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Black House

The New Black House

The New Black House

부부만의 확고한 취향과 이를 절충한 디자이너의 감각을 고스란히 더해 완성한 모노톤의 집을 만났다. 대비되는 요소가 은근하지만 탄탄한 균형감각을 자아내고 있었다.

 

까시나의 LC1 체어, LC3 소파, 놀의 바실리 체어 등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가구를 둔 거실.

 

발코니로 사용되었던 곳이 확장 공사를 거쳐 멋스러운 다이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블랙은 모든 형태의 단순함과 우아함의 정수다.”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말이다. 색채 심리학의 대가이자 <색의 유혹>의 저자인 에바 헬러 또한 이 색을 ‘마법의 색’이라 칭할 만큼 단순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깊이감으로 어느샌가 덜컥 매료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치동에 178㎡ 의 집을 마련한 40대 부부도 그랬다. 부부는 림디자인의 이혜림 대표에게 블랙 컬러를 메인으로 한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대개 저희가 먼저 클라이언트에게 레퍼런스와 함께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반해, 직접 시안을 들고 오실 만큼 취향이 명확했어요. 덕분에 구조 리모델링이나 공간 간의 밸런스 등 세세한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할 수 있었죠. 평소 러블리한 컬러를 강조한 인테리어를 주로 선보였기에 이번 경험이 색다를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이혜림 대표가 클라이언트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말했다. “블랙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무게감이 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에 적용될 경우에는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답답한 공간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하죠 . 그래서 흰 벽이나 베이지 톤의 월 커버링을 통해 적절히 균형을 맞추려 했어요.” 집 전체를 둘러보면 거실과 주방 같은 핵심 공간은 블랙 컬러를 주로 사용했지만, 복도와 현관은 밝은 톤으로 꾸며 균형을 맞췄다. 하나의 공간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오트밀색 커튼이나 화이트 톤의 외벽이나 창호 등을 배합해 두 가지 색이 대비되는 효과를 살려 과하지 않고 모던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을 구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벽을 설치해 침실과 공부방을 분리했다. 침실은 별도의 문이 없는 대신 아치형 입구를 만들어 공간감을 살렸다.

 

현관 맞은편에 걸린 그림은 림디자인 이혜림 대표가 그려 집주인에게 선물한 것이다.

 

툭 튀어나온 우수관을 가리기 위해 곡선적인 가벽 디자인을 도입했다.

 

시공 작업은 집에서 한가운데 위치한 주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블랙 컬러가 가장 많이 적용된 장소인지라 답답한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 주방을 둘러싸고 있던 벽을 모두 허물어 거실과 연결되도록 시공해 탁 트인 개방감을 부여했다. 식탁 대신 아일랜드를 주로 사용한다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중앙에 비치한 약 4m의 아일랜드는 마치 집 안의 구심점과 같은 인상을 준다. 은은하게 발색되는 금속으로 제작되어 검은 벽과 가구, 빌트인, 수납 장, 수전과도 조화로운 균형감이 돋보인다. 거실에는 까시나의 LC1 체어, LC3 소파, 놀의 바실리 체어 등 다소 건축적인 느낌을 지닌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가구를 두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듯 자연스레 어울리는 가구는 굳건한 취향을 지닌 부부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다. 주 방에 테이블을 두지 않는 대신, 거실 한 켠에 곡선미가 돋보이는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로 멋을 낸 점도 눈에 띈다. 이 구역은 원래 발코니로 이용되 었던 공간을 확장 공사를 통해 탈바꿈시켰는데, 곡선의 조형미가 돋보이는 베르너 팬톤 체어와 아르크 오발 테이블을 두어 직선적인 느낌의 가 구로 채운 주방, 거실과는 또 다른 우아한 면모를 선사한다.

 

약 4m나 되는 아일랜드로 중심을 살렸고 그 위에는 플로스 조명을 달았다.

 

수전 등 디테일한 소품까지 블랙 컬러를 차용해 인테리어했다.

 

치밀하게 수납공간을 계산한 뒤 빌트인 가구를 제작해 깔끔한 주방을 구현했다.

