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도윤희의 공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단색화 작가 도윤희의 작업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단색화 작가 도윤희의 작업실

갤러리 현대에서 7년 만에 열린 개인전 <베를린 Berlin>을 통해 신작을 선보인 도윤희 작가의 공간을 소개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중견 작가의 열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반갑다.

 

최근 2층 작업실에 음향 시설을 설치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작업을 마치고 작품을 보면서 혹은 명상이 잘 안되는 날에는 음악을 듣곤 한다.

 

미술가의 공간은 그의 작품과 닮은 점이 있을까? 평창동 언덕에 자리잡은 미술가 도윤희의 공간에서라면 이러한 의문을 어느정도 풀 수 있을 것같다. 도윤희 작가의 건물 1층은 거주공간, 2층과 지하는 작업실이다. 2003년 건축가 민경식에게 직접 건축 디자인을 의뢰했으며, 3개층은 철저히 미술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하에는 대형 작업 기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주로 2층에서 회화 작업을 한다. 햇살이 적당히 들어오게 설계한 2층 작업실 위에는 명상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데, 아침마다 도윤희 작가는 이곳에서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끔 은 1층 거실에서 명상을 하기도 한다. “어릴적에는 컬러 작업을 즐겨했어요. 그러다 숨겨있는 것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오랫동안 마치 도자기의 표면같은 무채색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컬러가 표출되기 시작했어요. 지난 2015년 전시 <나이트 블로섬 Night Blossom>은 뱃속의 색깔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었다면, 이번 전시는 한층 발전된 컬러를 보여주고 있어요.” 컬러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 일과마저 변화되었다.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연필 작업을 하곤했는데, 컬러작업은 햇빛이 있어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매일 아침6시면 일어나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고  2층 작업실로 올라간다. 치즈와 과일, 커피와 빵을 간단히 가지고 가는데, 해가 질 때까지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한다. 과식을 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가볍게 먹는 것이 습관이다.

 

도윤희 작가의 작업실에는 몇년 전 발표했던 작품들이 놓여 있다.

 

Untitled 무제, 2021,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72.7×60.6cm.

 

2층 아틀리에는 햇살이 적당하게 들어와 컬러 작업을 하기 좋다.

 

전시 제목 <베를린>은 2013년 부터 공장 건물의 스튜디오를 빌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유래되었다. 서울에만 머물러 있으면 작가로서 정체될 수 있기에 선택한 베를린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새로운 영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갤러리 현대의 신작전시는 베를린에서 그린 작품,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만든 작품, 서울에서 만든 그림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베를린 공간은 고독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편안할 필요가 없지요. 언제든지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딱 필요한 물건만 두었어요.” 하지만 이곳 평창동은 다르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하던 가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그릇이 가득하고 따뜻한 추억이 담겨있다. “시간이 쌓여 빛바랜 철, 딱딱한 콘크리트, 투명한 유리와 같이 상반된 물성이 부딪히는 것을 좋아합니다. 클래식 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조화처럼요. 사실 내 작품도 그런 내용이지요. 겉으로 보면 아름다운데, 자꾸 들여다보면 그 안에 무거운 것이 있어요. 모차르트 음악도 처음 들으면 아름답지만 그 안에 처절함이 숨어 있잖아요.” 도윤희 작가는 대부분의 현대미술이 인간 삶의 고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이 또 한번 적나라하게 이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부인 할 수 없는 삶의 아픔을 아래 깔고 시적인 부분을 끌어내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렇게 사실보다 더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이 추상이다.

 

Untitled 무제, 2021,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53.2×45.7cm.

 

매일 밤 책을 읽어야 잠들 수 있는 작가의 낭만적인 서재.

 

거실에 서서 있는 도윤희 작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도상봉 화백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도상봉 화백은 미술 애호가에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상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도윤희 작가에게는 그리운 할아버지로 아직까지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항상 안 아주시던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 도상봉 화백의 그림을 차마 거실에 걸어두지 못하고 있다. 어린 그녀에게 할아버지의 작고는 우주가 뒤집어지는 아픔이었다. 곳곳에 놓여 있는 낡은 책상과 의자, 도자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이 쓰시는 것들인데, 이렇게 현대적인 공간에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그녀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사용 했던 것들이라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는데, 보기에도 근사할 뿐 아니라 항상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상봉 화백과 도윤희 작가는 구상과 추상이라는 장르의 차이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일종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할아버지와 내 작품의 비슷한 점이 ‘근거없는 우수’인 것 같아요. 현대 추상이라는 장르는 행동이나 부분을 작품화하는 경향이 있는 페인팅의 한 부분이지요. 나는 작가로서 디테일을 보여주고 이를 강조하지만, 멀리 보면 하나의 교향악이 됩니다. 작품마다 완결성을 만들고 싶은데, 작가가 되 기까지의 숙련을 위한 연결 지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나의 정신 세계는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조부모님 밑에서 이루어졌으니 할아버지와 공통점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멋스럽게  놓여 있는 도자기들.

