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해 식탁에 올리는 순간 먹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봄을 맞아 집에서 식용 작물을 기르는 법을 알아봤다.
↑ 선반과 테이블을 활용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채소 소믈리에 박희란의 베란다 텃밭.
1,2 봉투, 페트병 등을 재활용해 화분으로 활용한다. 3 아들 진우를 위해 베란다에 텃밭을 조성한 이지현 주부. 다 자란 작물의 수확은 아들이 담당한다.베란다 텃밭 가꾸기
베란다는 집에서 텃밭을 조성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공간. 햇볕이 잘 들고 15℃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며 통풍이 잘되어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키우기보다 잘 자라고 관리가 쉬운 작물군 하나를 선택해 키우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재배 작물 실외에 비해 일조량이 부족하므로 열매보다 잎채소 위주로 재배한다. 사계절 재배가 가능한 청경채를 비롯해 근대, 비타민, 치커리, 배추 등 비교적 잎이 두꺼운 잎채소들이 베란다에서 잘 자란다. 씨앗은 양재 화훼 단지나 일반 마트, 다이소, 인터넷 종묘상을 통해 구입 가능하며 모종은 4월 초부터 곳곳의 화훼 단지에서 판매한다. 화분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다. 다 자란 작물의 높이와 크기를 고려해 화분의 크기를 선택한다. 스티로폼 상자, 페트병, 플라스틱 케이스 등에 구멍을 뚫어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으며 잎채소는 뿌리를 얕게 내리므로 깊은 화분은 필요 없다. 흙과 비료 상토 또는 배양토라고 불리는 개량된 배합토를 주로 사용한다. 새 흙과 섞어 재사용도 가능하다. 4년째 베란다 텃밭을 일궈온 이지현 주부는 작물 재배 시 반드시 필요한 천연 비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쌀뜨물과 유용 미생물인 EM(화훼 단지 및 원예 전문점에서 판매)을 배합해서 하루 동안 발효한 후 물에 희석해서 작물에 뿌리면 효과 만점의 영양제가 됩니다. 또 달걀 껍질과 식초를 섞어 하루 동안 발효시킨 다음, 이때 생겨난 액체를 분무기에 담아 작물에 뿌리면 칼슘제 역할을 합니다”. 환경 관리 베란다는 실외에 비해 일조량이 3분의 1 수준이므로 작물이 하루에 4~6시간 동안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신경 쓴다. 통풍 역시 중요하다. 봄과 가을의 경우 햇볕이 들 때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겨울에는 하루에 한 번 5분 정도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실내 문을 3시간 이상 열어둔다. 습도가 높으면 벌레가 생기기 쉬우므로 습도가 70%(15~18℃)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물은 바닥에 흐를 정도로 듬뿍 주기보다 겉흙이 촉촉할 정도로만 유지하면 된다.
↑ LED 조명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인공광 재배기.
1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밀싹. 가위로 잘라 즙을 내서 먹는다. 2,3,4 장진주 작가는 주방에서 냄비, 주전자, 저장 용기 등을 이용해 콩나물과 무순 등의 작물을 수경 재배한다. 주방 텃밭 가꾸기
주방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의 주방은 해가 잘 들지 않는다. 주방에서는 수경 재배가 가능하고 재배 기간이 짧은 음지 채소를 키우는 것이 적절하다. <열 두 달 베란다 채소밭>의 저자 장진주는 주방에서 인공광 재배기의 사용을 추천한다. “햇볕 대신 LED 조명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인공광 재배기는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이나 다용도실에 놓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각종 잎채소를 소량으로 재배할 때 유용하며 배수와 통풍만 적절하게 유지하면 됩니다. LED 조명 채소 재배기를 생산하는 업체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재배 작물 수경 재배가 가능한 숙주, 콩나물, 무순, 양파, 콜라비 잎, 새싹 채소 또는 음지 채소인 밀싹, 어린잎 채소 등. 새싹 채소와 밀싹, 어린잎 채소의 씨앗은 인터넷 종묘상이나 전국 대형 마트의 원예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다. 콩은 재래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해도 된다.화분과 물 물 수경 재배 작물은 유리병을 비롯해 주전자, 냄비, 반찬통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용기에서 쉽게 키울 수 있다. 음지 채소인 밀싹과 어린잎 채소는 일반 화분 또는 페트병을 화분으로 재활용하면 좋다. 수경 재배 작물은 흙 없이 물로만 재배하고, 3일에 한 번 정도 물갈이를 한다. 화분에 심어 키우는 밀싹은 베란다 텃밭에서 쓰는 상토를 주로 사용한다. 환경 관리 양파, 콜라비 잎 등의 몇몇 수경 작물은 때때로 햇볕을 쬐어주는 것이 좋으며 무순, 새싹 채소는 어둡게 해주면 더 잘 자라는 경향이 있다. 주방에서 새싹 채소와 무순 등을 키우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은은 수경 및 음지 작물을 재배할 때 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경 작물과 음지 작물은 환기가 잘 안 되면 곰팡이가 쉽게 생깁니다. 환기할 때는 물이 깨끗한지도 수시로 확인해주세요. 실내 온도를 2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으면 더 잘 자랍니다.” 또한 습도가 낮으면 물이 빨리 증발하므로 실내 습도를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유의한다.
