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ental Sce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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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에르 프레이는 동양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듯하다. 일본 와비사비 정신과 중국의 도자기, 전통 의복의 기술과 패턴에서 영감받은 신제품들을 대거 선보인 것. 동양 서예의 추상적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은 오사카 Osaka 패브릭은 경쾌한 색조와 스트라이프로 모던하면서도 공예적인 섬세함을 지녔다. WEB www.pierrefr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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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Everyd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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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자인 스튜디오 발레리 오브젝트의 대표 베를레 웨네스. 집과 갤러리를 오가며 일상의 예술을 향유하고 있는 그의 삶 모습.

베를레 웨네스의 집 겸 갤러리.늘 오픈되어 있는 퍼블릭 갤러리는 아니고 예약제만으로 운영한다.

마틴 바스와 함께 제작한 페퍼밀을 직접 사용하는 베를레 웨네스.

정제된 디자인과 컬러풀한 색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발레리 오브젝트 Valeire Object. 첫 가구를 디자인한 벨기에 디자인 스튜디오 뮬러 반 세베렌 Muller Van Severen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이가 바로 베를레 웨네스 Veerle Wenes다. 건축학을 전공한 뒤 그래픽 사무실을 운영하던 그는 201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발레리 탄 Valerie_traan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후 다양한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후원하며 앤트워프의 아트, 디자인, 건축 전시를 기획해왔다. “2011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파인 뮬러 Fien Muller와 하네스 판 세베렌 Hannes Van Severen에게 실용적인 가구를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나는 기능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상업 제품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게 바로 발레리 오브젝트의 시작이었죠. 세락스 Serax의 CEO에게 연락해서 함께해보자고 제안했고, 그가 수락했어요. 이후 마틴 바스 Maarten Baas와 함께 커틀러리 시리즈를 디자인해 2015년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에서 전시도 했죠.” 이후 2022년에는 그와 정원 가구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하며 홈 액세서리, 가구, 조명, 테이블 웨어로 점차 제품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4개의 조형물은 마리아 스카풀라와 함께 디자인한 월램프.

벽에 걸린 도마를 비롯해 주방 곳곳 뮬러 반 세베렌과 함께 제작한 주방용품들이 눈에 띈다.

뮬러 반 세베렌과 선보인 발레리 오브젝트의 스탠딩 램프가 놓여 있는 서재 모습.

베를레 웨네스는 1970년대 가구 쇼룸이던 공간을 개조해 갤러리 겸 집으로 사용한다. 19세기 벽돌로 지은 오래된 건물과 콘크리트로 지은 모던한 건물을 합쳐서 만든 공간. 평범한 것을 특별한 방식으로 재구상하는 그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두 건물 사이에는 넓은 창으로 인근 대성당이 보이는 밝은 아트리움이 자리하는데, 하얀 벽과 대비되는 헤링본 패턴의 석조 바닥이 눈에 띈다. 흰색 벽이 점차 회색빛으로 물드는 늦은 오후가 되면 비로소 전시 공간에서 온전한 그의 집이 될 시간이다. 집 안 곳곳에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든 생활 제품이 놓여 있다. 오피스뿐 아니라 거실과 주방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요리하는 시간이 그에겐 더없이 뜻 깊다.

두 동 건물 사이에는 자연광이 깊이 파고드는 아트리움이 자리한다.

“나는 일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전시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도 하지만 그 일부가 되고 싶었거든요.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조각에 둘러싸여 있고 싶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개념, 새로운 전시회, 새로운 회의,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기에 최적인 장소 같아요.” 발레리 오브젝트는 뮬러 반 세베렌과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뒤 빅 게임, 넨도, 마틴 바스 등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해왔다. 테이블, 찻주전자 등 함께 만든 제품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디자이너가 지닌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베를레 웨네스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념은 매우 간단해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창작자들과 독특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일상용품을 개발하는 거죠. 나는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하려는 디자이너의 의지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신중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이해합니다. 물건이 사적인 이야기의 일부가 될 때 점점 더 애착을갖게 되거든요.”

의자는 빅게임, 알루미늄 사이드 테이블은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스트로이어스/빌더스 Destroyers/Builders와 함께 제작한 것.

늘 새로운 사람들과 아이디어로 북적이는 사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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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유희

소재의 유희

소재의 유희

새롭게 이사한 파주 작업실에서 다시 기지개를 켤 준비를 마친 서정화 작가를 만났다.

2013년에 첫선을 보인 소재의 구성 스툴. 서로 다른 두 소재의 대비가 만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새 작업실에서 만난 서정화 작가.

작업실 공간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사진 속 공간은 작품을 배치하고 스케치 등을 하는
곳이고, 그 옆 공간에서는 소재를 연마하거나 조립한다.