 

Untitled 무제, 2021,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300×200cm.

 

1층 엘리베이터 위에는 할아버지 도상봉 화백으로부터 물려받은 조선시대의 현판을 걸었다. ‘노을 하(霞)’와 ‘뫼 산(山)’이 쓰여 있는데, 두 글자를 합치면 112 MAISON MARIE CLAIRE ‘신선’이라는 의미다. 침실의 나무 문은 도 작가가 직접 만든 것.

 

그녀 안에서 느껴지는 조부의 감성은 품격과 위엄으로 자리하고 있다. 철저하고 아늑하지만 아름다운 존엄성 말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그때 그 시절 나이와 자신을 비교해보면서 미술가로서의 천복이자 천형을 되새겨본다. 평창동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거주 공간은 서재, 거실,부엌, 침실로 나뉜다. 매일 밤 책을 읽어야 잠들 수 있는 그녀에게 서재는 특히 중요한 장소다. 과거의 작품은 문학에서 큰 영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회화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학에서 한 걸음 멀리 떨어져 있다. 작품 운송을 위해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있다. 거실 엘리베이터 옆에는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조선 시대 목가구가 있는데, 궁에서 사용했던 것이다. 도자기들은 진열대에 놓지 않고 바닥에  내려 두었는데 그 자체로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도상봉 화백은 도자기를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도자기를 잘 아는 분이기도 했다. 일본으로 넘어가는 도자기를 막으려고 인사동에 도자기 가게를 열기도 했을 만큼 도자기를 사랑했다. “내 이미지는 결국 내 안에 있습니다. 무거움과 가치는 필연적으로 연결 되어 있지요. 그래서 나는 늘 약간 멜랑콜리한 것 같아요. 내 멜랑콜리아 Melancolia의 해결은 그림이지요.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지만, 자기 고백적인 작품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추상은 환상이 아니다.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하고 실체를 알아가는 것이 작품이며, 작업을 하며 세상과 화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며, 회화의 정수는 작품을 보고 그 안에 들어가 여행하고 정신적으로 확장된 경험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잠시 떠나 그녀는 여름에 다시 베를린으로 가려고 한다. 예술의 도시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인터넷도 없는 작업실에 숨어버리려는 것이다. 그녀에게 작업이란 무겁고 힘든 것이다. 어렵지 않게 완성한 작품에서는 죄책감을 느끼기에 오늘도 캔버스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를 하고 있다.

 

거실에서 바라다보이는 화장실. 곳곳이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거실 테이블과 의자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서재와 침실의 책상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그 옆에는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낮은 장과 도자기가 놓여 있다. 이 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전시에 빌려주었다가 얼마 전에 돌려받았다니 흥미롭다.

 

서재와 침실의 책상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그 옆에는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낮은 장과 도자기가 놓여 있다. 이 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전시에 빌려주었다가 얼마 전에 돌려받았다니 흥미롭다.

 

도자기를 즐겨 그렸던 할아버지 도상봉 화백이 아끼던 도자기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
데이비드 머핀의 예술적인 집

가족을 위한 영감이 가득한 데이비드 머핀의 집

가족을 위한 영감이 가득한 데이비드 머핀의 집

3월 15일 한남동에서 확장 개관하는 리먼 머핀 서울 갤러리 데이비드 머핀 대표의 아파트를 소개한다. 가족을 위해 심사숙고해 디자인한 집이니만큼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거실에 서 있는 데이비드 머핀 대표와 그의 동반자 스테파노 톤치, 쌍둥이 딸 이사벨라, 마우라의 다정한 모습.

