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B&B ITALIA

파격적인 디자인과 트렌디함을 갖춘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

파격적인 디자인과 트렌디함을 갖춘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

파격적인 곡선형 디자인 체어 세리 업 시리즈부터 BTS가 선택한 모듈 소파 카멜레온다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트렌디함을 갖춘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 이야기.

1969년 처음 출시된 세리 업 라운지 체어는 여성을 형상화한 유기적인 곡선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매년 다양한 가구가 출시되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이유야 수십 가지 일테지만, 단박에 눈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디자인의 가구는 유독 오래도록 머릿 속에 남는다. 1969년처음 출시된 가에타노 페셰 Gaetano Pesce가 디자인한 세리 업 Serie UP 5와 6이 그 중 하나다. 세리업 5는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유기적인 곡선으로 구성된 암체어로, 당시 얽매이고 억압받았던 모든 여성을 상징화한 묵직한 구 형태의 스툴 세리 업 6과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전위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UP 시리즈는 50년 전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마 MoMA는 물론, 몬트리올의 파인 아트 뮤지엄과 비트라 뮤지엄에서도 영구 소장 중일 만큼 지금까지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전의 문법을 과감히 파쇄하고 새로운 발상의 디자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을 추구하는 비앤비 이탈리아 B&B Italia의 철학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66년, 비앤비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브리안차 Brianza 지역에서 당시 가구 산업의 선구자로 불렸던 피에로 암브로시오 부스넬리 Piero Ambrosio Busnelli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에는 현재의 브랜드명 대신C&B(Cassina and Busnelli)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점이 꽤나 흥미롭다.

 

남아메리카의 컬러풀한 직물에서 영감을 받은 패브릭을 사용해 역동적인 느낌을 내는 아웃 도어형 소파 리베스 Ribes.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용해 위트를 살린 세리 업 라운지 체어.

 

당시 전통적인 가구 제조 방식을 내세우며 이탈리아 가구계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던 까시나와 손을 잡는 파격적인 행보로 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이와 동시에 독자적인 가구 제조 기술까지 하나둘 도입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그 당시 자주 사용되던 목제 프레임 대신 스틸 구조를 활용한 소파 프레임을 제작해 훨씬 내구성을 높인 기술과 함께 최초로 폴리우레탄 폼 몰딩 기술을 활용한 쿠션을 제작해 디자인의 폭을 넓힌 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그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새로운 재료와 기술에 대한 연구는 비앤비 이탈리아를 지탱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 타임리스를 표방하는 디자인과 그에 기반이 되는 창의적 발상과 신선한 시도는 모두 소재에 대한 빈틈없는 연구와 앞서 말한 요소를 모두 현실화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했기 때문. 미적, 실용적 측면을 갖춘 산업디자인에 주어지는 황금콤파스상을 네 차례나 수상한 것은 그들의 집중과 시도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임리스를 추구하지만, 가장 동시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비앤비 이탈리아는 트렌디한 컬렉션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암체어와 다이닝 체어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젠스체어.

 

드러운 곡선과 몸을 감싸는 듯한 높은 등받이의 아폴로 소파.

 

마리오 벨리니, 안토니오 치테리오, 나오토 후카사와 등과 같은 세계 적인 명성을 지닌 디자인 대가와의 협업을 통해 정체되지 않는 미학적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치 픽셀 같은 모듈형 소파 가구인 카멜레온 다 Camaleonda, 푹신한 폴리우레탄과 고리 모양의 가죽 벨트 같은 디테 일이 인상적인 아톨 Atoll, 마트 Mart 암체어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감각적인 가구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비앤비 이탈리아의 사업영역은 주거 가구와 공용 공간 및 호텔 리조트 가구, 선박 가구 등으로 나눠 제조 및 공정 생산 과정을 분리할 만큼 체계적인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디자인은 물론 기능성과 효율적인 부분에 까다로운 눈높이를 지닌 요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아웃도어 가구를 전문으로 선보이는 비앤비 이탈리아 아웃도어, 공용 공간을 고안한 비앤비 이탈리아 프로젝트와 같은 세부 라인과 함께 목제 프레임과 정교한 디테일 을 기반으로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의 가구를 선보이는 자매 격 브랜드 막살 토 Maxalto 등 여러 분야에서 비앤비 이탈리아와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 는 가구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인피니를 통해 비앤비 이탈리아의 가구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카멜레온다 소파

독 Dock 소파.

