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부터

집으로부터

집으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공간을 고치고 매만져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그는 올해 칠순을 맞이해서 책 한 권을 냈다. 한동안 미뤄둔 ‘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서.

신경옥작업실의 일하는 공간 전경.

패브릭 제품이나 소품을 제작하는 지하 작업실.

신경옥은 1세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 불린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생겼을까? 리빙 매거진이 부흥기를 맞으며 스타일리스트의 활동이 늘어나고,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해지면서 인테리어가 일상이 된 지금. 그의 커리어는 그 흐름과 함께 흘러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첫 시작은 자신의 집을 꾸미는 일이었다. 직접 꾸민 신혼 집의 독특한 창문 디자인을 보고 연락한 기자 덕에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게 되었다. 잡지에 실린 집을 계기로 남들의 공간을 꾸며주게 되었고, 좋아서 혼자 하던 일은 어느새 남을 위해 일하는 업이 되었다. 그렇게 신경옥은 40년 가까이 공간을 통해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지하층에서는 작업하기 편하도록 테이블 세 개를 붙여서 작업한대로 활용한다. 테이블과 조명 모두 신경옥작업실에서 제작한 것.

4층은 일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소파 공간.

신경옥 스타일을 촘촘하게 집약한 책 <작은 집이 좋아> 이후 10여 년 간의 행보를 담은 새 책의 제목은 <집으로부터>.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시작했어요.” 책이 나올 때마다 사실은 내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하던 그가 이번에는 꼭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담당자가 초안을 가지고 왔는데, 후루룩 읽다 보니 어쩐지 출판사 식구들의 러브레터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새 책이 나오기까지 몇 해가 지났으니 그 사이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국엔 지금 이 시기에 나오려 그랬던 것 같아요. 마치 내 70세 생일을 축하하는 것처럼. 한동안 쌓여 있던 수많은 작업 공간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건 그들이라 가능했습니다. 내가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부터 함께 일해온 사이였으니까. 뭐 그리 대단하진 않아도 나와 내 공간을 이렇게 깊은 속까지 세세히 알고 있는 이는 그들밖에 없거든요.” 평소에도 말을 먼저 꺼내는 법이 없고, 무엇이든 설명하기를 꺼리는 그가 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지하 작업실 한쪽에는 작은 티테이블을 두었다.

3층 작업실에 앉아 메모 중인 신경옥. 이 테이블 또한 빈티지 책상을 리폼한 것.

책에 실린 작업실 모습이 조금 바뀌었어요.

한동안 지하층을 작업실로 사용했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3, 4층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여기가 살림집이었는데, 침대 빼내고 문을 하나로 만든 거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어요. 직원들이 일할 큰 테이블 하나, 회의하고 밥 먹을 큰 테이블 하나 놔야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지요. 공간이 너무 하얗기만 하면 재미없으니, 오랜만에 블랙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며 일하고, 일하는 공간이라도 마음 편한 집 같았으면 해서 4층은 쉬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졸리면 올라와서 잠도 좀 자고 멍도 때리고 영화도 보고 하라고요. 지하에는 테이블 세 개를 합쳐서 어떤 작업이든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지요. 그림도 그리고 재봉도 하고 뭐든 쉽게 만들라고. 그랬더니 막내 직원 주현이가 이제는 여기 오면 고향집 온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내심 행복했습니다.

신경옥의 새 책 <집으로부터>.

작업실의 가구나 소품은 모두 자체 제작한 건가요?

요즘은 물건들이 잘 만들어져 나와 기성품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재미없잖아요? 무엇보다 내 공간이니까 내가 만들어보고 싶던 거 다 만들어보고 여기에 두는 거예요. 여기서 테스트해봐야 남의 공간에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좀 엉망인 것도 있어요. 하지만 다 애정이 가죠. 이건 이러려고 만들었지, 저건 만들다 고생 좀 했지, 이런 저런 기억이 떠올라 공간이랑 더 친해져요. 잘 빠진 디자인의 가구도 좋지만, 그것만으론 어쩐지 공간이 좀 딱딱해지고 재미없어요. 그러면 일할 때 긴장하게 되는 것 같고요. 안 그래도 일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일하는 공간만큼은 집처럼 편안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랫동안 모아둔 디자인 서적을 켜켜이 쌓아두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표지의 책을 골라 한 벽면을 꾸몄다.

