분했는데 칠판 시트지를 붙여서 가리고 메모판으로 사용하고 있죠. 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붙여두고 있습니다.”

*<메종> 홈페이지 내의 오픈하우스 게시판에 독자 여러분의 감각으로 꾸민 집을 자랑해주세요. 채택된 집은 <메종>에 실어드립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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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마음씨 좋은 40대 남자가 정성을 다해 손수 고쳐준 30대 젊은이의 집은 참으로 따뜻했다. 그에게는 인생의 선배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 침실 한 켠에 둔 책상과 조명은 직접 제작한 것. 그 위에 검정과 흰색 소품을 두어 멋스럽게 꾸몄다.

고양이 삼식이와 함께 사는 프리랜스 웹디자이너 박종만 씨는 취미로 목공을 하고 있다. 손수 고친 집을 블로그에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친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집 두 곳을 멋지게 바꿔주기도 했다. 그의 솜씨가 입소문을 타자 많은 의뢰가 들어왔지만 비전문가인 자신이 책임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 모두 거절했다고. 하지만 1년 전 수영동호회에서 알게 되며 친해진 최승현 씨가 새 출발을 기념하며 그에게 집을 고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만큼은 외면할 수 없었다. “열 살 정도 어린 동생인데 자취생처럼 대충 살았더라고요. 이제 제대로 된 집에서 어른스럽게 살길 바랐어요.” 박종만 씨는 처음으로 대가를 받고 진행했던 집이라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다.

최승현 씨의 새 둥지는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투룸 빌라로 혼자 살기에는 넉넉했다. 지은 지 2년 된 건물로 전셋집이었기에 벽지만 새로 바르고 가구는 기존 바닥재 톤에 맞춰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늑한 침실에 놓고 책상은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도 활용할 수 있도록 원목을 넓게 자르고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다리를 조합해 튼튼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벽에 걸어놓은 조명이다. “예전부터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굵은 밧줄에 전선을 집어넣고 전구를 달았죠. 그 다음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구해서 흰색으로 칠하고 벽에 고정시킨 다음 조명을 걸어놓았습니다.” 책상 위에 놓은 새 모양의 소품과 박스는 기존의 알록달록한 색상이 보이지 않도록 검정 스프레이로 칠했다. 침구 역시 전부 동대문에서 천을 구입해서 제작했고 차분한 회색으로 통일한 대신 질감을 달리해 지루함을 덜었다. 벽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숍 ‘키 Key’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펜 드로잉 그림을 걸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1 흰색 가구로 깔끔하게 연출한 드레스룸의 책상. 2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꽃과 장식품으로 꾸민 화장대. 3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가구에 모노톤의 침구와 소품을 매치해 단정한 분위기의 침실을 완성했다.

1 새 출발에 대한 기대로 부푼 집주인 최승현 씨. 2 거실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청설모 모양의 오브제 겸 트레이는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것. 3 침구는 같은 회색이지만 질감은 각기 다른 것을 선택해 재미를 주었다. 4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소품들. 나무 코스터, 솔방울 등 자연 모티프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 햇살이 잘 드는 거실에 놓은 TV장과 수납장은 박종만 씨가 공간 크기에 알맞게 손수 제작해주었다.

“거실이 생각보다 좁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책도 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2.5인용 소파를 놓고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두었죠.” 소파 옆에 있는 2단 수납장과 TV장은 크기가 꼭 맞는 것을 구하기 쉽지 않아 직접 제작했다. 공간이 좁아 미닫이문을 설치했고 선반을 제작해 소품을 올려두었다. 수납장 바로 위에 있는 큰 창에서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내가 더욱 포근해졌다.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죠. 또 햇살이 잘 드는 것이 좋아서 커튼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침실은 너무 눈부실 것 같아 침대와 비슷한 색의 원목 블라인드를 달 생각이에요.”
드레스룸의 옷장, 화장대, 의자, 서랍장, 정리함 등은 흰색으로 맞추고 옷장은 모듈형 제품을 구입해 벽면 길이에 알맞게 넣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너무 만족스러워요. 나도 이렇게 잘 갖춰진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형의 도움이 컸죠. 앞으로는 제 힘으로 집을 더 가꿔보고 싶어요.” 두 남자의 멋진 우정으로 탄생한 이 집에 앞으로도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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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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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Man Part.5 비 개인 오후

Single Man Part.5 비 개인 오후

Single Man Part.5 비 개인 오후

좋아하는 것을 절제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픽디자이너 목영교는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중도의 미학으로 풀어냈다.