50주년 기념 세리업 라운지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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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EAMER’S WORLD

머릿 속으로만 할 법한 기이한 상상을 위트있게 펼쳐낸 공공 예술가 알렉스 친넥

머릿 속으로만 할 법한 기이한 상상을 위트있게 펼쳐낸 공공 예술가 알렉스 친넥

실재와 환상 그 사이에 머무는 공공 예술가 알렉스 친넥은 마치 몽상가의 머릿속처럼 흐트러진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기이하고도 유쾌한 위트로 풀어낸다.

2년 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작품 ‘A Sprinkle of Night and a Spoonful of Light’. 마치 옷처럼 지퍼를 내리면 하얀 내부가 나타나는 서사를 부여했다. photography by Marc Wilmott

 

자신이 구현한 구조물 옆에 서 있는 알렉스 친넥.

 

구부러진 도로, 배배 꼬인 소화전과 괘종시계,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것처럼 녹아내리는 저택 그리고 종이처럼 찢겨진 빌딩. 그저 한 번쯤 머릿 속에 그려봤을 법한 기이한 상상의 단면이 영국 한복판에 펼쳐졌다. 모두 공공 예술가 알렉스 친넥 Alex Chinneck의 손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그는 기둥이나 건물, 소화전 등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공공 설치물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부여한다. 마치 미끄러져 흐르는 듯한 파사드의 ‘From the Knees of My Nose to the Belly of My Toes’, 뒤집힌 채 당장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만 같은 송전탑을 형상화한 ‘A Bullet from a Shooting Star’ 등을 사진으로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두 눈을 의심할 정도. 엔지니어, 건축가, 목수,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및 전문가와 협력해 존재하는 건물에 비현실적인 환상을 부여하는 그와 대화를 나눴다.

 

건물의 중앙부를 부숴 공중부양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낸 ‘Take My Lightning but Don’t Steal My Thunder’. photography by Jeff Moore

 

 

다양한 규모의 공공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첫 시작이 궁금하다. 8년 전, 버려진 공장 정면에 유리 조각 1248개를 설치했는데, 그 중 312개는 동일한 형태로 깨진 것처럼 고안한 야외 조형물을 완성했다. 그게 공공 미술작업의 첫 시작이었다. 그 후로 영국 전역에서 점점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처음이 그러하듯 페인팅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하나씩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좋아서 미술이라는 장르에 반했고. 하지만 모든 예술가에게 기회가 돌아올 만큼 현실은 공평하지 않더라.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수단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조각, 건축, 무대 연출 같은 수단으로 시야를 넓혔다. 나는 이제껏 단 한번도 미술이라는 장르를 떠난 적이 없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얼핏 렌더링 이미지이지 않을까 의심했을 만큼 머릿속에서만 일어날 법한 환상이 현실로 나타난 듯했다. 세상을 좀 더 마법처럼 만들고자 익숙한 물질이나 물체, 상황에 일말의 환상을 엮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부정적인 문제로부터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 문제를 떠올리지 않게끔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보라. 현실과 환상, 사실 그리고 동화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는 행복한 능력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성장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잃어간다. 좋은 예술은 논리를 따르지만 위대한 예술은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논리적인 현실과 그렇지 않은 환상을 구분할 수 없게끔 하는 나의 일련의 행동이 현실로부터 순간적이지만 희망찬 휴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사람들이 잠시나마 공명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사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환상은 아니다. 용해, 지퍼, 꼬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뒤튼다. 주변을 둘러싼 일상적인 설치물이나 건축물에서는 일말의 유연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렇게 무뎌지는 거다. 이들에 기이한 유연성을 부여해 주변을 교란시키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늘 당연히 여긴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비일상적인 인상을 부여한 것이다. 사람들한테 주변을 긴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주고 싶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건물을 구부리거나 집을 녹이고 때로는 일상적인 물건을 꼬는 듯한 작업은 모두 이러한 유연성, 나아가 비일상적인 요소를 부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건물이 뒤집힌 듯한 기이한 형태를 구현한 ‘Under the Weather but over the Moon’. photography by Stephen O’Flaherty

 

photography by Charles Emerson

 

기둥과 설치물을 꼬아놓은 듯 매듭 짓는 위트를 발휘한 작품. 소화전은 젤리로 제작됐다. photography by Marc Wilmott

 