 

안방은 다시 가벽을 기준으로 드레스 룸과 베드룸으로 나뉜다. 마치 호텔같이 블랙& 화이트로 꾸민 베드룸은 간살 파티션으로 구분 된다. 그중 침대가 놓이지 않은 조그마한 구역은 가죽공예를 즐기는 아내가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방에 이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곳은 바로 아이 방이다. 현관 바로 맞은편에 활용도가 낮아 마치 죽은 공간처럼 여겨졌던 라운지와 방 하나를 합해 만들었기 때문. 라운지와 방 사이에 있던 벽을 제거하고, 침실을 감싸는 듯한 느낌으로 새롭게 가벽을 세워 학습을 위한 공부방과 휴식할 수 있는 침실을 구분지었다. 침실로 들어가는 문을 만들지 않는 대신 사선으로 세운 가벽에 아치형으로 입구를 내 협소하지만 깊이감 있는 침실을 구현했다. 블랙 인테리어와 더불어 부부한테는 또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 “돌출된 몰딩이나 배관 등 벽 라인을 해칠 만한 요소 등을 제거했으면 했어요. 군더더기가 많아 복잡해 보이는 집을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를 위해 먼저 대부분의 몰딩을 제거하고 히든 도어나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문을 열지 않으면 마치 하나로 이어지는 벽처럼 보일 수있도록 연출했고, 수납 문제는 대부분 맞춤 제작한 빌트인 가구를 활용해 해결했다. 배수 기관실이나 거실에 툭 튀어나온 우수관 등 꼭 필요한 요소지만 본래 위치를 변경하기 힘든 경우에는 가벽을 적극 활용해 다른 공간과 병합하거나 과감히 숨겨 깔끔함을 더했다. 마치 큰 도화지를 서슴없는 붓칠로 채우듯 부부의 뚜렷한 주관과 취향은 집 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앞으로 부부와 아이가 함께 그려 나갈 새로운 그림은 과연 어떻게 칠해질 것인지 조심스레 기대감을 품어본다.

 

 

호텔을 연상시키는 안방. 유리벽을 통해 드레스룸과 침실을 구분했으며, 침실에는 간살 파티션으로 아내의 취미 생활을 위한 공간을 분리했다.

 

드레스룸 옆에는 부부가 사용하는 욕실이 있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몰딩을 제거하고 히든 도어와 슬라이딩 도어로 심플한 벽을 완성했다.

 

욕실의 세면대에도 부부의 확고한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펌리빙 바 스툴을 두어 식탁 대신 아일랜드를 주로 사용하는 부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진성기(SOULGRAPH PHOTOGRAPHY)

TAGS
THE FANTASTIC ORDER

THE FANTASTIC ORDER

THE FANTASTIC ORDER

퓌르뵈와 프레데릭은 융합되기 어려운 화려함과 스위스식의 엄격함을 이 집에 조화시켰다.

 

주문 제작한 녹색 페인트(카임 Keim 제품)로 칠한 벽이 19세기로 복귀시킨다. 아틀리에 취리히에서 디자인하고 기어스베르거 Girsberger에서 제작한 카나페는 오스본&리틀 Osborne&Little의 벨벳으로 커버링했다. 쿠션은 하우스 오브 호크니. 낮은 테이블 ‘봅 시스템 Bob System’은 폴 켈리 Paul Kelley 디자인. 작은 그릇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Il Viaggio di Nettuno’는 지노리 1735 Ginori 1735. 태피스트리는 얀 캐스 Jan Kath. 펜던트 조명 ‘클라우드 Cloud’는 아파라투스 스튜디오 Apparatus Studio. 조명 ‘글로보 Globo’는 조나단 아들러 Jonathan Adler.

 

앤티크한 녹색과 보르도 와인색을 좋아하는 퓌르뵈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집을 완성했다.

 

마치 두개의 세상이 이어져있는 듯 하다. 이 집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뒤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듯 마치 군대와 같은 질서가 숨어 있다. 1897년에 지어진 두 개의 사무실을 하나의 주거 공간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은 1밀리미터까지 세심하게 이뤄졌다. 퓌르뵈와 프레데릭은 럭셔리하면서도 정확한 것을 기본으로 하는 세상에 몸담고 있다. 퓌르뵈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 Tiffany&Co.에서, 프레데릭은 최고급 시계 브랜드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취리히의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가 클라우디아 실버슈미트는 그들 부부가 원하는 바를 재빨리 포착했 다. 그들은 일상적인 느낌에서 벗어난 기능적이면서도 특별한 집을 원했다. 그들이 200m²의 집에 만들고 싶은 리스트는 길었다. 건축가는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 기구를 주문 제작하고, 독특한 데커레이션으로 채운 도면을 완성 했다. 건축가는 기존의 몰딩과 래디에이터, 유리가 있는 문을 원래대로 보존했는데, 록 스타일의 프린트를 사용해 고루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오가닉한 형태의 오브제로 기존의 스타일을 비틀었다. 베란다는 정원으로 바꿔 깃털 달린 나무와 조개 모양의 암체어를 놓았다. 부엌은 포도주색 벽과 가구로 꾸며 그랑크뤼를 애호하는 클럽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이닝룸은 끝부분이 레이스같이 멋진 금색 테이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각의 공간은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계속해서 놀라게 된다. 고전적이고 럭셔리한 이곳은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주인공 홀리 골라이틀리가 언제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기대감마저 준다.

