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큐레이터 니나 야샤르가 운영하는 갤러리 닐루파 데포에서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선보인 전시 <FAR>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린드 프레야 탱겔러 Linde Freya Tangeler가 설립한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 Destroyers/Builders는 이 전시에서 독특한 표면의 아키타입 벤치 Archetype Bench를 선보였다.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는 브뤼셀과 앤트워프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다. 스튜디오 이름에서 느껴지듯 조각적이고 건축적인 형태의 가구를 선보이며 인간적인 감성과 재료의 대비 그리고 촉감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의 가구는 우아하다. <FAR> 전시 전에 이미 밀라노 닐루파 갤러리를 통해 소개한 선반장인 하이&로 섹션 High&Low Section은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의 건축적인 영감과 공예적인 제작 기법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두툼한 기둥과 선반으로 이뤄진 선반장를 보면 알겠지만 가구를 건축물처럼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그녀의 강점이다. “저는 실용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두지 않아요. 그보다는 예술적인 것, 건축적인 것에 더 관심이 있어요. 특히 작품을 봤을 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린드 프레야 탱겔러의 말이다.

닐루파에서 열린 전시 에서 선보인 아키타입 벤치.

브라질 건축가 보 바르디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은 ‘윈도 오브 보 바르디’ 스툴.
그녀는 시간이 나면 벽돌과 같은 건축 재료를 발견하거나 건축 기술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니곤 한다. 건축물을 옮겨놓은 듯한 디자인 덕분에 니나 야사르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 디자인 잡지에서도 주목하는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는 현재 브랜드 발레리 오브젝트 Valerie Objects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스툴인 윈도 오브 보 바르디 Windows Of Bo Bardi의 또 다른 변형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이 스툴 역시 브라질의 건축가 보 바르디의 건축물 중에서도 창문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와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하루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제게는 도전이에요. 스튜디오는 작고 손이 가는 일은 많거든요. 건축과 관련된 전시에 가거나 공원에서 뛰는 걸 즐기는데 요즘은 바빠서 자주 못하네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의 우아하고 꾸준한 행보를 응원한다.

3가지의 다른 소재로 만든 벽에 고정하는 선반 시스템 ‘에타주 Etage’.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의 스타일과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하이 섹션 선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