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5년이 지난 지금, 베를린 사람들은 이제 잠재력이 무한한 서베를린을 주목하고 있다. 창의적인 시선으로 도시를 바꾸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서베를린의 매력 속으로.
↑ 실험적인 요리와 감각 있는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라바 Lava. 베를린 식도락의 중심지인 템펠호프 Tempelhof 외각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2014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 되는 해였다.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난 베를린은 역사, 문화, 축제, 예술, 박물관, 야경, 음악 그리고 식도락 같은 다양한 요소로 런던, 파리 다음으로 유럽에서 관광객이 많은 도시가 되었다. 오페라극장 3곳, 180개 이상의 박물관과 450여 개의 갤러리, 수많은 영화관, 서점,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 등 베를린은 누구나 무료로 쉽게 오가며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파리보다 9배나 큰 세계적인 도시이면서 거리가 잘 정비된 베를린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갑작스러운 하락세를 겪은 이 도시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제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태어난 첫 세대가 성인이 된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동쪽과 서쪽을 구분한다. 동베를린에는 각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중심가 미테 Mitte가 있고 서베를린에는 쿠르푸르슈텐담 Kurfurstendamm, 쿠담 Ku’damm으로 상징되는 럭셔리한 거리가 있다. 특히 ‘웨스트엔드 Westend’라는 현대 예술 갤러리와 독특한 컨셉트의 상점 덕분에 1980년대와 같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아나벨 시몬 Annabell Simon과 알렉산더 비레두 Alexander Wiredu가 갤러리 시자루에 연출한 공간. 실물처럼 느껴지는 연출법 트롱프 뢰유를 이용해 꾸몄다.
↑ 위에서부터) 1 베를린 역사와 밀접한 서독의 대극장 주 팔라스트 Zoo palast는 1950년대 스타일로 리모델링되었다. 2 독일 사람들의 일상 소품들을 가득 전시한 디자인 박물관 ‘무조임 데어 딩게 Museum der Dinge’는 크로이츠베르크 Kreuzberg 위쪽에 있다. 3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5성급 호텔 ‘다스 슈트 Das Sute’는 덴마크 대사관을 개조해 만들었다. 4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파울리 잘 Pauly Saal’ 레스토랑. 미트에 있는 세련된 식당 중 하나로 아우구스트스트라세 Auguststrasse의 옛 유대인 여학교 1층에 자리하고 있다. 5 쿠르츠베르크의 중앙시장 9번에 있는 상품 진열대. 6 고르키 아파트먼트 호텔은 욕실마저도 감각적이다.
↑ 베르너 아이슬링거 Werner Aisslinger가 디자인한 25아워 호텔의 로비에 있는 포근한 쿠션이 달린 해먹.
사실 서베를린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재건이나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베를린의 프렌츨라우어-베르크 Prenzlauer-Berg 지역으로 부유층이 몰려들어 집값이 오르고 그 바람에 원래 살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대대로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식인들은 서베를린에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를린의 중심가에 있던 유명한 컨셉트 스토어 ‘안드레아스 무르쿠디스 Andreas Murkudis’가 포츠다메르스트라세 Potsdamerstrasse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호화로운 건물들이 서베를린에 세워졌고, 뉴욕의 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Waldorf-Astoria’ 호텔까지 들어섰다. 건축가 파울 슈베베스 Paul Schwebes와 한스 쇼스츠베르거 Hans Schoszberger가 설계해 1957년에 완공된 건물은 거대한 복합몰 ‘비키니 하우스 Bikini Haus’로 탈바꿈했고 그 내부에는 디자인 호텔 ‘25아워 25Hours’와 컨셉트숍 비키니 베를린 Bikini Berlin 등이 들어섰다. 또 베를린의 역사적인 도서관이었던 아메리카 하우스 America Haus에는 사진 갤러리 C/O가 문을 열었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흐름이 동서를 막론하고 도시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으며 각 구역마다 고유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베를린은 독일 고유의 모더니즘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재탄생하고 있다.
에디터 피에르 레옹포트 Pierre Leonforte | 포토그래퍼 로베르토 프랑켄베르그 Roberto Franken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