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불멍을 하게 되는 바이오 에탄올 벽난로 덕분에 따뜻해진 거실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본다. 좋아하는 술이 예쁘게 진열된 다이닝 공간부터 재택근무를 위한 거실 한 코너의 책상, 짙은 검은색으로 마감한 바닥까지, 대부분의 남성이라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최종원 씨는 40년 된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했다. 한번도 공사를 하지 않았기에 뼈대만 남기고 전부 뜯어내야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거실이다. 옛날 아파트 구조는 안방이 넓고 거실이 좁기 때문에 방 하나를 터서 거실을 확장했고 그 자리에 책상과 책장을 두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확실히 집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독립 생활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처음 혼자 살게 됐거든요. 128㎡ 되는 공간을 온전히 제 머릿속의 계획대로 완성하고 싶었어요”라는 최종원 씨는 최근 창업을 준비하며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져 홈 오피스 공간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머릿속에 명확한 계획이 있었어요. 디자이너에게 온전히 맡기기보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제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실현시켜줄 파트너 개념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았고 미우가 디자인 스튜디오와 작업을 하게 됐어요.” 라며 그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오크색 나무 바닥재나 빈티지한 가구가 놓인 아파트 인테리어를 보면 분명 멋지지만 내가 살 집인데 이렇게 남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유행이라는 이유로 따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싱글남의 집은 어때야 한다, 요즘 트렌디한 인테리어는 이렇다라는 고정관념 없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채우고, 필요에 맞게 구조를 짜면서도 ‘너무 식상한가, 전형적인가’ 하고 계속 자문했다고. 요리를 많이 하지는 않기 때문에 주방은 작게 설계했고 냉장고도 한 대만 두었지만 와인을 좋아해 알파룸에는 와인 냉장고를 두었다. 옛날 아파트의 단점인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주방 벽면을 수납장으로 짜서 넣었고, 손님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을 꾸몄다. 마음에 꼭 드는 식탁을 찾기 위해 한동안 식탁 없이 생활했는데 네덜란드에서 노만 포스터의 빈티지 테이블을 찾았을 때 ‘이거다!’ 싶은 생각에 구입을 하게 됐다.
침실 구조도 재미있다. 좁은 화장실을 굳이 확장하지 않고 세면대를 욕실 밖으로 과감하게 뺐다. 물이 조금 튀긴 하지만 대신 손을 더 자주 씻게 된다며 최종원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음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매끄럽게 시공할 수 있는 검은색 바닥재를 찾아 자재숍을 찾아 헤맸을 정도로 집주인은 열정적이었다. 주방 아일랜드의 무늬나 선반의 프레임 마감까지도 꼼꼼히 선택하고 관여했을 정도다. 자칫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조금 피곤한 고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살 집을 원하는 눈높이에 맞게 설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진심이고 간절할 것이다. “계속 혼자 살 수도 있고, 또 누군가와 함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저만 생각하고 만든 집이에요. 하나하나 애착이 있고, 신경 쓸 일도 많았죠. 공사를 마치고 부모님께서 오셨을 때, 아버지가 부럽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남자 대 남자로 뭔가 서로 공감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뻤죠”라는 최종원 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오감을 통한 경험을 중시한다. 집안에 좋은 향을 위한 향초를 많이 두었고, 어디에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에 스피커를 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요소들마저도 원하는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야말로 가장 집주인다운 공간이자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안정감을 그에게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