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nd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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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 올모스트 홈, 초여름 정원 마켓, 필요에 의한 불균형

↑ 래코드에서 론칭한 반려견을 위한 브랜드 ‘페넥트 라인’으로 꾸민 공간.

1 심플하고 편안한 감성의 침실. 2 에피그램의 옷과 프랑스, 일본, 스위스에서 공수한 패션 상품이 놓여 있는 공간. 3 유기농으로 재배한 먹거리를 전시한 주방 공간.

그 남자의 집, 올모스트 홈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 series’의 세컨드 브랜드인 ‘에피그램 Epigram’이 만든 팝업 스토어 ‘올모스트 홈 Almost Home’이 그곳이다. 실제 집처럼 꾸민 3개 층의 건물을 침실, 거실, 주방, 욕실, 정원 등으로 구성해 에피그램이 추구하는 삶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팝업 스토어의 컨셉트를 밝힌 코오롱패션 한경애 상무의 “에피그램의 올모스트 홈은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숍의 개념을 넘어 편집과 큐레이팅의 결과를 담아낸 공간입니다”라는 말처럼 3개 층으로 구성된 공간에 맞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적재적소에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주방에는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인시즌’의 제품을 비롯해 침실에는 우드 스튜디오 조남룡 작가의 원목 가구를 비롯해 언타이틀 도큐먼트의 파자마도 있다. 또한 거실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에서 새롭게 론칭한 반려견을 위한 브랜드 ‘페넥트 라인’의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재현해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녹여낸 올모스트 홈은 오는 7월 31일까지 3개월간 창덕궁 돌담길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에피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3677-8812 www.byseries.com
에디터 박명주

1 아이졸라의 패드 볼 세트. 2 수향의 향초.초여름 정원 마켓
최근 브랜드나 숍이 함께 모여 작은 플리마켓을 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먼데이 에디션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정원 庭園’ 마켓이 3회를 맞이했다. 5월 30일에 열리는 이번 정원 마켓에서는 먼데이 에디션과 생활 소품을 선보이는 아이졸라, 캔들 브랜드 수향, 원데이 블룸으로 유명한 키마, 빈티지 그릇을 판매하는 커먼 키친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합정동 퍼블리칸 바이츠에서 진행될 정원 마켓은 참여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뿐만 아니라 럭키드로 행사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5월의 나들이 장소로 손색없을 듯하다.
문의 퍼블리칸 바이츠 02-324-0076
에디터 신진수

필요에 의한 불균형
이스라엘 출신의 디자이너 론 기라드 Ron Gilad는 선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 그가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한 ‘콘트로라 Controra’는 직선의 나무판에 우아한 곡선의 시트를 덧입힌 소파. 팔걸이 한쪽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두툼하게 만들고 반대쪽은 커피잔이나 책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작은 나무 테이블로 제작한 것이 특징. 이탈리어로 이른 오후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처럼 점심식사 후 차 한잔을 즐길 때 안성맞춤이다. 휴식을 위한 공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콘트로라 소파는 몰테니앤씨에서 판매한다.
문의 몰테니앤씨 02-543-5093
에디터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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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는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있다

2013년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만났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2년 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유쾌했지만, 한층 여유 있고 성숙해진 소년의 모습이었다.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일 예정인 신제품이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평소 그의 건축을 좋아했나요? 이번 ‘리액션 포에틱’ 컬렉션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요. 르 코르뷔지에가 그의 부모를 위해 지었던 빌라 르 라크 Villa le Lac에는 그가 어머니를 위해 심었던 나무가 있었죠. 무척 아꼈던 나무였는데 병이 들어 잘라내게 되었어요.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 나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주길 까시나 Cassina에 부탁했고 제가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게 됐죠. 새, 새집, 그네를 만들었는데 모두 나무에서 온 것이고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재미있었어요. 그 후 까시나를 통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서 영감을 얻은 가구들을 만들게 됐죠. 오직 나무로만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나무를 조합하고 연결하느냐를 고민하는 것마저도 즐거웠습니다.

파올라씨를 통해서 콜로세움 모양의 테이블웨어를 선보이기도 했죠. 건축에 흥미가 있나 봐요. 어쩌면요. 그렇지만 주제나 테마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에요. 물론 하이메 아욘의 스타일도 첨가해서 말이에요. 파올라씨에서 선보인 뉴 로만 컬렉션도 건축에 집중했다기보다는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재에서 고대 로마 시대를 떠올렸거든요.