특정한 상태나 순간을 구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변하지 않고 그저 머물러 있는 것들에서는 어떠한 신선함과 자극도 느낄 수 없지 않겠나. 우후죽순 솟아나 있는 건물, 도로 한 켠에 놓인 소화전이나 방지턱 등 변화나 주목할 만한 현상 없이 그저 매일 보는 그 상태 그대로인 주변의 것에 우리가 어떠한 반응과 지각 없이 무뎌지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들에게 비현실적인 위트를 잠시 불어넣는 것이다. 한번은 왁스로 만든 문과 7500여 개의 왁스 벽돌로 이층 집을 지은 적이 있다. 집은 45일 동안 천천히 녹았다. 이 조각은 매일 모습이 바뀌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 근처의 혼잡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날마다 통근자들이 그 곳을 지나치며 매일 달라지는 건물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매일같이 다니는 길이지만 그 건물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겐 자신도 모르게 건물에 대한 서사가 생겨나는 것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설치했던 작품 ‘A Sprinkle of Night and a Spoonful of Light’ 또한 마치 옷처럼 건물에 지퍼를 달아 여닫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는 거창한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의 환상을 불어넣어 우리 주변의 것에 흥미로운 위트와 서사를 불어넣고 싶을 뿐.

 

그래서일까, 흘러내리는 건물, 실컷 꼬인 소화전, 곧 곤두박질칠 송전탑 등을 마주한 이들은 종종 당신을 몽상가라 표현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웃음). 그렇지만 나는 실행하는 몽상가다. 그저 앉아서 아무런 에너지나 노력 없이 머릿속에서나 기이한 세계를 구축하고 이내 지워버리는 이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머릿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흥미로운 상상을 물리적으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상상력은 프로젝트의 씨앗을 뿌리지만, 꽃을 피우는 데는 몇 년이라는 인고와 끈기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작업의 규모가 커서 협업은 매번 필수적일 텐데. 비단 작업의 규모뿐 아니라 사용되는 재료나 기술 등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협업을 제안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어우러지는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작업에 있어 프로젝트의 색깔을 잃지 않게 잘 조율해야 하지만,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작업에 임하는 것은 짜릿하다.

 

어려움은 없었나? 타협 없는 진보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부딪힐 때는 있다. 그러나 타협점을 찾는 일을 두려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일을 망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평형추를 활용해 공중에 갈라진 상층부가 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연출한 것. photography by Chris Tubbs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한 지퍼 시리즈. 열린 지퍼 틈 사이로 다채로운 컬러의 LED가 쏟아져나오는 대비 효과를 준 것이다. photography by Marc Wilmott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외부와 내부 모두에서 얻는다. 외부적 영감은 자주 걷는 거리 혹은 낯선 여행에서 마주하는 건축 등 내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 심지어 우연찮게 들려오는 소음에서도 찾아온다.  내부적인 영감은 쉽게 말해 에너지라고 볼 수 있겠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 한다는 강박과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동기부여가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거친 파도 위에서 더 힘차게 닻을 잡듯 끝없이 몰아붙이는 내면의 갈망이 나를 늘 새로운 작업으로 인도한다.

 

한 인터뷰에서 ‘위험 요소를 꺼리지 않는 것과 야심’을 다른 이들과 구별 짓게 하는 요소이자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라 말한 것을 봤다. 당당히 개척자가 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없이 발전하는 건 없고 생산이 간단할수록 모방은 쉬워지지 않겠나. 남들이 꺼리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진득이 밀어 붙일 수 있는 야심은 작품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지퍼를 내리면 건물 내부가 보이도록 고안한 작품 ‘Open to the Public’. photography by Marc Wilmott

 

건물이 마치 미끄러지듯 무너지는 모습을 구현한 ‘From the Knees of My Nose to the Belly of My Toes’. photography by Stephen O’Flaherty

 

코로나19는 지역사회의 연결을 느슨하게 했다. 서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의 공공 예술이 느슨해진 연결고리를 이어줄 수 있을 거라 보는가? 예술은 많은 문제로부터 우리를 환기시킨다. 때론 그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게 하거나 잠시라도 우리를 쉴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특히 요즘과 같은 시기에 더욱 환상을 불어넣는 일을 고집한다. 특히 공공 예술은 마치 열쇠처럼 우리가 고립의 껍데기를 부수고 나올 동기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예술만이 전할 수 있는 즐거움은 우리가 오래도록 안고있는 이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것.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가? 매일 실내와 실외 환경을 막론하고 크고 작은 예술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고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는 내게는 더없이 긍정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페인팅이나 조각이 될 수도 혹은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형태로 실현될 테다. 물론 여행에서 비롯되는 영감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말이다.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지는 않지만, 내 프로젝트가 어느 날 한국 한복판에 떡하니 세워질지도 모를 일이다(웃음).

