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첫 보금자리를 꾸민 이들 부부의 집은 분명히 작았지만 머무는 내내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관된 취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테일한 요소로 작지만 알차게 무장했다.

성당에서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오수현, 이준우 부부.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그들의 집과도 비슷하다.

거실 등박스와 형광등을 걷어내고 밤에도 어둡지 않도록 매입 등을 설치했으며 벽에는 원형 브래킷 조명을 달았다. 식탁 대신 대리석 상판의 아일랜드를 사용한다.
59㎡ 소형 평수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오수현, 이준우 부부의 신혼집은 편안하다. 보통 공사를 진행한 신혼집은 처음 집을 꾸미는 부부의 의욕이 과하게 묻어나거나 아직 취향이 정립되지 않아 자칫 산만할 수도 있지만, 이 집은 편안했다. 오랜 시간 집을 꾸며온 것처럼 달뜨지 않은 내공도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나서 집을 구하고 공사도 시작해서 이 집에 살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부터예요. 프랑스 빈티지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요소를 곳곳에 담고 싶었죠”라며 오수현 씨가 집을 소개했다. 그녀는 둘이 살기에 집이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말도 보탰다. “집이 작은 대신 디테일에 신경 썼어요. 예를 들어, 침실에 화장대를 두면 공간이 꽉 차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사용할 수 있도록 데드 스페이스를 활용해 작은 화장대를 만들었어요.” 인테리어를 맡은 체크인플리즈 스튜디오 김혜영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집 안 곳곳이 더 궁금해졌다. 보통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소형 평수의 아파트는 거실과 함께 주방과 냉장고가 보이기 마련인데, 다용도실 옆에 공간을 만들어 냉장고와 냉동고를 넣었다. 현관에서부터 벽을 둘러가며 아랫부분은 수납공간, 윗부분은 선반으로 만든 점도 아이디어다. 잡동사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선반을 장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다용도실 쪽으로 공간을 만들어 냉장고와 냉동고를 수납했다.

화장실 바로 옆의 벽을 활용해 만든 화장대. 서랍과 수납공간을 만들어 잡동사니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남편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기타와 오락기.
현관 중문을 패브릭으로 만든 점도 독특했다. 김혜영 대표는 “작은 집에서 중문을 설치하려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돼요. 집주인의 빈티지한 취향을 반영해 겨자색 패브릭으로 자연스러운 중문을 만들었어요. 드레스룸을 겸한 남편의 서재 방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단 옷장을 두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라며 이 집에서 눈여겨볼 만한 요소를 설명했다. 또 현관과 욕실, 베란다의 타일도 제각기 다르지만 빈티지한 색채로 통일했고, 좁은 집에서는 꺼린다는 헤링본 시공으로 바닥재를 깔았다. 여기에 클래식한 몰딩의 천장 조명 캡, 빈티지한 나무 가구, 주방에 꼭 적용하고 싶은 천연 대리석 상판과 직구로 주문한 오래된 라탄 소재의 헤드보드 등은 프렌치 빈티지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이다. 디자인 용품보다는 출장이나 여행길에서 사온 아이템을 더 즐긴다는 오수현 씨는 넓은 창가에 책상을 두는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다고 말했다. 억지스럽거나 과하지 않게 작은 집을 꼼꼼하게 채운 이들 부부의 집은 두 사람의 분위기 만큼이나 편안하다.

거실에서 TV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단종된 세리프 TV를 구입했다. 아내의 바람대로 거실 창가에는 책상을 두어 서재처럼 활용하고 있다.

거실 창가에 둔 아내의 책상. 책상 위에 별도로 펜던트 조명을 달아 거실과 구분되는 느낌을 주었다. 책상과 책상 의자는 모두 원오디너리맨션에서 구입한 것으로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이다.

해외 직구로 구입한 라탄 헤드보드가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침실. 클래식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천장 조명 캡도 몰딩이 있는 것으로 골랐고 조명도 줄을 늘어뜨려 설치했다. 작은 등나무 가구는 누군가가 버리려고 내다놓은 것을 가져왔다.

현관에는 오래돼 색이 바랜 듯한 컬러와 질감의 타일을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