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게이는 런던 출신의 친구 부부를 위해 이 저택의 역사를 다시 썼다. 컨템포러리 아트와 디자인 그리고 루이스 캐럴 작품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버무려 재미있고 환상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리빙 아트. 아트 갤러리로 꾸민 2층에 올리비에 게이가 앉아 있다. 소파 위에 걸린 비디오 작품은 중국 아티스트 양 용리앙의 ‘The Day of Perpetual Night’로 파리-베이징 갤러리에서 구입. 짙은 색의 떡갈나무 바닥 위에 암체어와 소파가 대비를 이룬다. 암체어 ‘네팔 Nepal’은 파올라 나보네 Paola Navone가 박스터 Baxter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소파는 미노티 Minotti 제품. 낮은 테이블 ‘레인 커피 테이블 Rain Coffee Table’은 안데레 몬조 Andere Monjo 디자인이고 플로어 스탠드는 런던에 있는 디자인 부티크 민트 Mint 제품.

거울의 이면. 베르사유 궁 같은 느낌이 나는 다이닝룸. 천장에는 뉴욕에서 주문한 크롬 도금 메탈 패널 ‘틴 타일 Tin Tile’을 붙여 프렌치 스타일로 만들었다. 이 금속 타일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는 바둑판 모양의 거울 벽과 마찬가지로 빛을 실내로 가져다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듯한 웅장한 샹들리에 ‘페이퍼 샹들리에 Paper Chandelier’는 모오이 Moooi 제품. 검은색 떡갈나무 바닥재는 오트르망 레 솔 Autrement les Sols 제품. 큰 테이블 ‘웨이스트 Waste’는 피에트 헤인 에이크 Piet Hein Eek 디자인. 벤치는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의 녹색 벨벳 천으로 감쌌다. 커튼은 데다르 Dedar 제품.

컬처 쇼크. 계단 옆은 유리로 마감되어 주변 공간을 반사한다. 검은색 투알 드 주이 패브릭으로 마감한 벽과 발레리 헤가티 Valerie Hegarty의 작품 ‘First Harvest in the Woodpecker(캘리포니아 갤러리에서 구입)’의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콘솔 ‘클레이 Clay’는 마르텐 바스 Maarten Baas 디자인. 꽃병 ‘스파게티 Spaghetti’는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디자인.

생명의 나무. 마지막 층에 있는 부부 침실은 빛으로 환하다. 케이는 올리비에와 함께 이 섬세한 벽지를 골랐다. ‘얼햄 Earlham’ 패턴의 벽지는 구르네이 Gournay의 시누아즈리 Chinoiserie 컬렉션. 침대 위 핑크와 녹색 벨벳 쿠션 ‘미아 Mya’는 Made.com 제품. 침대는 폴리폼 Poliform 제품.
“케이와 알랭 샤블롱 부부가 사우스 켄징턴에 있는 특별한 저택을 완전히 레노베이션해달라고 부탁했어요.”라고 올리비에 게이가 설명한다. 뉴요커인 케이와 프랑스인인 알랭은 수십 년간 바뀌지 않은 이 집의 데커레이션을 바꾸고 싶어했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프렌치’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어요”라고 케이가 털어놓자 올리비에가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올리비에는 집 안에 파리에서 가져온 떡갈나무 마룻바닥을 깔고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벽 장식과 벽난로를 설치했다. 그러나 소재와 마감을 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집 한가운데 있는 계단을 고려하면서 4개 층에 각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이었다. “그 계단 때문에 우리가 이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어요. 보통 전형적인 영국 건축물에 들어가면 계단을 바로 맞닥뜨리는데, 이 집은 한가운데 계단이 있어요. 또 나무 계단이 아니라 요크셔 산 돌로 만들었어요”라고 케이가 말한다. 올리비에가 유기적으로 구성한 이 집에는 기묘한 매력이 가득하다. 그는 1층의 전체 공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문을 모두 없앴다. 그리고 넓은 무대처럼 디자인한 1층에 다이닝 룸과 부엌, 정원으로 통하는 작은 거실을 만들었다. 넓은 부엌은 검은 색조와 오래된 그림으로 장식돼 있어 매우 어두웠던 옛 거실을 바꾼 것이다. 부엌은 작은 거실로 연결되는데, 이곳은 케이가 요리할 때 부부가 머무는 공간이다. 작은 거실에는 정원의 빛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큰 통창을 만들었다. 2층에 있는 두 개의 침실은 큰 거실로 만들어 아트 갤러리로 사용한다. “집을 레노베이션할 때마다 제가 꾸민 인테리어와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찾아다닙니다”라고 올리비에가 말한다. 물론 집주인 부부와 취향을 공유한다. 카나페 위에 걸어놓은 4폭짜리 작품(중국 아티스트 양 용리앙 Yang Yongliang의 비디오 작품)이 그 증거다. ‘The Day of Perpetual Night’라는 이 작품은 움직이는 중국 풍경화다. 계단 맞은편에 있는 작품에도 시선이 머무는데 언뜻 보면 망치로 두드린 듯 망가진 오래된 그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새 한 마리가 작품을 집중 공격한 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새가 범인이에요. 그 새가 이렇게 했어요!”라고 올리비에가 웃으며 말한다. 그는 루이스 캐럴의 작품처럼 다양하게 변화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깃거리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 쓰는 걸 좋아해요. 우리 모두 이야기책 속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나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프랑스 시골처럼. 올리비에가 만든 큰 통창 덕분에 빛이 잘 드는 작은 거실. 녹색과 핑크색 바탕에 새가 프린트된 패브릭으로 벽을 마감했다. 자수 패브릭은 니나 캠벨 Nina Campbell 제품. 카나페는 로쉐 보보아 Roche Bobois 제품. 낮은 테이블은 마르텐 바스 디자인으로 툴스 갈르리 파리 Tools Galerie Paris에서 구입. 작은 풋스툴은 마뉘엘 카노바스의 투알 드 주이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벽과 세면대에 사용된 녹색 대리석 ‘그린 포레스트 Green Forest’는 검은색이 감도는 짙은 갈색 줄무늬가 있는 제브라노 Zebrano(중앙아프리카수종)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