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루파 갤러리의 수장인 니나 야사르가 최근 스위스와 멕시코에서 열린 전시 소식을 보내왔다. 압도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는 두 개의 전시 공간.
닐루파의 수장, 니나 야사르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모이자 닐루파의 수장 니나 야사르. © Alejandro Ramirez Orozco
이란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성장한 니나 야사르 Nina Yashar는 197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닐루파 갤러리 Nilufar Gallery를 설립했다. 이후 2015년에는 1500㎡ 규모의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쇼룸 겸 전시 공간 닐루파 데포 Depot를 오픈하면서 현재 디자인 세계에서 중추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갤러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니나 야사르의 독특한 비전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두 갤러리는 빈티지와 컨템퍼러리의 믹스 매치, 거장과 신예의 완벽한 조화로 다문화적인 시각을 선보인다. 닐루파는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주최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굵직한 디자인 페어에 참여하며 국제 디자인 커뮤니티에 대한 역동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노매드 세인트 모리츠, 스위스

정면에 보이는 소파와 유기적인 형태의 스탠드 조명은 칼레드 엘 메이스. 스툴과 세트 구성의 낮은 라운지 체어와 금속 사이드 테이블은 가브리엘라 크레스피. 생명체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형태의 조명은 크리스찬 펠리차리. 벽에 걸린 페인팅 작품은 롤라 몬테. © De Pasquale + Maffini

마치 벽에서 자라난 듯 유기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크리스찬 펠리차리의 벽 조명. 기다란 벤치 형태의 소파는 칼레드 엘 메이스. © De Pasquale + Maffini
닐루파가 지난 2월에 열린 ‘노매드 세인트 모리츠 Nomad St. Moritz 2024’ 박람회에 참석해 시선을 압도하는 설치 공간을 연출했다. 노매드는 2017년 조르지오 파세 Giorgio Pace와 니콜라스 벨라방스 레꼼떼 Nicolas Bellavance-Lecompte에 의해 설립된 예술 박람회다.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유목민처럼 이주하며 생활하는 개념인 노매드를 주제로 기획된 박람회로 새로운 목적지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며 지정된 전시 공간 없이 여러 나라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스위스 세인트 모리츠에 위치한 호텔 에덴에서 전시가 개최됐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크레스피 Gabriella Crespi의 창조적인 가구들과 함께 대나무, 금속 같은 이색 소재의 결합으로 인상적인 무드를 연출했다. 1950년대 건축 스튜디오 B.B.P.R에서 온 안락의자와 자크 아드네 Jacques Adnet가 디자인한 서랍장 등 보기 드문 가구들을 대거 공개했다.

손으로 직접 빚어 자유로운 형태가 특징인 롤라 몬테의 아티초크 캔들 홀더. 섬세하게 물들인 다채로운 컬러도 인상적이다. © De Pasquale + Maffini

독특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내뿜는 칼레드 엘 메이스의 라운지 체어는 재활용한 가죽을 얇고 가늘게 잘라 볏짚을 연상케 한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튼 듯한 유기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스탠드 조명 역시 칼레드 엘 메이스의 작품. © De Pasquale + Maffini
현대 작품으로는 유기적인 형태와 자연의 세계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한 레바논 디자이너 칼레드 엘 메이스 Khaled El Mays의 플로라 Flora 컬렉션과 바닥과 벽 등에서 자라난 듯 생명체를 닮은 무라노 유리 조명도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신진 디자이너 맥시밀리언 마르체사니 Maximilian Marchesani의 새로운 조명 작품과 롤라 몬테 Lola Montes의 아티초크 시리즈, 오드리 라지 Audrey Large의 3D 프린트 조각 등으로 신선한 시각적 자극을 안겼다.
조나 마코, 멕시코시티

1958년에 지은 멕시코 건축가 페드로 라미레스 바스케스의 주택. 그가 실제 사용했던 가구와 각국에서 수집한 오브제가 함께 전시됐다. © Alejandro Ramirez Orozco

아날로지아 프로젝트가 디자인한 실링 램프 네크리스 조명으로 멋스럽게 공간을 연출했다. © Alejandro Ramirez Orozco
다수의 국제 박람회 참여 경력을 지닌 닐루파가 멕시코 첫 데뷔 무대를 치렀다. 바로 현대 예술 박람회 조나 마코 멕시코 Zona Maco México 2024를 통해서다. 닐루파는 러그 브랜드 씨씨타피스 CC-Tapis와 스튜디오 84 Studio 84와 협력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쇼케이스 장소로 선택된 곳은 멕시코 건축가 페드로 라미레스 바스케스 Pedro Ramírez Vàzquez의 주택. 멕시코 주요 주거 지역에 위치한 이 주택은 1958년 건축되어 55년 동안 페드로가 실제 머물렀던 주거지이자 스튜디오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그의 아들 하비에르 Javier가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이 주택의 중정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열려 있었지만, 존재감 있게 자리하고 있는 재규어 조각상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 천장을 덧대어 재건축했다. 주택 입구에는 건축가의 특징적 디자인인 창유리 파티션과 참나무 격자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건물 내부는 화산암으로 마감했으며, 다이닝과 거실에는 페드로가 디자인한 가구와 각종 오브제가 진열되었다. 특히 고고학 문서와 방대한 도서 컬렉션, 건축 드로잉, 사진, 예술 작품, 1968년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한 거대한 기념품 등 그가 각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컬렉션이 함께 전시됐다.

아름다운 컬러를 입은 벽 조명이 거실을 환하게 비춘다. © Alejandro Ramirez Orozco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재규어 조각상. 이를 잘 보존하기 위해 유리 천장을 설치할 정도로 페드로의 중요한 애장품 중 하나다. © Alejandro Ramirez Orozco
박람회 기간 동안 닐루파는 네덜란드 예술가 오드리 라지의 3D 프린트 아트피스와 영국 디자이너 베단 로라 우드 Bethan Laura Wood의 러그 컬렉션, 오픈 에디션의 주요 작품들을 선택해 주택과 아름답게 공존을 이룬 설치를 선보였다. 이 협업은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힘의 예시로서 디자인의 중요성과 진화의 빛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세월의 멋스러움이 공간 곳곳에 묻어 있다. © Alejandro Ramirez Orozco
WEB www.niluf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