4층 벽면에 걸어둔 김원숙의 작품. 그 아래 빈티지 네스트 테이블을 놓고 이헌정의 그릇을 올려두었다.

지금의 작업실도 집으로부터 온 거네요. 집은 신경옥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하루는 미술치료 공부 하던 딸이 초기 기억화라는 걸 그려보라고 했어요. 최초 기억을 그려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옛날 어릴 때 살던 집을 그렸어요. 기억이 생생하게 나서 하나하나 아주 자세하게 그리게 되더라고요. 다 그리고 보니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공간과 똑같은 거예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 집에 살던 때가 정말 행복했는데,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마다 그것을 다시 재현하고 있는 거래요. 딸아이 해석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신기했어요. ‘집은 내 원천이구나. 내 공간의 모든 게 그 집에서 시작했구나’ 했습니다.

어떤 집이었나요?

아주 옛날이었으니 적산가옥 구조였는데, 매일 흙장난하며 놀던 조그마한 마당이 있고 방이 세 개 있었어요. 부뚜막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엄마가 매일 밥을 짓던 것이 생각나요. 앞에는 우물 하나가 있었고요. 뭐 지금 집들처럼 예뻤겠어요? 그때 거기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살던 행복한 시간이 제게 공간의 따뜻함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그때 공간에 대한 감각도 생긴 것 같고요.

나무색이 진한 빈티지 찬장을 하얗게 칠해 리폼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군요. 집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나 규칙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규칙은 없지만 내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해요. 예쁜데 왠지 불편한 의자라든지, 감촉이 좋지 않은 패브릭이라든지, 세탁하기 어려워 오랫동안 더러워진 커튼. 뭐 그런 것들이죠.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것도 가끔 눈에 거슬려요. 저 가구나 물건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나 고민하면서. 가끔은 못생겨도 나와 내 가족이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면 눈감아주기도 합니다. 예쁘게만 하고 살려면 그게 강박이 되고 불편해지거든요. 나와 내 가족이 불편해지지 않는 것, 그게 규칙이라면 규칙이겠네요.

지하 작업실에서 미싱 작업 중인 신경옥. 파자마를 만들어 선물하는 오랜 취미가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게 진짜 집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 집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조언해주시면?

나는 좀 내 마음대로라 정답이 없는 것 같은 때가 있는데, 결국 답은 집에 있는 것 같아요. 내 집, 내가 가장 편하게 기대고 쉴 수 있는 집이죠. 누구에게나 그런 공간이 있잖아요. 공간 일을 오래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친밀하게 만나게 됐는데, 결국에는 자신에게 편안한 공간미를 찾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아름다운 것을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깨끗한 것을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흩어지고 복잡한 게 편한 사람도 있고요. 그러니 천편일률적으로 남이 좋다는 것만 하지 말고 내가 편한 게 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공간에 대한 즐거운 감각이 키워지지 않을까요? 이번 책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좀 담아봤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편한 집은 어떤 집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지하 작업실의 작은 주방.

4층 손 씻는 곳 위로 선반을 올렸는데 빈티지 거울이 맞춘 것처럼 딱 들어맞는다.

질문과 답변을 몇 개 주고받는 사이에도 신경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의 나무와 화분을 매만졌다. “내가 가만히 못 있어요. 사실 여기 작업실도 직원들만 왔다 갔다 하지 나는 거의 나오지 않아요. 별로 올 필요도 없거든요.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요.” 하지만 인터뷰하는 동안 끊임없이 물건들을 옮기고 식물을 매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공간이란 어쩌면 애정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경옥이 집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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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김한나

photographer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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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ING TALENT

RISING TALENT

RISING TALENT

젊은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아티스트 2인을 파리에서 만났다. 1994년생 프랑스 디자이너 오드리 라지와 남프랑스 예르 지방에 본거지를 둔 디자인 스튜디오 13 디저트를 소개한다.