 

사이키델릭한 벽지 ‘아르테미스 Artemis’가 욕실에 시적인 격정을 선사한다. 벽지는 하우스 오브 호크니 House of Hackney. 세면대 ‘리본 스퀘어 Ribbon Square’는 Ex.t. 수전은 돈브라크 Dornbracht. 가죽 프레임의 거울은 아틀리에 취리히 Atelier Zurich에서 디자인.

 

올리브 나무색 벨벳으로 커버링한 소파와 강렬한 호랑이 쿠션이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에 클랙식한 디자인의 천장 몰딩과 아파라투스의 ‘클라우드’ 펜던트 조명이 더해져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웅장한 분위기의 다이닝룸. 보석처럼 세공한 테이블은 아틀리에 취리히에서 디자인하고 기어스베르거에서 제작했다. 유리잔 ‘오리앙트 Oriente’는 지노리 1735 제품으로 아틀리에 취리히의 컨셉트 스토어, 프로신 Frohsinn에서 구입.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이 놀 Knoll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 ‘컨퍼런스 Conference’는 오스본&리틀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태피스트리는 프로신에서 주문 제작했다. 벽지와 블라인드 패브릭 ‘잔잔 Zanjan’은 하우스 오브 호크니. 벽 조명은 세르보무토 Servomuto. 한 쌍의 플로어 조명 ‘멀티-라이트 Multi-lite’는 루이 바이스도르프 Louis Weisdorf 디자인으로 구비 Gubi.

 

퓌르뵈와 프레데릭은 이 집에 원래 있었던 짐바브웨산 검은색 돌로 만든 부엌 가구와 유리를 부분적으로 끼운 문은 그대로 두고 싶었다. 벽지 ‘메이 메 Mey Meh’는 하우스 오브 호크니 제품으로 예스러운 화려함을 더한다. 시멘트 타일은 비사자 Bisazza. 벽 조명은 롤&힐 Roll&Hill. 아일랜드 위에 있는 꽃병 ‘트리안골리 Triangoli’는 다비드/니콜라 David/Nicolas 제품으로 에디시옹 밀라노 Edition Milano에서 구입. 수전은 돈브라크. 오븐은 밀레 Miele.

 

부엌에 마련한 아침 식사 공간은 편안한 느낌이다. 아틀리에 취리히에서 디자인한 카나페는 벽과 같은 프린트의 패브릭 ‘메이 메(하우스 오브 호크니 제품)’로 커버링했다. 암체어 ‘플래너 Platner’는 워렌 플래너 Warren Platner 디자인으로 놀.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은 아틀리에 취리히의 컨셉트 스토어 프로신에서 제작했다. 벽 조명은 롤&힐. 시멘트 타일은 비사자.

 

온통 회색으로 꾸민 게스트룸. 침대와 헤드보드는 짐 톰슨 Jim Thompson의 패브릭 ‘올림푸스 Olympus’로 커버링했다. 침구는 C&C 밀라노. 벽지 ‘인세로 Insero’는 아르트 인터내셔널 Arte International. 펜던트 조명 ‘친톨라 맥시 펜던트 Cintola Maxi Pendant’는 톰 커크 라이팅 Tom Kirk Lighting.

 

거울을 중심으로 마주하는 두 개의 세면대는 대칭을 이뤄 시각적으로 완벽하다. 모두 아틀리에 취리히에서 디자인하고 아펜젤 Appenzell의 바이스하우프트 Weishaupt에서 제작했다. 세면 볼은 글로보 Globo. 수전은 돈브라크. 욕실 액세서리는 데코 발터 Decor Walther.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가엘 르 불리코 Gaelle Le Boulicaut

TAGS
가장 특별한 것들로 천천히

가장 특별한 것들로 천천히

가장 특별한 것들로 천천히

우스갯소리로 아트 작품을 걸 수 있는 ‘흰 벽’이 많은 집을 럭셔리 하우스라고 하는데 그녀의 집이 그랬다. 입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남겨둔 공간이 많았다. 대신 맞춤한 듯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공예 작품부터 조각, 회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최고라 할 만했다.

