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설계할 때 사람들이 모이는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테이블이다. 크기, 형태, 비율에 따라 다양한 용도를 나타내며, 의도에 따라 기능이 나뉜다. 테이블은 사람 간의 관계를 정의하고 제어하여 공간에 다양한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기본적인 요소는 상판과 다리라는 단순성이 있어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품 중 하나다.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이 공간에 적용되었을 때에는 배치나 방향으로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잘 디자인된 테이블 구조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주변의 마감재와도 잘 어울린다. 이는 구조적인 요소만으로도 디자인 특성을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과의 연계성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조화된 제품이 우리가 말하는 좋은 가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하고 럭셔리한 대리석이나 금도금이 되어 있는 고가의 수입 가구가 다 좋고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카탈로그나 웹사이트에 있는 사진을 보고 그 제품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넓은 공간에 그림처럼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가구는 현실적인 주거 환경이나 사무 공간에 어울리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필자는 아주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좌우로 펼쳐진 커다란 랜드스케이프는 독자들을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이다. 좁은 환경에서는 상당한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창조적 환경의 끝판왕이 아닐까?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테이블 B의 디자인 의도를 보면 이 꿈을 현실화하는 데 있다. 5m의 기다란 형태의 테이블 상판을 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압출해 비행기 날개처럼 만들어 구조뿐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기쁨을 주는 이 테이블은 연속적인 5m 길이에 감동을 준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겠는가? 이 연속성이 있는 길게 뻗은 테이블은 공간의 경험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독자분들도 식탁 위의 모든 것을 치우고 책 한 권과 노트를 펼쳐놓고 넓게 펼쳐진 테이블의 자유를 만끽해보자. 이보다 더 멋진 작업 테이블은 없을 것이다.
공간이 좁다고 걱정하며 작은 테이블을 배치할 필요는 없다. 시각적으로 확장되기 쉬운 유리 재질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공간감을 살리며 실내와 어울릴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도 편하다. 거실과 주방 중간에 중립적인 성격의 테이블을 놓아 상시 이용해보자. 평상시에는 서재 테이블로도 좋다. 도서관의 큰 퍼블릭 테이블 같은 느낌이 날 수도 있다. 노만 포스터가 디자인한 테크노사의 노모스는 필자가 10년 이상 사용하던 데스크다. 건물이나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테크니컬한 구조의 달착륙선을 연상시킨다. 메뚜기의 긴 다리와 몸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본인의 건축 프로젝트와 연상된다. 미학적인 접근이 하이테크 건축양식(구조표현주의)과도 같은 테크니컬 구조의 미학적인 접근이 보여진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뒤로하고도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각적인 쾌감을 가져다준다. 대량생산되는 가구와 달리 커스텀 제작을 하는 원목 상판으로 된 테이블을 원할 때는 자칫 전체적인 디자인보다 원목을 쓴다는 개념만으로 만든 다리에 올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앉아 있을 때에는 상관없다고 믿겠지만, 실제는 공간의 일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도 여러 번 원목으로 된 테이블을 만들어봤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다리였다.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형태와 재료의 물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상판과도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 중 하나이다. 특히 원목 같은 자연 소재는 재료의 특성도 강하고 환경에 민감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테이블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필자가 컬렉션하는 가구가 있는데, 1960~70년대의 드로잉 테이블이다. 구조와 마감을 보면 지금의 테이블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며 순수하고 정직한 형태는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구조의 미학이 가져오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용에 필요한 각도와 높이가 조절되는 드로잉 테이블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설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활용도가 높지 않을까? 이렇듯 테이블은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립해주는 것 같다. 테이블을 놓을 때 공부방 책상이나 주방에 한정하지 말고 거실과 주방의 사이에 배치해보자. 멋진 식탁 겸 사무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방 식탁을 공격적으로 쓰고 싶다면 바 형태의 테이블로 거실과 연계성을 주어 갇혀 있는 느낌을 벗어날 수 있다. 테이블 위의 조명과 같이 배치한다면 멋진 홈 오피스로의 변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