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모던 컨템포러리 조명 브랜드 플로스는 아름답고 새로운 오브제를 발명하는 걸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다.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가 저글링 공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IC 시리즈. 얇은 철제 다리와 구체가 묘한 균형감을 이루며, 미니멀하지만 우아하다.
선을 강조해 극도로 미니멀하게 디자인한 스트링 라이트 콘 헤드 String Light Cone Head는 간결하면서도 공간에 드라마틱한 입체 효과를 선사한다.
마르셀 반더스가 거미줄에 감겨 있는 샹들리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제플린.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1960년대 즐겨 사용했던 코쿤 기법을 활용한 조명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급 조명 브랜드 플로스 Flos는 라틴어로 ‘꽃’을 뜻하는 이름 안에 정체성이 모두 담겨 있다. 단순하게는 꽃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명을 선보인다는 의미지만, 인류 문화의 황금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지 피렌체가 꽃의 도시 ‘플로렌스 Florence’라 불렸던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탈리아인의 바람이 숨어 있다. 1950년대 후반, 전쟁으로 타격을 입었던 이탈리아가 다시 새로운 디자인의 고향이 되기를 바랐던 디노 가비나 Dino Gavina는 발명가인 아르투로 에인세케일 Arturo Einsekeil과 함께 1962년에 플로스를 설립했다. 에인세케일이 보유했던 코쿤 Cocoon 기법은 금속 프레임 위에 수지를 뿌리는 기술로, 이를 조명에 활용하면 전구를 통해 발산하는 빛을 구름처럼 감싸 부드럽게 퍼지도록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계승한 디자이너는 아킬레&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 Achille&Pier Giacomo Castiglioni였다. 그들은 코쿤 기법으로 ‘타락사쿰 Taraxacum’, ‘가토 Gatto’ 등 다양한 조명을 만들었으며 2005년에는 마르셀 반더스가 펜던트 조명 ‘제플린 Zeppelin’에 적용하기도 했다.
벽과 벽 사이, 모서리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일품인 시스템 조명 문라인 Moonline.
케이블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조명의 높이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임 Aim 조명은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했다.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한 조명 타투 Tatou.
이탈리아의 가구, 산업디자이너와 건축가로 활동한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1962년에 플로스의 대표작이자 디자인 아이콘이 된 플로어 조명 ‘아르코 Arco’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송이 거대한 꽃 같은 자태의 아르코는 은유적인 형태로 큰 인기를 끌면서 금세 수백개의 모조품으로 복제되었다. 플로스는 훗날 법원을 통해 아르코의 디자인 독창성을 인정받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가 큰 구와 작은 구 2개만으로 완성한 테이블 조명 카피캣 Copycat.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가 저글링 공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IC 시리즈. 얇은 철제 다리와 구체가 묘한 균형감을 이루며, 미니멀하지만 우아하다.
1970년대에 플로스는 회사 규모를 늘린다. 이탈리아 조명 디자인의 거장 지노 사파티 Gino Safatti가 1939년에 창업한 조명 기기 회사 ‘아르텔루체 Arteluce’를 인수하면서 훌륭한 조명 디자인을 대거 획득했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모던 컨템포러리 조명 회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1980년대 후반에 CEO로 취임한 피에로 간디니 Piero Gandini는 모더니즘으로 인해 배제되었던 장식을 다시 채용하기 위해 필립 스탁과 함께 변화를 시도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상징적인 디자인의 조명을 계속해서 선보였고 특히 ‘미스 시시 Miss Sissi’는 출시된 지 10일 만에 8000개를, 1년 만에 1만 개를 판매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그 외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미학적으로 높이 평가 받으면서도 실용성까지 만족시킨 최고급 조명을 줄지어 탄생시킨다. 플로스는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랬듯 과학 기술과 예술성을 모두 갖추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