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하고 밍밍한 맥주는 가라. 터프하고 진한 에일 맥주가 몰려온다. 에일 맥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펍까지 속속 늘어나는 지금,
에일 맥주가 대체 뭘까?
1 뉴욕에서 온 정통 에일. 산뜻한 오렌지 향이 가미된 풍부한 맛이 특징인 배럴트롤리 벨지안화이트. 홈플러스에서 판매. 4천원. 2 노블 홉과 페일 몰트를 사용한 짙은 향의 에일스톤 브라운 에일. 대형 마트에서 판매. 2천원대. 3 약간의 과일 향과 깊이 있는 맛이 나는 이탤리언 에일인 타바체라 앰버 에일. 이마트에서 판매. 1만3천원. 4 묵직한 보디에 감귤 맛이 나는 에일 탄저린 위트. SSG 푸드마켓 청담에서 판매. 7천~9천원대. 5 벨기에의 수도원에서 만드는 에일로 쌉쌀하고 청량한 맛이 나는 트리펠 카르멜리엇,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에서 판매. 1만원대. 6 진한 캐러멜 색깔과 깊은 맛이 나는 독일산 에일인 쾨니히 루드비히 둔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판매. 5천원. 7 바리스타 장인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가 가미된 에일인 히타치노 네스트 에스프레소 스타우트. 9천원대.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 8 너무 무겁거나 씁쓸하지 않은 맛으로 에일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좋은 밸러스트 포인트 빅 아이. 홈플러스에서 판매. 4천9백~5천1백원.
라거 맥주 일색이던 국내 맥주 시장에 에일 맥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SG 푸드마켓 청담, 고메이 494를 비롯한 유명 푸드마켓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맥주 코너에는 독특한 라벨 디자인과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에일 맥주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라벨 디자인만큼 강렬하고 진한 맛이 특징. 1~2년 전만 해도 부동의 인기를 누렸던 라거 맥주의 부드러운 맛과는 대비되는 맛이다. 두 맥주의 차이는 발효법에서 시작된다. 에일 맥주는 에일 효모를 12~25℃의 높은 온도로 발효하는 과정에서 효모가 위로 떠오르는데 이를 ‘상면 발효’라고 한다. 반면 라거 맥주는 라거 효모를 5~10℃의 저온에서 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효모가 아래로 가라앉아 ‘하면 발효’라고 한다. 과거 냉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면 발효로 생산된 맥주가 한동안 유행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거 맥주는 부드러운 향과 깔끔한 뒷맛, 개운한 목 넘김이 특징. 하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했을 경우 ‘싱겁다’ 내지는 ‘밍밍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한다. 상면 발효로 만든 에일은 고온에서 짧은 시간 동안 발효하기 때문에 라거 맥주에 비해 깊고 진한 풍미를 지닌다. 또한 라거 맥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5%에서 9%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도 특징. 히타치노 네스트를 만드는기우치 Kiuchi브루어리의 토사유키 대표는 에일 맥주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에일 맥주는 고온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풍미를 지닙니다. 몇몇 에일 맥주는 발효 시 첨가물로 제철 과일 등을 사용함으써 맛이나 색깔, 향에서 독특함과 다양성을 지닙니다. 사실 라거 맥주는 냉장 기술의 발달이라는 산업 논리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에일 맥주는 양조장에서 다소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생산하기 때문에 라거 맥주보다 생산 기간이 길고, 생산량이 적으며, 맛은 훨씬 섬세합니다.”
에일 맥주는 잔에 따르면 눈으로는 진한 초콜릿색을, 후각으로는 코를 휘감는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라거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시기는 것보다는, 섬세한 맛과 향취를 음미하며 마실 것을 권한다. 유럽에서 태어난 에일 맥주는 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영국식 에일은 리치한 몰트와 비터 홉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며, 대체로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을 지닌다. 벨기에 에일은 향신료와 과일 등을 첨가해 양조하는 경우가 많고, 종종 와인처럼 오크통 숙성을 거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에일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진로 화이트는 ‘퀸즈 에일 맥주’를 지난해 출시했고, 오비 맥주는 올해 3월 ‘에일 스톤’을 출시했다. 오비 맥주 관계자는 “에일 스톤은 출시되자마자 한때 품절 사태를 빚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어요. 로컬 푸드, 슬로 푸드 등 쉽고 빠르게 만드는 대중적인 음식보다 지역성을 반영하고,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 인기이듯, 맥주 역시 생산 공정에 차별화를 둔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라며 최근 국내에 일고 있는 에일 맥주의 인기 현상을 설명했다. 갈증 날 때 벌컥벌컥 마시기보다 와인처럼 음미하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에일 맥주. 이번 여름은 에일 맥주의 깊고 강렬한 풍미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김잔듸 | 도움말 오비맥주·기우치 브루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