Scale of Infinity, AUDREY LARGE

올해 메종&오브제의 라이징 탤런트 부스에 전시된 오드리 라지의 최신 작품.

갓 서른의 젊은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닐루파 갤러리를 비롯해 이번 메종&오브제의 라이징 탤런트로 선정되었다. 자신만이 가진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운도 있고, 많은 노력도 있었다. 시기 적절한 때에 나를 신뢰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이유도 크다. 컴퓨터 디자인과 3D 프린팅이라는 매우 기술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 나만의 감성을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자유로움을 전하고 싶다.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디자이너 오드리 라지. 그녀의 작품은 밀라노의 유명 갤러리 닐루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 Alaa Abu Asad

거대한 스케일감과 여태껏 보지 못한 낯선 형태와 소재가 돋보인다. 작품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우두커니 서 있는 듯한 모호한 물체 만드는 것을 즐긴다. 그것들이 기계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는지, 디지털인지 물질인지, 미래적인지 고대적인지, 기능적인지 조각적인지 알 수 없다. 정해진 윤곽이 없고 시작이나 끝도 없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추상적인 형태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시작하는가?

나의 접근방식은 꽤 직감적이고 자발적이다. 개인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하나의 물체를 깊이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고 나서 형태를 스케치한다. 이 과정에서 종이 혹은 3차원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림을 그린다.

기술적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주로 컴퓨터로 작업한다. 3D 모델링 프로그램에서 펜과 그래픽 태블릿을 사용해 자유롭게 3차원으로 조각하고 그린다. 디지털 조각은 파라메트릭 3D 모델링보다 훨씬 직관적이며 매우 유기적인 형태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손으로 직접 그려낸 표면에 움직임을 전달하며 물체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는다. 그런 다음 FDM 3D 프린팅을 사용해 PLA 필라멘트로 실체화한다.

이미지로 봤을 때는 작품의 크기와 무게, 소재의 질감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다.

쉽게 옮길 수 있는 무게인가?

조각품은 상당히 가볍다. 특히 금속 주조나 유리에 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한 손으로 들 정도로 가볍지는 않다. 작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 작품은 최대 70kg까지 나간다. 이처럼 작품을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는 그 무게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내게는 흥미로운 점이다.

 

Delicious Design, 13 DESSERT

나일론 메시 소재의 시트가 특징인 그랜드 리보 암체어. 아웃도어와 인도어 모두 사용 가능하다.

지난해 열린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통해 13 디저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지난 1년간 어떠한 시기를 가졌는가?

지난해 이후로 모든 것이 가속화되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메종&오브제를 연속 2회 참가하면서 국제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현재 일본, 세네갈, 덴마크, 미국 등지에서 우리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파리의 주요 백화점을 비롯해 몇몇 작품은 프랑스 국립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조만간 한국에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열 계획이다.

13 디저트의 신규 컬렉션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메종&오브제 부스.

세 컬러로 출시된 암포어 화병. 기하학적 형태의 대리석 소재와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세 가지 디자인의 손잡이가 특징이다.

숫자 ‘13’과 ‘디저트’는 무얼 의미하는가?

13과 디저트는 우리가 남프랑스의 휴양지 마을 예르에서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남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13가지 디저트를 즐기는 전통이 있다. 우리 제품은 프랑스 또는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어 작은 시리즈 형태로 출시된다. 현지 장인들의 노하우와 우리 스튜디오만의 스타일을 살린 제품을 통해 지역을 빛내고자 한다.

자유로운 형태와 세련된 감각에서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13 디저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재료의 웅장함, 형태의 몽롱함, 색채의 찬란함을 통해 새로운 지중해를 그려낸다. 심지어 겨울에도 화창한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정해진 규칙 없이 풍부하고 실험적이며 지나치게 장식적이거나 불필요한 요소는 배제한다. 스튜디오에 소속된 디자이너들에게 13 디저트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미학, 감정적 울림을 일으키는 제품을 창조해낼 것을 요구한다.

