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옷 입히는 법

가구에 옷 입히는 법

가구에 옷 입히는 법

형태를 구상하고 만드는 것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오일, 페인트, 바니시 등 목재 가구를 마감하기 위한 재료와 방법에 관한 정보.

↑ 던-에드워드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최상급 가구 마감재 브랜드 올드마스터즈.원목에는 단연 오일
손이 탈수록 색이 살아나고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는 원목 가구에는 기공을 막지 않는 오일이 좋다. 목재에 스며들어 원목 고유의 질감을 잘 살려주고 결을 단단하게 해주기 때문. 또 표면에 윤기를 더해 한결 고급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오일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깊어지는 나무의 빛깔을 감상할 수 있다. 오일은 견고함이 떨어지는 소프트 우드(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보다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하드 우드(메이플, 월넛, 체리, 애시, 오크 등)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티크 원목의 경우 전용 오일이 있지만 그 외에는 나무의 수종보다 용도에 따라 골라야 한다. 도마 등 칼이 닿는 제품에는 수분이나 세균 침투를 막아주는 무도막형 도마용 오일이 좋다. 또 텅 오일 Tung oil, 부처 블록 오일 Butcher block oil도 식탁이나 부엌 가구에 많이 사용한다. 일반적인 가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데니시 오일로 건조 촉진제 등이 함유되어 실내 가구의 내구성을 높여준다. 표면 경도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야외 시설물이나 목조 주택에 사용하는 외장용 오일 스테인을 권한다. 방수, 방부 성분이 혼합되어 자연스러운 나무의 무늬결을 유지하면서도 변색이나 부식 등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 원목 마감을 위한 준비물인 스펀지, 면 헝겊, 사포, 오일.이제 실전이다!
오일을 바를 때 대체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작은 주먹 크기의 도료용 스펀지나 깨끗한 면 헝겊이다. 먼저 까끌한 200방 정도의 사포로 문질러 표면을 정리한 후 오일을 1차로 발라준다(이 과정은 가구 표면 상태에 따라 생략해도 된다). 30분가량 지나 오일이 어느 정도 흡수되고 나면 600~1000방 사포로 가볍게 문질러준 다음 다시 오일을 바르며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다. 사포를 사용하거나 오일을 칠할 때는 반드시 나뭇결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나뭇결과 반대 방향으로 도장하면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칠한 자국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으며 한번 바르면 손에 묻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균일하게 펴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오일은 제품에 따라 특유의 냄새가 있어 작업 후에 충분히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조광페인트 홈아이브에서 새롭게 출시한 자연n 스테인.또 다른 선택
곤충의 체액과 분비물을 추출해서 만든 ‘셸락’은 오일과 마찬가지로 친환경 제품군에 속하는 마감재다.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 분출을 억제해주는 것이 장점이지만 열에 약하기 때문에 주방 가구 도장에는 적합하지 않다. 바니시는 오일이나 스테인, 페인트칠을 한 뒤 코팅 역할에 필요한 제품인데 때로는 바니시만으로 마감을 하기도 한다. 바니시는 롤러, 붓 등 간편한 도구로 작업할 수 있고 건조가 빠른 것이 장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상업 공간의 가구 등 높은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가구에 적합하지만 건조가 안 된 목재에 사용하면 자칫 썩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스테인은 목재에 색을 입힐 때 사용하는 착색제로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색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팅과 마감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오일 스테인과 수성 스테인이 있으며, 수성 스테인은 착색만 하는 도료이기 때문에 작업 후 반드시 바니시나 오일로 마감 처리를 해야 한다.

1,2 스프레이 도장기 3 흙손 4 롤러 5 여러 종류의 붓용도에 맞는 도구
롤러는 넓은 면을 균일하게 칠할 때 편리하다. 작은 가구라면 4인치가, 큰 가구라면 6인치가 적당하다. 매끈한 마감을 원한다면 흙손을 추천하며, 구석진 곳이나 좁은 면적을 칠할 때는 붓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붓은 바니시와 같은 투명 코팅제를 칠할 때도 사용하며, 굴곡이 많아 평평하지 않은 곳은 붓의 끝이 사선으로 깎인 앵글붓, 평평한 곳에는 평붓이 적당하다. 새 붓은 털이 잘 빠져 페인트 중에 가구에 털이 붙거나 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기 전에 붓을 털어준다. 붓칠에 자신이 없다면 스펀지붓이나 스프레이 도장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펀지는 탄력이 있어 편하게 칠할 수 있고, 스프레이처럼 페인트를 분사하는 스프레이 도장기는 홈이 있어 도구가 닿지 않는 섬세한 작업부터 넓은 도장까지 가능하며, 롤러나 붓을 사용했을 때보다 작업 속도를 2배 이상 절약할 수 있고, 사용 방법도 간단해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페이트 용기를 확인할 것
페인트 용기에는 목재용, 벽용 등 페인트칠이 가능한 대상물, 칠하는 횟수와 넓이 등이 표기되어 있다. 페인트를 선택할 때는 칠하는 면적보다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페인트의 광택도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 브랜드마다 광택의 단계가 다르고 사용 용도도 차이가 있지만 크게 무광, 저광, 고광으로 구분된다. 무광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때가 잘 타기 때문에 짙은 컬러를 바를 때 선택할 것을 권한다. 저광과 고광은 강도가 좋고 물걸레로 닦을 수 있어 문, 가구, 철재 등의 표면에 사용한다.