리먼 머핀 갤러리 Lehmann Maupin Gallery의 공동 대표 데이비드 머핀 David Maupin의 뉴욕 아파트를 들여다보자. 이곳은 마치 그의 갤러리를 옮겨놓은 듯 놀라운 미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리먼 머핀 갤러리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고 있는 미술가 헤르난바스, 데이 비드 살레, 길버트&조지, 캐서린 오피 등의 작품이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그가 동반자 스테파노 톤치와 논의해 이곳에 자리 잡게된 이유는 쌍둥이 딸 이사벨라와 마우라에게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미술관과 갤러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 애나벨 셀도르프에게 리노베이션을 의뢰한 것은 데이비드 머핀다운 선택이었다. 리먼 머핀 갤러리는 항상 건축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1996년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리먼 머핀 갤러리는 건축가 렘쿨하스가 디자인 했으며, 현재의 뉴욕 빌딩은 건축가 피터 마리노의 작품이다. 오는 3월 15일 서울 한남동에서 재개관하는 리먼 머핀 서울 갤러리는 건축사 사무소 SoA가 설계를 맡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갤러리는 한국 미술가 서도호, 이불, 서세옥의 아름다운 작품을 2000년부터 세계에 알리고 있어요.

 

너무 인기가 높아 작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미국 미술가 헤르난 바스의 그림이 걸린 거실 벽난로. 독특한 형태의 샹들리에는 그가 건축가와 논의해서 직접 디자인한것.

 

거실 반대편에는 미국 미술가 데이비드 살레의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있다. 집 안의 모든 벽난로는 여전히 사용 가능하지만, 춥지 않아 사용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2017년 서울에 갤러리를 개관한 것은 한국의 미술 애호가, 문화기관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월부터는 SoA의 공간 디자인으로 보다 넓은 2개층과 야외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더욱 멋진 전시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뉴욕 아파트 디자인에서 흥미로운 것은 머핀 대표는 미국 태생 갤러리스트, 파트너 스테파노 톤치는 이탈리아 출신 언론인, 건축가 애나벨 셀도르프는 독일 태생으로 이들의 다양한 국제적 배경과 문화가 예술적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갤러리가 소개하고 있는 미술가 오스제 메오스는 브라질, 하이디 뷔쉐는 스위스, 니콜라스 슬로보, 빌리 장게와, 로빈 로드는 남아프리카 출신입니다. 세실리아 비쿠냐는 칠레, 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 작가입니다. 나는 항상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람들과 교류해 왔어요. 우리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지요.” 더군다나 이 아파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졌지만 20세기 빈티지 가구와 21세기 현대 미술작품이 어우러져 시대와 장르마저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서재에 걸린 영국 미술가 듀오 길버트&조지의 작품이 멋스럽다. 빈티지 클럽 의자와 칵테일 테이블이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잘 어울린다.

 

서재에 걸린 영국 미술가 듀오 길버트&조지의 작품이 멋스럽다. 빈티지 클럽 의자와 칵테일 테이블이 벽면을 가득 채운 책과 잘 어울린다.

 

흑연으로 만든 미국 미술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작품이 다이닝룸에 설치되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다이닝 룸이에요. 미국 미술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Teresita Fernández가 5000개의 작은 돌과 흑연으로 만든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테레시타와는 벌써 25년간 교류하고 있는데, 그녀의 작품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 보는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에요. 침실에는 그녀가 딸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조각 작품도 있어요.” 유서깊은 이 아파트의 이웃은 대부분 19세기의 건축적인 전통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대미술 작품에 어울리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갤러리와 같이 화이트 공간으로 개조할 것을 제안했던 것. 그리 하여 공간과 가구, 미술 작품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색감과 질감이 잘 어울리는 유기적인 환경이 탄생했다. 데이비드 머핀 대표는 자신이 꿈 꿔왔던 집을 완성하기 위해 예술, 패션, 디자인, 사진, 여행 그리고 요리에서까지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조각을 한 지붕 아래 모으고 싶었으며, 그런 그의 바람이 실현되었다. 그의 서재는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창이며, 미술작품이 자리한 거실은 모험이 펼쳐지는 통로가 되었다.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미술계는 새로운 모험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갤러리스트로서 디지털,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2020년 10월 런던에 갤러리를 열었고 아스펜, 팜비치, 타이베이, 베이징에서 팝업 전시를 가졌죠.

 

흑연으로 만든 미국 미술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작품이 다이닝룸에 설치되어 있다.

 

주방에 놓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오스발도 볼자니의 빈티지 선반이 스타일리시하다.

 

로비에 설치한 스웨덴 조각가 클라라 크리스탈로바의 작품.

