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의 말은 말이 없다

궁전의 말은 말이 없다

궁전의 말은 말이 없다

베르사유의 승마 아카데미에서는 신성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비밀스럽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곳에서 감동과 감탄이 교차하는 공연이 시작된다.

↑ 푸른 눈과 베이지색 털이 고상한 루시타니아 Lusitania산 백마는 프랑스 왕실의 종마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 신의 마차를 끄는 말로 유명하다.

베르사유 성을 등 뒤로 두고 시선을 돌린다. 아르므 광장 place d’Armes과 관광객 행렬을 지나 첫 번째 궁전을 향해 걷다 보면 광장 한가운데에 원형의 모래밭 위로 뛰어오르는 석조 종마상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 옆에는 큰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화려한 입구가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뜸하다. 이 마구간은 17세기 말, 그러니까 루이 14세가 왕족의 사냥용 말 수백 마리를 관리하는 어린 마부와 마구간을 운영하는 시종을 왕궁으로 불러들이던 시대에 프랑스 고전주의 건축의 기초를 쌓은 건축가 프랑수아 망사르 François Mansart가 지은 건물이다. 그 당시 호화찬란한 자태를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마구간은 오늘날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제 이곳 마구간에는 말의 울음소리와 말발굽 소리만이 흐릿하게 적막을 깨고 여성 합창단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퍼진다. 하지만 역사 속에 묻힌 기억을 다시 일깨우려는 이들 덕분에 이곳의 명맥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 새롭게 단장한 마구간에는 유니콘의 뿔을 본뜬 조명과 나무 칸막이를 설치했다.

↑ 건축가 패트릭 부섕은 베르사유 궁에 개성과 활력을 동시에 불어넣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나무판자를 사용해 간이 극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조명과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 마치 거울의 방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10년 넘게 베르사유 승마 아카데미의 예술 감독으로 일해온 바르타바스는 생기 넘치고 비범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오베르빌리에 Auberviliers에 극단 ‘징가로 Zingaro’를 만들었으며, 옛 왕실 마구간의 승마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학교의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의견이 수렴되어 춤과 펜싱, 노래, 일본 전통 궁술 등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이 마구간에 들어서게 되었다. 바르타바스는 가장 먼저 건축가 패트릭 부섕 Patrick Bouchain에게 이 공간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 패트릭은 프랑스 귀족의 전통을 계승할 이곳을 고전의 엄격함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장소로 재탄생시켰다. 마구간 내부를 나무 판자로 둘러싸고 작은 극장을 연상케 하는 계단식 좌석을 설치했으며 참나무 잎 모양의 조명, 높은 거울 등을 달아 마치 무도회장 같은 화려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베르사유 승마 아카데미는 대중들에게 매주 주말마다 두 번씩 승마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공연은 베르사유 궁에 있는 2개의 마구간 중 지붕이 있는 곳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이곳 아카데미의 기수들은 발레단처럼 매일 엄격한 훈련을 받고 있으며 마구간은 주말에 2번 공연할 때만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에디터 앙-세실 상셰 Anne-Cécile Sanchez│포토그래퍼 뱅상 티베르 Vincent Thi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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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우주

내 작은 우주

내 작은 우주

빈티지 제품을 하나, 둘 모으며 살림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는 김현정 씨. 아들과 남편까지 세 식구가 오손도손 살고 있는 아파트를 <메종>이 찾아갔다.

아이방
“하늘색으로 한쪽 벽면에 포인트를 주고 아이가 마음껏 책을 꺼낼 수 있게 낮은 책장을 뒀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도 걸어놓았습니다. 아이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보물 창고이니만큼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두툼한 놀이 매트를 깔아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미니 텐트를 두었죠.”

9년 차 주부 김현정 씨와 남편, 4살 난 아들 우주까지 세 식구는 광명시의 112㎡ 넓이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결혼하고 네 번째 집이다 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비용 때문에 꼭 필요한 주방 공사와 벽지만 새로 시공하고 이사를 왔다는 그녀.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가 출산을 계기로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는데 한동안은 답답하고 무기력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라비아 핀란드의 1960년대 찻잔을 구입했고 빈티지의 매력에 빠지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되었다.
그 뒤 루이스폴센 조명, 모벨랩 가구 등 빈티지 제품으로 집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로 사서 모으는 것만 좋아하는 쇼핑 중독은 아니었다. 신혼 때 구입한 가구와 시계 등의 소품을 지금까지도 고이 잘 사용하는 김현정 씨는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달았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었어요.”

침실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한 비트라의 조명이 침실의 포인트예요. 빛이 은은해서 안방용으로 제격이죠. 벽면에는 선반을 달아 좋아하는 물건을 진열했어요.”
“침실 문 앞의 수납장에는 찻잔과 그릇을 보관하고 있어요. 혹시 아이가 무심결에 열었다가 다치지 않도록 투명한 고무 끈으로 문고리를 묶어놓았습니다.”