13 디저트의 파운더 클레망 루겔롯(왼쪽)과 케빈 돌치.

현재 두 명의 파운더 클레망 루겔롯 Clément Rougelot과 케빈 돌치 Kevin Dolci를 포함해 10여 명의 디자이너가 소속되어 있다. 디자이너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늘 강력하고 독창적인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트렌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산업 과정과 장인의 노하우를 결합해 나온 미학은 항상 흥미롭기 때문이다. 10여 명의 디자이너들만 봐도 꽤 다른 미학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3 디저트 컬렉션 안에서는 모두 일관성이 있다는 사실 또한 눈 여겨봐야 하는 강점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은은한 그러데이션 색감이 인상적인 선반장 크로토.

밤하늘에 뜬 달을 상징하는 동그란 원형 합판이 인상적인 메짜 루나 셸프.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는 신규 컬렉션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프랑스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에 대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실험, 테스트,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무엇보다 우리와 다양한 경험을 나누기 원하는 파트너를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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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PARADISE

FUTURE PARADISE

FUTURE PARADISE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상반되는 두 단어의 조화로 탄생한 이 새로운 영역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메종&오브제의 주된 테마였다.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트렌드관은 ‘바다, 사막, 열대’라는 3가지 주제 아래 펼쳐졌다.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마티유 르아뇌르는 미래의 생활방식을 제안하는 가상공간을 공개했다. 여기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페클러스 파리가 선보인 다감각적 몰입형 유토피아까지 더했다. 기술과 자연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새롭게 피어난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해보기 바란다.

Under the Sea

트렌드 분석가 겸 아트디렉터인 엘리자베스 르리슈 Elizabeth Leriche가 ‘바다, 사막, 열대’를 키워드로 연출한 <왓츠 뉴> 트렌드관. 패턴, 원단, 설치물, 몰입형 장식 등을 통해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했다. © Anne-Emmanuelle Thion

바다 속 해저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 신선하고 화려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청록, 터쿼이즈, 산호핑크 등의 색조로 해저 식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또 형형색색의 산호 모양 데코 아이템과 반짝이는 강물을 닮은 벽지 등으로 심연의 신비로움과 바다의 평온함을 담아냈다. 자연의 웅장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해저 생태계의 다양성과 특유의 매력을 집 안으로 들여온 색다른 삶의 장면을 보여준다. 고요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인테리어다.

© Anne-Emmanuelle Thion

© Anne-Emmanuelle Thion

Mineral Desert

사막에 자리한 움막의 한 장면을 담아낸 듯한 공간. 사막의 광활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벽돌, 모래와 같은 얼시 Earthy한 색조, 그리고 거친 돌과 테라코타 소재를 중심으로 따스하고 고요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거친 질감의 돌로 제작한 탁자와 테라코타로 마감한 가구와 소품들로 하여금 자연의 원재료가 지닌 강렬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막을 닮은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선택일 터.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 모던한 감각 또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To the Tropics

열대 지역의 활기찬 색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트로피컬 무드는 이번 전시회 곳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 브랜드 산타노 Santano의 거대한 야자수 조명이 이 트렌드를 대표하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정글은 열대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생명을 표현하며 원시 숲의 활기찬 열기를 실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열대 색상 팔레트의 무성함은 공간에 활력과 생명력을 부여해 인테리어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티유 르아뇌르가 만든 유토피아

쉼과 평온을 중심으로 완성한 집 내부. 벽 오브제 포켓 오션 Pocket Ocean, 타오르는 불꽃을 닮은 조각품 퍼머넌트 플레임 Permanent Flame, 투명 다리가 인상적인 인버티드 그래피티 Inverted Gravity 스툴, 꽃이 만개하는 듯한 형태의 펜던트 조명 게르니카 Guernica는 모두 기존 마티유 르아뇌르 컬렉션의 제품들을 재해석해 만든 것. © Felipe Ribon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유 르아뇌르 Mathieu Lehanneur. 그는 <월페이퍼>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실내 건축부터 가구, 접이식 자전거, 하이브리드 모터보트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특히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 성화봉과 성화대 디자인을 맡으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미니멀한 삶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 ‘아우토노미 Outonomy’를 공개했다. 몽환적인 노란색 설치물에서 마티유 르아뇌르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아우토노미 프로젝트의 전시 전경. © Felipe Ribon

온통 샛노란 색으로 물들인 전시 공간. © Felipe Ribon

프로젝트의 주제인 ‘아우토노미’ 단어가 생소하다. 무슨 의미인가?