불확실한 시기에 오히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작가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국제 미술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수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리먼 머핀 서울의 재개관에서 미국 미술가 래리피트먼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Opaque, Translucent and Luminous> 을 열게 된 것에서도 그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지역적 맥락에서 새로운 미술가를 소개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그의 경영철학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래리 피트먼은 대유행병의 영향으로 불안정해진 도시 생활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도시의 역동성과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 뉴욕에 사는 그와 그 반대편 로스 앤젤레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래리피트먼이 펼쳐 보일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최근들어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요.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일 입니다. 어떤 이는 가장 최신의 작품에 끌릴 것이며, 다른 이는 예술의 개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소재의 작품에 매료됩니다. 애호가가 어떤 경로를 선택하든지 간에 컬렉션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컬렉션이 사람의 개성을 반영하는 것처럼, 데이비드의 집은 그의 삶을 보여준다. 데이비드의 아파트는 그가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이고, 바로 그가 원했던 집이었다.

 

주방에는 기하학적 콘크리트 타일 위에 청량한 컬러의 가죽 의자를 놓았다.

 

이사벨라와 마우라의 침실은 이탈리아 디자인 아틀리에 포르나세티의 벽지로 장식해 소녀들의 꿈과 낭만을 북돋운다.

 

이사벨라와 마우라의 침실은 이탈리아 디자인 아틀리에 포르나세티의 벽지로 장식해 소녀들의 꿈과 낭만을 북돋운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실크 소재가 감싸고 있는 침대와 데이베드의 안락한 풍경.

 

침실과 연결된 블랙&화이트의 드레스룸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 의자가 놓여 있다.

 

로비를 비추고 있는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 거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펼쳐진다.

 

칼라카타 파로나조 대리석으로 만든 근사한 욕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Jason Schmidt

TAGS
Earthy Interior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천연 건축 자재를 활용한 어시 인테리어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천연 건축 자재를 활용한 어시 인테리어

사람들은 평온함을 주는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어한다. 대지의 색을 담은 어스 컬러가 트렌드로 지속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해외에서는 코르크, 대나무와 같이 천연 건축자재를 활용한 어시 인테리어를 선보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원시 지구의 모습

벽과 가구 모두 블랙으로 통일한 공간. 둥근 곡선이 특징인 즈티스타 테이블과 돔나 체어가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시킨다. 라탄 조명이 포인트 역할을 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팜푸흐 소파는 디자인처럼 이름의 의미도 귀엽다. 팜푸흐는 설탕가루를 뿌린 둥근 우크라이나 전통 빵으로, 이를 닮은소파다

잔잔한 녹색 음영과 대지의 색, 생명의 색이 반기는 이곳은 벨기에 앤트워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브랜드 파이나 Faina 갤러리다. 파이나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에 뿌리를 두고 가구와 조명, 오브제를 선보인다. 낯선 브랜드인 만큼 그들의 철학도 신선하다. ‘라이브 디자인 Live Design’, 즉 살아 있는 디자인을 컨셉트로 우크라이나의 전통 공예품에서 영감을 받은 원시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500년 된 역사 깊은 건물에 들어선 파이나 갤러리는 대지를 모티프로 두 개의 공간을 완성했다. 실내는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양한 질감을 통해 색조의 깊이를 탐구할 수 있다.

 

물에의해 자연스럽게 깎인 돌에서 영감을 받은 플린 소파와 단순하지만 윤곽이 뚜렷한 톱툰 암체어, 유기물을 혼합해서 만든 소냐 조명이 놓여 있다.

그속에는 수공예품인 조명부터 자연스레 갈고닦은 돌처럼 보이는 소파, 유기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벤치가 놓여 있다. 통로 역할을 하는 스테인리스 캐비닛에는 파이나의 세라믹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민속 악기에서 영감을 받은 화병, 고대 축제때 음료를 따르는 데 사용했던 도자에서 유래한 다양한 오브제가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비옥하고 검은 흙을 나타내는 두 번째 방은 점토와 나무, 양모 등의 천연 재료를 사용했다. 벽을 따라놓인 검은 나무 수납장 위로 고대 카르파티아의 베틀에서 만든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통을 엿볼 수 있을뿐 아니라 지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파이나 갤러리. 고대 지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코르크로 만든 집

코르크가 노출된 내부는 목재와 구리를 활용해 구조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더했다.

