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한식 맛집 리뷰 #쌀

메종 에디터들의 내돈내산 퓨전 한식 맛집 리뷰

메종 에디터들의 내돈내산 퓨전 한식 맛집 리뷰

고슬고슬 갓 지은 밥 한 끼보다 더 든든한 식사가 있을까. 자고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맛은 물론이고 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레스토랑 세 곳을 소개한다. 에디터들의 내돈내산, 코리안 다이닝 스폿 리뷰.

대삼치 카르파치오와 성게알 냉카펠리니

토종닭구이를 올린 보리 리조또

프렌치와 한식의 만남, 단상

늦은 저녁, 북촌에 위치한 단상을 찾았다. 한옥의 외관과 어슴푸레한 불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프렌치 퀴진과 한식을 접목한 메뉴를 선보인다. 자리에 앉은 다음 동행인과 함께 내추럴 와인 두 잔을 시키고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봤다. 메인으로는 카펠리니에 다시마 장아찌, 성게알을 올려 만든 냉파스타인 성게알 냉카펠리니와 능이버섯 소스로 만든 보리 리조또에 닭다리살을 올린 토종 닭구이를, 스몰 디시로는 대삼치 카르파치오를 주문했다. 가장 기대됐던 메뉴는 성게알 냉카펠리니. 매일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더욱 궁금했다. 성게알을 장아찌 소스에 푼 다음 카펠리니와 섞어 먹었는데, 과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맛을 자랑했다. 편집부에서도 입이 짧다고 소문난지라 선뜻 먹지 못하는 식재료가 많은데 내게는 성게알도 그중 하나였다. 비리고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인데, 얇은 카펠리니와 아삭하고 시큼한 장아찌와 함께 버무려 먹으니 오히려 독특한 풍미를 자아내 만족스러웠다. 다만 또 다른 메인 요리인 토종닭구이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더러 들었다. 물론 팬 프라잉한 닭다리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좋은 합을 자랑했지만, 리조또만 맛봤을 때는 보리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기대했건만, 능이버섯 소스 특유의 버터리한 맛에 살짝 묻힌 감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프렌치와 한식이라는 독특한 조합 덕분에 흥미로운 경험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방문해 미처 맛보지 못한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다. 다음에 이곳을 향할 때는 푸아그라와 전복을 올린 솥밥 요리를 꼭 맛볼 예정.

instagram @dansangkr
editor 이호준

 

감태에 싸먹는 바다담다

장어와 계란

항정살 닭강정과 나물주먹밥

입맛을 돋우는 요리와 전통주, 도슬박

가오픈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한식 퓨전 바 도슬박에 다녀왔다. 정식 오픈 전부터 위시리스트 레스토랑으로 꼽아두었던 곳인지라 기대가 컸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그 이상이었다. 도슬박은 각지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쌀을 매일 직접 매장에서 도정해 30분마다 정성스레 밥을 짓는다고 한다. 좋은 쌀로 갓 지은 밥상 차림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도슬박 셰프의 의도가 모든 메뉴에서 느껴졌다. 도슬박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꾸라, 관자, 전복, 참치뱃살, 단새우, 우니, 아보카도가 올라간 바다담다와 장어와 계란 메뉴를 주문했다. 특히 바다담다는 재료와 밥을 함께 싸먹을 수 있는 감태가 제공되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특제 양념으로 구운 민물장어와 도톰한 계란말이가 올라간 장어와 계란 역시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그릇이 아쉬울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또한 도슬박은 누룩의 향과 적당한 단맛이 일품인 다양한 전통주를 보유하고 있어 늦은 저녁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없이 좋았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모든 메뉴가 식사보다는 안주로 먹기 좋을 만큼 양이 너무 적다는 것. 생각했던 것보다 두 가지 메뉴를 추가로 주문해야 했지만 밥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고 하니 알고 가면 좋을 듯싶다. 간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낸 도슬박은 앞으로도 꾸준히 방문할 것 같다. 저녁에는 술 주문이 필수이니 방문 시 참고할 것!

instagram @doseulbak
editor 원지은

 

직화 오겹살 반상

성게알 어간장 국수와 간장 기름 떡볶이

 

