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ile Play

에르메스 텍스타일 컬렉션

에르메스 텍스타일 컬렉션

 

늘어뜨리고, 쌓고, 포개며 즐긴 에르메스의 텍스타일 제품.

 

벽에 건 플래드와 봉에 건 플래드는 모두 핸드메이드 티베트산 야크 소재의 ‘야크 앤 다이 플래드’로 뒤에서부터 쏠레이, 진회색, 인디고, 민트, 루즈, 뽀띠롱 컬러. 앞에 놓인 가죽 보디의 무라노 유리 꽃병은 ‘델타 컬렉션’ 스몰 사이즈와 라지 사이즈. 나무 패턴의 바닥재 ‘에스트렐라 스타’는 키엔호 제품.

 

 

호랑이가 그려진 플래드는 캐시미어 소재의 ‘티그레 바야데르 컬렉션’, 뒤집어진 의자는 ‘메띠에 컬렉션’, 아메리칸 월넛 소재와 불 파크 스킨 소재의 암체어는 ‘레 네쎄쎄르 카브리올레’ 컬렉션, 의자에 걸친 플래드는 모두 ‘쿠베튀르 컬렉션’, 달리는 말의 율동감이 느껴지는 의자 위의 타르트 플래터와 바닥에 놓인 라운지 트레이는 모두 ‘슈발도리앙 컬렉션’, 앞에 놓인 가죽 스툴은 ‘에퀴파주 데르메스’ 컬렉션.

 

 

벽에 건 청량한 느낌의 플래드는 ‘아발론 점프아쉬’ 컬렉션, 뒤쪽의 짙은 갈색의 플래드는 ‘브라이드 드 갈라 자카드’, 가죽 패드를 탈착할 수 있는 대나무 소재의 벤치는 ‘카루미’, 벤치에 건 플래드는 울 비즈를 장식한 ‘빠꾸흐 드 상글 컬렉션’, 정갈한 나무 소재의 암체어는 ‘오리아 컬렉션’, 원과 선의 패턴이 기하학적인 쿠션은 ‘빠꾸흐 드 상글 컬렉션’, 황동 소재의 돋보기는 ‘에키리브르 데르메스’ 컬렉션, 두 가지 소재로 이뤄진 바스켓은 ‘크로마틱’ 컬렉션, 하나씩 분리할 수 있는 랜턴은 ‘랜턴 데르메스’, 나무 패턴의 바닥재 ‘에스트렐라 스타’는 키엔호 제품.

 

 

벽에 건 텍스타일은 육각형 패턴의 누비 스타일 ‘뉴 헤이븐, 폴 리버, 윌리엄스타운 퀼티드 베드 커버’, 맨 위의 붉은색 쿠션과 가운데 노란색 쿠션은 모두 ‘H 리비에라 쿠션’, 픽셀처럼 보이는 바스켓은 모두 ‘루반 카자크 페이퍼 바스켓’, 세 가지 색상과 세로 줄무늬로 포인트를 준 쿠션과 가장 아래 놓인 쿠션은 모두 ‘H 다이 핸드 우븐 쿠션’, X자 다리 형태의 콘솔은 ‘피파 컬렉션’, 파란색 플래드와 그 위의 오렌지색 쿠션은 모두 ‘아발론 탄그램’ 컬렉션, 붉은색 격자 플래드는 ‘H 리비에라’ 컬렉션, 말아서 바스켓 안에 넣은 플래드는 ‘H 리비에라’ 컬렉션.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스타일리스트

고은선(고고작업실)

어시스턴트

이서연, 채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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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ès Parade

퍼포머들이 펼친 공연같은 에르메스 퍼레이드

퍼포머들이 펼친 공연같은 에르메스 퍼레이드

 

모두가 기다려온 ‘에르메스 퍼레이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공개됐다. 그날의 현장은 한 편의 공연을 본 듯 긴 여운을 남겼다.

 

무대 위에 오른 주인공처럼 박스와 스폿 조명으로 연출한 시아주 데르메스 암체어. ©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쇼윈도와 매장에 놓여 있던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 제품이 박스에서 나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소부터 내용까지 철저히 비공개를 유지했던 에르메스의 축제 ‘에르메스 퍼레이드 Hermès Parade’가 베일을 벗은 것이다. 마치 <태양의 서커스>를 보는 듯 흥겹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에르메스 퍼레이드’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추구해온 ‘형태, 소재, 기능’의 가치를 조화롭고 기발하게 모색했다.