1 사포 샌더기 2 퍼티 3 젯소 4,5 와이어 브러시 6 스크래퍼 꼼꼼한 시작
가구를 칠할 경우에는 페인트의 접착력을 방해하는 먼지나 기름기, 찌든 때 등을 제거해야 한다. 기존에 도장이 된 가구는 페인트의 발색과 내구성을 돕는 프라이머를 바른다. 도장이 되지 않은 나무는 사포로 문질러 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표면에 녹이 있거나 불순물이 묻어 있다면 와이어 브러시나 스크래퍼를 사용해 제거한다. 표면이 파인 부분이 있다면 메꾸미라고 불리는 우드 퍼티를 발라 면을 평행하게 만들어준 뒤 사포로 문질러 마무리한다.

1 마스킹테이프 2 커버링테이프페인트칠과 정리
칠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마스킹테이프나 커버링테이프를 붙여 보호한다. 테이프는 반건조 상태에서 떼어내야 한다. 페인트는 칠하기 힘든 곳부터 칠하는 것이 좋다. 나무 소재라면 나뭇결을 따라 칠해야 하며, 테두리나 각이 있는 곳은 페인트가 흐르기 쉬우니 주의해 바른다. 페인트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굳어버리니 건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사용하던 도구를 트레이에 담은 채 지퍼백으로 밀봉한다. 작업이 끝나면 붓과 롤러에 묻은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세제를 약간 넣은 물에 충분히 빨아 깨끗한 물에 4시간 정도 담가둔다. TIPㅣ가구를 칠할 때 꼭 필요한 준비물
① 페인트 취향에 맞는 색의 페인트를 고른다.
② 롤러 소가구나 방문용 롤러는 4~6인치가 적당하다.
③ 붓 페인트를 칠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넓은 부분을 칠할 때는 주로 롤러를 사용하므로 2인치 정도의 붓을 많이 사용하며 섬세한 작업은 앵글붓을 사용한다.
④ 커버링 커버링테이프는 마스킹테이프에 비닐이 붙어 있어 간편하게 더 넓은 면적을 보호할 수 있다. 커버링은 작업 면적보다 더 넓게 붙여야 한다.
⑤ 트레이 페인트를 트레이에 덜어서 사용한다.
⑥ 사포 도장 면을 정리할 때 쓰는 사포는 가구용 페인트에서는 400~600방 정도가 적당하다.에디터 최고은 | 어시스턴트 김수지 | 포토그래퍼 차가연 | 도움말 조영진(자투리공방) · 신현호(크래프트브로컴퍼니) · 김이진(나무와사람들) | 참고도서 <초보자를 위한 친환경 가구 만들기> 우상연, 북하우스엔 · <나무의 온도> 이종우, 마호 · <페인트 인테리어 A to Z> 김혜원 옮김, 싸이프레스

CREDIT
가변의 힘

가변의 힘

가변의 힘

주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빌트인 시스템 ‘퍼니처 코리도’를 적용하면 작은 집에서도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수가 급증하는 요즘, 출산을 꺼리는 딩크족 2인 가구의 증가 또한 가파르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이를 뒷바라지하고 집을 소유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면 그 자식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 또는 배우자와 함께 삶을 즐기고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대별로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이를 반영해 집을 설계하는 것이 건축가에게 큰 숙제가 되었다. 2013년에 설계해 완공된 ‘9×9 실험 주택’이 가로, 세로가 각각 9m와 높이 6m의 주택이었다면 ‘6×6 주택’은 가로, 세로가 각각 6m와 높이 9m로 설계되었다. 이 바닥 면적을 평수로 환산하면 12평이며, 2개 층 반으로 구성된 집으로 아이가 없는 부부와 반려견 두 마리가 함께 살기에 작은 공간이었다. 초기에는 서울 도심의 30평 대지에 계획되었으나 건축법상 문제와 경제적인 이유로 외곽으로 밀려나갔다. 작은 집에 대한 동경을 갖고 시작하더라도 서울 도심에서 땅을 매입해 집을 지으려고 하다 보면 그 마음을 실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부는 몇 년간 아이 없이 반려견과 살아오면서 의도적으로 작은 공간을 찾았고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이 부부에게 제안한 것은 ‘퍼니처 코리도 Furniture corridor’였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주택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능의 가구, 위생, 환기, 전시, 설비 등을 한곳에 모아 사용하게 만드는 것. 주택 가장자리에 작은 복도를 만들어 그 공간 안에 필요한 가구와 시설을 짜 넣어 필요시에만 문을 열고 사용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나머지 공간을 훨씬 자유롭고 가변적으로 쓸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폭 45cm, 길이 150cm의 테이블 하나로 책상, 식탁, 아내의 파우더 테이블까지 겸했던 부부에게 퍼니처 코리도 시스템은 낯설지 않았다. 두 번째로 제안한 것은 수직 정원과 텃밭이었다. 이 부부는 시간이 날 때면 아파트 테라스에서 상추를 키우거나 다양한 크기의 플랜트 박스를 만들어 화초를 키우곤 했는데, 발코니에 키우는 화초들은 대부분 거실에서만 볼 수 있고 관리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이러한 제한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방과 방을 이동하는 동선 사이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토심을 확보했고, 두 부부가 먹을 양만큼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이 작은 텃밭을 테라스에 곳곳에 배치하니 마치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는 온실 같았다.