11월의 맛, 십이율

열두 달의 맛을 연주한다는 십이율은 캐주얼 한식 다이닝 공간이다. 최상의 제철 식재료로 매달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코스 요리로 진행이 되는데 3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런치 기본 코스가 후식을 포함한 총 6가지인데 꼭 먹어야 한다는 성게알 어간장 국수를 추가하고, 새우 알레르기로 새우전 대신 항정조림으로 메뉴를 변경했더니 일인당 5만원이 훌쩍 넘더라. 코스 요리 중 간장 기름 떡볶이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데, 떡볶이에 올려진 사워크림과 대파튀김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맛있었다. 추가로 먹은 성게알 어간장 국수는 개인적으로 비린 것을 잘 못 먹어 아쉬웠다. 마지막 반상 선택 중 추가 금액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직화 오겹살과 흑후추 오리 두 가지로 한식 돈부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직화 오겹살과 미나리, 양념을 비벼 먹는데 느끼한 오겹살을 상큼한 미나리가 잡아주며 훌륭한 궁합을 보여주었다. 캐주얼하게 잘 차려진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instagram @12yool_official
editor 권아름

 

CREDIT

에디터

TAGS
FLEXIBLE TABLE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빠질 수 없는 가구 테이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빠질 수 없는 가구 테이블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립해주는 테이블 이야기.

BD Barcelona Design-Table B

공간을 설계할 때 사람들이 모이는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테이블이다. 크기, 형태, 비율에 따라 다양한 용도를 나타내며, 의도에 따라 기능이 나뉜다. 테이블은 사람 간의 관계를 정의하고 제어하여 공간에 다양한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기본적인 요소는 상판과 다리라는 단순성이 있어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품 중 하나다.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이 공간에 적용되었을 때에는 배치나 방향으로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잘 디자인된 테이블 구조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주변의 마감재와도 잘 어울린다. 이는 구조적인 요소만으로도 디자인 특성을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과의 연계성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조화된 제품이 우리가 말하는 좋은 가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하고 럭셔리한 대리석이나 금도금이 되어 있는 고가의 수입 가구가 다 좋고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카탈로그나 웹사이트에 있는 사진을 보고 그 제품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넓은 공간에 그림처럼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가구는 현실적인 주거 환경이나 사무 공간에 어울리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필자는 아주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좌우로 펼쳐진 커다란 랜드스케이프는 독자들을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이다. 좁은 환경에서는 상당한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창조적 환경의 끝판왕이 아닐까?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테이블 B의 디자인 의도를 보면 이 꿈을 현실화하는 데 있다. 5m의 기다란 형태의 테이블 상판을 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압출해 비행기 날개처럼 만들어 구조뿐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기쁨을 주는 이 테이블은 연속적인 5m 길이에 감동을 준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겠는가? 이 연속성이 있는 길게 뻗은 테이블은 공간의 경험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독자분들도 식탁 위의 모든 것을 치우고 책 한 권과 노트를 펼쳐놓고 넓게 펼쳐진 테이블의 자유를 만끽해보자. 이보다 더 멋진 작업 테이블은 없을 것이다.

 

JtKLab 강정태-table 107&clo

 

UNIC French Architect Drawing Table

공간이 좁다고 걱정하며 작은 테이블을 배치할 필요는 없다. 시각적으로 확장되기 쉬운 유리 재질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공간감을 살리며 실내와 어울릴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도 편하다. 거실과 주방 중간에 중립적인 성격의 테이블을 놓아 상시 이용해보자. 평상시에는 서재 테이블로도 좋다. 도서관의 큰 퍼블릭 테이블 같은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노만 포스터가 디자인한 테크노사의 노모스는 필자가 10년 이상 사용하던 데스크다. 건물이나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테크니컬한 구조의 달착륙선을 연상시킨다. 메뚜기의 긴 다리와 몸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본인의 건축 프로젝트와 연상된다.  미학적인 접근이 하이테크 건축양식(구조표현주의)과도 같은 테크니컬 구조의 미학적인 접근이 보여진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뒤로하고도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각적인 쾌감을 가져다준다. 대량생산되는 가구와 달리 커스텀 제작을 하는 원목 상판으로 된 테이블을 원할 때는 자칫 전체적인 디자인보다 원목을 쓴다는 개념만으로 만든 다리에 올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앉아 있을 때에는 상관없다고 믿겠지만, 실제는 공간의 일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도 여러 번 원목으로 된 테이블을 만들어봤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다리였다.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형태와 재료의 물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상판과도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 중 하나이다. 특히 원목 같은 자연 소재는 재료의 특성도 강하고 환경에 민감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테이블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필자가 컬렉션하는 가구가 있는데, 1960~70년대의 드로잉 테이블이다. 구조와 마감을 보면 지금의 테이블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며 순수하고 정직한 형태는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구조의 미학이 가져오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용에 필요한 각도와 높이가 조절되는 드로잉 테이블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설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활용도가 높지 않을까? 이렇듯 테이블은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립해주는 것 같다. 테이블을 놓을 때 공부방 책상이나 주방에 한정하지 말고 거실과 주방의 사이에 배치해보자. 멋진 식탁 겸 사무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방 식탁을 공격적으로 쓰고 싶다면 바 형태의 테이블로 거실과 연계성을 주어 갇혀 있는 느낌을 벗어날 수 있다. 테이블 위의 조명과 같이 배치한다면 멋진 홈 오피스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writer