 

장 미셸 오토니엘의 이 목걸이가 들어오는 날, 그녀는 살짝 뭉클한 감정이 되었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서 원하는 작품을 집에 들여놓을 수도 있구나 싶어서.

 

오후 2시. 이정희 씨의 집에는 두터운 햇빛이 긴 광선을 드리우며 거실 안쪽까지 깊게 들어왔다. 섀시 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거실을 가득 메운다. 빛과 바람이 두고두고 좋은 집을 만든다.

 

허명욱 작가의 블루 옻칠화가 걸려 있는 거실 전경. 삼베의 일종인 천에 옻칠을 반복해서 올려 철판처럼 두꺼워진 작품은 물성과 소재, 기법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형형한 깊이를 보여준다.

 

“가장 심사숙고해서 고른 작품이 다이닝 테이블이에요. 힘 있는 작품을 원했는데 마땅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조은숙 대표님이 댁으로 가져가시려던 작 품을 알게 됐어요. 금속공예가 박성철 작가님이 만든 건데 표면 전체에 일 일이 홈을 파고 검은색 옻칠로 마감해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넘쳐요 . 상판 아래쪽을 봤더니 보이지 않는 곳인데도 윗부분하고 똑같이 일일이 무 늬를 새겨 넣으셨더라고요. 남편하고 와인을 마시면서 표면의 굴곡을 쓰다 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이런 것이 공예의 힘이구나 싶기도 해요.” 이 작품은 금속공예가 박성철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대작. 무쇠 다리에 가로 길이만 3m20cm가 넘는다. 느티나무 원목을 상판으로 얹었는데 조은숙 대 표는 “4도어 냉장고만큼 무거워” 하고 말한다. 보기만 해도 그 단단함이 전 해진다. 공간을 잡아주는 힘도 대단하다. 좋은 것을 하나씩 제대로 들여놓는 태도는 집을 꾸밀 때 가장 유념해야 할 항목이 아닐까 싶다. 별로인 것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공간은 빛과 색채를 잃기 때문이다. 이 집에 있는 가구와 액자, 테이블웨어는 패션 의류 사업을 하는 이정희 씨가 모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낙점한 것들이다. ‘딱’인 제품이 나 작품이 없는 것은 서둘러 메꾸지 않고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가급적 특 별한 것으로 집을 채우자, 하는 기준을 세우고 나니 빅 브랜드와 기성품은 자연스럽게 밀려났고 그 자리에 아티스트의 작품이 들어왔다.

 

소반을 쌓아 완성한 침실 옆 사이드 테이블. 도자기에 순은을 입힌 이혜미 작가의 항아리가 눈에 띈다.

 

다이닝룸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조광훈 작가의 ‘하트를 품은 오리’를 놓았다. 귀여운 얼굴이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다양한 목가구로 포인트를 준 거실. 손의 노동으로 완성한 옻칠화와도 잘 어우러진다.

 

이 과정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한 이가 이길연 대표(@kilyeon76)다. 국내외주요 아트페어에 모두 발도장을 찍는 아트 컬렉터이자 열혈 아트 애호가인 그녀는 인맥과 정보를 총동원해 이정희 대표를 아트 신 Scene으로 불러냈다. “정희 씨가 일만 열심히 하는 타입이에요. 집과 직장만 오가다 처음으로 이렇게 좋은 집을 샀으니 이곳에 어울리는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용인에 있는 허명욱 작가님의 작업실부터 가나아트갤러리, 국제갤러리까지 20곳 가까이 다닌 것 같아요.” 이길연 대표의 강점은 그 집에 어울리는 아트 작품은 물론 포크 하나, 화병 하나까지 최적의 것으로 제안한다는 것. 그런 공력과 마음 씀씀이가 이 집에서 빛을 발했다. 설계 디자인을 함께한 권용석 팀장도 아트, 공예 애호가여서 유독 제안이 풍성했고, 그렇게 류연희 작가와 김정옥 작가의 테이블웨어, 허명욱 작가의 옻칠화와 상부장, 김홍석 작가의 조각, 조광훈 작가의 오리 연작, 박원민 작가의 사이드 테이블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나갔다. 그저 돈을 주고 쉽게 구매한 작품에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지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을 신중히 구매하다 보면 각별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제 침실에 장 미셸 오토니엘의 목걸이 작품이 있잖아요. 인테리어를 할 때도 이길연 대표님께 모노톤을 강조했을만큼 화사한 컬러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예외였어요. 영롱한 아름다움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이 설치되는 날 일밖에 몰랐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스치면서 찔끔 눈물이 났어요.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그래서 이렇게 나에게 선물도 줄 수 있게 됐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볼수록 조형미가 돋보이는 다이닝 테이블. 디테일이 살이 있는 블랙 드레스의 뒤쪽을 보는 듯하다.

