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박곡리에는 서울에서 좀체 접하기 힘든 드넓은 규모의 공간 빌라 드 파넬이 몇 년째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기적인 구조로 균형을 유지하는 3개의 동과 이국적인 느낌이 감도는 너른 정원까지 다채로운 볼거리에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면 문득 시선의 끝에 새하얀 건축물이 걸린다. 얼핏 건물들과 정원에 가려진 듯하지만, 한번 시선에 걸린 순간 마치 이곳이 백미임을 자처하듯 학처럼 가로로 유연하게 펼쳐진 외관을 자랑하는데, 바로 올해 9월 약 10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트리뷰 Tribú 하우스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2층 규모의 본관과 별관 그리고 그 뒤로 난 뜰은 파넬에서 판매하는 하이엔드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트리뷰를 위해 마련된 곳이다. 트리뷰는 파넬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브랜드다. 본국 벨기에에서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할 만큼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지만, 비교적 아웃도어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한국 시장에서는 몇몇 호텔이나 프로젝트를 통해서만 트리뷰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디자인 쇼 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깊었던 파넬은 과감히 한국에 트리뷰를 소개하기로 했다.
“아웃 도어 가구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한국 리빙 시장에 자리를 잡기 전부터 파넬을 들여왔어요. 프로젝트성으로 간간이 트리뷰 가구가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했죠. 저희 말고도 트리뷰를 수입하고 싶어하는 업체가 많았지만, 파넬을 선택한 만큼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그 일환의 결과물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최정원 부사장이 말했다. 파넬의 조경을 담당하며 한 차례 합을 맞춘 바 있는 얼라이브어스가 이곳의 시공을 담당했다. 최정원 부사장의 말을 실감이라도 하듯, 초록이 가득한 주변 환경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순백의 외관과 아치 형태로 길게 낸 창문으로 클래식함을 가미한 건물 안으로 한 발 들어서면 이곳의 이름처럼 그야말로 트리뷰의, 트리뷰를 위한, 트리뷰에 의한 공간이 펼쳐진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충분히 이러한 의지가 엿보이는데, 가구 자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여타 장식과 오브제는 최대한 배제하고, 가구가 주는 힘을 부각할 수 있도록 뉴트럴한 톤으로 내부를 마감했다. 각 공간을 연결하는 문도 대부분 같은 톤의 슬라이딩 도어 형식으로 설치해 마치 하나의 벽이 쭉 이어지는 느낌을 냈다. “실내에는 모두 트리뷰 가구를 두었어요. 사실 아웃도어 가구지만, 인도어로도 자주 사용할 만큼 디자인적으로 멋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죠. 특히 아웃도어 가구에 대한 큰 편견 중 하나가 내구성은 높지만 편안함이 떨어진다는 거예 요. 여기서는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봤어요.” 최정원 부사장은 이를 위해 실내를 레지던스 형식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거실과 다이닝, 바 등 내부는 느슨하게 구획되어 있는데, 각 공간에 맞춰 소파나 체어, 테이블 등을 두어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로 하여금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가구를 위해 내부에 부가적인 요소를 배제했다지만, 대신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적 장치에 확실한 포인트를 가미한 점이 눈에 띈다. 마치 리본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의 나선형 계단이 그 주인공. 톤은 공간의 무드에 맞춰 뉴트럴하지만, 외관만큼은 심상치 않은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을 알게 된다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나선형 계단보다 더 길게 풀어놓은 듯한 형태를 원했어요. 길이를 늘리는 만큼 철재로 틀을 짜고 프렌치 워싱 등의 여러 기법을 거쳐 그 위를 덮는 성형 작업을 해야 했는데,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핸드메이드로 일일이 질감과 형태를 구현하다 보니 일반적인 계단과는 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최정원 부사장의 말처럼 중심부에 위치한 나선형 계단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장치로 자리했다.
건물 뒤편에는 테라스를 구현했다. 아웃도어 가구의 정체성이 극대화되도록 신경 쓴 부분인 만 큼 다양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게끔 꾸렸다. 한 켠에는 수영장과 트리뷰의 선베드를, 또 다른 쪽에는 파라솔과 데이베드를 두어 나른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벽돌로 지어올린 벽 안에는 에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화로를 설치해 해가 질 즈음에는 일명 불멍까지 가능하다. 트리뷰 하우스를 바라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조민영 감사와 최정원 부 사장은 이곳이 조금 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사실 트리뷰라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둔 공간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과 요소가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여지를 남겨뒀어요. 이 점은 여태 빌라 드 파넬이 지향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 부사장의 말처럼 이곳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맞이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소규모의 대관 파티부터 웨딩, 리사이틀이나 연주회, 전시 등 너른 정원과 건축을 활용한 이벤트를 하나 둘씩 선보일 예정이다. 구태여 부각되지 않고 그저 주변의 자연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트리뷰의 지향점처럼 많은 사람들과 이곳을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은 이곳의 미래를 절로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