 

A Sprinkle of Night and a Spoonful of Light’는 주변이 어두워지면 다양한 색의 LED가 교체되도록 설계됐다. photography by Marc Wilmott

 

매듭 시리즈의 일환으로 선보인 ‘Growing up Gets Me down’. photography by Charles Em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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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집으로

점점 늘어나는 홈시어터에 대한 관심과 소비

점점 늘어나는 홈시어터에 대한 관심과 소비

사람들이 환경적 요인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공간에 관련된 관심과 소비가 늘어났다. 여기에 매체의 발달이 가세해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홈 시어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JtKLab 설계실, 청음실.

 

필자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터라 마니아적 관점에 의한 필수 요소를 점검하며 노하우를 살려 클라언트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상업 및 주거 공간에 적용해왔다. 홈 시어터를 설계하다 보면 극장보다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간적 속박에 따른 몰입도와 빔프로젝터에 의해 반사된 빛을 보는 데 있다고 본다. 물론 의자에서부터 몸까지 느껴지는 저역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주거 환경에서는 대형 TV를 통해 영상을 접하게 되는데, 패널을 통해 나오는 직접적인 빛은 인공적인 느낌이 나고 눈도 쉽게 피로해진다. 심지어 장면 사이의 연계성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된 빛에 의해 보여지는 영상은 여전히 멋스럽게 마음을 움직인다. 홈 시어터 및 리스닝룸 혹은 거실을 설계하며 늘 고민하게 하는 요소가 TV다. 시청 시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형화 될수록 좋지만 평상시는 벽의 대부분을 제조회사마다 브랜딩한 검은 프레임이 차지한다. 공간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벽의 일부처럼 건축적으로 보이도록 유도한다. 프로젝터를 쓸 경우에는 스크린을 능숙하게 천장에 숨길 수 있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상영시 어떤 TV보다 스케일이나 분위기가 더 멋스러운 느낌을주며, 거기에 공간적인 트릭을 살려 잘 배치하면 근사하기까지 하다. 이때 TV나 프로젝터를 막론하고 아주 중요한 요소는 복잡한 기기(라우터, 플레이어 혹은 게임기, 전원부)를 벽이나 가구 속에 잘 숨기고, 장비와의 복잡한 선도 완벽하게 숨겨야 한다. 또한 숨길 때에도 장비의 유지 보수를 위한 배려도 빠뜨려서도 안된다. 혹시 한 가지 실수라도 생겨 마감이 다 끝난 후 몰딩을 설치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라호텔 스타인웨이 링돌프 사운드 부티크.

 

사람에게 헤어스타일이 중요하듯 공간에서의 천장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집단주거에 볼 수 있는 효율중심의 일반적인 우물 천장(흥미로운 단어라고 생각한다)은 공간을 일률적으로 건조하게 만든다. 이에 반해 잘 설계된,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적인 마감재의 사용과 그리드를 나눈 천장은 음향 효과를 위한 복잡한 스피커 배치를 부드럽게 녹일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는 마니아 수준의 홈 시어터 구성일 때 고려되는 요소지만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하지 않을지라도 천장 디자인은 중요하다. 또한 간단한 시스템으로는 최소의 간접 조명과 사운드 시스템만 갖추면 극장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리의 반사를 고려한 천장 디자인을 공간에 녹이기까지 한다면 극장보다 훨씬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극장의 사운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세팅되어 있지만 개인 주택에서는 사용자에게 극도로 튜닝된 사운드를 선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극적인 음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가구는 사용자를 최고의 극장 경험으로 이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편한 소파는 쉽게 잠이 들 수 있으니, 적절한 자세를 유지시키며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는 라운지 의자나 1~3인용 소파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너무 매스가 크면 공간을 압도해서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이렇듯 홈 시어터의 중요한 요소는 공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공간 설계 시 디자이너와 협의해서 충분히 자신한테 맞는 설계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여러 장비가 한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적절한 바운더리와 다른 공간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되고 디자인되어야 한다. 대화와 함께 공통 관심사가 줄어들고 있는 요즘, 가족끼리 좋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또는 콘서트를 즐기면서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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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강정태(JtK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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