당신에게 협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모든 브랜드와 잘 맞을 수는 없어요. 디자이너나 브랜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협업이 가장 이상적이죠. 제 스타일을 주장하는 것만큼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프리츠 한센의 파븐 소파에서는 북유럽 스타일이 느껴져야 했었죠. 이런 부분이 아주 중요하죠.

까시나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까시나는 특히 나무를 잘 다루는 브랜드예요. 장인정신을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의 브랜드죠. 그 때문에 더욱 좋았어요. 이번엔 나무 하나로 끝장을 보겠다는 일념을 갖고 있었죠.

많은 브랜드와 작업하지만 세라믹 브랜드 보사와 각별한 것 같아요. 물론이죠. 보사는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제가 만든 세라믹을 그냥 구워줄 정도입니다. 같이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죠. 저는 제 작업을 이해해줄 브랜드가 필요하지요. 때론 미친 사람같이 보여도 말이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요? 아주 좋은 레스토랑에 갔다고 가정해보세요. 멋진 테이블과 조명, 완벽한 커트러리까지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음식을 내올 때 그릇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어요. 그렇다면 이후에 기억 나는 건 뭘까요? 머리카락이죠! 창조적인 디자인이란 머리카락 같은 거예요. 모든 것을 한번에 뒤바꿀 수 있을 만큼 감정적인 동요가 있어야 하죠. 나의 스승이 이 얘길 해주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창의적인 디자인이란 곧 감정의 동요고 이를 뒷받침하는 건 품질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요? 마치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는 것만큼 위험성도 있죠. 예전엔 미팅을 하자고 하면 움츠러들기도 했어요. 바카라와 미팅했던 공간은 그들이 루이 14세를 위해 만든 샹들리에가 달린 방이었죠. 상상이 되나요? 하지만 이젠 ‘새로운 것을 보여줄 테니 준비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즐기고 있죠. 디자인 역시 지금은 예전보다 좀 더 순수하고 정밀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어요.

2014년에 코펜하겐에 위치한 SAS 로열 호텔의 506호 방을 프리츠 한센의 제품으로 리뉴얼했죠. 아르네 야콥센이 설계한 공간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오리지널과 신진 디자인이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관건이었어요. 일단 한번 테스트를 해본다는 마음이었죠. 원래의 공간은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느낌을 낸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 프리츠 한센의 컬렉션과 공간은 완벽할 정도로 잘 어울렸어요.

당신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스페인 발렌시아에 집을 짓고 있어요. 2년 정도 걸렸는데 이제 곧 완성됩니다. 집을 디자인하고 꾸민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머리가 아프기도 한 일이에요. 타일 등, 소소한 디테일까지 모두 생각해야 하니까요.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와 스튜디오 욥 등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도 함께 어우러진 아주 재미있는 집이 될 거예요.

아빠가 되고 나서 어린이 가구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물론 있죠! 그래서 올여름 비트라에서 키즈 워크숍을 진행하며 장난감을 만들 계획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인지는 저의 아들을 통해 테스트해볼 예정이에요. 하하.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시골로 여행도 가고 맛있는 소시지를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해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서 가족끼리 자전거 여행도 하고 클래식 기타도 치죠. 일을 하지 않을 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아들과 보물찾기 같은 게임도 하죠. 최근 헬렌 미렌 주연의 영화 <로맨틱 레시피 The Hundred-Foot Journey>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처음 한국에 왔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뭐든 꼼꼼하게 관찰하는 편인데 서울에 제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움에서 본 설치 미술 작가 양혜규의 전시도 정말 멋졌죠. 미술관도 아름다웠고요. 서울에서도 스케치를 많이 했어요. 이곳에서 생각하고 영감을 얻었던 것들이 언젠가 작품에 녹아들 수 있길 바라요.

이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기대해도 좋을 만한 것이 있다면요? BMW 미니와 함께 ‘Urban Perspectives for MINI’란 설치 작품을 선보여요. 미니에서 나오는 전기 퀵 스쿠터인 ‘시티서퍼 컨셉트’를 다른 버전으로 디자인했고 초현실적인 루트와 함께 헬멧, 재킷 같은 액세서리류도 디자인했죠. 대리석으로 된 도로, 이를 떠받치는 푸른색 기둥, 황동으로 된 조명 등이 스쿠터와 어우러져 아주 환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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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가면

서쪽으로 가면

서쪽으로 가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5년이 지난 지금, 베를린 사람들은 이제 잠재력이 무한한 서베를린을 주목하고 있다. 창의적인 시선으로 도시를 바꾸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서베를린의 매력 속으로.