올해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들었다. 작업 활동을 10여 년 정도 해오면서 어떤 확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주제나 내용적으로 인스피레이션(영감)을 받고 싶은데, 책을 많이 읽기에는 대학원이 좋을 것 같았다. 리빙 디자인 쪽에 특히 매진한 것 같다. ‘사람들이 사물을 바라볼 때 어떻게 해석하는가’ 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물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굉장히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지 않나? 디자인에 대한 연구이기에 순수미술을 바라볼 때처럼 주관적 감상이기보다는 사물이 주변에서 가지는 역할이나 기능에 대한 추론에 가까웠다.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다가 직접 수업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웃음)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홍익대학교 금속공예과를 졸업하고 돌연 네덜란드로 떠났다. 당시 좋아하던 디자이너 중에 피트 하인 이크나 마틴 바스 등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출신이 많았다. 작가주의적 디자이너 양성을 목표로 하던 학교라 커리큘럼이 굉장히 독특했다. 예를 들면 시각 디자인, 제품 디자인처럼 분야나 나무·금속 같은 재료로 나누지 않고 웰빙 디자인, 소셜 디자인 같은 삶의 전반적인 가치로 과를 구분했다.

컨텍스추얼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인가? 컨텍스추얼 디자인은 ‘맥락적 디자인’이라는 뜻인데, 동시대적인 사회·문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규정한 뒤 그 맥락을 주제로 가지고 오는 방식을 탐구하는 과였다. 디자이너가 하나의 주제를 잡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에는 다 철학이었다.

2014년에 첫선을 보인 ‘사용을 위한 구조’ 작품. 앞에 놓인 스툴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알루미늄 에디션 작품이다.

실린더 구조물 위에 올릴 레진 플레이트의 모서리를 연마하는 과정.

서정화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탐구해 작품에 적용한다.

그때 경험이 지금 서정화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그간 작업해온 작품을 보면 다양한 소재와 물성을 탐구하는 편인 것 같은데. 그렇다.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여러 재료와 기법을 다룰 줄 알면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마치 시인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처럼.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범위를 최대한 넓혔다. 당시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소재를 태우거나 녹이는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게 유행이었는데, 나는 반대로 순수하게 그 물성에 집중해보려고 했다. 물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주변 환경이나 다른 물질에 의해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하면 무한한 경우의 수가 나오겠다 싶었다. 다른 소재의 만남이 낳는 시너지 효과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업이 ‘소재의 구성 Material Container’ 스툴인가? 각각의 질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알루미늄과 구리, 나무, 돌 등 소재가 지닌 본질적인 질감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다. 2013년에 만든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제작 중이다. 그 다음 해에 선보인 ‘사용을 위한 구조 Structure for Use’는 어떤 구조들 사이에 있는 빈 공간의 형태에 주목한 작품이다. 2022년에는 완초 소재를 접목시켜 디올과 협업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소재의 조합은? 황동과 현무암의 조합. 한 가지 소재에 천착하는 작가나 디자이너들도 많은데, 다양한 소재를 탐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 소재에 집중하면 그 물성에 대한 깊이와 완성도가 깊어지지만, 보는 사람은 물성에서 오는 변화나 기법에 집중하기에 내용적으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물성을 다루면서 조형적인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고, 각각의 물성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대신 원하는 물성의 깊이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다.

각종 소재를 연마 또는 조립하는 작업실 모습.

대다수의 작업은 스케치로부터 시작된다. 스케치가 끝나면 수채화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소재를 다루는 작가 치고는 생각보다 작업실이 깔끔해서 놀랐다. 여러 기계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작업실을 상상했다. 보통 일반적인 작업은 디자인해서 다양한 분들에게 의뢰해 시안을 맡긴 후 1차 가공된 상태로 이곳에 부품처럼 하나둘씩 모인다. 그런 다음에 직접 연마 또는 가공해서 조립하는 식이다. 이 작업실은 이전 성수동에서 함께 있었던 황형신 작가가 소개해 지난해 이사를 왔다. 바로 옆 건물이 작업실이다.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오는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3days of design>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벤치 스터디’라는 주제로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두 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벤치 디자인을 의뢰해서 전시한 뒤,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파이프 형태가 재미있어서 시작한 작업인데, 파이프 구조 위에 레진 같은 반투명한 소재 플레이트를 올려 아래에 있는 구조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다.

서정화가 만들고 싶은 궁극적인 가구는 무엇인가? 인간은 주변의 사물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본적인 실용성은 갖추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가치가 새롭기 바란다. 그 가치가 무엇일지 지금도 매일 고민한다.

<3days of design>에 출품하기 위해 제작 중인 실린더 벤치의 프레임.

각각의 쓸모와 조립을 기다리는 소재와 부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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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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