1 그래픽디자이너이나 아트 디렉터, 포토그래퍼, 브랜드 컨설턴트 등 비주얼과 관련된 일을 폭넓게 진행하고 있는 목영교. 2 갈대발을 늘어뜨린 거실에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가구들이 즐비하다. 맨 앞에 원형 테이블은 포토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것.

그래픽디자이너 목영교의 집을 찾았다. 주거 지역 같지 않은 한남동 골목에서 만난 이국적인 빌라는 그러나, 벌써 30년의 세월을 지나왔다고 했다. 당시 서울에 머물러야 했던 외국인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오늘날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이 있었다.
그가 이곳에 정착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홍대 인근 지역에서 살고 일했지만 점점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그곳이 불편해져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여기 온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집주인과 얘기가 잘 통해서 괜찮은 가격에 전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전셋집이라 따로 손을 댄 부분은 없어요. 신혼부부가 살던 집이라 상태도 괜찮았고 이 건물 고유의 느낌도 좋았죠.”
유독 흐린 날이었다. 창문에 길게 늘어뜨린 갈대발과 군데군데 가죽이 벗겨진 오피스 체어, 낡은 책상이 놓인 거실을 마주했을 때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단박에 눈에 띄는 최신 제품은 책상 위의 애플 아이맥 정도였다. 흔히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도 아니고 싱글남의 집에서 상상할 수 있는 차가움이나 거친 질감도 없었다. “오래된 제품이 많죠.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집만큼은 편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만든 작품도 놓고 좋아하거나 의미 있는 소품 등을 군데군데 두었어요. 제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 굵직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그와 집 사이에는 그렇게 미묘한 반전이 있었다.

↑ 50년이 넘은 나무장은 화장대 겸 액세서리 수납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부분을 열고 닫을 수 있어 자잘한 소품을 보관하기에 제격이다.

거실과 화장실, 부엌 그리고 방 2개인 단출한 구조로 방은 침실과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옷걸이, 그리고 2011년 디자인 코리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작업인 ‘Save us’의 북극곰 작품만 두었고, 옷방에는 50년이 된 빈티지한 장과 무채색 계열의 옷이 정리돼 있었다. “50년이나 된 옷장이라는 게 믿겨져요? 지금 내놔도 전혀 손색없는 가구예요. 서랍도 많고 윗부분을 간이 테이블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 액세서리류를 보관하기에 제격이에요.”

1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아치형 입구의 부엌. 오래된 빌라의 구조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2 거실 벽에는 토마도 선반을 달고 셀레티의 토일릿 페이퍼나 해골 오브제처럼 독특한 소품을 매치했다. 3 냉장고 옆에 둔 작은 수납함 위에도 쇼룸처럼 각종 소품들을 진열했다. 4 화분 등을 올려둘 수 있게 선반이 넓은 출창은 훌륭한 디스플레이 공간이 된다. 5 침대와 빈티지 오디오, 사이드 테이블로 구성한 빈티지한 침실.

이 집의 백미는 거실과 부엌이다. 아치형 입구의 고풍스러운 부엌에는 각이 진 창가가 있고 냉장고 옆에 둔 넓은 서랍장 위에는 좋아하는 소품을 연출했다. 거실에서는 주로 작업을 하거나 반들하게 길들여진 가죽 리클라이너 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책상 위에는 연필깎이부터 여행지에서 가져온 듯한 엽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스노볼 등이 어우러져 있고 벽에 건 토마도 철제 선반 위에는 셀레티의 토일릿 페이퍼 접시가 위트를 더했다.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은 집주인의 성향이 집에서도 느껴졌다. 파리에서 찍은 사진을 원단에 프린트해서 침대 러너로 사용하고 있고 거실의 원형 테이블 위의 프린트도 포토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하는 등 집 안 전체를 빈티지 일색으로 꾸미지 않고 전체적인 조화와 절제미를 생각했다. “이 집에서 2년 정도 살면서 느낀 건 사계절 내내 좋다는 거예요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내릴 때도 좋고요, 오늘처럼 흐린 날도 운치 있죠.”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각진 창틀, 몰딩이 굵직한 방문 등 ‘요즘’ 공간으로 고치자면 전부 드러내야 할 것들을 그는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입혔다. 마치 원래부터 계획했던 것처럼. “저만 생각하면 이 집을 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집이에요. 전에 살던 사람도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거든요.” 하지만 목영교는 그 불편함마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긍하며 살아갈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공간의 성격이나 위치는 개의치 않고 비 개인 오후의 차분함으로 물들일지 모르겠다. 바로 이곳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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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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