1 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가 마당 텃밭에서 직접 기른 오렌지. 2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상림은 텃밭을 조성하기 위해 아파트 1층으로 이사했다. 3 멀칭 작업을 해놓은 샘킴 셰프의 텃밭. 4 가족과 함께 텃밭을 관리하는 쁠라스의 우보람 대표. 이제 제법 실력이 늘어 배추, 무 등 큼직한 작물을 재배한다. 텃밭 가꾸기
아파트 1층에 개인 화단이 있거나 집에 앞마당, 뒤뜰이 있다면 흙을 개량해 텃밭을 일군다. 상토를 구입해 기존의 화단 흙과 잘 섞으면 텃밭용 흙으로 쉽게 개량할 수 있다. 옥상은 상토를 깔아 화단을 만들거나 큼직한 스티로폼 화분을 여러 개 놓아 텃밭을 조성한다. 텃밭에서는 대부분의 작물이 잘 자라지만 베란다나 주방과 달리 매우 부지런해야 관리가 가능하다. 레스토랑 옥상에 텃밭을 조성해 갖가지 쌈 채소와 허브 등을 재배하는 샘킴 셰프는 “야외에서 작물을 재배할 경우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야외에서 재배하더라도 일부 작물은 화분에 심어 비가 많이 오거나 기후가 안 좋을 때는 실내로 잠시 옮겨서 재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라며 텃밭 조성 팁을 전했다. 재배 작물 텃밭은 해가 잘 들고 환기가 잘되므로 잎, 뿌리, 열매채소, 허브 등 어떤 작물도 재배가 가능하지만 계절과 기후의 영양을 받으므로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스케줄로 재배한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오이 등 열매채소를 심는 것이 관리가 쉬운 편이다. “쌈 채소를 텃밭에서 키웠는데 생각보다 벌레가 많이 생겼어요. 또 새나 고양이들이 종종 작물을 뜯어먹기도 해서 속이 상하곤 했죠. 올해는 야외 텃밭에서 줄기 방울토마토, 가지 등 열매를 크게 맺는 작물 위주로 재배하고 쌈 채소는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서 키울 예정입니다.” 아파트 1층 화단에 텃밭을 조성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상림의 경험담이다. 텃밭에 작물을 심을 때는 모종을 구입해 심거나 씨앗을 화분에 심어 발아시킨 다음 텃밭으로 옮겨 심어도 좋다. 환경 관리 텃밭은 기본적으로 일조량이 많고 통풍이 잘되지만 그로 인해 병충해에도 쉽게 노출되므로 방충제를 수시로 뿌린다. 장마철을 제외하고 흙의 상태를 종종 살펴 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며 부엽토, 분변토 등의 천연 거름을 섞으면 작물이 더욱 잘 자란다. 또한 잡초를 수시로 뽑아줘야 하는데 잡초가 자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텃밭에 씨를 뿌린 다음 검은 비닐을 씌우는 멀칭 작업을 한다. 멀칭 작업 후 씨앗이 발아하여 순이 올라오면 비닐에 구멍을 뚫어 작물이 비닐 밖으로 자라나도록 만든다.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박상국 | 도움말 박희란(채소 소믈리에, <베란다 채소밭>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