 

단층 주택으로 지은 코르크 하우스. 피라미드 같은 지붕과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 템스강의 작은 섬, 우거진 수풀 사이로 꼭대기가 잘린 피라미드 형태의 지붕 다섯 개가 빼꼼히 내밀고 있다. 영국 에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CSK 건축 사무소와 런던 건축 전문 바틀릿 대학교가 협업해 완성한 집이다. 고대 인도 유럽어족의 일파인 켈트족의 벌집 오두막과 마야 문명 시대의 사원인 석조 건축물의 단순한 구조 원리를 활용했다. 독특한 형태만큼 사용된 자재도 특이하다. 외부와 내부의 마감이 모두 동일한 코르크로 이루어진다. 코르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코르크를 블록 형태로 만들어 거대한 레고 조각처럼 조립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완성한 건물로 훗날 건물의 수명이 다하면 코르크 블록을 분해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 코르크가 노출된 내부는 부드러운 촉감과 은은한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자재 그 자체로도 감각적이어서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신선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나무 껍질로 만든 코르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어 건물의 공사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중립을 자랑한다. 현재 영국의 다양한 건축 단체에서 코르크 기반의 건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코르크 하우스는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현대 주택의 관습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이자 지속가능한 건축의 예를 여실히 보여준다.

 

황토빛으로 물든 웰니스 공간

뒷벽에는 레스토랑으로 통하는 원형 문이 뚫려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도스 트로피코스 Dois Trópicos에서는 식물을 구입하고, 요가 수업을 들을 수 도 있으며,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다. 각 공간마다 경계가  없어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곳의 정체성을 알 수없다. 차분한 황토 흙빛 팔레트로 물든 내부는 그저 고요와 평온만이 존재한다. 도스 트로피코스는 복잡한 도심에서 천천히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이다.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벽면과 천장은 황토 흙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색상을 표현했고 1층 세면대와 바닥재를 덮고 있는 얇은 테라코타색 벽돌은 지역의 장인들이 수공예로 직접 만들었다. 일정하지 않은 흙의 컬러와 입자로 인해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과 제각기 다른 질감의 디테일이 더해져 풍요롭다. 또 비가 올 때면 젖은 흙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파사드에는 전체적인 황토 흙빛과 대비되는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문이 외관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인공적인 에어컨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자연광과 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곳 트로피코스는 대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로 충분하다.

 

도스 트로피코스 입구에서 마주하는 나선형 계단은 공사 현장에서 남은 목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 계단은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으로 이어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화학적인 재료는 사용하지 않고 흙을 활용해 공간을 완성했다.

 

예술가를 위한 오두막

두 개의 모듈로 이뤄진 아티스트 리트리트는 1.5m 간격의 기둥이 격자로 구성되어 있다. 기둥을 지탱하는 바위는 다른 공사 현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계 곳곳의 해안가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문제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 2020년 8월에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의 해안 지역은 두 번째로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인도 건축 사무소 브리오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을 위한 휴양지인 ‘아티스트 리트리트 Artist Retreat’를 완성했다. 이곳은 예술과 생태학, 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예술 실험실이다. 이 건축물이 지어진 땅은 저지대의 코코넛 야자 재배지로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 하중을 지탱하는 힘인 지지력이 낮다. 또 가끔 지진과 홍수가 발생하기도 해서 이를 모두 고려하여 아티스트 리트리트를 설계했다. 먼저 현무암 바위의 윗부분을 움푹 파이게 깎은 다음 그곳에 강철 막대기둥을 고정시킨다. 이 공법은 높은 지대에 건물을 재조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고정시킨 기둥 위로는 낮은 지지력을 감안한 경량 철골 구조물을 올린다.

 

지붕 꼭대기에는 철제 고리대가 대나무 골조를 함께 묶고 있다. 모든 대나무 조각은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있으며, 바닥과 천장 대들보는 마주하도록 설계되었다.

 

벽 패널은 탈착이 가능해 대규모 작업장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여러 개의 워크숍이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구조물은 가볍고 유연한 관절로 지어져 지진이 났을 때 대지를 따라 흔들려 지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대나무를 활용한 V자형 대들보를 만들었다. 대나무는 무게에 비해 놀라운 힘을 가진 재료이지만 불규칙한 모양과 길이에 따라 작업하기 까다로운 재료다. 이런 대나무의 불규칙함을 피하기 위해 서까래를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했고, 이는 오두막을 지탱하는 힘을 증가시켰다. 지붕 꼭대기에는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심한 폭풍우가 몰아치면 지붕이 들어올려질 위험이 있지만 기둥을 지지하는 바위의 무게가 오두막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아티스트 리트리트는 예술가들이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취약한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건축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브리오의 시도는 미래 건축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