↑ 왼) 거실
“가죽 소파 옆에는 모벨랩에서 구입한 캐비닛을 두었어요. 좋은 가구 하나만 놓아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부터 빈티지 가구나 멋진 소품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어요.”

오) 서재
“패턴 벽지를 포인트로 바르고 선반을 달았어요. 저는 계절마다 선반의 소품을 바꾸는 것을 즐기는데 작은 소품만 달리해도 데코 효과가 커서 만족스러워요.”

주방
“신혼 때부터 쓰던 6인용 식탁을 두자니 통로가 좁아져서 고민하다가 본래 냉장고를 두던 주방 벽 일부를 텄어요. 그 자리가 지저분했는데 칠판 시트지를 붙여서 가리고 메모판으로 사용하고 있죠. 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붙여두고 있습니다.”

*<메종> 홈페이지 내의 오픈하우스 게시판에 독자 여러분의 감각으로 꾸민 집을 자랑해주세요. 채택된 집은 <메종>에 실어드립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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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Single Man Part.6 어느 청년의 독립

마음씨 좋은 40대 남자가 정성을 다해 손수 고쳐준 30대 젊은이의 집은 참으로 따뜻했다. 그에게는 인생의 선배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 침실 한 켠에 둔 책상과 조명은 직접 제작한 것. 그 위에 검정과 흰색 소품을 두어 멋스럽게 꾸몄다.

고양이 삼식이와 함께 사는 프리랜스 웹디자이너 박종만 씨는 취미로 목공을 하고 있다. 손수 고친 집을 블로그에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친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집 두 곳을 멋지게 바꿔주기도 했다. 그의 솜씨가 입소문을 타자 많은 의뢰가 들어왔지만 비전문가인 자신이 책임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 모두 거절했다고. 하지만 1년 전 수영동호회에서 알게 되며 친해진 최승현 씨가 새 출발을 기념하며 그에게 집을 고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만큼은 외면할 수 없었다. “열 살 정도 어린 동생인데 자취생처럼 대충 살았더라고요. 이제 제대로 된 집에서 어른스럽게 살길 바랐어요.” 박종만 씨는 처음으로 대가를 받고 진행했던 집이라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다.

최승현 씨의 새 둥지는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투룸 빌라로 혼자 살기에는 넉넉했다. 지은 지 2년 된 건물로 전셋집이었기에 벽지만 새로 바르고 가구는 기존 바닥재 톤에 맞춰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늑한 침실에 놓고 책상은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도 활용할 수 있도록 원목을 넓게 자르고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다리를 조합해 튼튼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벽에 걸어놓은 조명이다. “예전부터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굵은 밧줄에 전선을 집어넣고 전구를 달았죠. 그 다음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구해서 흰색으로 칠하고 벽에 고정시킨 다음 조명을 걸어놓았습니다.” 책상 위에 놓은 새 모양의 소품과 박스는 기존의 알록달록한 색상이 보이지 않도록 검정 스프레이로 칠했다. 침구 역시 전부 동대문에서 천을 구입해서 제작했고 차분한 회색으로 통일한 대신 질감을 달리해 지루함을 덜었다. 벽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숍 ‘키 Key’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펜 드로잉 그림을 걸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1 흰색 가구로 깔끔하게 연출한 드레스룸의 책상. 2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꽃과 장식품으로 꾸민 화장대. 3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가구에 모노톤의 침구와 소품을 매치해 단정한 분위기의 침실을 완성했다.

1 새 출발에 대한 기대로 부푼 집주인 최승현 씨. 2 거실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청설모 모양의 오브제 겸 트레이는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구입한 것. 3 침구는 같은 회색이지만 질감은 각기 다른 것을 선택해 재미를 주었다. 4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소품들. 나무 코스터, 솔방울 등 자연 모티프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 햇살이 잘 드는 거실에 놓은 TV장과 수납장은 박종만 씨가 공간 크기에 알맞게 손수 제작해주었다.

“거실이 생각보다 좁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책도 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2.5인용 소파를 놓고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두었죠.” 소파 옆에 있는 2단 수납장과 TV장은 크기가 꼭 맞는 것을 구하기 쉽지 않아 직접 제작했다. 공간이 좁아 미닫이문을 설치했고 선반을 제작해 소품을 올려두었다. 수납장 바로 위에 있는 큰 창에서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내가 더욱 포근해졌다.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죠. 또 햇살이 잘 드는 것이 좋아서 커튼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침실은 너무 눈부실 것 같아 침대와 비슷한 색의 원목 블라인드를 달 생각이에요.”
드레스룸의 옷장, 화장대, 의자, 서랍장, 정리함 등은 흰색으로 맞추고 옷장은 모듈형 제품을 구입해 벽면 길이에 알맞게 넣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너무 만족스러워요. 나도 이렇게 잘 갖춰진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형의 도움이 컸죠. 앞으로는 제 힘으로 집을 더 가꿔보고 싶어요.” 두 남자의 멋진 우정으로 탄생한 이 집에 앞으로도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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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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