↑ 실험적인 요리와 감각 있는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라바 Lava. 베를린 식도락의 중심지인 템펠호프 Tempelhof 외각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2014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 되는 해였다.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난 베를린은 역사, 문화, 축제, 예술, 박물관, 야경, 음악 그리고 식도락 같은 다양한 요소로 런던, 파리 다음으로 유럽에서 관광객이 많은 도시가 되었다. 오페라극장 3곳, 180개 이상의 박물관과 450여 개의 갤러리, 수많은 영화관, 서점,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 등 베를린은 누구나 무료로 쉽게 오가며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파리보다 9배나 큰 세계적인 도시이면서 거리가 잘 정비된 베를린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갑작스러운 하락세를 겪은 이 도시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제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태어난 첫 세대가 성인이 된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동쪽과 서쪽을 구분한다. 동베를린에는 각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중심가 미테 Mitte가 있고 서베를린에는 쿠르푸르슈텐담 Kurfurstendamm, 쿠담 Ku’damm으로 상징되는 럭셔리한 거리가 있다. 특히 ‘웨스트엔드 Westend’라는 현대 예술 갤러리와 독특한 컨셉트의 상점 덕분에 1980년대와 같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아나벨 시몬 Annabell Simon과 알렉산더 비레두 Alexander Wiredu가 갤러리 시자루에 연출한 공간. 실물처럼 느껴지는 연출법 트롱프 뢰유를 이용해 꾸몄다.

↑ 위에서부터) 1 베를린 역사와 밀접한 서독의 대극장 주 팔라스트 Zoo palast는 1950년대 스타일로 리모델링되었다. 2 독일 사람들의 일상 소품들을 가득 전시한 디자인 박물관 ‘무조임 데어 딩게 Museum der Dinge’는 크로이츠베르크 Kreuzberg 위쪽에 있다. 3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5성급 호텔 ‘다스 슈트 Das Sute’는 덴마크 대사관을 개조해 만들었다. 4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파울리 잘 Pauly Saal’ 레스토랑. 미트에 있는 세련된 식당 중 하나로 아우구스트스트라세 Auguststrasse의 옛 유대인 여학교 1층에 자리하고 있다. 5 쿠르츠베르크의 중앙시장 9번에 있는 상품 진열대. 6 고르키 아파트먼트 호텔은 욕실마저도 감각적이다.

↑ 베르너 아이슬링거 Werner Aisslinger가 디자인한 25아워 호텔의 로비에 있는 포근한 쿠션이 달린 해먹.

사실 서베를린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도 재건이나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베를린의 프렌츨라우어-베르크 Prenzlauer-Berg 지역으로 부유층이 몰려들어 집값이 오르고 그 바람에 원래 살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대대로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식인들은 서베를린에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를린의 중심가에 있던 유명한 컨셉트 스토어 ‘안드레아스 무르쿠디스 Andreas Murkudis’가 포츠다메르스트라세 Potsdamerstrasse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호화로운 건물들이 서베를린에 세워졌고, 뉴욕의 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Waldorf-Astoria’ 호텔까지 들어섰다. 건축가 파울 슈베베스 Paul Schwebes와 한스 쇼스츠베르거 Hans Schoszberger가 설계해 1957년에 완공된 건물은 거대한 복합몰 ‘비키니 하우스 Bikini Haus’로 탈바꿈했고 그 내부에는 디자인 호텔 ‘25아워 25Hours’와 컨셉트숍 비키니 베를린 Bikini Berlin 등이 들어섰다. 또 베를린의 역사적인 도서관이었던 아메리카 하우스 America Haus에는 사진 갤러리 C/O가 문을 열었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흐름이 동서를 막론하고 도시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으며 각 구역마다 고유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베를린은 독일 고유의 모더니즘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재탄생하고 있다.

에디터 피에르 레옹포트 Pierre Leonforte | 포토그래퍼 로베르토 프랑켄베르그 Roberto Frank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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