내가 건넨 마지막 제안은 반려견과 어떻게 한 장소에 살 것인지에 관한 부분이었다.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이기에 설계 초기부터 사람과 개의 스케일을 동시에 고려했다. 집의 높이는 전체가 9m이지만 한 개 층이 3m로 구성된 3개 층이 아니라 중앙에 놓은 계단을 중심으로 한쪽은 개들이 통행 가능한 높이인 1.5m로, 나머지는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2.3m 높이로 계획해 주택 전체 높이가 결정된 셈이다. 주택 가운데에 설정된 퍼니처 코리도에는 이 집에서 사용될 다양한 가구와 위생기, 환기구, 설비 및 전기 배관 그리고 계단이 빌트인되어 있으며 심지어 반려견 두 마리의 집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여유로워진 나머지 공간은 부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6×6 주택이 재미있는 점은 내부와 외부의 경험이 교차된다는 것이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 흙을 담은 화분과 같은 야외의 테라스가 내부인 방으로 연결되고 중심에 있는 천장은 하늘로 열려 있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내리는 비와 눈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부부는 기존 집과는 다른 의외성을 이 집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deneb@mckorea.com)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 에디터 최고은 | 사진 스튜디오 아키홀릭

CREDIT
Good Hand Good Mind

Good Hand Good Mind

Good Hand Good Mind

나무와 사는 남자, 포토그래퍼 조남룡이 카페 ghgm을 오픈했다. 공간을 만든 사람의 취향과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그곳을 방문했다.

↑ 커다란 원목 판재를 손으로 가공해 만든 1층의 테이블은 카페 ghgm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나는 잡지 기자로 일한 지 햇수로 18년쯤 된다. 연차가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영화관이든 미술관이든 장소를 취재할 때는 눈에 보이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러모으기 바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후배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가 됐다. 그제서야 공간의 진실을 느끼고 알리는 눈이 조금 트였다. 공간은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을 닮는다. 그를 알아야 그의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리게 된다. 당연한 소리인데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공간을 취재하러 나가는 후배들한테는 “사장이든 매니저든 건축가든 그 공간을 가꾸고 만든 사람을 만나고 오라”고 당부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진가 조남룡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었다. 지금부터 그가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지어 얼마 전 문을 연 ‘카페 ghgm’을 소개하려 한다. 내 논리대로라면 그의 공간보다도 그를 소개하는 일이 되겠지만.

1 2층 ghgm 작업실에 앉아 있는 사진가 조남룡. 2 카페 ghgm 활용법. 핸드메이드 가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조남룡의 사진 바라보기.

조남룡은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다. 선 굵은 외모와 훤칠한 체격, 힘이 있는 목소리와 가볍지 않은 몸가짐은 상대에게 믿음과 호감을 준다. 잡지사 사진기자로 시작해 청담동에서 패션, 광고 사진과 유명인 포트레이트를 찍을 때부터 그랬다. 그런데 묘한 부분이 있었다. 누구보다 도시적인 감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인데 그에게선 조금씩 바람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낡고 큰 SUV에 카메라를 싣고 몽골의 초원으로 달려나갈 것만 같은 자유로운 감성. 그래서 그가 용인에 ‘더 우드 스튜디오’라는 목공 공방을 열었다는 풍문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생길 일은 어떻게든 생기니까. 결과적으로 더 우드 스튜디오는 카페 ghgm의 모태가 되었다.
11년 전 조남룡은 용인에 목조 주택을 지어 이사 오면서 목공의 세계에 눈을 떴다. 목공 학교를 다니며 집 안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실을 운영하던 동료들과 뭉쳐 회원들에게 원목 가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장소를 제공하는 더 우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몇 년 후 얄궂은 세상사 때문에 더 우드 스튜디오는 흩어지게 됐다. 조남룡은 이참에 가구 브랜드를 하나 만들었다. 이름은 ghgm. ‘Good Hand Good Mind’의 줄임말이다. 광고 기획자로 이름을 날리던 친구가 붙여준 이름이다. 조남룡은 더 우드 스튜디오 바로 옆에서 자신이 수입한 빈티지 가구를 전시하던 곳을 ghgm의 사무실과 갤러리를 겸하는 복층 공간으로 개조해 썼다. 그 공간에 카페 기능을 넣은 것이 올해 2월에 오픈한 카페 ghgm이다. 그러니 이 카페의 유전인자에는 ‘조남룡’, ‘나무’, ‘가구’, ‘빈티지’가 단단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 조그만 화분들은 이 남성적인 공간을 쓰다듬어주는 ‘깨알’ 디테일이다.

