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 Alessandro Michele가 지난 6년간 선보인 캠페인 중 일부를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재해석한 전시다. 아키타이프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본래의 형태인 절대적 전형을 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캠페인을 축소해 놓은 듯한 방을 들어서면 구찌만의 독특하고 다시 반복할 수 없는 미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이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몰입형 미디어전시라는 형식에 걸맞게 구찌 캠페인을 다감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전시장을 누비며 마치 내가 캠페인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그가 온라인으로 국내 기자들과의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미켈레는 “내 상상으로의 여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처럼, 전시 또한 나의 감정의 놀이터였다. 이번 전시에는 내가 경험한 많은 것들과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있지만 창의적인 일에서 만큼은 매우 가깝다고 생각하고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나의 일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다.”라고 전시 소감을 말했다. 프레스 컨퍼런스는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가 모더레이터로 진행했으며 1시간 남짓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Q 2021년은 바로 ‘구찌 100주년의 해’ 였다. 100주년을 맞은 소감은 어떠한가.
A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구찌는 내게 가족이나 다름없다. 구찌와 함께 하며 만난 사람들이 바로 구찌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는 늘 내게 즐거움을 주었고, 구찌는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곳이자 나의 한 부분이 되었다.
Q 전시 이름을 왜 ‘아키타이프’로 지었나.
A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아키타이프는 나의 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전형’이란 단어가 아름다움이란 말과 같다고 생각했다. 창의성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브랜드의 잠재의식 속에서도 나타나고 그 근원은 내가 탐구하는 미지의 세계나 상상의 장소에 있다. 아키타이프라는 이름 아래 옷에만 국한하지 않고 집합적이고 다양한 감각들을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Q 이번 전시에는 60~70년대 공상과학 영화부터 80년대의 배경, 노아의 방주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A 내가 보는 모든 것, 과거와 현재, 상상, 대중문화, 영화 예술 등 영감의 원천은 모든 것이다. 패션은 이를 하나로 종합한 것이고,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존재했던 내러티브를 통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산하려고 했고 이를 패션쇼나 캠페인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그래서 늘 새롭다.
Q 당신에게 공간의 의미는 무엇이며 공간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내게 공간은 아름다움을 하나로 모으는 곳이며 사물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다. 사물들은 우리가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고 색깔을 비롯해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상상하는 것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간이다.
Q 당신이 생각하는 구찌의 미래는 어떠한가.
A 구찌의 미래는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달려있다. 100살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구찌가 사춘기라고 생각한다.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Q 이번 전시 포스터의 키 비주얼에 ‘눈’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
A 눈은 이미지를 보고 기억하는 신체 기관이다. 때문에 고대부터 사용된 신비로운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징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눈을 마법의 눈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나의 일 역시 눈처럼 보는 모든 것을 녹화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Q MZ세대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A 새로운 세대와 작업하는걸 매우 즐긴다. 1년 반전엔 구찌 페스트를 통해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나의 작업과 젊은 친구들의 작업을 접촉하는 일은 아주 흥미롭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순환하는 과정 또한 구찌에게도 유용한 일이다.
Q 이번 전시에서 애착이 가는 룸이 있다면.
A 전시를 해석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찌 콜렉터스’룸을 좋아한다. 많은 것이 모여있는 방이고 그 다양성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늘 관계에 집중하는데, 사물과 우리와의 관계,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 같은 것들이다. 그런 관계가 느껴져서 구찌 콜렉터스 룸을 좋아한다. ‘구찌 앤 비욘드’의 디오라마도 좋다. 우리가 사용했던 의상들을 작게 만드는 과정이 귀여웠고 이를 광고 캠페인에 적용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Q 첫 컬렉션을 론칭할 때 ‘우리는 꿈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기억한다. 요즘 어떤 꿈을 꾸나.
A 나는 항상 꿈을 꾸고 있다. 꿈을 가지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고, 상상을 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무언가를 경작하는 것이다. 말 장난일 수도 있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것을 꿈꾼다
Q 유행과 성별 등에 구애 받지 않는 용기와 과감성의 원천이 궁금하다.
A 비법이라고 한다면 나는 열정을 열심히 심었다. 커다란 열정이 나의 원동력이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참아낼 수 있는 힘이 됐다. 나는 지금도 20대 때처럼 일하고 있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집중해야 한다. 어떤 면에선 일이 아니라 애인처럼 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나이가 되면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가슴 속에 열정을 심으라. 그러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