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순간의 흥미와 실험에서 출발하는 디자이너 최성일의 작업.
소재와 형태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도브테일> 전시 전경. 도자기와 우드, 금속 등을 조합해 다양한 형태의 의자를 선보였다.


하든드 메시 프로젝트로 선보인 레드 체어.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강하게 구축하며 활동한다. 그러나 최성일 디자이너는 조금 다르다. 한 작가의 작업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사용하는 소재와 형태, 범위가 다양하다. 그는 한 가지 아이덴티티를 고집하지 않고, 매순간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소재와 공정을 실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알루미늄 철망 위에 폴리우레탄을 입혀 화병을 만들고, 얇은 철판을 종이접기처럼 접어 구조를 완성하는 식이다. “색깔을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그에겐 디자인이 규정이나 정체성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실험에 가깝다. 최성일 작가는 한국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2013년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 파비오 헨드리와 만나 2014년 ‘스튜디오 일리오 Studio Ilio’를 공동 설립했고, 런던과 베를린을 오가며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5~6년간의 활동 끝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활동이 멈추자, 그는 과감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였다.

롤 프레스 핀치 스툴에 앉은 최성일 작가. 오른쪽 나무 의자는 우든 블록 스툴.

가장 최근에 작업한 화병. 스톡홀름 크래프트 위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텍스트가 있는 체어는 이재령 작가와 협업한 프롬프트 시리즈.
그는 2021년부터 서울을 거점으로 독립적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개인 이름으로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튜디오 일리오 시절에는 매니페스토나 아이덴티티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보류 또는 탈락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흥미를 따라가며 작업해요. 특정한 ‘색깔’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무언가가 나오기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최성일의 작업은 매번 새로운 소재와 방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일관된 관심사가 숨어 있다. 바로 ‘연약하고 무용한 상태에서 구조적 강도를 얻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든드 메시 Hardened Mesh’ 프로젝트다. 알루미늄 철망을 손으로 자르고 구부려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폴리우레탄을 뿌려 단단하게 굳히는 방식이다. “가볍고 즉흥적인 제작 과정이지만, 결과물은 공예적인 완성도를 보여줘요.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집약된 프로젝트예요. 그래서 가장 ‘최성일다운’ 작업이라 생각해요.” 그가 꼽은 애착의 이유다.

칼하트 WIP 카페를 위해 제작한 스툴.

드리스 반 노튼의 매장을 위해 제작한 체어.
최근 그는 협업과 전시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도예가 이혜미와 함께 진행한 <도브테일 Dovetail> 프로젝트에서는 도자기와 금속의 결합 방식을 탐구하며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 작업을 이어갔다. 9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철강회사 성지제강의 플랫폼 ‘포맷’과 협업해 건설용 폐자재를 활용한 가구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며, 스톡홀름 크래프트 위크와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제로원>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줄지어 있다. 다양한 결과물이 때로는 그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보이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성일 작가는 그것을 오히려 가능성의 시작으로 본다. “소재에 대한 호기심,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일. 그것이 제게는 작업의 가장 큰 동기예요.” 그는 기성의 재료를 넘어서 새로운 물질과 조합을 탐구하며, 실험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확장해간다. “디자인을 오래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늘 지루하지 않은 쪽을 선택합니다. 호기심이 생기면 그걸 따라가며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마주하는 과정. 그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SPECIAL GIFT
최성일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자음생크림. 희귀 인삼 사포닌을 6000배 농축한 진세노믹스™가 피부 속 콜라겐을 생성 복구해 피부 자생력을 강화해준다. 50mL, 2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