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VIPP의 연필 공장 레스토랑
덴마크 홈웨어 브랜드 빕 VIPP의 행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스웨덴 어느 숲의 조립식으로 된 작은 캐빈과 코펜하겐 본사 꼭대기 다락방을 호텔로 운영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연필 공장을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코펜하겐 디자인 위크 동안 공식 론칭하며 대중에게 바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레스토랑 산업에 뛰어든 빕의 또 다른 도전은 코펜하겐 아일랜드 브뤼게 Isand Brygge에 있는 100년 된 연필 공장을 소셜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며 시작되었다. 한때 덴마크의 상징적인 노란색 연필 제조업체인 바이킹의 본거지였던 이곳은 바우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건물로 최초로 연필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한 세기 동안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의 생산 시설과 쇼룸을 거친 후 빕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뿐인 레스토랑으로 재탄생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율리에 클로스 몰스가르드 Julie Cloos Mølsgaard의 스타일링으로 나무 바닥재와 가구, 커튼, 카펫, 쿠션 같은 패브릭 제품이 산업적이었던 공간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채웠다. 레스토랑 중앙에는 빕의 모듈형 V2 키친이 위치하며 빕 컬렉션의 가구와 액세서리, 지역 갤러리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가구와 세라믹, 아트워크 제품의 절제된 색상 팔레트는 빕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레스토랑은 빕의 새로운 아이디어, 형태, 재료를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 연구소 역할도 한다. 9월 23일에 열린 첫 번째 만찬 클럽은 최근 ‘2021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로 선정된 노마의 R&D 수셰프를 지낸 이탈리아 요리사 리카르도 카넬라 Riccardo Canella가 준비한 저녁 식사와 함께 열렸다. 아,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연필 공장은 우리의 감각을 보다 섬세하게 어루만질 것이다.
5 VERPAN UNIVERSE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의 유산과 철학을 이어받아 가구와 조명, 홈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베르판 Verpan. 이번 디자인 축제에서는 혁신적인 베르너 팬톤의 독특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를 진행했는데, 두 가지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펜하겐의 역사적인 건물인 린덴크론스 맨션 Lindencrones Mansion에서 열린 베르판 전시는 블루 컬러로 물들인 공간으로 시작된다. 다른 곳과 달리 압도적인 대조를 이루며 푸른색 계열의 라운지 가구와 반짝이는 크롬 조명, 장식품으로 강렬하고 화려했다. 블루를 사랑했던 베르너를 회고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블루룸을 지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듯 아늑한 분위기의 다이닝 공간과 거실, 서재를 마주한다. 각각의 장소마다 팬톤의 위트 있는 디자인 가구와 새로 출시된 신제품 두 가지를 살펴볼 수 있다. 클래식하고 컬러풀한 팬톱 테이블 조명이 편리한 사용성을 더한 휴대용 테이블 램프로 출시되어 영롱한 빛으로 물들였다.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베르너의 이지 체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디자인을 재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전까지 기록 보관소에 잠들어 있다 드디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둥근 좌석이 층층이 쌓여 한눈에 봐도 푹신함을 느낄 수 있는 이지 체어는 베르너 팬톤의 유니크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베르너 팬톤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새로운 디자인 제품은 물론, 사용자의 경험을 강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베르판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6 핀 율의 색
덴마크 디자인의 진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우스 오브 핀 율이 빠질 수 없다. 핀 율의 가구를 재생산하는 하우스 오브 핀 율 쇼룸은 은은하고 잔잔한 컬러로 물들이며 새 소식을 전했다. 최근 유서 깊은 덴마크 직조업체와 협업한 32가지 색상의 패브릭을 공개하면서 이를 입은 핀 율의 대표작인 펠리칸 체어와 치프테인 체어 등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핀 율이 그린 수채화에서 출발해 패브릭 디자이너 리헤 블로쉬 크재어 Lykke Bloch Kjær가 디자인했다.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핀 율의 그림은 하우스 오브 핀 율에서 수년간 세심하게 연구해왔다. 수많은 수채화 작품은 가구와 인테리어 그리고 전시회를 묘사했다. 이 그림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핀 율이 색을 이용하고 사용한 방법을 엿볼 수 있기 때문. 그림들을 보면 한쪽은 매우 밝은 반면, 다른 쪽은 채도가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패브릭 디자이너 리헤와 하우스 오브 핀 율의 세 명의 창립자는 수채화와 비교하면서 원본에 사용된 색상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며 32가지의 컬러 스펙트럼을 완성했다. 비비드한 컬러부터 뉴트럴한 컬러까지 폭넓게 구성된 색상 이름 역시 버터스코치 옐로, 그레이 유칼립투스, 다크 초콜릿 등 감각적이다. 핀 율의 유기적인 표현과 컬러풀한 히스토리를 품질과 장인정신, 디자인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완벽하게 녹인 이번 패브릭 컬렉션은 하우스 오브 핀 율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고 평가된다. 핀 율의 또 다른 재능과 감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행운이다.
7 달콤한 식사 시간
동화 속에서의 저녁 식사는 어떤 분위기일까? 사랑스러운 컬러와 독특한 디자인의 유리공예를 선보이는 헬레 마르달 Helle Mardahl이 작은 몽환적인 레스토랑 더 디너 드림 The Diner Dream을 열었다. 초현실적인 레스토랑처럼 연출한 전시 공간은 그녀의 최신 컬렉션 더 디너 드림으로 테이블을 꾸미고 작품을 더해 헬레 마르달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파스텔 컬러와 동글동글한 디자인 제품은 관람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마법을 부린다. 아메리칸 디너에서 영감을 받은 더 디너 드림은 밀크셰이크잔과 시리얼 볼, 설탕 용기, 에스프레소잔 등 미국의 아이코닉한 푸드를 위한 테이블웨어를 그녀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모든 제품은 수많은 개별적인 단계를 거치고 정밀하고 세심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평범한 식사 테이블에서 반짝이는 마법처럼 단번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식사 시간은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8 코펜하겐에 착륙한 아스텝
아스텝 Astep이 코펜하겐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오랜 세월을 지닌 적벽돌로 된 건물에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큰 창문이 특징이다. 창문 틀이 하나의 액자처럼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아스텝 조명이 작품처럼 다가온다. 아스텝은 지노 사르파티 Gino Sarfatti, 프랑코 알비니 Franco Albini 등 조명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처럼 혁신적인 조명을 선보이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탈리아와 북유럽 느낌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석회암 마감처럼 모든 표면에 흙색을 입혔고, 바닥은 콘크리트로 표현했다. 나선형 벽과 기둥 등의 곡선으로 구획을 나누어 부드러운 느낌을 가미했다. 또 공간이 허전해 보일 만큼 단출한데, 이는 제품 하나하나 특징을 살리고 방문객들이 모든 각도에서 조명을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사무실과 연구개발 시설이 최상층에 위치하는 새로운 아스텝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조우하고 코펜하겐의 조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