 

엄격함과 판타지의 조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박스 스테이지. © Shin Kyungsub

 

런웨이처럼 퍼포머들이 ‘레 투로트주 데르메스 사이드 테이블’을 들고 캣워크를 걷는 모습. ©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행사장 곳곳에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었던 ‘에르메스 퍼레이드’. © Shin Kyungsub

 

축제의 시작 전, 아무것도 없는 어둡고 텅 빈 공간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던 관객들은 댄서, 아크로바틱, 무버, 테크니션 등 재능 있는 56명의 퍼포머와 함께 등장하는 나무 박스들을 먼저 마주했다. 이후 모두가 기다리고 바랐던 대로 박스가 열리면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샬롯 마커스 펄맨 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 Alexis Fabry가 기획한 가구와 조명, 오브제, 텍스타일, 테이블웨어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축제는 마치 거리의 공연을 계속 관람하듯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져 관객들은 뭉치고 흩어지며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선사하는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베드 커버와 블랭킷으로 구성된 스테이지에서는 퍼포머들이 잠을 자는 듯한 연출을 선보였다. © Shin Kyungsub

 

‘피파 스툴’ 하나에 의지해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는 퍼포머. © Jail Son

 

퍼포머들은 가구가 담긴 박스들을 이동하고 쌓으면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축제의 초반에는 홈 컬렉션을 박스 안에 넣어서 궁금증을 자아냈고, 이후엔 퍼포머들이 박스를 전시장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군무를 만들어냈다. ©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축제의 초반에는 홈 컬렉션을 박스 안에 넣어서 궁금증을 자아냈고, 이후엔 퍼포머들이 박스를 전시장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군무를 만들어냈다. © Jail Son

 

‘파시폴리아’ 테이블웨어 컬렉션과 함께한 퍼포먼스. ©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행사의 마지막 퍼포먼스였던 포니 댄스에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겼다. © BAKI, KwangChan Song, Doki Hong

 

서울에서 처음 공개된 이번 축제는 세계적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 Philippe Decoufle와 함께 오랜 시간 준비한 퍼포먼스로 가구나 소품뿐만 아니라 이를 몸의 일부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낸 56명의 퍼포머 역시 축제의 주인공이 되기 충분했다. 에르메스 텍스타일을 늘어뜨린 침실 같은 공간에 누워 있는 연출, 거울의 반사를 활용한 위트 있는 연출, 가구를 활용한 아크로바틱, 패션쇼처럼 각자 홈 컬렉션의 제품을 들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연출 등 처음에는 바라보는 데 열중했던 관객들은 어느새 쉼 없이 움직이는 퍼포머들과 자연스럽게 섞였고 마지막을 장식한 ‘포니 댄스’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돼 유쾌한 축제의 막을 내렸다. 정적인 형태로 어딘가에 놓여 있던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 역시 이날 만큼은 자유롭게 관객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예상을 깨는 70가지의 독창적인 퍼포먼스와 400여 개의 제품이 어우러진 이번 ‘에르메스 퍼레이드’는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과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아름다운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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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알라르의 일기

포토그래퍼 프랑수아 알라르의 은밀한 방문, '비지트 프리베' 사진전

포토그래퍼 프랑수아 알라르의 은밀한 방문, '비지트 프리베' 사진전

 

피크닉의 파사드가 새로운 옷을 입었다. 40여 년간 수많은 명사의 사적인 공간을 기록해온 프랑스 사진작가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Visite Privée>다. 그와 나눈 대화의 기록.

 

이탈리아 현대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카를로 몰리노의 저택. © piknic

 

프랑스어로 사적인 방문, 은밀한 방문을 뜻하는 비지트 프리베. 이브 생 로랑, 루이스 바라간, 아일린 그레이, 데이비드 호크니, 코코 샤넬, 폴 세잔, 드리스 반 노튼의 저택과 아틀리에 등 쟁쟁한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을 구경하다 보면 전시 이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기록한 공간의 명성에 비하면, 프랑수아 알라르 François Halard라는 이름은 다소 낯섦에 가깝다. 10대 후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잡지사의 포토그래퍼로 시작해 <보그>, <베니티 페어> 등을 거친 그는 40여 년간 자신의 삶과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 작가 등의 사적인 공간을 촬영해왔다. 그의 시선은 루이 비통과 함께 펴낸 <패션 아이-그리스>를 비롯한 10여 권의 단행본에 차곡차곡 담겼으며, 2021년에는 팬데믹으로 자택에서 격리했던 56일의 시간을 폴라로이드로 기록한 <아를에서의 56일>을 출간했다. 패션, 인물, 공간 등 사진의 피사체로 그를 규정하기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규정되길 바란다는 프랑수아 알라르. 그의 사진에서는 자유로움, 사랑, 욕망, 장대함, 그리움, 황량함 등 다양한 감정과 기억이 되살아난다.

