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길게 붙잡았던 작품은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위와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키네틱아트 작품으로 밤하늘에 수십 개의 풍화가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넣은 작품을 키네틱아트라고 하는데 동작에 대한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키네틱아트는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이번 ‘풍화, 아세안의 빛’은 풍등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속도나 모양새가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고, 아래가 물이어서 작품이 반사돼 공간 전체가 모두 빛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 옛날 아시아 사람들은 풍등에 염원을 담아 하늘로 올리는 제의적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그런 제의적인 의미도 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천천히 조명이 켜지면서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풍등을 보고 있으니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요즘 같은 때에는 그저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야금야금 바라는 것이 계속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천천히 오르고 내리는 풍등을 보며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기를, 그런 잔잔한 일상이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