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공원 부근에 새로운 레스토랑 ‘멜팅 숍’이 등장했다. 지중해 감성을 표방하는 테이스팅룸 오너 부부가 오픈한 이곳은 복고풍 공간과 아메리칸과 이탤리언을 접목한 캐주얼한 음식을 조합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테이스팅룸의 안경두, 김주영 부부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9년 청담사거리 부근에 테이스팅룸이 처음 오픈할 때였다. 오랜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들 부부는 (주)비안 디자인이라는 건축 및 디자인 회사를 차리고 그들의 사옥 1, 2층에 지중해풍의 창작 요리를 주로 판매하는 레스토랑 테이스팅룸을 선보였다. 유학 시절에도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즐겨 맛집을 찾아다녔던 부부는 각자 건축가와 조명 디자이너라는 본업이 있음에도 프렌치 요리학교인 FCI를 졸업하고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는 등 요리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 안경두 대표는 “레저 공간은 물론 레스토랑의 설계 및 인테리어 작업을 해오다 보니 저만의 레스토랑을 경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요리하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제가 개발한 요리를 저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공간에서 누군가가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라며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 검은색을 적절히 활용하고 실버 트레이로 벽 장식을 한 2층.
그들의 염원이었던 첫 번째 레스토랑 테이스팅룸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예약이 줄을 이었고 현재는 청담동을 비롯해 서래마을과 이태원, 갤러리아백화점 코엑스에 분점을 두고 있다. 곧 제2롯데월드 타워에도 새로운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김주영 실장은 “남편과 항상 같이 일하지만 역할은 분담하고 있어요. 남편은 레스토랑 기획과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저는 레스토랑 운영을 책임지죠. 테이스팅룸을 처음 열었을 때는 힘든 일도 많았는데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을 다지다 보니 이제는 레스토랑 운영에 자신감이 붙고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어요”라며 그간의 소회를 들려주었다.
1 건축가 안병두 조명 디자이너 김주영 부부. 2 리코타 치즈를 만들고 있는 모습. 소분해 판매할 예정이다.
최근 이들 부부가 압구정동에 새로운 컨셉트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도산공원 부근의 2층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그들의 새로운 공간은 외관부터 상상을 비껴갔다. 회전목마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외관은 기둥과 창틀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입구를 실버 트레이를 활용해 장식했다. 외관 곳곳에는 금색으로 포인트를 주면서도 복고풍 기조를 유지했다. 부부는 건물의 1층은 카페, 2층은 레스토랑으로 기능을 분리했으며, 1층에는 디저트와 커피를 주로 판매하는 리코타 바를 숍인숍 개념으로 마련했다. 안경두 대표는 “1년 정도 심사숙고한 끝에 새로운 컨셉트의 레스토랑을 선보이게 됐어요.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죠. 고민 끝에 찾은 컨셉트는 바로 복고풍의 홈메이드 요리를 추구하는 레트로 델리카트슨이에요. 아메리칸과 이탤리언을 접목한 캐주얼한 퓨전 요리를 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1 복고풍 무늬의 바닥 타일과 은식기 등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1층. 2 레스토랑에서는 복고풍의 음악마저 흘러나온다.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메뉴 시식 시간을 가진다는 그는 이번 레스토랑을 통해 이색적인 메뉴를 선보였다. 겨자 잎을 오븐에 구워 요거트 소스에 찍어 먹는 겨자 잎 칩, 바삭한 소프트셸크랩 한 마리를 넣은 팝오버, 돼지고기를 블랙 페퍼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에 재운 다음 저온 조리한 부드러운 돼지고기 요리 등 개성 강한 메뉴를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생크림과 우유의 황금 비율로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를 고객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레스토랑에서는 처음으로 우리가 직접 만든 식재료를 판매하려고요. 시작이 리코타 치즈이고 앞으로 선 드라이드 토마토로 만든 잼과 각종 페스토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고객과의 새로운 소통이 될 거 같아 기뻐요.”김주영 실장은 들뜬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 회전목마를 모티프로 한 외관.
외식 사업 외에도 건축과 디자인 업체를 이끌고 있는 부부는 요즘 파라다이스 호텔 인천의 신축 설계를 비롯해 쿠알라룸프르 앰파이어 부티크 호텔 신축 설계, 현대백화점 식품관 레노베이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도 새로운 레스토랑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작업 때문에 인천과 부산 등지를 방문했을 때도 틈틈이 지방으로 진출할 새로운 레스토랑 부지를 탐색하고 시장조사를 한다. 때로는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하기도 한다. 바쁜 가운데도 그들이 레스토랑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이다. 음식이 주는 감동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이다.
1 복고풍의 분위기를 살리는 소품들. 2 리코타 크렘 브륄레 볼. 3 쇼프트셸크랩 한 마리가 들어간 팝오버. 4 베이크 빈과 피클 아삭 튀김이 함께 제공되는 저온 조리 블랙 페퍼 포크.
“오감이 즐거운 레스토랑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어렵게 찾아냈을 땐 평생을 곱씹을 수 있는 추억이자 커다란 감동으로 남게 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안경두 대표의 포부이다. 정신없이 흐르는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받고 싶은 날 찾아간 레스토랑. 새로운 맛과 분위기가 우리의 삶에 작은 기쁨과 활력을 선사할 것이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안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