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사무실인 스튜디오 오월은 알차게 활용한 공간 구성과 섬세한 제작 가구 그리고 권현옥 디렉터의 취미가 더해져 작은 작업실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
스튜디오 오월이란 이름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는 권현옥 디렉터의 새로운 사무실을 찾았다. 이전 사무실이 있던 연남동 근처다. 파주에서 출퇴근하는 그녀는 연남동이 물리적인 거리도 적당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 사용하는 곳이라 애정이 남달랐다. 11평 정도의 작다면 작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한 덕분에 공간의 크기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제게 작업을 의뢰하는 분들은 사무실에서 미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공간이 작더라도 스튜디오 오월의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죠. 좋아하는 색감, 소재 또 저의 취미와 성향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고객으로 만났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이 맞으면 작업이 끝나고 나서도 좋은 인연으로 남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작업실은 인연을 맺는 첫 장소이기도 해요.” 권현옥 디렉터의 말처럼 특히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사무실이란 자신의 많은 부분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깨끗한 신축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 오월의 넓은 창으로는 고층 빌딩 대신 도쿄의 어느 골목처럼 키 낮은 건물과 나무들이 보인다. 10년 전 취재한 신혼집이나 파주에 있는 집을 작년에 취재했을 때도 권현옥 디렉터가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자연이 가까이 보이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무실은 울창한 숲속은 아닐지라도 도심에서 녹색을 가까이 두고 싶은 그녀의 바람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사무실은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 다. 음악도 듣고,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안쪽은 나무 소재의 가구를 두어 편안하고 자연적인 분위기이고, 미팅이 이뤄지는 테이블 쪽은 블랙과 실버 컬러를 사용해 모던하다. 두 공간을 구분하는 파티션은 없지만 소재와 색감, 디자인 요소에 차별성을 두어 자연스럽게 나뉜다. 이번 사무실에는 제작 가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제작 가구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있어요. 도면만 꼼꼼하고 정확하게 만들면 정말 그대로 가구가 만들어져요. 제 성격과 맞는 부분이 있어서 그럴 때 짜릿함을 느껴요(웃음). 내 살림살이에 꼭 맞는 가구를 갖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손잡이부터 소재, 두께 등을 장소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죠.” 권현옥 디렉터의 말처럼 월 시스템 가구, 오디오 가구, 아일랜드, 테이블 등 직접 디자인한 제작 가구를 채웠고, 컬러칩 같은 서랍, 다양한 손잡이 등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여기 한번 보세요. 둔탁하고 육중한 턴테이블을 두기 위해 만든 가구예요. LP판이 원형이잖아요. 그래서 턴테이블이 들어가는 가장 윗부분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어요. 제작했을 때만 반영할 수 있는 섬세한 요소죠.” 그녀가 오디오 가구를 찬찬히 설명했다. 이곳에 온 이들은 다양한 제작 가구를 보며 자신의 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스튜디오 오월은 사무실이지만 라운지 같기도 하고, 친한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였을 때는 카페나 아늑한 와인바가 되기도 한다. 곳곳에 묻어 있는 권현옥 디렉터의 라이프스타일적인 취미 덕분이다.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해서 작은 공간임에도 서너 개의 오디오와 라디오를 두었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다회를 통해 구입한 다구들이 놓여 있는 것만 봐도 그녀의 취미를 알 수 있다.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흰 벽은 다양한 상이 펼쳐지는 빔프로젝터의 스크린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을 틀어두어 정적인 벽면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인테리어라고 해서 꼭 가구나 조명만 두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객분들께 빈티지 오디오를 많이 추천해요.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문화를 담고 싶거든요. 사무실에 오는 분들과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좋은 공간이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죠.” 권현옥 디렉터의 말처럼 스튜디오 오월의 사무실은 그녀가 실현하고자 하는 공간의 집약체인 셈이다. 권현옥 디렉터는 스튜디오 오월 스타일의 숙박 시설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다는 계획을 슬쩍 들려주었다. 이미 스테이 오월이라는 이름도 생각해두었다. 10여 년 전 신혼집을 취재했을 때 주거 공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말을 지켜낸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말뿐이 아닌 실현된 꿈과 함께 마주할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