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메종&오브제 파리

다시 돌아온 메종&오브제 파리

다시 돌아온 메종&오브제 파리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 메종&오브제 파리 전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 테마는 ‘Enjoy!’. 전반적으로 화려함과 대담함, 유머러스함이 담긴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올해의 디자이너로는 단순한 선을 기본으로 한 형태에 선명한 컬러감을 녹여내는 벨기에 디자이너 부부 뮬러 반 세베렌 Muller van Severen이 선정돼 많은 눈길을 끌었다. 이번 9월 전시는 작년에 비해 약 10% 증가한 2,500개의 전시 업체가 7개 홀에 걸쳐 부스를 선보였으며, 특히 해외 방문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통계를 발표해 세계 최대 홈 데코 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WEB www.maison-obj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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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지 상상

아홉 가지 상상

아홉 가지 상상

박미나는 한국에서 시판되는 아홉 가지 색깔의 물감을 전부 모아 캔버스에 펼쳤다.
그러자 단조로웠던 그간의 무심에 알록달록한 색이 나타나면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같은 레드는 없다”는 지론을 들었다. 보통은 립 색깔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당장 <메종> 9월 호를 다시 펼쳐봐도 ‘빨강’이란 단일 명칭으로 묶을 수 없는 다채로운 빨간색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뷰티 브랜드의 립 색깔이 다른 것처럼, 가구와 인테리어에 사용하는 색도 미세하게 각기 다르고,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물감의 색은 더욱 다양하다. 2023년의 박미나 작가는 국내에 시판되는 그런 물감의 색을 전부 모았다. 그렇게 모은 물감을 한데 모아 이번 전시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를 이뤘다. 작업의 단초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을 막 졸업한 작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오렌지’ 그림을 찾는 갤러리스트의 문의 전화다. 예술 작품의 용도나 색에 대한 구매자의 취향, 인테리어 트렌드 같은 세속적인 이 에피소드에서 작가가 집중한 것은 오렌지 ‘색’에 대한 탐구다. 학창 시절부터 시각적인 세계를 인지하는 과정에서의 오류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오렌지 물감을 모두 수집해보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색이라는 대상이 얼마나 관념화되었고 관행적이었는지,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지 그 괴리를 목격하게 된다.

오렌지색에서 출발한 작업은 2004년 <아홉 개의 색과 가구>로, 그리고 이번 전시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로 진화한다. 아홉 개의 색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자주색과 흰색, 회색, 검은색으로 다양한 크기의 가구 다이어그램과 짝을 이룬다. 컬렉터의 의뢰로 특정 아파트 거실에 최적화된 오렌지 페인팅과는 달리, 가상의 모델하우스를 구상한 이번 프로젝트는 작업 당시의 주거 문화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4년 버전은 중산층이 선호하는 강남 브랜드 아파트의 통상적인 천장고 230cm를 기준해 세로 길이 227cm 회화를 제작했다. 당시 수집 가능했던 총 632개 물감은 제조사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나열해 2cm 두께의 스트라이프로 칠해졌다. 그다음 물감의 개수에 비례해 비슷한 크기의 가정용 가구를 찾아 도형과 결합해 완성했다. 19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는 물론 가치관의 변화, 팬데믹으로 인한 주거 환경에 대한 인식까지. SNS는 개인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일인당 국민소득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23년 버전은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듯 물감의 가짓수 역시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수집한 물감은 총 1,134개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내부를 조사하면서 천장의 높이가 최소 30cm 이상 높아진 점도 발견했다. 집을 자랑하는 SNS에는 명품, 하이엔드 같은 키워드가 도배되고, 럭셔리 잡지에는 컬렉션 가구가 단골 특집 기사로 올랐다. 그 결과 초록색 물감 234개와 소파, 파란색 물감 202개와 침대 등 TV 유닛, 라운지 체어, 테이블, 오토만 등이 아홉 개의 색과 조합을 이뤄 257cm 높이의 회화 아홉 점으로 탄생했다.

박미나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색깔의 명칭에 절대 부합할 수 없을 것 같은 물감의 존재다. 주황색 작품에 보이는 선명한 검은색이나, 파란색 작품에 보색 대비가 뚜렷한 빨간색이 있는 등이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색’은 인간의 판단에 근거한 보편적 합의가 아니란 점이다. 그보다는 물감을 제조하고 판매, 유통하는 산업 시스템이 주창하는 정보를 우리가 수동적으로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욕망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전략이 어떻게 인지 행위를 좌우하는지 밝히며, 더 나아가 색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지금보다 훨씬 더 주관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박미나의 수집 목록에는 미국의 건축자재 브랜드 홈디포가 배포하는 색상 스와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기업이 물감색을 지칭하는 이름이 흥미롭다. 파란색을 지칭하면서 행복의 추구, 선원의 꿈을 말하거나 흰색을 정원 장미 화이트, 평화로운 흰색, 진심 어린 흰색, 복숭아 한 꼬집 등 추상적인 단어로 명명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소주 그린’, ‘쌀밥 화이트’ 정도 되시겠다. 작가는 이 같은 색을 보면서 문학적이며 풍부한 감수성의 시를 읽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정리한 천여 가지 아홉 개의 색과 아홉 개의 색으로 만든 회화 작품. 실제 주거 공간에서 가구가 놓이는 벽면의 높이와 가구 위에 그림을 걸 수 있는 위치와 최대 크기까지, 마치 집을 거닐 듯 전시 공간을 누비면서 화려하게 펼쳐놓은 색의 향연을 감상해보시길. 전시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10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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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우리 젊은 건축가들; 아지트스튜디오