강정태(JTK LAB 대표)

TAGS
가족의 시간

예술 작품으로 보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

예술 작품으로 보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

팬데믹을 겪으며 그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된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둘러봤다.

모리스 드니의 ‘Breakfast(1901)’ ©Staedelmuseum

 

‘White Maternity(1943)’. ©Wikimedia

장기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리 애틋하지 않았던 가족끼리의 만남조차 법적으로 제한되는 경우를 맞자 가족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마스에 흔히 보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작품도 외국에서 태어난 손자의 얼굴을 돌이 되도록 보지도 못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문득 뭉클한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사람들이 어울려 춤을 추고 노는 르누아르의 그림도 늘 익숙했던 것이지만, 테이블에 두 명 이상 마주 앉지 못하는 시대가 되자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모리스 드니 Maurice Denis(1870~43)의 작품을 재발견한 것은 큰 기쁨이다. 알고 있던 작가였지만 그리 중요한 작가는 아니라고 오판했던 인상주의 시대의 프랑스 화가다. 일상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그린 그의 작품은 더없이 매력적이고 ‘인스타그래머블’하여 유독 눈이 간다. 드니는 피아노를 잘 치던 아름다운 아내를 스무 살에 만나 3년간의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했고, 이후 가족은 작품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아내가 음악을 연주하고, 일곱 아이들을 돌보고 기르는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시와 기록으로 남겨 <우리의 영혼, 느린 움직임>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삶을 사랑하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드니의 부지런한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장식미술에 대한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러시아의 부호 이반 모로조프의 집에 벽화를 그려준 사례비로 신혼을 보냈던 브루타뉴에 별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드니가 49세가 되던 해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자신도 73세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에 대한 평가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앙리 마티스의 ‘The Family of the Artist(1911)’.

 

오스틴 리의 ‘Family(2019)’.

동시대에 활동했던 마티스나 고갱의 작품과 비슷한데 그들만 못한 ‘비주류’ 작가라는 평가 속에 드니는 뚜렷이 기억되는 작가로 남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주 많은 드니가 요즘에 태어났더라면? 장르의 위계를 뛰어넘어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가 되어 더 큰 명성을 얻었을지 모른다. 바로 그런 현상을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러스트 베이스의 매력적인 이미지로 수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들이 이제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스틴 리 Austin Lee(1983~)는 그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디지털 스케치를 3D 렌더링 조각으로 바꾸고, 스프레이로 칠해 마감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오큘로스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의 공간에 그림을 그린 후 이를 그림이나 조각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실재 조각을 보고 있는 것인지, 가상의 이미지를 AR 기술로 보고 있는 것인지 착각하게 만들 만큼 오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초현대적 기법을 사용하지만 작품에는 일상적인 사람, 식물, 동물 등이 등장하는데 우리 주변을 둘러싼 가장 흔한 데이터에서 주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가족’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좁은 좌대 위에 옹기종기 발을 모으고 서 있는 다섯 인물로 구성된 ‘가족’은 어린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가족 같다. 전통적인 개념의 아빠, 엄마, 첫째, 둘째, 셋째의 모습이 아니지만, 서로를 보듬으며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고, 힘든 시간을 보낸 당신이 머물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는 바로 가족임을 전하고 있다.

CREDIT

에디터

writer

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비즈실장)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