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코나 백예진 소장의 집은 자연을 벗삼아 여행의 설렘과 낭만을 건넨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스튜디오 코나의 백예진 소장은 사무실과 가까운 곳으로 최근에 이사했다. 아이들을 위해 직접 설계한 이전 집처럼 이번에도 단독주택이다. 기존에 있던 집을 백예진 대표의 스타일로 리모델링했는데, 완전히 새로운 집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문과 담벼락은 새로 만들었어요. 원래 이 집은 길가에서 바로 현관으로 진입이 가능했거든요. 사생활도 보호하고, 집의 경계가 필요했기 때문에 문과 담을 만들었죠. 현관으로 들어오기 전에 지나는 앞쪽 공간은 원래 차고였지만 테라스로 만들었고요.” 백예진 대표가 집을 소개했다.
언덕배기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이 집은 조금씩 톤은 다르지만 베이지색과 회색이 섞인 따뜻한 색감의 스페셜 페인팅으로 집 안 전체를 마감했고, 장식적인 요소는 최소화했다. 백예진 소장은 각 층마다 지니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 살려 집이 지닌 본연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1층에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자리잡았다. 벽에 녹색빛이 감돌 정도로 창문을 통해 우거진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손님이 왔을 때 주로 모이는 곳이 주방이기도 하고 장을 보거나 퇴근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서는 곳이 주방 쪽이에요. 마당의 조경이나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것도 수시로 볼 수 있고요. 1층은 조도 때문에 어두울 수 있지만, 창문과 픽스창을 곳곳에 만들어 빛이 은은하게 잘 들어와요”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차고였던 외부 공간은 테라스로 탈바꿈했고 방치돼 있던 뒤쪽 마당은 샤워 시스템을 갖춘 수영장이 됐다. 특히 테라스에는 액자처럼 풍경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가로로 긴 창문을 만들었고, 폴딩 시스템을 적용해 시야의 방해를 최소화했다.
높은 천고를 살려 계단 공간에 라인 조명을 설치한 2층에는 아이들 방과 부부의 침실이 있다. 한창 활동적인 나이의 아이들을 위해 복층 구조의 방을 하나씩 만들었고, 복층은 서로 통할 수 있게 만들어 재미를 더한다. 부부 침실은 도심의 풍경을 적극 끌어들였다. 별다른 그림 작품을 걸지 않아도 될 만큼 방 안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강북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부드럽게 돌아가는 실링팬과 심플한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여행지의 호텔에 온 듯 여유롭고 이색적이다.
하지만 이 집의 백미는 지하다. 보통 지하층은 홈시어터 공간이나 창고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백예진 대표는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조상 지하라고 하지만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지상이고 큰 창문 덕분에 빛이 잘 들어온다. “아무래도 위층보다는 빛이 덜 들기 마련이라 바닥을 좀 더 밝게 마감했어요. 지하층은 가족 모두의 공간이에요. 가로막힌 기둥이 없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요. 벽면에는 간이 주방도 있어요. 그리고 반대편에는 서재와 욕실을 만들었죠. 서재와 욕실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재 테이블에서 바라 보는 욕실이 이국적인 휴양지에 온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백예진 대표는 지하층이 이 집의 메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욕실 유리는 스마트 글라스로 시공해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자잘한 물건 때문에 지저분해지기 쉬운 서재의 정리를 위해 수납공간을 벽면에 만들었다. 눈에 거슬리는 물건 없이 집 안이 늘 깔끔한 것은 오랜 경함과 노하우에서 얻은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 덕분이다. 이전에도 단독주택에 살았던 백예진 소장에게 새로운 이 집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이전 집도 기능적으로는 만족하는 좋은 집이었어요. 지금 집은 마당은 작아졌지만 대신 조망이 참 좋은 ‘뷰 맛집’이죠. 또 그동안 비용적인 면에서나 실용적인 부분 때문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소재를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하게 될 공간을 위한 실험실이 됐다고 할까요(웃음).” 그녀의 대답과 더불어 이곳은 집이 일상의 설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누군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감흥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스튜디오 코나 백예진 소장의 가족은 매일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