기쁜 우리 젊은 건축가들; 아지트스튜디오

기쁜 우리 젊은 건축가들; 아지트스튜디오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건축가를 발굴해 건축의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는 젊은건축가상. 2023년 수상의 기쁨을 맞이한 세 팀과의 인터뷰.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40년 연식의 노후화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만든 ‘콘크리트 도서관’.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현재 혜화의 고즈넉한 동네에 위치하고 있고요, 2017년 성수동 사무실을 거쳐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제가(서자민 소장)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로 건축 작업과 운영을 담당하고, 객원 파트너인 허근일 소장이 작업과 토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사회 초년생 때 퇴근하고 새벽에 모던 작업실에는 항상 설계 모형, 스케치, 책으로 가득했어요. 당시 아지트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죠. 그때의 의미를 이어가고자 사무소 이름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모의하는 공간과 선동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아지트 Agit’의 중의적 표현이 우리 모습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건축가와 그 이유에 대해 들려주세요.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건축가는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토 데 무라 Souto de Moura를 말하게 됩니다. 그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정교함과 계속되는 실험성을 보는 것이 즐겁고, 그 결과가 투박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좋아합니다. 최근 전시에서 보았던 그의 인터뷰 중 어떤 비유가 생각나네요. “최고의 유머도 반복되면 더 이상 재미가 없지 않느냐”고.

 

경직된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모따기로 덩어리의 조형성을 표현한 ‘모따기99’.

 

2021년에 허근일 소장님과 함께 약 1년간 스위스로 떠났다고요?
국토교통부의 지원 아래 현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형태이자 스토커리 아키테티(멜라니 스토커, 이동준)의 일원으로 함께했습니다. 거주한 곳은 이탈리아 북부와 닿아 있는 티치노 주 멘드리지오라는 곳인데요,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사무실과 작업, 그가 세운 학교 USI_ 아카데미아가 있는 곳) 마리오 보타와 그 밑에서 일했던 건축가, 줄줄이 이어지는 지역 건축가의 계보가 인상적인 동네였어요. 매우 다른 동력을 가진 두 사회와 그렇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삶과 도시의 여러 면모를 근접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콘크리트 도서관(2020)’은 작은 규모의 작업이었지만 저희가 고민하는 구축적, 사회적, 건축적 질문이 구현되어 다음의 토대가 됐습니다. 구도심 사각지대에 놓인 40년 연식의 노후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였는데 한 건축물의 재생과 재사용 이상을 넘어 현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실험적인 해법을 만들었다는 것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곳이 여러 사람에게 시간을 담은 새로운 ‘장소’로 오래도록 역할하기를 바랍니다.

가장 최근에 완공한 ‘프로젝트 양평’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건폐율이 20%밖에 허용되지 않는 대지를 어떻게 하면 보다 장악력 있고 영속적으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근생 건물의 경우 코어부는 건축물의 정체성을 만드는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데, 위치에 따라 모든 동선을 이끌고, 그 밀도에 따라 내외부가 긴밀하게 변화되며 건축물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둥근 코어부와 함께 전체 덩어리는 이형의 긴 대지를 활용하며 앉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매스는 세 부분으로 분절되어 있는데, 같은 종류의 벽돌을 세 종류로 가공하여, 각 매스마다 아래부터 세 가지 크기로 변화를 줘서 미묘한 질감을 만들었습니다.

 

모따기99의 내부 모습.

 

이번 젊은건축가상 평에서 “기성 건축계의 오랜 담론에 원초적 물음을 던진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지트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는 어떤 건축을 하나요?
저희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질문은 어떤 상황에 대한 우리만의 고유한 건축적, 맥락적 해석에서 출발하고요. 그에 따라 무엇을 의도해 나가야 하는지를 만들어 갑니다. 그 의도를 명쾌하고 분명하게 발전시키고, 건축물이라는 의도한 구축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집요한 과정이 결국 우리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표 당시 못생김을 동반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웃음) 건축계에서 ‘못생김’이란 단어 혹은 담론을 말하는 데 있어서의 용기를 말한 것인데요, 이것이 뜻하는 바는 ‘건축적 미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저희의 작업은 절대적인 미학적 기준을 설정하거나 추구하지 않아요. 건축물이 배경처럼 존재해야 할 때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는 각 프로젝트와 대상지마다 각기 다르죠. 우리에게 계획을 진행하는 방향은 끊임없이 의도를 명료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형태를 만들고 매스를 논의함에 있어 도형, 조형적으로 불필요함 없이 명쾌해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디벨롭을 합니다. 그 집요함 끝에서 덩어리, 질감, 아름다움이 하나처럼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11월 26일까지 진행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도 참가했다고요?
ECC(European Culture Center)가 주최하는 TSE 2023 베니스 국제건축전시입니다. 지난해 초청 메일을 받아 참가하게 되었고, ‘Sustainability’라는 주제 아래 50여 개국의 건축가, 팀들이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대도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모형, 드로잉, 상 등으로 전시를 구성했어요. 과한 현대 대도시에서 건축가로서 고유한 해석을 통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치열한 구축적 방법을 고안했던 ‘콘크리트 도서관(2020)’, ‘프로젝트: 재해석(2021)’, ‘모따기99(2020)’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땅의 쓰임과 코어의 배치, 질감의 세밀한 구성, 덩어리의 분절에 대한 고민이 담긴 프로젝트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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