 

전시 오프닝차 방한한 프랑수아 알라르.

 

오랜 시간 다양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사진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에 변한 것이 있나요?

물론 미묘한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15살에 찍은 사진과 지금의 사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사진에 더 인간적인 면모와 감수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천착하고 고민해왔습니다.

수많은 장면 가운데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은 언제인가요?

빛 외에 다른 규칙은 전혀 없습니다. 그 빛이 자연광일 수도 있고, 제가 설치한 조명일 수도 있지만 결국 빛을 따라갑니다. 모든 촬영 과정은 직관의 연속입니다. 제가 호기심을 느끼고 영감을 주는지가 중요한데요.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이끌림과 충동에 의해 포착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진을 찍는 행위가 늘 명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예술가의 집을 촬영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면요?

사이 톰블리 Cy Twombly의 집을 꼽고 싶습니다. 18살에 <보그> 미국판에서 그 집 사진을 처음 봤는데, 엄청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고전의 레퍼런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데, 언젠가 나도 이런 영감을 주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20여 년 전 그의 집을 촬영차 방문했을 때 받은 레몬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요. 화석처럼 변해버린 그 레몬은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저를 그때로 이끕니다.

 

이탈리아 샤르데냐 섬에 자리한 라 쿠폴라.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배우 모니카 비티와의 사랑의 은신처로 계획했지만 둘의 관계가 끝나 폐허로 버려진 공간이다.

 

새로운 파사드로 갈아입은 피크닉의 모습. 전시는 7월 30일까지 열린다. © piknic

 

여러 사진 가운데서도 록다운 기간에 작가의 집을 찍은 사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엮어 <아를에서의 56일>을 펴내기도 했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 나라에서 5주 이상을 머물러본 경험이 없을 만큼 많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처음으로 나를 둘러싼 집에서 자양분을 얻으며 지낸 곳이 바로 아를의 집이었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즐거움을 느꼈는데요. 당시 런던의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는 친구가 하루에 한 장씩 집을 폴라로이드로 찍어 ‘오늘의 폴라로이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작품이 판매되면 제가 직접 우체국에 가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부치곤 했는데, 그게 모여 책이 됐습니다.

 

수집가로도 불릴 만큼 도자기, 그림, 조각 등 다양한 오브제를 모은다고요.

저는 어린 시절을 집에서 외롭게 보냈기 때문에, 오브제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 오브제는 외부 세계로부터 저를 보호해주는 상징적인 장치이자 함께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것들은 저에게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입니다. 21살 때 이브 생 로랑의 자택을 찍는 행운이 있었는데요,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돈보다는 다른 식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멋진 오브제들로 둘러싸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요.

 

다른 식으로 바라보는 눈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 건가요?

단순히 물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리한 심미성을 찾아내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렌즈를 통해 아름다운 것을 바라볼 기회가 많았는데요. 제가 해나가야 할 역할은 더 많은 이들이 심미성을 향유할 수 있도록 나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것이야말로 영혼의 반창고이기 때문이죠. 제가 지속적으로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폴 세잔이 생전 즐겨 사용했던 화구와 정물이 그대로 보존된 프랑스 아틀리에. © piknic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어떤 사진을 선별했나요?

이번 전시는 공동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사진을 찍을 때 누군가가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전시를 기획하는 이도 분명 그럴 겁니다(웃음). 피크닉 piknic 쪽에 많은 권한을 넘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냥 지금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떠올리기보다는 앞으로 찍을 사진을 생각하는 게 더 즐겁습니다. 끊임없이 탐색해 나가야 하는 거죠.

 

그럼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인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은 집에 있을지, 여행을 갈지, 스튜디오에서 작업할지 고민하는데요. 제 삶의 원동력이 이 질문의 답이 되겠네요.

 

피크닉을 찾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으로의 초대’라는 메시지입니다. 그 여행은 바깥세상이 될 수도, 내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천박한 문화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는 영혼이 깃든 장소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어요. 제가 기록한 장소에서 느꼈던 영감을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어요. 저의 궁극적 목적은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헬레니즘 양식이 그대로 살아 있는 저택이자 박물관인 빌라 케릴로스. © piknic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 아일린 그레이의 주택. © piknic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류주엽(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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