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따사로운 가을볕과 싱싱한 제철 재료. 바짝 말려 건강 차는 물론 반찬과 찌개 등에 사시사철 활용할 수 있어 든든한 보물과도 같은 열두 달 저장식을 소개한다.
풍성한 가을의 맛을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방법, 저장식. 재료의 수분을 날리면 상하거나 부패할 염려가 없고 부피와 중량이 줄어들어 보관이 쉽다. 말리는 동안 생기는 독특한 풍미와 쫄깃한 식감은 생으로 먹을 때와는 다른 별미를 선사한다. 더욱이 무침, 조림, 볶음, 국과 찌개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어 별별 통조림이 부럽지 않다. 공식은 간단하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깨끗이 씻고 껍질째 잘게 썬다. 떫은맛이 나는 감과 고구마, 흙이 묻어 있는 생강은 껍질을 제거한다. 주로 무침이나 조림, 볶음 등에 많이 쓰이는 우엉, 당근, 무는 가늘고 길게 써는 것이 좋은데 조리 시 쉽게 부드러워지고 양념이 고루 배기 때문. 이렇게 손질한 재료는 서로 겹치지 않게 채반에 널어 바람이 잘 통하는 햇볕에 말린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 강한 햇볕과 습도가 낮은 날씨에는 2~3일면 충분히 마르니 따로 식품건조기가 필요 없다. 말린 재료는 비닐 팩에 담아 실온에 보관한다. 토마토, 호박, 가지 등 수분이 많아 바삭하게 말릴 수 없는 재료는 비닐 팩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1 빼때기 죽
말린 고구마 2줌, 팥 · 찹쌀 1컵씩, 차조 1/2컵, 물 적당량, 설탕 · 소금 조금씩
1 말린 고구마는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2 냄비에 팥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중간 불에서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물을 따라내고 다시 물을 부어 팥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는다.
3 차조와 찹쌀은 찬물에 담가 1시간 동안 불린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압력솥에 말린 고구마, 팥, 차조, 찹쌀을 넣는다. 5~7배 정도의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센 불에서 끓인다.
5 추가 흔들리면 중간 불로 줄이고 15분간 더 끓인 다음 김을 뺀다.
6 기호에 맞춰 설탕과 소금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TIP 빼때기, 즉 말린 고구마를 넣은 죽은 추운 날씨에 경남 지역에서 즐기던 별미. 냄비 대신 압력솥을 활용하면 계속 저을 필요 없어 간편하다. 전기밥솥의 경우 영양죽 모드를 활용한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감자, 말린 밤
2 말린 감 설기
말린 감 2컵, 쌀가루 5컵, 계핏가루 1큰술, 설탕 1/2컵, 물 조금
1 말린 감은 흐르는 물에 씻고 랩이나 젖은 면포를 덮어 부드럽게 불린다.
2 쌀가루와 계핏가루에 물을 조금 뿌려 고루 섞은 다음 체에 2~3번 내린다.
3 2에 1의 말린 감과 설탕을 넣고 고루 섞는다.
4 젖은 면포를 깐 지름 20cm의 대나무 찜기에 3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5 김이 오른 찜통에 4를 올리고 20분간 찐다. 불을 끄고 5분간 뜸들인다.
TIP 말린 감이 쌀가루의 수분을 흡수해 떡이 설익을 수 있으니 반드시 불려서 사용한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단호박, 말린 사과
3 말린 우엉 당근볶음
길게 썰어 말린 우엉 1과1/2컵, 길게 썰어 말린 당근 1/2컵, 들기름 · 현미유 조금씩, 볶음 양념(간장 · 조청 2큰술씩, 청주 · 현미유 1큰술씩, 생강즙 1작은술, 들기름 2작은술, 다시마 우린 물 5큰술), 통깨 조금
1 우엉과 당근은 흐르는 물에 씻고 랩이나 젖은 면포를 덮어 부드럽게 불린다.
2 1을 6cm 길이로 썬다.
3 분량의 볶음 양념 재료를 고루 섞는다.
4 달군 팬에 들기름과 현미유를 조금씩 두르고 우엉과 당근을 넣어 볶는다.
5 4를 말갛게 볶다가 3의 양념을 넣고 간이 배도록 약한 불에서 볶은 다음 통깨를 뿌린다.
TIP 우엉과 당근을 말려 볶으면 오징어채 같은 쫄깃한 맛이 난다. 볶을 때 식용유 대신 들기름과 현미유를 사용하면 고소한 맛이 좋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가지, 말린 표고버섯, 말린 애호박
1 말린 연근조림
말린 연근 1컵, 통깨 조금, 조림장(간장 3큰술, 설탕 · 조청 · 청주 1큰술씩, 생강즙 1작은술, 다시마 우린 물 4컵)
1 말린 연근은 흐르는 물에 씻는다. 찬물에 담가 1시간 동안 불린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2 분량의 조림장 재료를 고루 섞는다.
3 냄비에 2의 조림장을 넣고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1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4 3이 한소끔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간이 배도록 한다.
5 국물이 1/4 정도 남으면 다시 센 불에서 남은 양념을 끼얹어가며 윤기가 나도록 조린 다음 통깨를 뿌린다.
TIP 쫀득한 식감의 말린 연근은 영양밥을 지을 때 넣어도 좋고 기름에 살짝 튀긴 다음 계핏가루와 설탕을 뿌려 연근칩을 만들어도 좋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우엉, 말린 감자, 말린 당근
2 말린 표고버섯 된장찌개
말린 표고버섯 2개, 말린 애호박 10~12개, 감자 1개, 양파 1/4개, 대파 1/4대, 두부 1/3모, 다시마 우린 물 3컵,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국간장 조금
1 말린 애호박과 말린 표고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는다. 찬물에 담가 30분간 불린다.
2 1의 애호박과 표고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반달 모양으로 썬다. 양파는 굵직하게 채 썬다.
4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두부는 1cm 두께로 썬다.
5 냄비에 다시마 우린 물, 애호박, 표고버섯, 감자, 양파를 넣고 끓인다.
6 감자가 2/3 정도 익으면 된장을 푼다.
7 한소끔 끓으면 두부, 다진 마늘, 대파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국간장으로 간한다.
TIP 채소가 익은 다음 된장을 풀어 넣어야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된장찌개를 만들 수 있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무, 말린 토란대, 말린 배추 잎
3 말린 무 초무침
길게 썰어 말린 무 1컵, 길게 썰어 말린 당근 1/4컵, 쪽파 3뿌리, 초무침 양념(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깨소금 2작은술, 다진 마늘 · 매실청 1작은술씩, 소금 1/2작은술, 국간장 조금)
1 말린 무와 말린 당근은 흐르는 물에 씻고 랩이나 젖은 면포를 덮어 부드럽게 불린다.
2 1과 쪽파는 5cm 길이로 썬다.
3 분량의 초무침 양념 재료를 섞는다.
4 2에 3의 양념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TIP 말린 무를 초무침 양념에 버무리면 해파리냉채와 같이 꼬들한 식감과 새콤한 맛으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반찬으로도 좋다.
응용 가능한 재료 말린 배, 말린 사과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김잔듸 | 요리 김영빈(수랏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