 

무표정한 얼굴이라 더욱 매력적인 주방 풍경. 간결함의 미학이 가장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주방 수납장을 채운 테이블웨어 역시 대부분 공예 작가의 작품이다. 보고, 사용하고, 씻을 때마다 손맛의 온기와 매력이 전해져 예전보다 더 즐겁게 요리를 하게 됐다.

 

이길연 대표는 작품 ‘구슬’의 보라색만 보면 이정희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며 웃었다. “포스가 대단했 어요. 보라색 원피스에 민트 컬러 재킷을 입고 있다 재킷을 벗었는데 등이 이만큼(손으로 큰 동작을 그리며) 파여 있더라고요. 만난 곳이 정 육점 식당이었으니 얼마나 눈에 띄었겠어요. 쉽게 만족할 만한 여인 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팍 왔지요.” 가구와 아트 작품이 빛을 발하는 건 인테리어 자체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벽의 마감. 의류 원단이 사업의 핵 심인 의뢰인의 직업을 감안해 삼베에 흰색을 올려 직물의 감촉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했다. 앞뜰과 맞닿아 있는 거실 천장에는 간접조명을 매립해 밤에도 정원의 소나무가 창문에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고, 채광을 중심으로 방의 모든 위치와 구조를 완전히 바꾸었다. “쿠션이나 그릇처럼 작은 물건 은 바로바로 바꿀 수 있잖아요. 하지만 장을 짜고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 물건을 편하게 수납하고, 주방과 거실에 조명을 매립하고, 벽을 터서 층고 를 높이고,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은 처음부터 미리미리 구조를 잡아놓지 않으면 안 돼요. 제 고객들을 평생 볼 거잖아요 . 그러니 처음에는 좋았는데 3년 후, 5년 후에 불편한 집을 만들면 안 돼요. 이 왕이면 가장 좋은 걸로, 어떻게든 오래가게 신경 써야 하지요. 의자 하나, 조명 하나까지 리스트를 만들어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집에 있는 시간을 가급 적 온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추천 작가는 한국 분들 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아무래도 성장하는 걸 곁에서 지켜볼 있으니까 보람 이 있어요. 한국이 잘돼야 우리 모두가 더 잘 살게 되는 것도 맞고요(웃음).”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히 집을 바꾸고 꾸미는 것이 나를 위해 좋은 시간과 공간을 갖는 것. 그래서 나의 생활 방식이 점점 건강한 쪽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 그런 맥락에서 이정희 대표와 이길연 대표가 보여준 ‘합’은 무척 이상적으로 다가왔다. 권용석 팀장의 든든한 백업도. 아직 빈 벽이 많은 이 곳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지만 정교하게 완성될 것이다.

 

이정희 대표의 집에서 가장 압도적이고 묵직한 오라의 다이닝 테이블. 박성철 작가의 작품으로 가로 길이만 3m가 넘는다. 느티나무 원목으로 만들었다.

 

욕실 역시 최소한의 재료만 사용해 ‘대담한 간결함’이 돋보인다. 조명은 김민수 작가의 작품. 이 집에 들어간 거의 모든 아트피스와 공예품은 이길연 대표와 권용석 팀장, 이정희 대표가 함께 고른 것이다.

 

남편의 서재. 거실과 같은 쪽으로 창이 있어 겨울에도 햇살이 깊게 들어온다. 사이드 테이블은 황형신 작가의 작품. 소파와 테이블, 조명까지 또 하나의 작은 리빙룸으로 꾸민 것이 인상적이다.

 

거실에서 바라온 다이닝룸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후원. 김홍석 작가의 조각 작품도 보인다. 이 집의 마스코트 ‘빈’은 촬영 당일 주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writer

정성갑

interior design

길연 이길연 대표 · 권용석 팀장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