↑ 자연광이 풍족하게 내리쬐는 2층은 ghgm의 작업실 겸 갤러리다. 천천히 둘러보며 ghgm의 가구를 구입하거나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나는 ‘조남룡 실장이 더 우드 스튜디오를 계승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만 듣고 그곳을 찾았다. 몇 년 전 더 우드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어 길은 쉽게 찾았다. 그런데 그 길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대로에서 들어서자마자 한적한 느낌이 드는 좁은 길을 따라 쭈욱 올라갔는데 이제 그 좁은 길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유명 축구 선수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도 이웃했다. 내비게이터가 알려준 곳에 차를 대고 내리니 깨끗한 창고형 건물에 ‘카페 ghgm’이라는 작은 간판이 달려 있었다. 카페!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조남룡이 카페를 열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낯설었고, 조금이라도 자연에 가까운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 이사 온 사람들 곁에 카페라는 휴식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탁 트인 복층 구조의 실내는 커피 향과 음악, 나무와 가구로 가득했다. ‘조남룡’과 ‘카페’는 잘 연결되지 않는 단어 같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카페니까. 긴 원목 판재를 통째로 상판으로 쓴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한 커피가 놓이기도 전에 테이블에서 일어나 1층과 2층을 둘러보았다.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교외의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은 전부 ghgm이 제작한 것이거나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이었다. 아르네 야콥센도 보이고 톨릭스 체어도 있었다. 랑프 그라는 언제 봐도 기능적인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우체국이나 공장에서 쓰던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가구 위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꽃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테이블 사이에는 조남룡이 찍은 인물,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다. 1층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콘크리트 벽에 세워진 커다란 판재들이다. 월넛, 웬지,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아프로모시아, 유럽산 오크. 수령이 100년 넘는 나무를 잘라 가공한 것이라 어떤 건 웬만한 사람 키의 두 배도 넘게 크다.

1 제작한 가구들의 사진과 도면을 붙여놓은 2층 ghgm 작업실 벽. 2 ghgm의 나무 도마는 카페 손님들이 즐겨 사가는 아이템이다.

1 가구뿐만 아니라 작은 문구류도 제작하는 ghgm이 습작으로 만든 나무 잔들. 2 세월을 함께 견딘 빈티지 철제 조명과 원목 테이블.

↑ 시원하게 트인 아래층을 내려보는 건 로프트 구조가 주는 즐거움이다.

카페로 쓰이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ㄷ자 모양으로 구성된 ghgm의 사무실 겸 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카페 손님들은 자유롭게 2층을 구경하면서 ghgm의 가구를 구입하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가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작은 나무 자 같은 문구에서부터 책상과 의자, 침대와 콘솔, 테이블, 오리지널 빈티지 체어, 캘리그래퍼가 만든 목공예품에 이르기까지 ghgm의 감각과 손맛이 배어 있는 가구들로 가득하다. 2층에 놓인 스피커도 나무 캐비닛 느낌이 좋은 영국제 ‘하베스 Harbeth’다. 이 공간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나무와 가구와 음악과 커피 향이 가득한 곳에서 사람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냥 아기자기하니 예쁘기만 한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흡족한 기분이 가득 차오른다. 공간을 만든 사람의 취향과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곳, 없는 걸 만들어내거나 애써 꾸미지 않은 곳, 그래서 계속 찾아도 질리지 않는 곳. 그런데 이런 곳을 만나기가 은근히 어렵다.
뒤늦게 1층 원목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투샷이 풍기는 진한 맛과 향. 어떤 장소를 취재하고 나면 개인적인 결정이 선다. 다시 올 것이냐 오지 않을 것이냐. 카페 ghgm은 아내와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빈티지 가구와 커피를 좋아하는 그녀가 무척 좋아할 것이다. 그때면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벚나무와 은행나무에 잎이 푸르겠지.

송원석 (자유기고가) |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재형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