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책의 계절, 독서의 질을 높여줄 라운지 체어를 소개한다.
바야흐로 책의 계절, 독서의 질을 높여줄 라운지 체어를 소개한다.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인테리어 디자이너 베로니카 팡파니의 패션 감성이 가득한 파리 아파트.
화려한 컬러와 풍부한 패턴이 만난 보헤미안&포크 하우스.
이 아파트는 시아버지인 패션 디자이너 엠마누엘 웅가로에 대한 송가와도 같은 곳이에요. 아버님과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을 배웠고 10년간 홍보 책임자로 일할 수 있었어요.” 엄청나게 화려한 프린트 패브릭,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놀라운 조합 등 인테리어 디자이너 베로니카 팡파니의 집에서는 웅가로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파리 중심지에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찾을 수 없어 실망하던 차 그녀는 라 뮈에트 지구에 있는 190㎡의 이 아파트를 방문했다. “전체적으로 다시 고쳐야 했어요. 빈 페이지 같은 집이었어요!”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직전에 이 집을 구입했다. 그 기간에 집을 고칠 수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는 내력벽이 아닌 벽을 헐어 방을 재배치하고 부엌과 거실을 오픈해 연결했다. “로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이탈리아 스타일로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거실과 부엌을 연결했어요.” 그는 아이들(로코, 니나, 로메오)과 함께하는 시간을 다시 누리고 싶어 했다. “모든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인 거죠.”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의 이 아파트에서는 기분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베로니카는 그에게 소중한 가구와 오브제로 집을 채웠다. 피에르 프레이 패브릭으로 만든 현관의 커튼은 엠마누엘 웅가로의 집에 있던 커튼을 재활용한 것이다. 시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스위치 높이를 보통보다 낮게 설치한 것이다. “모든 디테일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 집의 각 요소가 컬렉션과 패션쇼,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퍼즐처럼 맞춘 사적이고 반짝이는 집이다.
“정해진 코드를 깨는 걸 좋아해요. 각각의 방에 여성적인 느낌과 남성적인 분위기를 섞고 싶었어요”
“시아버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과 함께 컬러와 패턴을 과감하게 조합할 수 있게 알려주셨어요.”
“ 이 집은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와 이탈리아 그리고 패션계에서 보낸 25년의 시간이 스며들어 있어요.”
editor
크리스틴 피로 에브라 Christine Pirot Hebras
photographer
프랑시 크리스토가탱 Frenchie Cristogatin
아파트 대신 선택한 48㎡의 한옥. 이제 막 서울 생활을 시작한 동갑내기 부부의 미니멀 라이프.
성북구 삼선동 어느 골목길, 잠깐의 오르막길을 올라 마주한 작고 아담한 한옥이 정겹다. 주변의 다른 집들과 달리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함께 깨소금 냄새가 나는 듯했다. 좁은 한옥의 목조 대문을 성큼 건너 안으로 들어서자 반려견 라니와 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서는 미국 LA에서 결혼 생활을 해오던 3년 차 부부의 두 번째 막이 펼쳐지고 있었다. 2년 전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들어온 부부는 갑갑한 아파트 생활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찾다 오래된 한옥을 선택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현실적으로 너무 비쌌어요. 아파트의 특성상 리모델링도 제한적이고, 기존에 짜인 구조에 저희 부부의 삶을 녹이는 것도 어려웠죠. 부동산을 매일 찾아다니다 예산에 맞는 이 집을 발견했어요. 70여 년 된 오래된 한옥이었고 상태도 안 좋았지만, 저 뷰 때문에 결정했어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성곽 뷰가 집을 감싸고 있었다.
건축 디자이너인 집주인 손지훈 씨가 장장 6개월에 걸쳐 완성한 부부의 집은 다른 한옥과는 결을 달리한다. 작은 사랑방이 따로 있고, 그 옆으로 ㄱ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처마 서까래 아래로는 사각형 박스가 끼여 있는 듯 공간이 앞으로 튀어나왔고, 내부 역시 박스 형태로 구획이 나뉘어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듯하다.
“기본 한옥의 뼈대는 남기고, 그 속에 우리의 현대적 삶을 끼워 넣자는 의도로 설계했어요. 서까래와 툇마루 사이에 모던한 공간을 디자인해 한옥같지 않은 공간을 재구성한 거죠. 이곳을 설계할 때 가장 영감을 받았던 부분은 기와, 처마, 그 아래 서까래와 평고대가 하나의 선처럼 느껴진 것이에요. 층층이 쌓여 있는 듯한 선이 이어지는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집을 칸으로 나누기보다 선을 중심으로 설계했어요. 외관을 보면 아랫 부분에는 그레이 톤, 윗부분은 화이트 톤으로 나눈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죠. 내부는 선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선 사이에 면을 끼어 넣는 개념의 박스 형태로 구성했어요.” 손지훈 씨의 설명처럼 ㄱ자 형태로 된 공간에는 벽으로 나뉘는 대신 포켓 도어를 설치해 침실을 구분하는가 하면, 큰 박스로 만든 화장실 구조가 신선하다.
거실 겸 주방은 기존의 방을 터서 최대한 넓게 활용하도록 만들었고, 통유리로 마감해 앞으로 펼쳐지는 성곽 뷰를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다. 또 주방의 상부장을 없애고 긴 선으로 이어지는 선반을 제작했다. “이 집은 저와 남편의 취향을 모두 반영했어요. 기존에 살던 곳보다 좁아져서 그간 사용했던 가구와 TV를 대부분 버렸어요. 과연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지금까지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둘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고,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바깥 풍경을 집 안으로 가져와서 즐길 수 있고요. 카페에 갈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요.” 아내의 말처럼 집 안에는 부부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침대 와 다이닝 테이블, 의자, 한 켠에 놓인 라운지 체어가 전부였다. 하지만 공간의 구조를 고려해 엄선한 실내 건축자재의 조화가 단조로움을 지워낸다.
6개월 동안 집을 고치는 데 정성을 다한 이 집은 부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이곳에 거주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국에 정착하면서 힘들었던 부부에게 집은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남편의 설명처럼 부부의 모던 라이프를 한옥에 끼워 맞춰 집도, 부부도 서로 맞춰가고 있는 중이지만 이 작은 한옥집으로 인해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부는 가끔 외식을 하듯 특별 이벤트로 사랑채에 앉아 밥을 먹기도 하고, 툇마루에 앉아 반려견 라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곽 뷰를 바라본다. 그렇게 부부의 시간은 한옥에 매일매일 녹진히 물들어가고 있다.