이 프로젝트는 모든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과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됐다. 아우토노미 Outonomy 는 내가 만든 합성어로, 공동 생활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고하기 위해 고안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과 아름다움, 편안함을 추구하는 도전적이고 낭만적인 공간을 뜻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분명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미래의 집을 상상해본 것인가?

이 공간은 새로운 삶에 대한 방향 제시로 방문객에게 암묵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당신은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지하 깊은 벙커로 가는 길이나 종말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살고 싶은 미래의 삶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노란색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허구와 다큐멘터리 사이의 교차로에 서 있는 우리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을 선택했다. 설치물 전체가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축물과 그 안을 채우는 물건들의 앙상블이 모두 이 반짝이는 노란색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노란색은 이 프로젝트에 낙천적인 요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 성화봉과 성화대 디자인을 담당하며 더욱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 Rudy Waks

천장에 달린 열기구는 무얼 의미하는가?

집에 묶인 헬륨 드론 같은 것이다. 인간을 모니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는 우리가 주변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가?

탈출하고, 숨쉬고, 어디에서든 살아가기. 이는 삶에 대한 프로젝트로, 앞서 말했듯이 방문객에게 암묵적인 질문을 던진다.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우리는 우리 삶에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잊힌 본능에 기술을 결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되찾게 해주는 경우 더욱 흥미를 느낀다. 발전된 기술 덕분에 더욱 잘 숨쉬고, 더욱 잘 자고, 더욱 잘 먹게 될 경우 말이다.

디자이너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핵심’을 통해 문제해결하는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 내게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을 위한 프로젝트를 요청해오거나, 교회 성가대를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하버드 대학과 협력하여 실내 정화를 위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할 때 비로소 디자인의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쉼과 평온을 중심으로 완성한 집 내부. 벽 오브제 포켓 오션 Pocket Ocean, 타오르는 불꽃을 닮은 조각품 퍼머넌트 플레임 Permanent Flame, 투명 다리가 인상적인 인버티드 그래피티 Inverted Gravity 스툴, 꽃이 만개하는 듯한 형태의 펜던트 조명 게르니카 Guernica는 모두 기존 마티유 르아뇌르 컬렉션의 제품들을 재해석해 만든 것. 2,3,5 온통 샛노란 색으로 물들인 전시 공간. © Felipe Ribon

Tech Eden

조개 껍데기를 재활용해 만든 오브제, 친환경 소재의 3D 프린트 화병, 세락스가 자연의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담아 디자인한 플로라 불가리스 커트러리 세트 등 과학과 자연을 주제로 펼쳐진 테크 에덴의 전시 풍경. © Anne-Emmanuelle Thion

미래를 향한 새로운 관심사인 바이오필리아 Biophilia(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를 주제로 펼쳐낸 새로운 웰빙 세계, 테크 에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이자 이 테마를 연출한 페클러스 파리 Peclers Paris는 테크 에덴을 통해 과학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깊은 발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연을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미래 속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감각적 몰입형 설치물이 연출됐다. 냄새, 소리, 빛, 그리고 가상현실 공간으로 관람객을 안내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관람객은 신화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에 금새 몰입되어 미래 지향적인 유토피아를 현실 공간에서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첨단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체험형 전시 공간. 웰빙을 상징하는 각종 운동기구가 함께 전시되었다. © Anne-Emmanuelle Thion

첨단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체험형 전시 공간. 웰빙을 상징하는 각종 운동기구가 함께 전시되었다. © Anne-Emmanuelle T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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